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9
8화 서열전(2)
[악마군주 그레모리 님과 계약자 이신 님께서 제1전장 아스테이아에 도착하셨습니다.]제1전장 아스테이아에 두 사람이 먼저 도착했다.
“자신이 있으신가요?”
그레모리가 물었다.
조심스럽게 1만, 자신 있으면 2만을 배팅하기로 사전에 약속했었다.
이신은 2만을 골랐고 그레모리는 시키는 대로 배팅했다.
하지만 진다면 그만큼 큰 마력을 잃는다.
“저런 유형의 적을 수없이 격파해 보았습니다.”
“든든하네요. 하지만 반드시 이겨주셔야 해요. 저의 영토와 군단들의 미래가 모두 당신에게 달렸어요.”
서열 56위에서 끝없이 추락해 지금에 이른 그레모리.
끝내 악마군주의 지위마저 박탈당한다면 모든 걸 잃고 혈혈단신이 된다.
‘그렇게 되면 나 역시 좋은 꼴을 못 당하지.’
패배하면 다시 그녀가 군주의 지위를 찾을 때까지 본래 세계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계약에 따라 정지시켜 놓았던 본래 세계의 시간이 다시 흘러간다.
다시 돌아갈 때까지 이신의 육신은 계속 잠을 자고 있는 상태가 되리라.
‘아주 난리가 나겠군.’
잠들어 깨어나지 않는 이신.
괴한의 습격으로 부상당해 은퇴해야 했던 일까지 더해져 비극의 주인공으로 언론에 오르내리리라.
그따위 비참한 꼴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리스크를 안고 있으면서도 이신은 태연자약했다.
본래부터 승부에 대해 배짱이 두둑한 이신이었다.
[상급 악마 엘티마 님께서 제1전장 아스테이아에 도착하셨습니다.]엘티마가 나타났다.
엘티마는 이신을 응시하며 씨익 웃었다.
“네가 그레모리 님의 새로운 계약자냐?”
“그렇다.”
“그렇다?”
엘티마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한낱 인간이 악마군주를 목전에 둔 자신에게 너무 무례했다.
하지만 무슨 생각을 했는지 히죽거리며 이신에게 다가왔다.
“태도를 보니 자기 세계에서는 꽤나 대단했던 녀석이겠군. 악마군주의 계약자로 선택됐다면 그 정도는 되어야지.”
“쓸데없는 잡담은 용납하지 않겠다.”
그레모리가 단호하게 대화를 잘랐다.
“예, 실례를 했습니다.”
엘티마는 히죽거리며 물러났다.
그레모리는 이신에게 경고했다.
“저자는 통칭 ‘거짓을 간파하는 엘티마’입니다. 상대의 거짓말을 간파하므로 어떤 말도 하지 말고 물음에도 대답하지 마십시오.”
“거짓을 간파한다?”
그레모리가 몸을 치유해 주었듯, 엘티마도 상급 악마답게 특별한 재주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신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엘티마에게 다가갔다.
그레모리가 말릴 틈도 없었다.
“거짓을 간파하는 재주를 지녔다고?”
“그렇다, 건방진 인간.”
“그럼 이것도 거짓인지 간파해 보아라.”
이신은 엘티마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악마군주를 목전에 둔 상급 악마와 대면하고서도, 이신은 조금도 겁내지 않았다.
“나는 이 같은 싸움에서 일만 번 넘게 이겨보았다.”
“뭣?”
엘티마의 얼굴에 처음으로 당혹이 어렸다.
“넌 나한테 진다. 난 아주 확신한다.”
“……!”
이신은 차갑게 웃었다.
“말해봐.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나?”
“거, 거짓말……!”
공황에 빠진 엘티마.
거짓을 간파하는 자신의 능력을 의심했다. 상대의 저 말은 거짓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뭐, 선수 시절에 하루에 수십 판씩 연습 게임을 했으니 거짓말이 아니지.’
아무튼 기선제압을 해놨으니 이 정도면 충분했다.
72악마군주라는 지위에 대한 갈망.
그리고 방금 전에 느낀 위협.
이 두 가지가 합쳐져 조급함이 될 것이다.
이신은 휙 등 돌려 그레모리에게 돌아갔다.
“시작하고 싶습니다.”
“알았어요.”
[악마군주 그레모리 님과 상급 악마 엘티마 님의 서열전입니다. 전쟁의 승패가 서열과 마력에 영향을 줍니다. 마력은 4만이 배팅됩니다.] [마력 4만이 마력석이 되어 전장에 유포됩니다.] [종족을 선택해 주십시오.]“휴먼.”
이신이 먼저 말했다.
그러자 엘티마의 얼굴에 다소 안심한 기색이 나타났다.
잔뜩 긴장했다가 약한 휴먼을 골라서 다행이라는 눈치였다.
“마물.”
엘티마의 선택에 이신 역시 피식 웃었다. 역시나 가장 선호한다는 마물을 골랐다.
점점 엘티마의 플레이 스타일이 머릿속에 그려지고 있었다.
‘마물은 가장 공격적인 종족이지.’
방어보다 공격에 특화된 종족이었다. 그만큼 지휘자의 충동적인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이 끼치는 종족이었다.
‘촉이 온다.’
느낌이 왔을 때, 이신은 한 번도 진 적이 없었다.
[서열전이 시작됩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 님의 계약자 이신 님과 상급 악마 엘티마 님께서 참전합니다.]이신과 엘티마의 몸이 텔레포트되었다.
이신은 제1전장 아스테이아의 11시 지역에서 시작했다.
“오셨습니까, 계약자님.”
“지시만 내려주십시오.”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 보유한 노예 4명이 인사했다.
“마력을 캐라.”
이신의 지시에 노예 4명이 마력을 채집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게임은 시작되었다.
***
‘방금 그 말이 사실인가?’
엘티마는 혼란을 느꼈다.
악마도 아닌 인간이 일만 번을 싸웠다는 것도 말도 안 되고, 또한 그만큼 승리했다는 것도 이상했다.
하지만 상대는 거짓말을 한 게 아니었다.
‘어쩌면 그레모리가 굉장한 놈을 계약자로 얻은 것일 수도 있겠어. 이럼 낭패인데.’
엘티마도 잔뼈가 굵은 악마였다.
약육강식의 마계에서 성장하여 끝내 악마군주의 권좌에 도전하기까지 수많은 고투를 치러보았다.
엘티마는 상당히 신중하게 지금의 도전을 기다려 왔다.
가장 약세를 보이는 악마군주 그레모리가 최하위로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고, 새로운 계약자를 맞이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도전했다.
새로운 계약자가 아직 서열전에 대한 경험을 쌓기 전에 승부에 나선 것!
그랬기에 엘티마로서는 조금 전까지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까의 계약자 이신과의 대화를 통해 불안함이 스멀스멀 피어 올라왔다.
‘살아생전 이름을 떨쳤던 인간 영웅들은 이미 상위 서열의 악마군주들이 계약자로 데려가 버렸을 텐데. 아직도 그런 굉장한 인간이 남아 있었다니.’
다행히 아직 엘티마의 계획이 무너진 건 아니었다.
불과 며칠 전에 계약자가 된 인간이다.
인간 세계에서는 얼마나 위명을 떨친 명장이든, 마계의 서열전은 방식이 전혀 다르니까.
패기와 재능은 인정하지만, 아직 서열전에 있어서는 미숙할 터였다.
‘약해빠진 휴먼을 택하다니, 아직 미숙하다는 증거다.’
같은 인간을 지휘하는 편이 그나마 익숙했던 것이리라.
‘이건 네놈이 알던 전쟁과는 전혀 다르다. 그걸 보여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