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91
90화 오자서(2)
?
?
이신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아마 악마군주 안드로말리우스 측은 도전을 해오지 않을 겁니다.”
“어째서죠?”
그레모리가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신이 말했다.
“아마 지켜보기로 결심했겠지요.”
이신의 생각은 이러했다.
악마군주 안드로말리우스와 그의 계약자 오자서.
그들의 입장에서는 좀 더 기다려 보는 편이 더 합리적일 것이다.
이신은 거의 파죽지세로 연승 행진을 하며 최하위 서열까지 추락해 있었던 그레모리를 단숨에 67위로 올려놓았다.
특히나 얼마 전에 벌인 마지막 서열전에서는 배팅 최대치인 5만 마력을 획득하는 대승을 거두어 안드로말리우스까지 추월해 서열이 두 계단 상승했다.
이는 오자서를 의식한 의도적인 행보였다.
오자서라는 강자와 싸우는 것에 대비해 도전하는 입장이 아닌, 도전받는 입장에 선 것이다.
전장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피도전자가 서열전에서 유리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 생각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리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오자서는 도전을 망설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상승세에 있는 이신을 상대로, 그것도 명백히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도전해 오기를 기다리는 적과 싸우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니까.
“세에레의 계약자는 누굽니까?”
“이존욱이라는 인물이에요.”
“이존욱?”
“들어보지 못하셨나요?”
“예.”
“악마군주 세에레의 도움을 받아 말 위에서 패자(?者)가 된 인물이에요.”
말 위에서 패자가 되었다면 전쟁으로 크게 흥한 군주라는 뜻이었다.
그레모리의 설명이 이어졌다.
“괴물 종족을 주로 다루고, 대단히 빠르고 공격적이었어요.”
그 말은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는 이신이었다.
늘 패하는 쪽이었던 그레모리의 눈에는 상대가 다 공격적이게 보이는 법이었다. 그레모리의 전 계약자였던 마키아벨리는 실력이 많이 모자랐으니 말이다.
“일단 그쪽의 정보도 더 모아보겠습니다. 조아생 뮈라와 연락을 해야겠군요.”
“제가 연락을 해놓을게요.”
그레모리는 눈을 감고 통신을 했다. 잠시 후 그녀가 이신에게 손짓해 가까이 다가오라 했다.
그녀는 이신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여어!
조아생 뮈라의 목소리였다.
-내가 서열전을 준비하게 돼서 요즘 많이 바쁘거든. 오늘은 이렇게 이야기하자고.
그 말에 이신은 잠시 생각했다.
“상대는 사나다 유키무라인가.”
-아아, 그렇지. 흑태자 쪽은 아직 대패에 대한 충격에서 못 벗어난 것 같고, 암두시아스는 새로운 계약자를 찾느라 정신이 없는 눈치거든. 상대는 사나다 쪽밖에 없지.
“세에레의 계약자 이존욱에 대해 아나?”
-알고말고. 내가 이겼던 녀석이니까.
“말해봐.”
-어이어이,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것도 있어야 할 것 아냐?
“뭘 원하지?”
-사나다 유키무라와 싸워서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 것 같아?
“그걸 질문이라고 하고 있나?”
-하핫, 좀 그랬나? 그냥 네 의견을 들어보고 싶어서 그런 거야.
“마룡이 나오기 전에 승부를 보는 편이 이기기 쉬울 것이다. 마룡이 나오면 네 기병대의 기동성 따위는 더 이상 장점이 되지 않으니까.”
-음, 역시 그런가? 하긴 마룡들이 파리처럼 얼씬거리면 오크 궁기병으로 대적하기도 짜증나고 그렇지.
“이제 내게 오는 게 있어야겠군.”
이신의 요구에 조아생 뮈라가 말했다.
-좋아, 이 몸도 네게 아주 좋은 사실을 알려주지.
“말해.”
-오운 말이야. 그 양반 자존심이 아주 세.
“세에레의 계약자 이존욱에 대해 물었다.”
-끝까지 들어봐. 오운은 또 뒤끝도 끝내주게 세지. 원한을 지면 절대로 잊지 않고 앙갚음하더라고.
“이존욱과 상관없는 이야기면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오운이 최근 이존욱에게 한 번 진 적이 있어.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때 큰 모욕을 받았다고 하더군.
‘들리는 소문?’
이신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조아생 뮈라의 말이 계속되었다.
-그 일 때문에 오운이 이를 갈면서 앙갚음할 기회만 노리고 있었는데, 떡 하니 네가 나타나 중간에 끼어버린 거야.
“…….”
-원래는 네 도전을 받아 승리를 거둬서 이존욱에게 도전할 마력량을 달성하려고 했는데, 대뜸 너희가 더 높은 서열로 올라가 버리니 조금 난감해진 셈이지. 원래 도전을 하는 쪽이 더 부담되는 법이잖아. 너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고 말이지.
“그래서?”
-오운을 찾아가 봐. 오운은 지금 너와 싸울 생각이 없으니 이야기를 나눠보면 잘 타협할 수 있을 거야. 어쩌면 이존욱에 대해 조언을 해줄지도 모르지.
그러자 잠자코 말을 듣고 있던 이신이 입을 열었다.
“직접 오라 해.”
-뭐?
“날 만나고 싶거든 그쪽에서 찾아오라고 전하라고.”
-그 얘기를 왜 나한테 해?
“오운의 부탁을 받았잖아.”
-내가 오운의? 하핫, 그런 부탁을 받을 일이 뭐가 있어?
“남의 인간관계를 파악하고 조언하기에는 넌 너무 멍청하거든.”
-어이, 이봐?!
“대화는 여기까지로 하지.”
그러면서 이신은 일방적으로 대화를 끝마쳤다. 그리고는 그레모리에게 말했다.
“조만간 오운이 찾아올 겁니다. 그때 가서 이야기를 해보고 결정하죠.”
“그렇게 해요.”
이신은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레모리의 궁전에서 좋은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받으며 라스베이거스와 한국을 넘나들며 경기 준비를 해야 했던 피로를 풀었다.
그리고 며칠 후.
으리으리한 마차가 그레모리의 궁전에 도착했다.
마차에서 내린 인물은 2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동양인 남자였다.
키는 이신보다 약간 작은 정도. 춘추전국시대의 중국인 평균 체격을 감안하면 매우 큰 편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바로 오자서였다.
“악마군주 세에레의 계약자 오운 자서입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오랜만이구나. 내 계약자를 만나러 온 것이겠지?”
“그렇습니다.”
그레모리는 눈웃음을 지었다.
조아생 뮈라와의 대화를 중계해 주면서 들었던 그녀로서는 이신의 예견대로 되자 재미있어 했다.
잠시 후, 궁전의 1층 홀로 이신이 나타났다.
“오자서라고 한다.”
“이신입니다.”
“어디 사람이냐?”
“조선이라고 아십니까?”
“들어는 보았다. 그쪽 출신이로군. 지금은 뭐라고 부르지?”
“한국입니다.”
“듣자 하니 네가 가장 최근 마계에 온 사람이라고 하던데, 그럼 역사를 많이 알겠구나.”
“그냥 상식적인 정도밖에 모릅니다.”
“그걸로 충분하다. 내가 모르는 세상 흘러간 이야기를 듣는 것은 각별한 즐거움이지. 한잔하겠나?”
오자서는 가져온 술 한 병을 보여주었다.
“술 안 합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바라던 바입니다.”
“술을 안 하다니 남자가 아니군.”
“결점이 없을 뿐입니다.”
“하하, 그러냐.”
오자서는 유쾌하게 웃었다.
궁전 뒤뜰, 맑은 연못과 산책로가 조성된 아름다운 정원에서 두 사람은 자리를 마련했다.
악마 시녀들이 먹을 것을 가져왔고, 두 사람은 단 둘이 남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좋은 곳이군. 이런 곳이 악마들이 사는 세상이라니 믿겨지느냐?”
오자서는 맑은 연못을 보며 감탄을 했다.
“…….”
이신은 대꾸하지 않았다. 억지로 말하며 알맹이 없는 대화를 하는 걸 싫어했기 때문이다.
오자서는 대답이 있는 없는 신경 쓰지 않고 할 말을 계속 했다.
“나에 대해서는 얼마나 아나?”
“초나라를 멸망시키고 무덤에서 왕을 끄집어내 복수했다고 들었습니다.”
“그 정도인가. 그래, 그거면 충분하지. 원수를 갚았다. 그걸 세상이 알아주었으면 됐다.”
오자서는 혼잣말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자서의 집안은 대대로 초나라 왕을 보필하던 명문가였고, 그의 부친 오사는 태부 벼슬의 지내며 태자 건의 스승 노릇을 하고 있었다.
당시 초나라는 평왕이 간신을 가까이 하고 왕실의 친인척들은 부정축재를 일삼는 상황.
거기에 한술 더 떠, 평왕은 자신의 아들인 태자 건과 혼인하기로 되어 있었던 진나라의 공주에게 반해 겁탈하고 태자에게는 따라온 시녀를 공주라 속였다.
심지어 평왕은 자신과 공주 사이에서 아들이 태어나자 태자 건을 죽일 음모까지 꾸몄다. 이때 태자 건의 스승이었던 오자서의 집안까지 제거해 후환을 없애려 들었다.
그때도 이미 오자서는 문무겸전(文武兼全)의 인재로 명성이 높았기에 평왕은 후환을 없애고자 집요하게 자객을 풀어 추격했고, 오자서는 계속해서 궁지에 몰린다.
계속되는 도피 생활로 자신의 처지에 절망한 오자서가 탄식하고 있을 때, 그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었다.
-나는 72악마군주의 하나인 안드로말리우스. 나쁜 일을 발견하고 죄인을 찾아 벌해줄 수 있지. 어떠냐? 나에게 소원을 빌겠느냐?
“소원을 들어주면 난 그 대가로 당신에게 무엇을 해야 하오?”
-네가 원하는 바를 이루고 생을 다한 날, 그때부터는 나를 위해 싸워야 할 것이다.
“내가 죽거든 당신이 나의 왕이 되는 것이구려. 좋소, 소원을 말하리다.”
오자서가 이어 말했다.
“죄인을 찾아 벌해준다고 했지? 나는 천륜을 어기고 우리 가문을 해한 그 죄인을 벌해주시오. 아니, 내 손으로 벌할 수 있게 해주시오! 내 소원은 그거 하나면 족하오.”
-내가 벌할 수도 있다. 그런데 정말 직접 이루고 싶으냐?
“그렇소.”
-어렵지 않다. 너는 끝내 그 소원을 성취할 것이다. 하지만 당부컨대, 길은 여전히 먼데 해가 저무는 것을 유의해라(日暮途遠).
그 뒤로는 널리 알려진 대로였다.
오나라에 정착한 오자서는 오왕 합려를 보좌해 부국강병을 이루고 초나라를 쳐 복수에 성공한다.
그 뒤에도 그의 파란만장한 삶의 굴곡은 끊이질 않았다.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는 오왕 합려는 남쪽에서 세력을 키우는 월(越)나라를 정복하고자 군대를 일으켰고, 오자서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정복을 강행하다가 대패하여 전사한다.
오왕 합려의 죽음 후 오자서는 그의 아들들 중 부차를 지지해 왕위에 세웠다.
부차는 오자서의 도움을 받아 월나라를 정복해 부친의 원수를 갚는 데 성공하고 월왕 구천을 사로잡는다.
오자서는 구천을 죽여 후환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오왕 부차는 오자서의 간언을 듣지 않고 월과 강화를 맺는다.
간신히 살아난 월왕 구천은 복수를 위해서는 오자서가 없어져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온갖 뇌물과 미녀 서시까지 오왕 부차에게 바쳐 환심을 사고, 오왕 부차와 오자서의 사이를 이간시키는 데 주력했다.
교만해진 오왕 부차는 결국 오자서에게 자결을 명했고, 오자서는 오나라의 멸망을 예고하는 저주를 남기고 죽었다.
“듣자 하니 결국은 내 추측대로더군. 구천은 부차를 사로잡았고, 부차는 자결을 했다지. 다 지난 일이라 꼴좋다고 말할 생각도 안 나더군. 직접 만나 사과도 받았고.”
“직접?”
“나라를 망친 군주처럼 큰 죄인이 없지. 그가 어디에 있겠느냐?”
그제야 이신은 납득했다.
지옥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고, 시공도 초월하는 마계에 있으니 이런 일도 있는 것이다.
“자네의 다음 상대는 이존욱이지?”
“당신일 수도 있습니다.”
오자서가 미소를 지었다.
“한 가지 제안을 하지. 내가 이존욱과 다시 겨룰 때 어떤 계책을 쓰려 하는지 알아맞힌다면 이존욱을 이길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을 주겠네.”
“계책은 너무나 많고 그중 당신이 무엇을 쓸지 누가 압니까?”
“나나 이존욱이나 자주 쓰는 종족은 괴물일세. 그리고 내가 준비한 계책의 핵심은 헬하운드이지.”
“헬하운드?”
“대신 자네가 진다면, 자네는 이존욱에게…….”
그 말이 채 끝나기가 무섭게 이신이 말했다.
“헬하운드의 숫자를 속여 마룡이 나오기 전에 끝낼 생각입니까?”
오자서는 할 말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