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98
97화 변화(2)
‘리스크가 좀 있긴 해도 타당한 선택이군.’
이신도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1세트 맵 왕가의 계곡은 대체로 6대 4 정도로 인류에게 웃어주는 맵.
차라리 이런 곳에 주디나 박신을 출전시키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화성전차 측에서도 인류 플레이어가 나올 수 있으니, 딱히 주디나 박신에게 유리하다고 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설령 황병철이 안 나오더라도 신태호가 나올 수도 있고.’
신태호는 ‘머신’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화성전자의 떠오르는 신예였다. 황병철이 부진하고 있을 때는 화성전자의 에이스 역할을 대신했던 선수이기도 했다.
그야말로 머신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기계 같은 피지컬의 소유자였다. 장기전으로 갈수록 강해지는 스타일이라, 장기전으로 가기 쉬운 인류 대 인류 전에 강했다.
현재 MBS에서는 장기전에서 신태호를 이길 수 있는 인류 플레이어가 없다시피 했으므로 차라리 이신이 신태호를 상대하는 편이 나을지도 몰랐다.
아무튼 이신으로서는 신태호든 황병철이든 둘 중 한 사람은 반드시 잡아야 했다.
“아, 그리고 이번 경기는 찬영이를 내보낼 거야.”
“최찬영?”
“그래. 전에 네 연습을 도와주면서 실력이 확 늘었더라.”
최찬영은 일전에 박영호와의 대결을 준비하면서 이신의 연습 상대가 되어 주었던 괴물 플레이어였다.
최찬영의 실력 가지고는 박영호를 대비한 연습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신은 연습생 한 명을 시켜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최찬영에게 수시로 가르쳐주게 했다.
무엇을 하는지, 어디로 공격에 들어가는지를 들어가며 싸웠기 때문에 최찬영은 연습 내내 이신과 동률의 승패를 기록했는데, 사실 프로가 되어서 그 정도도 못하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었다.
방진호 감독은 웃으며 말했다.
“너랑 그런 식으로 연습을 하고 나니까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는지 조금은 감을 잡았다고 하더라.”
‘그건 또 생각지도 못했던 효과군.’
한마디로 상대가 무엇을 하는지 알고서 이에 대응하는 법을 배운 것이었다.
박영호와의 일전을 준비하려고 도움을 받은 이신이었지만, 최찬영에게도 좋은 훈련이 된 것이었다.
엔트리가 정해지면서 이신은 더 바빠졌다.
황병철과 신태호 두 사람을 상대로 가정한 연습을 해야 했고, 주디도 훈련시켜야 했다.
“주디.”
“네.”
“잘 들어, 네가 황병철과 싸우게 될 수도 있어.”
주디의 푸른 눈이 동그래졌다.
놀란 주디에게 이신이 계속 말했다.
“걱정할 필요 없어. 지금의 황병철은 좀 맛이 가서, 네가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야. 넌 내 말대로만 하면 돼.”
“네.”
“그럼 연습하자. 내 오더대로, 알지?”
“네!”
오랜만의 주입식 훈련이었다.
엔트리에 끼지 않은 1군 괴물 선수들을 연습상대로 불러놓고 두 사람은 훈련을 시작했다.
“바로 출발해. 앞마당까지 압박해서 방어에 돈 쓰게 만들고 바로 빠져. 오래 머무르지도 말고 싸우지도 마. 네 컨트롤 가지고는 병영 병력 갖고 황병철 절대 못 당해내.”
“네.”
“한 번 압박 갔을 때 쐐기충이 안 보이면 바로 촉수충으로 간 거야. 이미 퇴로에 촉수충 심어놓고 기다리고 보면 돼. 멀리 우회해서 돌아가. 절대 압박 갔던 병력 잃지 말고 돌아와. 그 병력 잃으면 황병철이 계속 물어뜯으려 할 거야. 그땐 더 고달파져.”
“네.”
“바로 기갑 체제로 전환해. 고속전차 먼저 뽑아서 지뢰 박고 다른 스타팅 포인트에 있는 확장 기지 견제 가. 지뢰 계속 박고 디펜스 해. 스타팅 포인트 3개 이상만 안 주면 인류가 괴물한테 안 져.”
“네.”
“황병철은 장기전 싫어해. 지뢰만 끈질기게 깔고 버티면 분명히 황병철이 먼저 크게 한 방 총공격을 해올 거야. 그거 한 타만 막아내고 나면 여유 있게 이길 수 있어.”
연습 게임은 주디의 여유 있는 승리로 돌아갔다.
다시 연습을 시작하면서 이신이 말했다.
“방금 것은 평범하게 흘러가는 인류 대 괴물 전 시나리오야. 문제는 황병철이 예상 못한 타이밍에 올인 전략을 펼쳐올 시야. 하지만 그것도 정해진 패턴이 몇 가지 있으니까, 그걸 위주로 가보자.”
“네.”
그렇게 이신은 주디에게 황병철을 격파하는 공식을 주입시켰다.
만에 하나의 경우를 대비해서였다.
그리고 며칠 후,
-e스포츠를 사랑하시는 모든 팬 여러분, 정말 많이 기다리셨?윱求? 기다리고 기다리셨던 MBS 대 화성전자의 경기가 오늘 시작됩니다! 특히나 오늘 경기는 양 팀의 에이스가 눈에 띠죠?
-그렇습니다. 이신과 황병철입니다. 신과 이단자가 마침내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재회했습니다. 오늘 대진 상 두 선수가 붙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아, 물론이죠! 이야, 신과 이단자의 대결! 작년 후반기 개인리그 결승 때 이루지 못했던 승부가 오늘 성사될 수도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예, 이신 선수는 이제 슬슬 자기 기량을 되찾은 모습인데요, 황병철 선수도 이제 부진을 털고 다시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는 계기를 오늘 만났으면 합니다.
-자, 오늘은 특별히 준비된 이벤트가 있는데요. 모두들 깜짝 놀라실 겁니다! 자, 화면을 보시죠!
이윽고 경기장의 대형화면에 영상이 재생되었다.
화면에 황병철이 등장하자 관객들이 환호를 했다.
황병철은 웬 으슥한 복도를 걷고 있었다.
저벅저벅, 조용한 복도에 발소리가 을씨년스럽게 울려 퍼진다.
-여긴가?
이윽고 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가는 황병철.
안으로 들어서니 영상에 이신이 나타났다.
“꺄아아아악!”
“이신 오빠! 꺄아악!”
“신! 신! 신! 신!”
관객들이 열광하기 시작했다. 특히나 유난히도 여성 관객의 반응이 매우 열광적이었다.
-아, 깜짝이야. 욕 나올 뻔했네.
황병철의 그런 반응은 당연했다.
황금빛으로 번쩍거리는 옥좌.
거기에 이신은 위풍당당하게 앉아 있었다.
게다가 지나치게 화사한 하얀 턱시도에 금실로 수놓아진 붉은색 망토를 두르고 있는 요란스러운 옷차림이었다.
누구라도 바보 같다는 소리를 면치 못했을 괴상한 패션이었다.
하지만 입은 사람이 이신이었다.
조각 같은 얼굴과 우월한 기럭지를 가진 이신은 그 미친 패션이 놀랍도록 잘 어울렸다.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옥좌에 앉은 이신의 양옆에서는 두 여자가 커다란 부채로 바람을 부쳐주고 있었다.
그녀들은 바로 부스걸이라 불리는, 부스에서 선수들의 경기 준비를 도와주는 여성들이었다.
마치 격투기 경기의 라운드걸과 같은 역할이라 과도하지는 않지만 섹시한 패션을 하고 있었는데, 그런 두 여자가 마치 조선시대의 왕실 풍경처럼 이신에게 부채를 부쳐주고 있는 것이었다.
“깔깔, 저게 뭐야!”
“아, 골 때려.”
“근데 존나 잘 어울리네.”
관객들의 웃음이 그치질 않았다.
황당해하는 황병철의 반응 때문에 더욱 웃겼다.
-꼴이 그게 뭐야?
-몰라 나도.
이신의 덤덤한 대꾸에 다시 뒤집어지는 관객들.
영문을 몰라 하지만 어색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적응한 태도가 딱 이신다웠다.
웃음을 참으며 부채를 부치는 부스걸들에게 황병철이 물었다.
-제 자리는 어디에요?
-저기요.
부스걸 하나가 가리킨 곳에는 낡아빠진 목제 의자가 보였다.
황병철의 만면이 일그러졌다.
-아, 뭐야 저게. 이게 무슨 차별이야? 사람 불러놓고 장난 하나.
황병철은 투덜거리면서도 의자를 가져와 이신의 맞은편에 앉았다.
이신은 고개를 끄덕인다.
-어울리네.
-뒈질래?
-나 아파. 때리지 마.
-아 맞다. 손목 이제 다 나았어?
-어.
-너 다쳐서 의병 제대한 거잖아. 근데 멀쩡하면 다시 입대해서 남은 군복무 해야 하는 거 아냐?
-미필 주제에.
-아, 진짜 뒈질래?
-아니.
웃음을 그치지 못하는 관객들.
부채질을 하는 부스걸들도 웃음을 참느라 안간 힘을 쓰는 표정들이었다.
-근데 꼴이 진짜 그게 뭐야? 지금 이거 찍는다고 그 꼴을 한 거야?
-겸사겸사. 개인리그 프로모션 촬영하느라.
-아, 이제 곧 개인리그지. 그럼 그 꼴로 프로모션 영상에 나오는 거야?
-어.
-아 진짜, 안 봐도 비디오네. 넌 거기서 거만 떨고 있고, 나랑 영호랑 영준이가 겁나 진지 빨고 노려보고 있고, 뭐 그런 거겠지.
-그렇겠지.
-근데 그 영상 예선 광탈하면 못 쓰는 거 아냐? 너 예선부터 다시 뚫어야 하잖아.
-내가 예선 못 뚫을까봐?
-하긴, MBS가 포스트시즌 못 가니까 개인리그 준비할 시간은 남아돌겠네.
-못 간다고 누가 그래?
-누가 그러긴, 자기 팀 승점 순위를 봐라. 그게 성적이냐? 완전 폭망이던데.
-남은 경기 전부 이기면 돼.
-혼자 경기 뛰냐? 받쳐주는 선수가 있어야 이기지.
이신은 그런 황병철을 빤히 내려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너 오늘 4세트에 출전하더라?
-……근데?
-날 피하려고 잔머리 썼던데.
그랬다.
이신의 오늘 출전은 1세트.
하지만 황병철은 예상과 달리 4세트에 출전해서 주디와 붙게 되었다.
-안 피했어, 엔트리가 그렇게 된 거지.
-왜? 나랑 붙는 게 무서워? 그래서 나 대신에 주디랑 싸우려고 작정하고 고른 거야?
-아니라고, 진짜.
-뭐, 의도야 어쨌건 후회하게 될 거야.
이신이 말을 이었다.
-사실 네가 주디랑 붙게 될 거라고 예상했거든. 다 준비시켜놨어. 넌 주디 못 이겨.
-너나 신태호 이기고서 큰 소리 쳐.
오늘 이신의 상대는 바로 떠오르는 신예인 신태호.
화성전자 팀에 있어 매우 중요한 핵심 선수 중 하나로, 이신이 1세트에 나올 줄은 미처 몰랐기에 내보낸 선택이었다.
소위 ‘버리는 패’와 이신을 붙이는 엔트리 작전에는 완전히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두 사람은 한참을 으르렁거린 끝에 헤어지면서 영상이 종료되었다.
영상이 재생되는 동안 잠자코 있던 해설진이 다시 말을 시작했다.
-하하하, 사실은 오늘 개인리그 프로모션 영상 촬영이 있었다고 합니다. 프로모션 촬영을 하다가 아예 그 참에 특별 영상을 찍자는 얘기가 나와서 바로 이렇게 두 선수의 담화를 찍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야, 정말 추억이 물씬 떠오르네요. 두 선수 예전에 정말 치열하게 맞붙었었죠?
-예, 라이벌이라고 하지만 사실 신에게 대항하려는 인간이라는 구도였죠. 영상에 나온 자리도 보세요. 황금 옥좌랑 나무 의자에요. 딱 저거였거든요.
-어찌 되었건 경기 전 선수 인터뷰는 이 영상으로 대체되었고요, 이제 1세트 경기가 준비되고 있습니다.
-오늘 이신 선수는 1세트에서 화성전자의 떠오르는 신예 신태호 선수를 꺾을 수 있을지, 그리고 황병철 선수는 4세트에서 주디 선수를 이길 수 있을지 많이 기대됩니다. 정말로 욕심 같아서는 3대 3 스코어 나와서 에이스 결정전 갔으면 좋겠네요. 이런 영상까지 나왔는데, 화성전자가 에이스 결정전에 황병철 선수를 내보내지 않을 수가 없잖습니까?
-그렇죠! 영상에서도 이신 선수가 아예 대놓고 자길 피한 거냐고 디스를 했는데, 정말 에이스 결정전까지 피하면 팬들의 성화가 장난이 아닐 겁니다.
-아무튼 정말 재미있는 영상이었고, 양 선수들 모두 준비가 끝난 것 같습니다.
대형화면에 부스 안에 들어가 경기를 준비하는 이신의 모습이 비춰졌다. 아까의 요란한 차림을 온데간데없고 팀 유니폼 차림이었다.
“와아아아아!”
“카이저! 카이저!”
“이신 파이팅!”
이어서 신태호의 모습도 비춰졌다. 이신만큼은 아니지만 화성전자 팬들이 열띠게 응원했다.
-자, 그럼 1세트 시작합니다!!
[Kaiser: 인류] [STHo: 괴물] [맵: 왕가의 계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