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00
제 100화
“드라마 할 시간이네. 집으로 가자.”
오만득은 나중에 잡아도 되지만 한번 지나간 본방은 결코 잡을 수 없음을 알기에 애나는 집으로 날아올랐다.
“호미야.”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로 매장의 매대에 걸려있는 괭이를 바라보는 지민의 손에는 떡이 담긴 접시가 들려 있었다.
벌써 며칠째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는 호미였다.
호미가 도깨비라는 것을 자주 잊어버리고 있었지만 호미의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에 허전함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호미를 이렇게 만든 한태석을 원망도 했지만 한태석의 설명에 납득을 해야만 했다.
호미의 본래 신체가 불안정해 그대로 둔다면 호미는 스스로 붕괴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호미는 자신의 신체를 보강해야만 했다.
하지만 호미의 신체를 보강할 만한 대장장이는 많지 않았다.
아니 한태석이 할 수 없다면 그 누구도 호미를 지켜 줄 수 없었다.
물론 호미가 이토록 오랫동안 깨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은 하지 못했다.
한태석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기량과 힘 그리고 재료들로 호미를 강화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미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었고 한태석은 자신이 괜한 짓을 했다고 자책을 했다.
‘사장님.’
지민은 시간 날 때마다 호미의 몸을 쓰다듬고 있는 한태석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도무지 어떤 이유인지 알 수가 없는 일이었고 남은 것은 오직 기적을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그나마 방학 중이라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지만 그렇게 호미가 없는 하루하루는 침울하게 이어졌다.
멍! 멍!
“사리야. 너도 걱정되니?”
지민은 호미의 앞에서 무어라 짖어대는 사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호미와 아웅다웅하는 사리였지만 지민은 사리가 호미를 걱정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사리의 의미심장한 미소는 결코 걱정을 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오히려 기대감이 가득한 모습임은 지민은 눈치채지 못했다.
그렇게 호미가 괭이의 모습으로 변한 지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흐를 때쯤. 지민은 여느 때처럼 아침에 출근해서는 매장의 문을 열었다.
한태석이 매장의 문을 여는 경우도 있었지만 보통 한태석은 매장보다는 대장간으로 가서는 오전에 팔 물건들을 만들고는 했다.
그렇기에 불이 꺼진 매장을 여는 것은 지민이거나 외계인 바루였다.
오늘은 바루가 쉬는 날이었기에 지민이 문을 열자 매장 안에 한 남자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까…… 깜짝이야! 누…… 누구세요?”
지민은 매장에 도둑이 든 것으로 알았다.
물론 도둑 정도로 놀라지는 않았다.
아직 근무 전이어서 완전 무장을 하지는 않았지만 지민은 어지간한 인간 따위는 아득히 넘어설 정도로 힘을 가진 장비들을 착용하고 있었다.
도둑이나 강도라면 때려잡으면 그만이었다.
그렇기에 생각만큼 놀라지는 않았지만 도둑의 행보가 꽤나 괘씸했다.
도둑은 여유롭게 매장의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는 것이었다.
“후우! 어른이 되니 커피의 쓴맛을 알겠군.”
지민이 본 도둑은 성인 남자였다.
꽤나 잘 생긴 외모에 훤칠한 키가 도둑처럼은 보이지 않았지만 지민은 처음 보는 이였다.
“이봐! 묻잖아! 누구냐고!”
어느덧 지민의 손에 검이 들려져 있었다.
날이 서 있지는 않았지만 여차하면 다리뼈 하나 정도는 간단히 분질러 줄 수 있었다.
“후후후후!”
“뭐야? 기분 나쁘게 웃고! 너 정체가 뭐냐고?”
지민은 갑자기 웃음을 짓는 정체불명의 성인 남자에 버럭 화를 냈지만 정체불명의 성인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로 매장의 명품 거울에 자신의 얼굴을 비춰 보며 웃을 뿐이었다.
“크하하하하하!”
그렇게 나중에 가서는 광소를 지으며 웃던 남자는 이내 얼굴을 구겼다.
“아파! 물지 말라고!”
정체불명의 남자가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리자 지민은 남자의 다리를 물고 있는 것이 사리임을 알 수 있었다.
불가사리라는 정체불명의 생물이었지만 그동안 별달리 밥 값하지 않던 사리였다. 지민은 사리가 이제야 밥값을 한다고 생각했다.
“좋아! 사리! 도둑놈을 물어!”
“도둑놈은 무슨 도둑놈! 지민이 너! 사리! 그만 놓으라니까!”
“어? 내 이름을 어떻게?”
지민은 정체불명의 남자가 자신의 이름을 아는 것에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더욱이 정체불명의 남자는 사리를 마치 아는 듯이 대하고 있었다.
그렇게 지민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한태석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돌아왔구나.”
“사장님?”
지민은 한태석의 말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는 한태석과 정체불명의 남자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한태석은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런 한태석에 정체불명 남자의 얼굴에서도 짙은 미소가 지어졌다.
“여어! 대장장이 양반.”
“어? 이 말투는?”
지민은 남자의 말투에 손을 덜덜 떨며 남자를 가리켰다.
너무나도 익숙한 말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너…… 너!”
“뭐야? 벌써 나를 잊었단 말이야? 이거 서운한데.”
호미는 경악하는 지민에 미소를 지으며 거울에 비친 자신의 잘생긴 얼굴에 만족스러워했다.
“대장장이 양반 수고했어. 자전거 가격은 이 정도로 하고. 야! 사리 너 그만 물어!”
“호미였어? 호미야? 사장님! 호미? 호미에요?”
지민의 경악스러운 외침에 한태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태석도 호미의 바뀐 외모에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분명 호미였다.
전에는 초등학생 정도의 외모였지만 지금은 성인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럼 나는 잠시 외출 좀 하고 올게.”
호미는 한태석과 지민에게 인사를 하고서는 매장을 나섰다.
“후우! 윗 공기는 신선하군.”
고작해야 몇십 센티 위의 공기였지만 호미는 마치 다른 차원의 공기를 대하는 기분이었다.
“후후후후! 진아. 기다려라. 왕자님이 너에게 간다.”
호미는 길거리에서 자신을 힐끔힐끔 바라보는 여인들의 시선을 만끽하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호미는 의외로 일편단심 순정파였다.
진아만을 바라보며 변심을 한 진아의 마음을 되돌리려는 호미였다.
그렇게 완벽한 왕자님이 되어 진아에게로 달려가는 호미였다.
진아가 사는 아파트 앞에 도착한 호미는 때마침 집을 나오는 진아의 모습을 보았다.
호미는 이것이 하늘이 주신 운명이라 믿으며 두 손을 들고 환하게 웃으며 진아에게 외쳤다.
“진아야아!”
진아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달려가는 호미였다.
그렇게 진아의 앞에 도착한 호미는 진아에게 반갑게 인사를 했다.
“진아야. 어디가?”
“에?”
진아는 호미를 보고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을 알고 있는 듯이 반가워하고 있었지만 진아는 처음 보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어디 가냐고?”
“누구세요?”
호미는 진아가 자신을 못 알아보는 것에 웃음을 터트리며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하하하! 누구긴! 나야! 나! 호미! 호미라고.”
“예?”
진아는 일주일 전에 봤던 호미를 떠올렸다.
자신보다 키가 작았던 호미였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앞에서 호미라고 말하고 있는 남자는 자신의 키를 넘어서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성인 남자였다.
“하하하! 몰라보겠지? 나야! 나 호미!”
성장기에 키가 불쑥 큰다지만 이건 정도가 지나쳤다.
“꺄아아악! 살려주세요!”
“어? 뭐? 진아야!”
호미는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자신에게서 도망을 치는 진아를 볼 수 있었다.
사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일주일 만에 키가 수십 센티가 자라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무언가 알 수 없는 의도를 가지고 접근을 한 것이라 생각한 진아는 사람들에게 도와달라고 외쳤고 사람들은 호미를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아! 선생님! 구해주세요!”
마침 때가 맞았는지, 진아는 자신의 초등학교 담임인 엘리제가 편한 추리닝 차림으로 슈퍼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서는 엘리제에게 달려갔다.
“응? 진아니.”
“선생님! 저기 수상한 사람이 저 쫓아와요! 흐아앙!”
울음을 터트리는 진아에 엘리제는 힐끔 호미를 바라보았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호미의 모습을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엘리제는 순간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지? 에고 소드의 느낌이.’
엘리제는 호미와 비슷한 느낌이 나는 성인 남자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호미의 느낌이 나기는 하지만 자신이 아는 호미와는 다른 외모를 하고 있었다.
“선생님! 저 사람이! 저 사람이!”
“지…… 진아야.”
불안해하는 진아의 모습을 본 호미는 충격을 받았다.
자신의 바뀐 모습을 보면 두 눈에서 하트가 쏟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산산조각이 나 버린 것이다.
아직 인간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너무나도 많은 호미였다.
“진아야. 나야. 나 호미.”
충격은 받은 호미는 더욱더 큰 충격을 받을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
“진아야!”
“호진 오빠!”
호미는 진아가 전에 보았던 중학생에게 달려가는 것을 보며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그런 호미의 옆으로 엘리제가 다가와 물었다.
“너 호미냐?”
엘리제는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호미를 보며 자신의 짐작이 맞다는 것을 알아차리고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변해도 적당히 변해야지. 너 그래서 어떻게 중학교 갈래? 누가 보면 대학생이라고 해도 못 믿겠다.”
엘리제의 한숨에 호미는 몸을 부들부들 떨어야만 했다.
그제야 호미는 자신의 외모에 문제가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흐어엉! 대장장이 양반! 나 돌아갈래에!”
그렇게 호미는 부푼 가슴이 채 한 시간도 되지 않아 푹 꺼지며 매장으로 달려갔다.
“벌써 왔니? 응? 왜 우는 거니?”
“대장장이 양반! 나 호미로 되돌려 줘!”
“뭐? 되돌려 달라고?”
그리고서는 한태석에게 다시 옛날의 모습으로 되돌려 달라고 외쳤지만 가능할 리가 없었다.
“돌려줘! 돌려줘! 내 몸을 돌려줘!”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것은 불완전한 상태다.”
“그럼 나 어떻게 중학교에 가고 진아의 마음을 되돌리라는 말이야! 흐어엉!”
하지만 막무가내인 호미에 한태석은 한숨을 내쉬고서는 괭이자루를 짧게 만들어 주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뼈를 깎는 고통의 과정이었지만 호미는 이를 악물며 그 고통을 견디어 내었다.
그렇게 호미는 적당한 크기(?)가 되었지만 이미 떠나가 버린 마음은 되돌아오기 쉽지 않았다.
그리고 또 다른 존재의 변화 조짐이 있었다.
“마침내 힘을 다 모았네.”
소녀의 모습을 한 존재가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본래 인간이 아니었다는 듯이 자신의 몸의 움직임을 어색해하는 소녀는 눈앞에 보이는 불길을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이봐! 위험해!”
그렇게 불길을 바라보고 있는 소녀는 한 소방관이 자신을 향해 뛰어오는 것을 보았다.
“박성길?”
소녀는 소방관을 아는 듯 보였다.
하지만 소방관은 소녀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듯이 외쳤다.
“이봐! 위험하다고. 어서 물러서. 잘못하면 다쳐.”
“…….”
소녀는 박성길을 빤히 바라보더니 피식 미소를 짓고서는 박성길의 뺨에 뽀뽀를 해주었다.
“히익! 너…… 너! 너!”
“조심해서 불 꺼. 아저씨.”
경악하는 박성길을 향해 인사한 소녀는 걸음을 옮겨 어딘가로 사라졌다.
사라지며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소녀였다.
“정말이지 귀찮아 죽겠다니까. 자기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