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01
제 101화
35.
서울 강남의 한 빌딩의 회의실에서 열띤 회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최첨단의 하이 테크놀로지가 인류의 삶을 완전히 바꿔버린 21세기였지만 아직도 인간은 수천 년 전에도 그러했듯이 사람들끼리 얼굴을 맞대고서는 대화를 나누며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오늘 점심은 뭐 먹지?”
“감자탕 어떠십니까? 이 팀장님.”
“에이! 김 대리님. 그 건 이틀 전에 먹었지 않습니까? 그리고 감자탕은 저녁 메뉴죠.”
김 대리는 자신 때는 안 그랬는데 요즘 신입들은 참 버릇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막내의 태클에 이 팀장도 헛웃음을 지으며 김 대리에게 말을 했다.
“그래. 감자탕을 점심때 먹는 것은 조금 그렇지?”
“예? 아! 하하하. 그럼 부대찌개는 어떠십니까?”
김 대리의 말에 몇몇 팀원들의 안색이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사실 김 대리도 어쩔 수 없었다.
아저씨 입맛인 이 팀장 때문에 매번 탕이나 국인 점심을 주로 해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것이 맛이 없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매일 그런 음식을 먹는 것이 조금 거북할 뿐이었다.
“그럴까? 허허! 그래. 오늘은 부대찌개로 하자고.”
“하하하! 탁월하신 결정이십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메뉴를 먹는다는 것보다는 아부를 하는 김 대리가 미운 팀원들이었다.
그래도 기분이 좋아 보이는 이 팀장에 오늘 회의의 커다란 파고는 넘은 것 같은 생각에 다들 안도하는 팀원들이었다.
자고로 식사 메뉴를 정하는 것보다 힘든 회의는 없는 법이었다.
“자! 그럼 회의 빨리 끝내고 점심 먹으러 가자고. 김 대리 그 거 가지고 와.”
“예! 이 팀장님!”
오늘 회의는 무난하게 끝이 날 것 같은 예감에 김 대리는 싱글벙글하며 자신의 자리에 놓아둔 한 기계를 들고서는 이 팀장에게로 달려갔다.
하지만 그렇게 기분이 좋았던 것이 문제인 듯했다.
왜 불행은 기쁨 뒤에 숨어 찾아오는지. 그 날따라 항상 불만에 차 있는 막내가 옮기다 만 박스에 김 대리의 가늘디가는 종아리가 걸렸다.
김 대리 딴에는 헬스도 다니며 자신의 근육을 자랑했지만 물건도 들어 있지 않은 빈 박스에 허무하게도 김 대리는 넘어져 버렸다.
와장창!
모든 팀원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와중에 회의실 바닥으로 요란하게 넘어지자 김 대리의 얼굴은 붉게 타올랐다.
그 당혹감과 창피스러움은 전염되듯이 김 대리뿐만 아니라 팀원들에게도 퍼져 나갔다.
“어? 아!”
하지만 이내 팀원들의 얼굴은 경악으로 물들어 갔다.
김 대리가 넘어진 부끄러운 모습보다 큰일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김 대리님!”
“어! 아 괜찮아. 괜찮아.”
평소 마음에 두고 있던 여자 직원의 외침에 괜찮다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던 김 대리는. 조금 전까지 기분 좋게 웃고 있던 이 팀장의 흉악한 표정을 보았다.
무언가 문제가 생겼음을 깨달은 김 대리는 자신의 손에 들린 물건으로 시선을 급히 옮겼다.
“아!”
김 대리는 망했음을 깨달았다.
그것도 제대로 망했다.
“김 대리!”
“티…… 이 팀장님!”
이 팀장의 화가 난 모습에 김 대리는 오늘 부대찌개가 아니라 혼자 화장실에서 밥을 먹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외쳤다.
“죄……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다야! 어? 그게 얼마짜리인지는 알아! 어? 그거 하나뿐이라고!”
김 대리의 손에 들려 있던 기계가 반으로 부서져 있었다.
연구소에서 만들어져서는 곧장 기획팀으로 옮겨진 지 하루도 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신상품이었다.
성능 실험과 회의를 마치고 전무님에게 넘겨져 회장님에게까지 보고가 올라가야 할 물건이었다.
그런 물건을 부숴버렸으니 평소 보살 같다는 이 팀장의 표정이 악귀가 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그거 당장 고쳐 와! 점심시간 전에! 알았어!”
이 팀장의 호통에 김 대리는 눈앞이 노래졌다.
하필이면 왜 통로에 상자가 있었는지, 왜 자신의 다리는 그 정도 상자에도 힘없이 넘어져 버렸는지. 그리고 자신이 들고 있던 물건은 왜 이리도 쉽게 부서져 버렸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눈물이 두 눈에서 차올랐지만 울 수는 없었다.
내년 과장 진급을 앞두고 있는 김 대리였기에 어떻게든 수습을 해야만 했다.
“알겠습니다.”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반으로 쪼개져 버린 기계를 들고 선 김 대리는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한참 고민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연구소로 달려가 새로운 물건을 하나 더 구해 오는 것일 터였다.
하지만 그건 쉽지 않았다.
해당 기계의 중요성이 꽤 높은 탓에 자신의 앞에서 화를 내고 있는 이 팀장보다 높은 분이 연구소에서 자리 잡고 관리하던 물건이었다.
더욱이 해당 연구소장의 꼬장이 본사에까지 소문났을 정도라서 김 대리 혼자 가 봐야 잔소리만 듣고 쫓겨날 가능성이 컸다.
회사의 위쪽에 연줄이라도 있다면 비벼나 볼 터였지만 이제 고작 대리인 김 대리에게 연줄이랄 것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나마 연줄도 만년 부장인 이 팀장과의 실오라기 같은 연줄이었지만 그것도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반으로 쪼개진 기계를 들고 회사 밖으로 나온 김 대리는 그 암담함에 눈물을 글썽였다.
어찌해야 할지 모를 갑갑함이 물밀 듯이 밀려오며 김 대리는 마치 퇴직자의 심정으로 회사 주변을 배회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배회를 하던 중 김 대리는 나쁜 일은 거듭 생긴다는 말처럼 구두 뒷굽이 부서져 버렸다.
“아이쿠!”
길거리에 넘어지며 서러움에 눈물을 글썽이는 김 대리는 이대로 집에 가 엄마의 따뜻한 밥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손에 들린 기계뿐만 아니라 구두까지 부숴 먹고 망연자실해 있을 때. 김 대리는 따뜻하면서 힘 있는 목소리를 들었다.
“이 부서진 것이 당신 것입니까?”
“예?”
은은하게 미소를 짓고 있는 젊은 청년의 말에 김 대리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고쳐 드릴까요?”
“하…… 할 수 있나요?”
“뭐. 어렵진 않습니다.”
고쳐준다는 말에 김 대리는 그 가늘디가는 희망을 향해 모든 것을 내던지기로 했다.
‘못 고치기만 해봐! 아주 진상이란 진상은 다 피워 줄 테다.’
김 대리는 자신의 손에 들린 기계를 내밀었다.
물론 그 기계를 고쳐준다는 것이 아니라 부서진 구두를 고쳐준다는 것이었지만 한태석은 자신의 앞으로 내민 부서진 기계를 빤히 보고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일단 들어오시죠. 구두도 고쳐 드릴 테니까요.”
후끈한 대장간에서 일하다가 잠시 숨 좀 돌리려고 밖에 나와 있던 한태석은 김 대리를 만나 다시 대장간으로 들어갔다.
일단 매장에서 김 대리의 부서진 구두를 고쳐주고서는, 부서진 기계를 들고 대장간 안쪽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여긴.”
“아! 너무 걱정 마세요. 금방 고쳐 드릴 거에요.”
김 대리는 상큼한 미소를 짓고 있는 여종업원이 커피 한 잔을 주는 것에 감사의 인사를 했다.
김 대리는 처음 들어와 본 곳이었지만 꽤나 특이한 가게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골동품 상점인가?’
강남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일 것 같은 물건들이 가득했다.
그 가게에 두 명의 여자 종업원과 한 명의 남자 직원이 있었다.
조금 전의 한태석까지 한다면 네 명이나 되는 남녀가 가게 안에 있는 것이었다.
규모에 비해서 인원이 조금 많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도도하게 보이는 여자 종업원은 테라스에 앉아 잡지 책이나 뒤적이며 케이크를 먹고 있었다.
“언니. 그렇게 먹으면 살쪄요.”
“걱정 마. 태석 씨가 만든 포크야. 효과 끝내줘.”
혜진은 자신의 앞에 놓인 케이크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한태석에게 다이어트 포크를 만들어 달라고 떼를 쓴 결과 칼로리 제로 포크를 받아낸 혜진이었다.
칼로리 제로 포크로 음식을 먹으면 아무리 많이 먹어도 칼로리는 제로다. 혜진처럼 살이 찌지 않기를 바라는 여성을 위한 포크였다.
물론 완전 제로는 아니었지만, 한태석의 갑옷을 입고 있으면 그 자체로 운동까지 되어서 살이 찔 틈이 없었다.
도대체 이걸 어떻게 만드는지 혜진도 알 수 없었지만. 분명한 것은 이것을 만들어 판다면 한태석은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될 수 있을 거란 사실이었다.
물론 돈 따위는 관심도 없는 한태석이었기에 혜진의 것을 만들어 주고 더는 만들지 않고 있었다.
지민이야 딱히 식탐이 있는 것도 아니라 크게 필요치 않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지는 않았다.
“이번 대회 우승 축하해요.”
“응? 어? 어떻게 알았어?”
혜진은 지민이 자신의 레이싱 대회 우승 사실을 알아차리자 깜짝 놀라며 물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있던 비밀이었는데 지민이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놀라는 혜진에 지민은 당연하다는 듯이 신문을 펼쳐보았다.
“이렇게 눈에 띄는 투구를 쓴 사람이 누구겠어요. 이거 전에 사장님이 혜진 언니한테 준 거잖아요.”
사신에는 마치 중세 시대의 투구같은 모습의 헬멧을 쓴 여자 레이서가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하아! 그렇구나.”
혜진은 다른 이들은 몰라도 지민이나 한태석은 분명 알아볼 수밖에 없는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태석 씨가 싫어하진 않을까?”
“사장님은 관심 없어 보이던데요.”
지민의 말에 혜진은 왠지 실망스러움을 느꼈지만 그래도 이미 스피드의 불길에 심장이 타오르고 있었기에 포기하거나 멈출 수는 없었다.
“그나저나 준우승 한 이 분. 그때 그분 아니었어요?”
“맞아. 태석 씨가 나 말고 고쳐준 차의 주인.”
한태석은 두 대의 자동차를 수리해 주었다.
그 자동차에 대장장이의 혼이 깃들었고 그렇게 차의 주인들은 스피드에 눈을 떠 버리고야 말았다.
그렇게 스피드에 눈을 뜬 두 한국인은 전 세계의 레이싱 그랑프리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하여간 언니가 이렇게 운전 잘하는 줄은 몰랐네요. 흐음! 내 차도 사장님한테 개조 좀 해달라고 할까?”
지민은 주차장에 주차해 있는 앙증맞은 소형차를 바라보았다.
월급 모아서는 중고차지만 한 대 뽑은 지민이었다.
그렇게 지민이 한태석에게 개조 수리를 맡길까 하는 말을 하자 혜진은 화들짝 놀라며 지민을 말렸다.
“안 돼! 너 그러다가 큰일 나! 큰일!”
혜진은 지민마저 스피드에 눈을 떠 버릴 것이 걱정되어서는 지민을 말렸다.
“헤헤! 걱정 말아요. 저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하니까요. 그나저나 호미 예비 소집 따라갔어야 하는데.”
지민은 호미의 중학교 입학 예비 소집일인 것에 조금 미안함을 느끼며 매장 밖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두 여인의 잡담을 지켜보던 김 대리는 수리가 되기는 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며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만일 수리되지 않는다면 연구소로 달려가야만 했다.
그렇게 김 대리의 눈 아래 다크 서클이 점점 짙어져 갈 때. 매장의 뒤쪽에서 망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깡! 깡! 깡!
그 의미심장한 망치 소리가 한참을 들려오고. 김 대리는 자신의 손에 고쳐진 기계를 받을 수 있었다.
“구두 수리하고 이것하고 삼만 원입니다.”
그렇게 한태석은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있던 김 대리를 구해 주었다.
하지만 김 대리는 몰랐다.
자신의 이 행동이 인류의 커다란 변혁을 이끌게 될 거란 사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