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03
제 103화
“참 용하단 말이지.”
“뭐가요?”
라면을 먹고 있던 고참 소방관의 말에 다른 소방관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가끔 앞뒤 말 다 잘라 먹고 툭 던지는 말을 하는 상관임을 알기에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대꾸는 해줘야 했다.
“아니! 우리 사리가 오고부터 사망자가 한 명도 나오질 않는단 말이지.”
김명복 소방관은 자신의 옆에서 라면을 게걸스럽게 먹고 있는 사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으르릉!
“아! 아! 미안! 미안! 먹어! 먹어!”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든다는데 김명복 소방관은 사리가 으르렁거리는 것에 미안한지 자신의 라면을 조금 더 덜어 줬다.
아무리 큰불에도 사리와 함께하면 어째서인지 희생자가 나오지 않았다.
화상을 입은 이는 있어도 사망자는 없었기에 다들 사리를 행운의 아이콘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더욱이 우리도 부상을 입은 사람이 거의 없잖습니까. 정말이지 천운이에요. 천운.”
워낙에 위험한 일을 하니 부상은 몸에 달고 사는 것이 소방관의 숙명이었다.
하지만 사리와 함께라면 부상은 있을지언정 큰 부상이나 사망 사고는 지금까지 없었다.
그러니 사리는 강남 소방서의 마스코트가 되어가고 있었다.
“아무튼, 다들 고생했다. 사리도 고생했고.”멍!
우렁차게 외친 사리는 주변을 힐끔 둘러보고서는 매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사리 집에 가려나 보다. 성길아, 사리 집까지 데려다주고 와라.”
“예? 알아서 잘 가는데요.”
박성길은 팀장의 말에 사리를 힐끔 바라보았다.
불만 나면 어떻게 아는지 기가 막히게 먼저 와있는 사리였다.
소방서에도 가끔 심심하면 놀러 왔다가 홀연히 집으로 돌아가 버리는 똑똑한 사리였다.
“요즘 말이 많잖아. 우리 사리가 그러진 않겠지만 그래도 조심해야지.”
개에게 물려 다친 사람들이 방송에 나오며 목줄 없는 개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늘어나 있었다.
사리도 괜히 목줄 없이 돌아다니다가 문제가 생길까 걱정이 된 김명복 소방관이었다.
“아! 예! 알겠습니다.”
박성길은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사리를 붙잡으려고 했다.
“응? 너 그 목줄은 어디서 났냐?”
사리가 그다지 크지는 않았기에 안아 들고 한태석의 대장간으로 가려던 박성길은 어느 사이엔가 기다란 목줄을 자신의 입으로 물고 있는 사리를 볼 수 있었다.
“응? 와하하하하! 이거 셀프 목줄인가? 잠시만 기다려 봐. 사진 좀 찍자.”
사리가 자신의 목줄을 직접 물고 있는 광경이 웃겼던지 소방관들은 이리저리 사진들을 찍어대었다.
사리의 목줄은 한태석이 만들어 준 것으로 목줄이 없어도 목걸이 부분에서 목줄이 빠져나오는 구조였다.
사리가 직접 그 목줄 부분을 빼낸 것이었다.
“그럼 갔다 오겠습니다.”
“그래라.”
박성길은 사리의 목줄을 잡고서는 한태석의 대장간으로 걸음을 옮겼다.
“사리는 응아 안 하니?”
움찔!
박성길은 개똥 봉투를 하나 챙기고서는 사리가 알아듣지는 못하겠지만 응아 안 하느냐고 물었다.
박성길은 사리가 못 알아들을 것이라고 여겼지만 사리는 인간의 말을 알아듣고 있었다.
왕! 왕!
“어? 왜 그래?”
사리는 어디서 숙녀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며 박성길을 향해 짖어대었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박성길의 다리를 꽉 물어서는 박성길의 버릇을 고쳐놓고자 했다.
“악! 사리야! 너 왜 그래? 너 무는 개였니?”
박성길은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나 알 수 없었지만 사리의 히스테리에 팔짝팔짝 뛰어야만 했다.
그렇게 사소한 다툼을 일으키며 한태석의 대장간으로 향하고 있을 때 사리는 무언가를 느끼고서는 걸음을 멈추었다.
박성길은 그런 사리에 의아해하다가 자신들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한 남자를 볼 수 있었다.
“응? 뭐니? 아는 사람이니?”
박성길은 자신을 막고 있는 남자에게서 왠지 위화감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 위화감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다.
“후훗! 역시 알아보는 건가?”
“예? 누구시죠?”
박성길은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하는 남자에 경계심을 가지고 사리의 목줄을 움켜쥐었다.
왠지 자신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사리에게 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순순히 죽을 생각은 없겠지?”
“뭐? 당신 뭐야? 헉!”
남자의 말에 박성길은 인상을 굳히며 사리를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목덜미를 강하게 후려치는 충격에 의식의 끈을 잃어야만 했다.
쿵!
질질질!
박성길의 목덜미를 후려친 것은 정체불명의 남자가 아니라 사리였다.
사리는 앙증맞은 손으로 박성길의 목덜미를 후려쳐 기절을 시키고서는 한쪽 구석으로 질질 끌어 놓고서는 자신의 목줄을 목걸이 안으로 집어넣었다.
도저히 개가 만들 만한 광경은 아니었지만 사리는 일반 개가 아니었으니, 순식간에 박성길을 해치워 버리고서는 사악한 기운이 풍기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일반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사리의 눈에는 남자의 어깨에 요괴인 여우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요괴와 함께 하는 사악한 인간이라.’
아직 어린 여우였지만 분명 구미호 일족의 여우였다.
구미호가 요괴라 불리기에는 그 신성이 높았지만 사리의 눈에는 구미호도 한낮 요괴에 불과했다.
무슨 목적으로 자신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코 호의적으로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요괴는 사리의 적이었다.
사악한 것을 물리치는 것이 불가사리의 존재 의미이기도 했기에 사리는 겁도 없는 인간 따위라 여기며 입안에서 화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역시 요괴로군. 이번에는 상당히 강한 요괴.”
“만득아. 저…… 저건 요괴가 아니야.”
“뭐? 요괴가 아니라고?”
오만득은 자신의 어깨 위에서 안색이 창백해져 가는 아리의 말에 인상을 찡그리며 사리를 바라보았다.
앙증맞고 못생긴 강아지 모양의 개가 점점 몸이 부풀어 오르며 커다란 불독 정도의 크기로 변해있었다.
얼굴도 외모도 변해가는 사리의 모습은 일반 짐승이 아닌 요괴의 모습이었지만 아리는 사리가 어떤 존재인지 어렴풋이 알아볼 수 있었다.
물론 불가살을 아리가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일 정도로 불가살은 만나기 힘든 존재였다.
“요…… 요괴가 아니야.”
“그래. 나는 불가살. 불사의 신수이다.”
사리의 입에서 놀랍게도 인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곰과 코끼리 그리고 호랑이의 모습을 닮은 불가살은 그 어떤 방법으로도 죽일 수 없다는 괴물이었다.
“고작 나를 요괴 따위로 보았다니. 네놈의 사악함을 심판하겠다.”
오만득은 사리의 입이 웃는다는 느낌에 이를 악물고서는 요괴를 죽이는 창을 사리에게로 휘둘렀다.
“어림없다!”
사리는 자신에게로 뻗어오는 창날을 입으로 물어서는 그대로 부서트렸다.
철은 자신에게 있어서 먹이에 불과했다.
한태석이 만든 물건도 시간이 걸릴 뿐 먹어치우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그러니 오만득의 창도 충분히 먹어치울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응? 이건?”
오만득의 창날을 날카로운 이빨로 물어뜯는 사리는 창날이 무척이나 질기고 단단함에 놀라야만 했다.
자신이 먹어치우지 못하는 금속은 분명 없지만 장인에 의해 단련이 된 금속은 시간이 무척이나 많이 걸렸다.
특히나 한태석이 만든 것은 불가살도 꽤나 고생을 해야만 했다.
그런데 정체불명의 남자가 들고 있는 금속이 한태석만큼이나 어렵다는 것에 놀란 것이다.
“괴물 자식! 하지만!”
오만득은 불가살이 확실히 대단해 보였지만 그만큼 아리의 여우 구슬의 요기를 채우기에 좋은 사냥감이라는 생각을 했다.
창날은 부러졌지만 창날을 입에 물고 우물쭈물하고 있는 사리를 보며 자신감을 가진 것이다.
이미 수많은 요괴와의 싸움에서 오만득이 만든 창날은 몇 번이고 부러졌었다.
그렇기에 다른 무기를 꺼내서는 사리를 향해 휘두른 것이다.
“소용없다! 어리석은 인간이여!”
사리는 잘 씹히지 않는 창날을 뱉어내고서는 오만득에게로 달려들었다.
요괴를 제압하는 창날과 암기들이 사리의 몸에 쏟아졌지만 무엇 하나 사리의 두꺼운 가죽을 뚫지는 못했다.
“칫! 괴물 자식!”
오만득은 지금껏 상대했던 요괴들과는 차원이 다른 사리에 이를 악물고서는 아리의 여우 구슬을 꺼내었다.
아무리 불사의 신수라고는 하지만 분명 약점은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오만득이었다.
그렇게 오만득의 손에 들린 여우 구슬에서 검 분홍빛의 운무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환영의 안개가 주변으로 퍼져 나가는 것이었다.
환영의 안개는 오감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환상을 보게 하고 그 환상이 실재한다고 몸과 정신이 착각을 일으키게 만든다.
그런 환영의 안개가 사리의 몸을 휘감았다.
하지만 오만득의 상대가 좋지 않았다.
“어림없다! 감히 나에게 이딴 짓이 통할 것이라 보았더냐!”
사리의 입에서 업화의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화르륵!
안개를 모조리 불태워 버릴 듯이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불길에 환영의 안개는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무슨!”
온통 불길이 사방으로 치솟아 오르는 광경에 오만득은 경악하며 불길의 중앙에서 오만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리를 바라보았다.
“상대는 신수야! 요괴 따위가 아니라고! 아직 완전체가 되지는 못한 것 같지만 완전한 구미호가 아니면 상대할 수 없어!”
아리는 사리를 보며 오만득에게 경고했다.
자신들이 상대하기 불가능한 괴물임을 이제야 알아본 것이었다.
멀리서 불길이 치솟고 그 불길이 일반적이지 않은 것을 느끼고서는 접근했던 오만득과 아리였다.
불의 요괴 정도로만 알고 다가왔지만 상대가 요괴가 아닌 신수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다.
“도망칠 생각은 포기해라.”
상성이 좋지 않았다.
오만득도 분명 엄청난 힘을 손에 넣은 것은 분명했지만 사리는 대장장이와 극악의 상성을 가진 존재였다.
‘그리고 저자의 창에서 주인 양반의 기운이 느껴지는데.’
사리는 자신이 물어뜯은 창에서 한태석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에 그 이유를 알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오만득에게로 다가가던 중 사리는 익숙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어? 사리 아니야? 뭐 하냐?”
“응?”
사리는 골목 입구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호미를 보았다.
적당히 키가 작아진 호미는 책가방을 메고서는 사리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네놈도 요괴구나!”
오만득은 호미에게서도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의 느낌을 받고 호미에게 날카로운 비수를 던졌다.
사리에게는 통하지 않았지만 호미에게는 충분히 통할 만큼 날카로운 비수였다.
“안 돼!”
호미에게 오만득의 비수가 날아가자 사리는 급히 몸을 날려 호미의 앞을 가로막았다.
푸욱!
“아!”
호미는 자신에게로 날아오는 비수와 함께 사리가 자신의 앞을 가로막아 붉은 피와 함께 쓰러지는 것을 두 팔로 안았다.
그리고 비수를 던진 오만득이 도망치는 것을 보았다.
“사…… 사리야.”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사리를 덜덜 떨리는 손으로 안은 호미의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갔다.
거기에 더해 호미는 사리가 어린 소녀로 모습이 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36.
“대장장이 양반! 대장장이 양반!”
오후의 평화가 산산이 조각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고양이 똥 커피를 음미하고 있던 지민과 혜진은 간만의 고요함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호미가 피를 흘리고 있는 여자아이를 들고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