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04
제 104화
호미의 그 모습에 지민과 혜진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니가 마침내 사고를 쳤구나!’
‘내 저럴 줄 알았다만!’
호미에 대한 불신이 뿌리 깊은 지민과 혜진은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며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별다른 말 없이 두 사람은 매장의 문을 닫고 통유리 창의 커튼을 치며 범죄 현장(?)을 은폐하기로 했다.
미우나 고우나 일단은 정이 든 호미였으니 자신들의 손으로 어떻게든 해결을 할 수 있다면 해결을 해 보려는 생각이었다.
뭐 안 되면 호미를 소년원에 보내 버릴 생각이었지만 일단은 무슨 일인지부터 알아보는 것이 중요했다.
“대장장이 양반! 빨리 나와 보라니까!”
호미의 외침에 대장간 안에서 한태석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수건으로 닦으며 나왔다.
“무슨 일이냐? 응?”
한태석도 호미의 손에 여자아이가 피를 흘리며 안겨 있는 것을 보고서는 지민과 혜진을 바라보았다.
복잡미묘한 시선들이 세 사람 사이를 휘감고 한태석은 엄한 표정으로 호미를 향해 호통을 쳤다.
“너 무슨 짓을 한 거냐? 사람을 공격한 것이냐?”
호미가 도깨비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한태석은 도깨비보다 여전히 에고 소드로 여겼다.
물론 호미가 무기가 아닌 농기구이기는 하지만 농기구라고 해서 사람을 공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괭이자루를 잘라내기는 했지만 호미의 힘은 호미일 때보다 월등하게 강해져 있어서 어지간한 무기의 성능을 뛰어넘고 있었다.
호미는 한태석으로부터 의심을 받자 울컥 화가 치밀어 올랐다.
더욱이 지민과 혜진의 눈빛도 불신이 가득한 것에 기가 찼지만 일단 그것보다 자신의 팔에 안겨 있는 여자아이가 더 중요했다.
“그런 거 아니거든! 그리고 이 아이 사리야!”
호미의 말에 한태석과 지민 그리고 혜진은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듯이 호미를 바라보았다.
세 사람이 아는 사리는 못생긴 강아지였지 여리여리한 여자아이가 아니었다.
“사리라고! 사리!”
“뭔 소리 하는 거야? 아무튼 무슨 일이야? 그리고 애가 다쳤으면 경찰에 전화하고 병원으로 가야지!”
“그래. 병원부터 가야겠네. 그런데 정말 네가 한 짓 아니지? 호미야?”
“아니라고!”
일단 호미가 한 짓이 아닌 것에 안도한 지민과 혜진은 고통스러워하는 여자아이의 팔에 박힌 암기를 바라보았다.
꼽는 거야 문제도 아니었지만 잘못 뽑으면 피가 더 많이 나와 자칫 쇼크가 올 수도 있었다.
그렇게 호미는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세 사람에 답답하다는 듯이 발을 동동 굴렀다.
“아니! 그러니까 이 아이가 사리라고! 불가살! 야! 넌 무기로 공격받아도 안 다치는데 왜 이번에는 다쳤냐아!”
“으으으!”
호미는 사리에게 으르렁거리며 화를 냈다.
그런 호미에 사리는 고통스러운 듯이 두 눈에 눈물을 흘리며 애처로운 눈빛으로 한태석을 바라보았다.
“이놈이!”
“악!”
한태석은 호미의 외침에 결국 화를 내며 호미의 머리를 주먹으로 후려치고서는 사리의 몸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
“사장님. 구급차 부를까요?”
“잠시만 기다려 봐. 이 비수 보통 물건이 아닌 것 같아.”
한태석은 사리의 팔에 박힌 비수로부터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피어오르고 있음을 보았다.
‘이건 저주받은 물건인데. 더욱이 기운을 빼앗는 꽤나 악질적인 힘이 깃들어 있어.’
누가 만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꽤 질 나쁜 물건이라는 것에 한태석은 일반인은 뽑아내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호미야. 안에 들어가서 황금 빠루 가지고 와라.”
“끄응! 알았어.”
억울하게도 한태석에게 맞은 호미였지만 사리의 부상이 더 중요하다는 것은 확실하므로 서둘러 한태석의 대장간으로 향했다.
그렇게 호미가 자리를 비우자 고통스러워하던 사리는 눈물이 고여 있던 두 눈을 끔벅이더니 힐끔 호미가 사라진 대장간으로 들어가는 통로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아우! 생각보다 아프네.”
“응? 너 누구지?”
한태석은 팔에 저주받은 암기가 박히고 피가 흘러나오는데도 불구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여자아이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언가 익숙한 기운이 느껴지고는 있었지만 한태석이 아는 존재와 눈앞의 여자아이와는 너무나도 큰 괴리감이 있었기에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긴. 사리지. 사리. 주인 양반.”
“뭐? 사리?”
“그래! 불가살 사리.”
사리의 입에서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자 한태석과 지민 그리고 혜진은 멍하니 사리의 몸을 훑어보았다.
여리여리한 몸에 상큼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리의 모습은 매장 바닥에서 퍼질러 누워 잠이나 자던 사리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이질적이었다.
“사리? 어떻게?”
혜진의 물음에 사리는 싱긋 웃으며 대답을 했다.
“변신했으니까.”
변신이 어디 동네 강아지 이름도 아니기는 했지만 사리도 일반 강아지는 아닌 신수라는 동물이었으니 변신을 할 수도 있다고 여기면 편할 터였다.
이미 낮도깨비도 사람 모습으로 돌아다니고 있고 로봇도 있으며 지민이나 혜진은 못 믿고 있지만 외계인 직원도 한 명 서식하고 있었다.
더욱이 엘프라는 판타지스러운 종족도 있는 판에 사리가 인간 모습으로 변신을 했다는 것 정도는 믿어 줄 수도 있었다.
하여튼 인간으로 변신을 한 사리라는 말에 다들 얼이 빠져 있을 때 사리가 태연스럽게 말했다.
“아무튼 이거 뽑아만 줘. 내가 뽑을 수는 있는데 그러면 좀 이상하잖아.”
뭐가 이상하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리는 손가락으로 오만득의 암기를 툭 건드리고서는 호미의 외침 소리에 급히 손가락으로 침을 묻혀서는 두 눈가에 찍어 바르는 것이었다.
“대장장이 양반! 빠루 가지고 왔어! 빨리 사리 몸에서 뽑아 줘!”
호미의 손에 다시 만든 황금 빠루가 들려 있었다.
한태석은 호미에게서 황금 빠루를 받아서는 고통스러워하는 사리를 빤히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고서는 오만득의 암기를 빠루로 뽑아내었다.
땡그랑!
피 묻은 암기가 매장 바닥에 떨어지며 붉은 열기가 매장 허공 위로 피어올랐다.
사리의 몸에서도 붉은 열기가 뿜어지는 것이 사리의 피의 특성인 듯 보였다.
“으으! 아…… 아파.”
사리는 고통스러워하며 호미의 품 안으로 안겼다.
“마…… 많이 아파? 제길! 그 자식! 다음에 보면 가만두지 않을 테다!”
호미는 고통스러워하는 사리를 안고서는 오만득을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그런 사리의 모습에 지민과 혜진은 기가 차다는 듯이 사리를 쏘아보았다.
‘저것이 아주 여우네. 여우야.’
조금 전까지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던 것이 호미의 앞에서 어리광을 부리고 있는 것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사리가 무슨 의도로 이리 행동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한태석은 이를 가는 호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물었다.
사리에게는 별다른 위협이 되지는 않았지만 바닥에 떨어져 있는 암기는 예사로 볼 만한 물건이 아니었다.
사리가 아닌 다른 사람이 맞았다면 병원으로 달려가도 제대로 치료가 가능할지 알 수 없는 물건이었다.
“어떤 정체불명인 자가 사리와 싸우고 있었어! 아! 이 애 진짜 사리야! 사리라고! 진짜라니까.”
“그래. 사리인 거 알아. 정체불명이라니? 대체 누구길래?”
호미는 자신의 품에 안겨 있는 사리의 정체를 열심히 해명하다가 이제야 자신의 말을 믿어주는 사람들에 한숨을 내쉬며 자신이 보았단 남자의 얼굴을 떠올렸다.
“누군지는…… 그러고 보니까.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누구였지?”호미는 분명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는 생각을 하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호미가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한태석이 방송에 나올 때 라이벌로 오만득의 얼굴을 자주 비춰 주었기에 호미도 어렴풋이 기억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고개를 갸웃거리는 호미에 답답한 사리는 신음을 흘리며 오오 거리기 시작했다.
“으으으! 오! 오! 오오!”
“응? 오? 왜 그래?”
멍청한 표정을 짓는 호미의 모습에 화가 난 사리는 호미의 팔을 물어버렸다.
“악! 야! 물지 마! 아프다고! 이건 사람으로 변해도 이빨이 왜 이리 아프냐?”
“으으! 아파! 아파! 나 주인 양반이 만든 쇠 사탕 먹고 싶어. 아무튼, 오! 오!”
“오?”
아프다면서 한태석이 만든 쇠구슬 사탕을 먹고 싶다는 소박한 소원을 말하고는 오오 거리는 사리에 호미는 그제야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사람의 얼굴과 이름을 입 밖으로 말했다.
“아! 그래! 오만득! 오만득이다!”
“뭐? 오만득? 잠시만. 사장님 공격하고 사라진 그 대장장이?”
지민은 호미의 입에서 오만득이 나오자 깜짝 놀라며 호미에게 거듭 물었다.
“그래! 오만득! 그 사람 맞아! 그 사람이 사리와 싸우고 있었는데 내가 사리를 보고서는 불렀는데, 그 오만득이라는 사람이 나한테 암기를 던졌다고. 그런데 사리가 그 암기를 자기 몸으로 막고서는…….”
호미는 사리가 자신을 구했다는 것을 떠올리고서는 울컥하니 사리의 떨리는 몸을 꼬옥 안아 주었다.
“아무튼 그래서 사리가 갑자기 사람으로 변해서는 에! 그러니까. 너 사람으로 왜 변했냐?”
호미는 횡설수설하며 사리에게 왜 사람으로 변했냐고 물었다.
호미도 다치면 사람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지 거꾸로 되지는 않는 것이다.
그렇게 호미의 질문에 움찔 몸을 떤 사리는 대답하기 곤란하다는 듯이 손으로 이마를 가리며 기절을 하는 듯이 신음을 흘렸다.
“아아아!”
“앗! 사리야! 사리야! 정신 차려!”
사리가 기절하는 것에 호미는 깜짝 놀라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런 두 어린 소년과 소녀의 모습에 한태석과 지민 그리고 혜진은 잘 논다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호미는 옥탑방으로 사리 데리고 가서 병간호 좀 해라. 조금 쉬면 될 거다.”
“어? 어! 알았어.”
한태석의 말에 호미는 사리를 안아 들고서는 한태석의 옥탑방으로 향했다.
그렇게 매장에서 호미와 사리가 사라지자 지민과 혜진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듯이 한태석을 바라보았다.
오만득은 한태석을 공격하고 난 뒤에 행적이 묘연해서 아직 경찰에 잡히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 오만득이 한태석뿐만 아니라 사리와 호미까지 노린 것이다.
한태석은 매장 바닥에 떨어진 오만득의 비수를 손으로 들어 올리며 비수를 노려보았다.
‘오만득. 대체 너는 뭘 하려고 하는 것이냐.’
오만득이 어둠의 길을 걷고 있음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일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던 한태석이었다.
대장장이들은 보조적인 존재들이었기에 대부분의 다크 스미스들은 사악한 마법사나 연금술사. 그것이 아니라면 타락한 권력자와 손을 잡는 식이었지 자신이 직접 음모를 꾸미는 경우는 적었다.
하지만 오만득은 직접적으로 무언가를 꾸미며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한태석은 더 이상 오만득을 그냥 놔두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쇠 구슬 사탕.”
“…….”
침대에 누워 절대 안정을 취하고 있는 사리를 위해 호미는 병간호를 해주고 있었다.
사실 암기가 호미에게 날아온다고 해도 호미가 죽을 일은 없었지만 어찌 되었든 호미를 위해 사리가 몸을 날려 다쳤으니 호미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은 없었다.
“잠시 기다려.”
“아! 너무 아파. 마이 아파. 나 이대로 죽는 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