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05
제 105화
호미는 왠지 지민과 혜진이 했던 그 어색하기 짝이 없는 발연기가 떠올랐지만 실제 암기에 맞아 피를 흘린 사리였기에 엄살 부리지 말라는 말도 하지 못한 채로 한태석에게 사리가 먹을 쇠 구슬을 얻으러 대장간으로 향했다.
“히히!”
사리는 그렇게 호미가 옥탑방에서 나가자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엄살을 제대로 부리는 사리를 뒤로하고 한태석에게로 간 호미는 한태석에게 쇠 구슬을 내놓으라고 외쳤다.
“대장장이 양반! 쇠 구슬 줘.”
한태석은 자신에게 뭐 맡겨 놓은 듯이 외치는 호미에 어이가 없었지만 사리가 주문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별로 다친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큰일을 겪었으니 어지간한 응석은 받아줘야 할 터였다.
오만득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한 한태석이었지만 부상을 당한 사리를 위해 사리가 좋아하는 쇠 구슬을 만들기 시작했다.
쇠 구슬이라고는 하지만 어설프게 만들었다가는 사리의 입안에서 금방 녹아 사라져 버리기에 꽤 공력을 들여야만 했다.
그렇게 질 좋은 쇠를 녹여 구슬 모양으로 만든 뒤에 망치로 열심히 두들겨 사리의 쇠 구슬 사탕을 만드는 한태석은 사리를 위해 쇠 막대 사탕(?)과 쇠 뼈다귀까지 만들었다.
그렇게 만들어도 며칠 가지 않을 터였지만 사리에게 시달릴 호미나 호미에게 시달릴 자신을 위해 넉넉하게 만들어 두려는 것이었다.
그렇게 사리에게 줄 물건들을 만들고 있을 때 한태석은 호미가 쇠를 가는 연마기구 앞에 앉아서는 자신의 손을 갈고 있는 것을 보았다.
“너 뭐하냐?”
“날 갈고 있어.”
사람이었다면 피가 뿜어져 나올 일이었지만 호미의 손에서는 붉은 불꽃이 튀고 있었다.
“날은 왜?”
“그 자식 만나면 가만 안 두려고.”
호미의 눈에서 불똥이 튀고 있었다.
농기구이기에 무기로서는 그다지 효율이 높지 않은 호미였다.
물론 농기구라고 해서 공격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호미는 자신의 날을 날카롭게 갈아서는 오만득과 만나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을 하는 것이다.
한태석은 그런 호미를 말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했지만 말린다고 그만둘 호미가 아님을 알기에 한숨을 내쉬었다.
한태석의 전생 세계에서 복수는 피해자의 당연한 권리였다.
법보다 주먹이 먼저인 세계였고 무력이 없다면 언제 어디서 몬스터에게 잡혀먹힐지 알 수 없는 세계였다.
더욱이 마족들의 침공으로 인해 어린아이도 검을 들어야 할 만큼 비정하고 고통스러운 세계였다.
그러니 호미가 자신을 지킬 힘을 기르겠다는 것을 한태석이 말릴 이유는 없었다.
“그렇게 갈면 안 된다. 이리 줘 봐.”
“응? 악! 악! 아파! 아파! 아프다고!”
한태석은 호미의 손을 잡고서는 과감하게 움직여 빠르게 돌아가는 연마기에 날카롭게 갈아버렸다.
어설프게 갈 바에는 확실하게 갈아야 호미도 위험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호미의 손을 날카롭게 갈아준 한태석은 호미의 손에 사리에게 줄 쇠 사탕들을 안겨주었다.
“후! 후! 대장장이 양반, 이 원한은 내 결코 잊지 않겠다!”
“흐음! 평소에는 본래대로 돌아오나 보군.”
“당연하지!”
호미의 손은 연마기로 갈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손처럼 변해있었다.
꽤나 신기한 광경이었지만 한태석은 호미가 날카롭게 벼려진 손을 들어 보이는 것에 고개를 끄덕였다.
호미를 괭이로 만들 때 꽤 질 좋은 철을 추가했고 한태석이 공력을 꽤나 들였기에 그 자체의 성능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런 성능에 예리함을 추가했으니 어지간한 명검 정도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터였다.
물론 태생이 농기구였기에 무기류에 비해 효율성이 나오지 않는 것이 문제였지만 그런다고 괭이를 검이나 창으로 바꿔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너는 농기구다. 무기가 아니야. 그건 명심해라.”
“알고 있다고! 대장장이 양반!”
한태석의 경고에 호미는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사리가 누워 있는 옥탑방으로 향했다.
그렇게 옥탑방에 도착한 호미는 TV를 보다가 호미가 오는 기척에 놀라 침대로 뛰어들어가 끙끙 앓는 사리를 볼 수 있었다.
“아이고! 아이고! 마이 아파. 마이.”
“…….”
호미는 사리가 절대 개가 아니라 여우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사리의 칭얼거리는 입안에 쇠 구슬을 집어넣었다.
“마이따.”
쇠 구슬의 어디가 맛있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리의 행복한 미소에 호미의 입가에도 미소가 지어졌다.
매번 사리가 호미를 괴롭혔지만 이제는 나름 정이 든 것이다.
“다음부터는 그렇게 위험한 짓 하지 마.”
“…….”
사리는 자신을 무척이나 진지하게 바라보며 타이르는 호미에 놀란 눈으로 바라보다가 살짝 볼에 홍조를 띠었다.
“지켜줄 끼가?”
입안에 든 커다란 쇠 구슬 때문인지 사투리가 튀어나오는 사리에 호미는 인상을 구겼다.
“니가 나보다 더 강하잖아!”
호미는 사리가 자신보다 더 강하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히히! 그럼 나는 계속할 건데.”
하여간 말은 죽어도 안 듣는다는 생각을 하며 호미는 사리의 병간호를 해야만 했다.
다음 날 아침. 호미는 잠들어 있는 사리의 얼굴을 바라보고서는 차갑게 굳은 표정을 하며 책가방을 메고 학교로 향했다.
당장에라도 오만득을 찾아 나서고 싶었지만 호미는 학생이었기에 학교로 가야만 했다.
학교를 마치고 오만득을 찾아 나설 생각인 호미였다.
‘그 전에 지금 내 힘으로 그놈을 잡을 수 있을까.’
날카롭게 손을 갈았다고는 하지만 한태석의 경고처럼 자신은 무기가 아닌 농기구였다.
전투에는 적합하지 않았고 전투 경험도 무척이나 적었다.
자칫 자신이 당할 것이라는 사실 정도는 오랜 삶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호미였다.
무언가 도움을 청할 만한 사람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호미였다.
“그것이 꼭 사람일 필요는 없지.”
호미의 입가에서 의미심장한 미소가 지어졌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대장장이 양반! 사리 좀 들여다봐!”
“그래. 알았다. 고생해라.”
한태석의 배웅 인사를 받으며 씩씩하게 얼마 전에 입학한 중학교로 향하는 호미였다.
그렇게 이제는 서먹함이 사라지고 친근함이 가득한 중학교 교실에서 천진난만하게 웃고 떠들고 있을 때. 아침 조회 시간에는 별로 볼 일이 없는 학생 주임이 호미의 반으로 들어왔다.
“조용! 조용! 다들 조용히 해라!”
무서운 얼굴로 조용히 시키는 학생 주임 선생님에게 호미의 반 아이들은 의아한 듯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푸짐한 외모의 담임선생님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학생 주임 선생님은 자신이 호미의 반으로 들어온 용건을 말하기 시작했다.
“큼! 너희들에게 전할 안 좋은 소식과 좋은 소식이 있다.”
선생님들의 레퍼토리가 식상하기 그지없었지만 두 가지 소식 중에 좋은 소식 먼저 듣고자 한 아이가 좋은 소식부터 알려달라고 외쳤다.
“안 돼! 안 좋은 소식부터 전해 준다.”
완전히 자기 멋대로였지만 학교 내의 권력은 아무래도 학생보다 선생님이 강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이선영 선생님께서 다치셔서 병가를 내셨다.”
“예? 많이 다치셨어요?”
“아니 많이 다치신 것은 아닌데. 음! 그게 피치 못할 사정이 있으셔서.”
학생 주임 선생님은 학생들에게는 말 못한 사정을 떠올리며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한숨을 내쉬었다.
전날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다가 너무 열중하는 바람에 직장이 빼꼼히 인사를 했다는 사실을 학생들에게 밝힐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아무튼 그 때문에 임시지만 새로운 미녀 담임선생님께서 오셨다.”
흐뭇하게 웃는 학생 주임 선생님은 미녀라는 말에 강하게 힘을 주어 강조를 했다.
“오오!”
다들 기대감 어린 눈빛으로 미녀 담임선생님과의 진도를 쑥쑥 빼는 어린 학생들을 뒤로하고 호미에게는 왠지 모를 불안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에이! 설마 아니겠지?’
왠지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은 예감이 들었지만 이번에는 아닐 것이라며 고개를 내젓는 호미였다.
“자! 들어오세요. 엘리제 선생님!”
학생 주임 선생님의 외침과 함께 교실의 문이 열리며 마치 자체 발광을 하는 듯한 굉장한 미녀가 교실 안으로 도도하게 걸어 들어왔다.
“야! 또 왜에?”
엘리제가 교실 안으로 들어오자 호미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엘리제에게 삿대질을 하며 고함을 질렀다.
“…….”
“…….”교실 안 모든 이들의 시선이 호미에게로 모여지고 학생 주임 선생님의 얼굴이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물론 엘리제의 표정에는 아무 변화도 없고 미동도 하지 않은 채였다.
“너 나와!”
호미는 기세등등하니 나오라는 학생 주임 선생님과 허공과 자신의 엉덩이 위를 휘날리는 몽둥이에 왠지 모를 기시감을 느껴야만 했다.
그렇게 단번에 호미는 인기인이 될 수 있었다.
연예인의 뺨을 후려갈길 만한 미모의 여 선생님과 아는 사이라는 소문이 전교에 퍼진 것이다.
하지만 호미에게 있어서는 악연의 연속일 뿐이었다.
“어떻게 된 거야?”
“뭘? 이리로 온 거? 당연한 거 아니야? 너도 진학 했듯이 나도 진학해야지.”
호미의 질문에 엘리제는 호미가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올라갔듯이 자신도 초등학교 교사에서 중학교 교사로 올라가야 하는 거 아니냐며 당연한 듯이 호미를 바라보았다.
“그게 말이 안 되잖아! 초등학교 선생님은 계속 초등학교만 가르쳐야 한다고!”
“뭐? 그게 정말이야?”
엘리제는 정말 몰랐다는 듯이 호미를 바라보았다.
호미는 그런 엘리제에 대체 어떻게 선생이 되었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접근했었지.’
마법이니 뭐니 하는 지구인들에게는 너무나도 낯선 힘을 사용할 줄 아는 엘프였으니 엘리제가 중학교 임시 담임으로 오는 건 조금의 번거로움만 감수하면 되는 일이었다.
하여튼 호미가 다니는 중학교 교사로 온 엘리제는 꽤 뻔뻔하지만 예쁜 얼굴로 호미를 바라보았다.
“후우! 내가 말을 말아야지. 뭐 어차피 나도 찾아가려고 했으니까.”
“나를 말이냐? 흐음! 설마 나를 따라 우리 세계로 갈 마음이 든 거야?”
엘리제는 아직도 호미를 포기하지 않았다.
지금 당장은 마왕의 침략을 저지했다지만 언젠가 다시 마왕이 자신들의 세계를 침공할 터였다.
그때를 대비해 에고 소드(?)인 호미를 용사의 신전에 봉인해 둘 생각이었다.
물론 용사가 호미를 찾을 때까지 백 년이고 천 년이고 용사의 신전에 박혀 있어야 한다는 끔찍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어차피 에고 소드의 수명은 길었기에 그런 말은 하지 않는 엘리제였다.
“따라갈 생각 없거든! 그것보다 나에게 전투 기술을 알려줘.”
“전투 기술?”
엘리제는 호미가 자신에게 전투 기술을 알려달라는 부탁에 호미를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어차피 미래의 마왕과 싸우려면 에고 소드가 좀 더 강해지는 것이 도움될 테니까.”
엘리제로서는 마다할 일은 아니었다.
“오셨습니까! 누님!”
“그래.”
낮에는 중학교 선생님.
밤에는 뒷골목 어둠의 여제 생활을 하고 있는 엘리제는 험악한 덩치들의 인사를 받으며 고급 술집 안으로 들어섰다.
그런 엘리제의 뒤로 중학생이나 되었을까 싶은 남자아이 하나가 뒤따라 들어가고 있었지만 누구 하나 중학생을 제지하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