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08
제 108화
38.
“열렸다!”
쌀쌀한 새벽바람에 덜덜 떨고 있던 한 남자가 마침내 가게 문이 열리는 것을 보고서는 급히 열린 가게를 향해 달려갔다.
가게에서는 한 건장한 남자가 빗자루를 들고서는 가게 밖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가게 앞을 청소하려는 듯 보였다.
“저기! 악!”
가게 밖을 빗자루질하려는 남자에게 말을 걸려던 남자는 이내 길거리에서 넘어질 듯이 휘청였다.
“아! 이런!”
구두 한쪽이 벌어졌다.
다른 한쪽은 전에 한 대장장이로부터 수리를 받았지만 이번에 망가진 구두는 수리를 받지 못한 구두였다.
“응? 구두가 망가지셨습니까?”
가게 앞을 쓸려던 한태석은 구두가 망가져 망연자실해 있는 남자에게 다가왔다.
아직 출근 시간으로는 이른 시간이기에 구두 수선 도구를 대장간 안에서 꺼내오지 않은 한태석이었다.
“이런, 이 정도라면 도구를 가지고 와야.”
생각보다 많이 망가진 구두에 대장간 안에서 수리 도구를 가지고 와야겠다고 생각을 하는 한태석은 남자의 말에 의아함을 느껴야만 했다.
“구두 말고! 저 좀 도와주십시오!”
“예?”
한태석은 자신을 도와달라고 말하는 남자에 의아해하며 바라보았다가 눈에 익은 남자임을 알 수 있었다.
“당신은?”
“예! 지난번에 가상 현실 헤드셋 수리 부탁드렸던 남자입니다!”
한태석을 기다리고 있던 남자는 다름 아닌 김 대리였다.
VR 기기의 수리를 맡겼던 김 대리는 그 놀라운 성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룹의 최상층까지 올라가 차후 미래의 주력 사업으로 낙점을 받았지만 아주 커다란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그룹의 연구소에서 동일 성능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분명 연구소에서 개발하기는 했는데 샘플 기기의 성능에 한참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당연히 회장의 진노를 받아내야만 했다.
뜯어보고 분석을 해보아도 도무지 알 수 없는 기술에 연구소는 결국 좌절을 해야만 했다.
당연히 원인 분석을 하다가 김 대리에게까지 이어졌다.
김 대리가 부쉈던 VR 기계를 김 대리가 수리해 오고 난 뒤에 지금의 성능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
김 대리는 그냥 아는 곳에서 수리했다고 했고 김 대리의 상사인 이 팀장은 당장 수리를 한 사람을 데리고 오라고 지시를 내렸다.
대체 어떻게 수리를 했길래 이런 말도 안 되는 성능이 나온 것인지 확인을 해야만 했다.
그래야만 회장님의 진노를 풀 수 있을 것이었다.
그렇게 꼭두새벽부터 한태석의 대장간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던 김 대리는 마침내 한태석을 만나자 눈물을 흘리며 읍소를 하는 것이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어떻게 수리를 했는지 알려 주십시오! 사장님! 저 좀 살려 주십시오!”
전날 얼마나 시달렸는지 몰골이 말이 아닌 김 대리였다.
한태석은 그런 김 대리의 모습에 당황하다가 사연을 듣고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알겠습니다. 뭐 출장도 가기는 하니 시간이 되면 가지요.”
“꼭 부탁드리겠습니다! 꼭!”
한태석은 김 대리의 절박한 부탁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구두부터 수리를 하지요.”
“예? 아! 예! 감사합니다!”
한태석은 김 대리의 구두를 수리해 주고 시간이 남자 다시 가게 앞을 빗자루로 쓸었다.
“저도 도와드리겠습니다!”
“아니 괜찮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꼭 해드리고 싶습니다!”
김 대리는 한태석과 함께 가게 앞을 쓸었다.
그만큼 절박한 김 대리였기에 한태석은 막무가내로 빗자루로 가게 앞을 쓰는 김 대리를 말릴 수가 없었다.
그렇게 예의 바르고 의욕적인 김 대리에 한태석은 고향에 두고 온 제자들이 떠올랐다.
한태석에게도 제자들이 있었고 그들은 하나같이 부지런하고 의욕적이어서 한태석의 자랑과도 같았다.
물론 김 대리를 제자로 받겠다는 그런 생각은 아니었기에 한태석은 묵묵히 청소를 계속해나갔다.
그렇게 청소를 마쳐가며 해가 떠오르고 직장인들이 하나둘씩 길거리에 보이기 시작할 때쯤 이주 외계인 노동자 바루를 볼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아! 바루 씨. 어서 와요. 오늘은 조금 일찍 오셨네요.”
한태석은 일찍 온 바루에게 인사를 했다.
“아! 예! 어제 우주선에 들렸거든요. 우주선에서 바로 온다는 게 조금 일찍 온 모양입니다.”
“아! 아직 수리 안 되었지요?”
“예! 뭐 그렇지요. 그래도 용한 점쟁이님께서 부적을 하나 주셨는데 그 부적을 우주선에 놓고 왔습니다.”
바루는 청명도사가 준 부적을 자신의 애마인 우주선에 놓아두고 오는 길이었다.
은하 간 이동이 가능한 최첨단 우주선에 부적이 웬 말일까마는 바루는 믿고 있었다.
언젠가 부적의 힘으로 자신은 우주선을 고치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언제 한 번 우주선에 가 봅시다.”
“아! 정말입니까? 감사합니다. 사장님!”
“감사는요. 오히려 제가 바루 씨에게 항상 감사한 걸요.”
한태석은 열심히 일해 주는 바루에게 미소를 지으며 바루의 우주선을 고쳐주기 위해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한태석도 절실히 느끼고 있는 것이었기에 바루의 심정을 너무나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엘리제의 세계에도 갔다 왔기에 한태석은 자신도 어쩌면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미 나는 죽었다. 죽은 이가 돌아갈 수는 없어.’
이미 한태석으로의 삶을 살고 있었다.
한태석 자신의 인연들이 두껍게 이어졌고 이제는 그런 인연들을 외면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바루와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고 난 뒤에 한태석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는 김 대리를 보았다.
‘대체 뭔 소리야? 우주선은 또 뭐고 부적은 또 뭐야?’
김 대리는 한태석과 바루의 대화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한태석에게 묻기도 뭐하고 이제 슬슬 길거리에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보이자 자신도 회사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 지금 부탁 좀 해도 될까요?”
“아! 그러지요.”
한태석은 조심스럽게 자신에게 다가와 부탁을 하는 김 대리에 흔쾌하게 대답을 해 주었다.
곧장 바루에게 매장을 맡기고서는 김 대리를 따라 김 대리의 회사 건물로 향했다.
물론 한태석의 손에는 망치와 간이 모루 그리고 간이화로가 들려 있었다.
‘흐음! 그때 그걸 하나 더 고쳐 달라고 했지.’
회사에 있던 VR 기계 하나가 더 고장이 났다는 김 대리의 말과 함께 그 기계를 회사 밖으로 가지고 나올 수가 없으니 한태석으로 하여금 기계가 있는 회사로 같이 가 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렇게 한태석은 별다른 의심 없이 김 대리의 회사로 향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아! 예. 알겠습니다.”
김 대리는 한태석에게 잠시만 기다려달라는 부탁을 하고서는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팀장에게 보고하려는 것이었다.
한태석은 건물의 복도에 놓인 의자에 앉아 지나다니는 회사원들을 바라보았다.
“아앗!”
“후우! 이거 내가 조절은 못 하는 건가?”
한태석은 자신의 앞에서 구두가 부러지는 사람들에 한숨이 나왔다.
사실 하루 열 명 정도였다.
무한정 부러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오늘은 김 대리 이외의 사람의 구두를 수리해 주지 않아 남은 아홉 명의 구두가 여지없이 부러질 운명이었다.
더욱이 한태석의 손에 수리 도구도 있었으니 한태석은 한숨을 내쉬고서는 부러진 구두를 수리해 준다며 한 회사 건물 안에서 망치질을 시작했다.
뚝딱! 뚝딱!
회사 내에서 경쾌한 망치 소리와 함께 구두를 수리해 주는 한태석에 구경꾼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했다.
“이야! 역시 기술이 좋아.”
“그러게 말입니다. 요즘 세상에 기술 하나만 잘 배워 놓으면 먹고 사는 데 지장 없다더니 저도 구두 수선이나 좀 배워 볼까요?”
한 손에 커피잔을 들고서는 한태석의 구두 수리를 지켜보는 직장인들에 한태석은 조금 난감해짐을 느꼈지만 자신 때문에 망가진 구두를 그냥 모른 척할 수도 없었다.
‘이건 축복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구만.’
묵묵히 구두를 수리해 주고 있을 때 역시 장소가 문제인지 조금 나이가 있는 남자 한 명이 인파를 헤치고 한태석의 앞으로 나왔다.
“저리 비켜! 지금 이게 뭐 하는 거야? 어?”
“장 상무님. 아니 그게 저기.”
임원인 듯한 남자는 회사 안에서 망치 두들기는 소리가 들리자 소리가 들린 곳으로 달려왔다.
그러자 한 허름한 작업복 차림의 남자가 회사 복도에서 모루를 놓고 망치질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누구야? 누가 이딴 놈 들어오라고 했어!”
사실 당연한 반응이기는 했다.
구두 닦는 사람도 아니고 회사 안에까지 들어와 구두 수리를 하고 있었으니 화를 내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한태석이 먼저 수리를 해 주겠다고 호객행위를 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한태석은 자신의 잘못이기도 했기에 장 상무에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구두가 망가지신 분들이 계셔서.”
구두가 망가지고 눈앞의 구두 정도는 수리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장비의 한태석이 있었으니 다들 한태석에게 구두 수리해 줄 수 있냐는 질문을 했고 한태석은 해 줄 수 있다고 말을 했다.
그렇게 수리를 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장소가 좋지 못한 것이다.
그러니 한태석이 사과를 하며 자신은 김 대리의 부탁으로 어떤 기계를 수리해 주러 온 방문객이라고 자신을 설명했다.
“방문객은 무슨 방문객이야! 딱 봐도 구두닦이잖아! 경비원한테 당장 쫓아내라고 그래!”
장 상무는 한태석의 말에 버럭 화를 내고서는 당장 쫓아내라고 외쳤다.
“아니! 야! 너 내 구두나 좀 닦아 봐라!”
장 상무는 그렇게 한태석에게 윽박지르다가 자신의 구두를 힐끔 보고서는 한태석의 간이 모루 위에 자신의 발을 올렸다.
꿈틀!
대장장이들에게 있어서는 신성한 모루였다.
신고 있지 않은 구두였다면 상관없을 일이었지만 신고 있는 구두를 올려놓는 것은 모욕이었다.
“저는 구두닦이가 아닙니다. 발 내려놓으시지요.”
“뭐? 구두닦이가 아닙니다아? 안 내려놓으면 어쩔 건데?”
장 상무는 화를 참고 있는 한태석 앞으로 다가가서는 비아냥대며 입을 열었다.
“그러게 평소에 공부 좀 하지 그랬어어. 그러니까 이렇게 무시를 당하고 살지.”
“…….”
장 상무의 손가락이 한태석의 이마를 밀었다.
“왜? 기분 나쁘냐? 어? 니가 기분 나쁘면 어쩔 건데?”
장 상무를 말리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평소 부하 직원들을 함부로 대하고 인격 모독을 하는 장 상무였지만 회사 내에 든든한 백이 있었기에 그를 막을 사람은 없었다.
‘아! 사장님!’
복도가 소란한 것에 김 대리는 복도에 나왔다가 장 상무와 한태석을 보고서는 안색이 창백해졌다.
옆의 사람에게 물어 어떻게 된 일인지를 알게는 되었지만 자신이나 자신의 상사인 이 팀장으로서는 장 상무를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한태석의 인내심이 점점 바닥이 나갈 때 장 상무를 살릴 이가 나타났다.
“어? 한태석 이사님!”
한장우의 비서실 직원이 마침 지나가다가 한태석과 장 상무를 본 것이었다.
비서실 직원이 조금만 늦었다면 장 상무의 이마에 망치 자국이 났을 뻔했지만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아! 준식 씨였나요?”
“예! 이사님. 그런데 어쩌신 일로? 회장님 뵈러 오셨습니까?”
박준식 비서실 직원은 의아한 눈으로 한태석과 함께 장 상무를 바라보았다.
“한태석? 회장님 동생분?”
장 상무는 귀에 익은 이름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한태석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서는 점점 얼굴이 어두워졌다.
“잠시 뭐 하나 수리를 부탁받아서요. 형님은 잘 계시죠?”
“아! 예! 그런데 장 상무님은 왜?”
박준식 비서의 말에 장 상무는 혼이 자신의 몸을 빠져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