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09
제 109화
39.
“이거 수리하면 됩니까?”
“예! 예! 그렇습니다!”
잔뜩 군기가 든 한성 그룹 내 제3 기획실 직원들이 한태석의 뒤로 기립을 하고 있었다.
VR 기계 수리한 기술자를 불러오라고 했더니 김 대리가 그룹의 사외 이사이자 현 회장인 한장우의 막냇동생을 데리고 온 것이다.
‘김 대리 너!’
이 팀장은 안색이 창백한 김 대리를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아니 김 대리를 제외한 모든 직원이 김 대리를 노려보는 중이었다.
김 대리보다 아래 직원들까지 김 대리를 노려보고 있었으니 김 대리의 머릿속은 새하얗게 불타고 있었다.
한태석은 그런 뜨거운 분위기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로 자신의 앞에 놓인 VR 기계를 바라보았다.
“이거 고장 안 난 것 같은데.”
이리저리 뒤적이며 VR 기계를 둘러본 한태석의 말에 다들 눈앞이 노랗게 변하는 것을 느껴야만 했다.
고장이 난 것이 아니라 전의 기계보다 성능이 떨어지기에 보다 성능을 올리는 방법을 알아내려는 목적이었다.
“저…… 저기 그러니까 이사님.”
“오늘은 이사로 온 것이 아니라 요기 앞에 대장간에서 수리 요청으로 온 거니 너무 긴장 안 하셔도 됩니다.”
한태석의 미소에 살짝 분위기가 누그러지기는 했지만 그런다고 한태석의 신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기에 실수는 용납되지 않았다.
조금 전 빽 믿던 장 상무가 감찰부에 끌려가는 것을 목격한 이들이었다.
장 상무의 빽도 목이 날아갈 위기였으니 장 상무의 운명은 한태석의 마음에 달려 있었다.
“이거 작동을 시켜 보죠. 아무래도 고장은 안 난 것 같습니다.”
“예! 예! 알겠습니다!”
한태석의 말에 이 팀장은 자신이 직접 VR 기계를 설치하고서는 한태석에게 내밀었다.
한태석은 그렇게 자신이 직접 VR 기계를 쓰고서는 살짝 놀라야만 했다.
“오! 이거 신기하네요.”
“예! 신기하시죠? 그룹에서 전략적으로 밀고 있는 가상 현실 기기인데 차세대 미래 먹거리 사업 중에 하나로…….”
갑자기 한태석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하게 된 기획실 팀장이었다.
비록 사외 이사라 그룹 내의 경영권이나 인사권 등의 힘은 없었지만 무시 못 할 발언권을 가지고 있는 한태석이었다.
그런 한태석에게 잘 보이기 위해 기획실 직원들은 안절부절못했다.
“아! 끝인가요?”
한태석은 VR 기기를 쓰고 청룡열차를 타는 가상 현실을 즐기다가 영상이 끝이 나자 조금은 아쉬운 듯이 VR 기계를 벗었다.
그렇게 VR 기기를 벗은 한태석에 이 팀장이 다른 기계를 내미는 것이었다.
“이건?”
“한 번 써 보시죠. 이게 진짜입니다.”
두 눈을 이글거리는 이 팀장에 한태석은 다른 기기를 들어 보였다가 이내 그 기계가 자신이 수리했던 그것임을 알아보았다.
‘그렇군. 그래서였나.’
한태석은 고장 나지 않은 기계와 고장이 났다가 한태석이 수리한 기계를 보며 자신을 왜 부른 것인지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한태석이 수리한 기계의 성능이 본래의 기계보다 좋아 지금의 상황이 벌어졌음을 한태석은 깨달은 것이다.
“어디 한번 비교를 해 봅시다.”
“예! 김 대리!”
“예! 팀장님!”
김 대리는 이 팀장의 외침에 여전히 떨리는 손으로 다음 영상을 준비했다.
문제는 그러면서 실수를 해 버린 것이다.
새로운 영상을 직접 눈으로 보고 선택을 해야 하는데 그다음 링크된 영상으로 넘어가 버린 것이었다.
그 결과 한태석은 신세계를 목격하게 된다.
“헉!”
“이사님. 어떠십니까? 리얼하지 않으십니까?”
한태석이 외마디 비명 같은 외침을 터트리자 이 팀장은 신이 났다.
한장우 회장도 만족을 시켰던 가상 현실이었으니 한태석도 만족을 시킨다면 이번 프로젝트는 완벽한 성공인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희망 가득하던 이 팀장의 표정이 묘해지기 시작하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 저…… 저기 아…… 아가씨! 저기 이러면 안 됩니다. 어허! 오…… 옷 좀 입으시고. 아니! 왜 이러세요?”
“예? 이사님?”
한태석의 얼굴이 붉어지며 팔을 휘젓는 것에 이 팀장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노트북의 화면을 바라보았다.
노트북의 화면에서는 VR 기계에서 보는 것처럼은 리얼하게 보이지 않았지만 한태석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는 있었다.
“…….”
“…….”
기획실의 모든 직원이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았고 그들은 모두 동일하게 한 가지 생각을 했다.
‘망했다.’
누가 저런 짓을 해놨는지는 모르겠지만 노트북 화면에는 야한 동영상이 틀어지고 있었다.
너무나도 리얼하게 남자를 유혹하는 헐벗은 여인이 야릇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었다.
대충 풍경 좋은 영상을 보여줄 생각이었는데 과한 자극을 줘 버린 것이다.
그렇게 한태석이 보고 있는데 강제로 끌 수도 없어 힐끔 영상 플레이 시간을 보았다가 좌절하는 이 팀장이었다.
“다들 자리 좀 비켜 주고 김 대리는 나 좀 보지.”
“예. 팀장님.”
김 대리는 시말서에서 끝이 나면 다행이라는 생각에 고개를 푹 숙이고서는 이 팀장을 따라 회의실을 나섰다.
무려 30분짜리 영상이 끝날 때까지 한태석은 신세계를 경험해야만 했다.
당연히 김 대리 또한 이 팀장과 함께 격렬한 시계를 경험해야만 했다.
그렇게 한태석의 신세계 탐방이 끝이 나고 한태석은 거친 생각과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빛의 이 팀장을 마주 볼 수 있었다.
“어…… 어떠십니까? 이사님.”
한태석은 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선택하기 어려웠지만 잔뜩 기대 어린 모습의 이 팀장에 뭐라도 말을 해 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었다.
“어! 음! 어! 그게. 좋군요. 예.”
“아! 다행입니다.”
한태석의 만족스러운 대답에 이 팀장은 이왕 이렇게 된 거 무조건 밀어 붙어야만 자신과 팀이 살 수 있다는 그동안의 경험으로 한태석에게 열변을 토했다.
“이사님께서 수리해 주신 것의 성능이 이토록 차이가 납니다! 이사님의 VR 기기라면 전 세계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 줄 수 있다고 저는 감히 단언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이사님!”
“꾸…… 꿈과 희망이라고요? 아! 그런가요?”
한태석은 잔뜩 흥분한 채로 불타오르는 이 팀장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정도 리얼함이라면 확실히.’
한태석은 확실히 혼자 보기 아까운 신세계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인류를 위한 혁신이었다.
물론 조금 한태석의 생각이 엄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지만 한태석은 빤히 정상 제품을 바라보다가 이 팀장에게 말을 했다.
“혹시 강화 유리 좀 구해다 주실 수 있겠습니까? 아니면 제 대장간에서 좀 가서 가져오셔도 되고요.”
“예? 강화 유리 말씀이십니까? 예! 알겠습니다!”
한태석의 요구에 이 팀장은 직원들을 닦달해 강화 유리를 구해오기 위해 사방으로 뛰어다녔다.
그렇게 강화 유리를 구해오자 한태석은 강화 유리를 간이 화로에 불을 지펴 강화석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강화석이 없어도 강화가 가능하기는 했지만 성공 확률이 낮았다.
그동안 한태석은 강화석의 대용으로 쓰일 만한 물건들을 찾다가 강화 유리를 가공해 강화석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자신의 세계의 강화석에 비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인조 강화석만 있다면 값비싼 강화 재료들을 투입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렇게 강화석을 제작한 한태석은 정상 제품 VR 기계를 불길이 일렁이는 화로 속에 던져 넣었다.
화르륵!
“…….”
“…….”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기획실 직원들은 한태석이 귀한 샘플 기계를 불태워 버리는 것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어쩌겠어. 우리가 무슨 힘이 있다고.’
그냥 동네 기술자였다면 화라도 내겠지만 상대는 자신들 위로 아득히 있는 회장의 막냇동생이자 그룹의 사외 이사였다.
당연히 주요 주주 중의 한 명이기도 했기에 기계를 태워 먹는다고 무어라 말을 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따끈따끈하게 잘 타겠다는 생각을 하는 기획실 직원들이었지만 이내 이상함을 느껴야만 했다.
‘왜 안 타?’
한태석이 불길에 던져 넣은 VR 기계는 타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VR 기계를 화로에서 꺼낸 한태석이 이번에는 모루 위에 올려놓고서는 망치로 후려치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는 기획실 직원이었다.
‘그래. 이번에는 작살이 나겠군. 확실하게.’
확실하게 죽겠다는 생각을 하며 다들 미소를 지었지만 이상하게도 VR 기계는 부서지지 않고 있었다.
깡! 깡! 깡!
소리는 요란했고 한태석의 팔뚝의 힘줄과 근육을 보건대 상당한 힘이 가해지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서지지 않는 VR 기기의 엄청난 내구성에 다들 감탄이 절로 나왔다.
‘후우! 간이 장비로 하느라 제대로 될지는 모르겠군.’
그렇게 한태석은 VR 기계를 강화하고서는 이 팀장에게 내밀었다.
“확인해 보시죠.”
“예? 아! 예. 알겠습니다. 이사님.”
한태석은 다시 한번 그 난처한 광경을 보기에는 낯부끄러워 이번에는 이 팀장에게로 넘긴 것이다.
‘그런 건 어디 조용한 방에서 혼자 봐야지. 이렇게 사람들 다 보는 데서는…….’
정말이지 신세계였지만 아무래도 남들 앞에서 드러낼 만한 일은 아닌 것이다.
그렇게 이 팀장은 살짝 긴장을 한 채로 김 대리를 노려보고서는 VR 기계를 쓰고서 가상 현실을 체험했다.
“어! 오오! 이거 확실히 좋은데.”
이 팀장은 정상 기계보다 월등하게 생생한 영상에 놀라야만 했다. 불에 던져 넣고 망치로 두들기고 나니 전보다 더욱더 생생해진 것이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었지만 직접 눈으로 목격을 했으니 믿음은 한층 커져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한태석을 어디 연구소로 끌고 가 해부해 보거나 방송사에 제보를 해 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럴 권력은 이 팀장에게 없었다.
그냥 까라는 대로 까야 할 평범한 직장인인 이 팀장은 그렇게 성능이 개량된 VR 기계의 제작 방법(?)을 알아낸 것에 만족하며 한태석에게 감사의 인사와 함께 샘플 기계 하나와 영상이 가득 담긴 노트북을 바쳤다. 한태석은 VR 기기를 다루는 방법을 배우고서는 사양하지 않고 기계와 노트북을 받아 기획실을 나섰다.
그렇게 한태석이 자신의 형을 보러 회장실로 갔을 때 이 팀장은 김 대리에게 외쳤다.
“야! 김 대리. 화로하고 모루 그리고 망치 준비해.”
“예?”
“뭘 해! 준비하라고 방법 알았으니까 해 봐야지!”
그렇게 이 팀장은 한태석처럼 VR 기계를 화로 속에 던져 넣었고 망치로 후려쳤다.
“김 대리가 한번 해 볼래?”
“제가요?”
“그래. 나는 잘 안 되네.”
처참한 몰골의 VR 기계를 보며 이 팀장은 자신 혼자 죽을 수는 없다며 망치를 김 대리에게 내밀었고 김 대리는 주저하면서도 뜨거운 눈빛을 보내는 이 팀장에 결국 VR 기계 하나를 박살을 내먹어야만 했다.
“흐음! 최 주임! 연구소에서 샘플 몇 대 더 보내달라고 해. 그리고 김 대리. 시말서 쓸 준비하고.”
그렇게 김 대리는 그냥 회사 때려치울까 하는 심각한 고민을 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