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1
제 11화
“뭐가 들어 있는지 혹시 알고 계시나요?”
박건성의 아내는 잔뜩 기대감 어린 표정으로 한태석을 바라보았다.
여인 외에도 세 명의 자식들 모두 기대감 어린 표정이었다.
“저도 모릅니다. 이 금고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는요.”
“흐음! 뭐 그럼 됐어요.”
지금 당장 금고를 열고 확인을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박건성의 부인이 금고의 손잡이를 붙잡으려는 순간 한태석의 입이 열렸다.
“잠시 금고를 열기 전에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예? 왜 그러시죠?”
한태석은 서류를 꺼내서는 여인, 아니 박건성의 자식들에게 내밀었다.
“선생님께서는 자신의 유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시겠다고 유서를 남기셨습니다.”
“우리 아이들한테요?”
“예. 그렇습니다. 오직 자식들에게만 남기셨습니다.”
“…….”
여인은 박건성의 유서에 인상을 찡그리며 한태석을 노려보았지만 어차피 자신의 자식에게 가는 것이나 자신에게 가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 니들이 열어 봐라.”
누가 열든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장남을 바라보자 장남은 미소를 지은 채로 금고의 손잡이를 향해 손을 뻗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장남의 손도 한태석의 재지를 받아야만 했다.
“금고를 열기 전에 한 가지 더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또 뭐요? 뭐가 그리 복잡해!”
그냥 금고를 열고 안에 들어 있는 아버지의 유산을 꺼내 가면 그만이었다.
그것을 계속 한태석이 막고 있는 것이다.
“이 금고의 유례에 대해서 잠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금고의 유례?”
한태석은 자신이 만든 금고에 대해서 설명을 시작했다.
“이 금고는 심판의 금고입니다. 물론 문을 여는 자를 심판하고 벌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전설의 고향도 아니고 심판의 금고라는 황당한 이름과 사연을 가진 금고가 있다는 것에 박건성의 가족들은 황당해했다.
“이 금고를 열 수 있는 이는 박 선생님의 자식들뿐입니다. 대신 박 선생님을 진심으로 생각해주었던 이만이 이 금고 안에 든 것을 꺼낼 수 있습니다.”
“뭐요? 아버지를 진심으로 생각해주던 이들만이 안에 든 것을 꺼낼 수 있다고요?”
“예! 그렇습니다.”
한태석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린 막내아들이 한태석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럼 열었을 때 아무것도 없을 수 있단 말인가요?”
“예! 여러분의 마음이 비어 있다면 아무것도 없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한태석은 말하지 않았다.
금고의 문을 여는 자의 마음에 채워진 것이 금고 안에 들어 있다는 것을 말이었다.
증오와 분노의 마음으로 가득 채운 자는 그 증오와 분노를 목격하게 될 것이었다.
사랑과 기쁨의 마음으로 가득 채운 자는 그 사랑과 기쁨을 목격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선생님의 유산을 받을 자는 없을 것 같군.’
한태석은 자신의 아버지가 돌아갔음에도 불구하고 곧장 공항에서 이곳으로 온 박건성의 가족들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하! 웃기지도 않네. 이거 뭐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비켜요! 내가 열 테니까.”
장남은 자신의 앞에 놓인 금고의 손잡이를 붙잡았다.
“어?”
금고의 손잡이를 붙잡자 금고의 문에 조각되어 있던 천칭을 손에 쥐고 있던 여인이 눈을 뜨는 것이었다.
“와! 이거 뭐야? 방금 움직인 거 맞지? 눈 뜬 거?”
“어머! 이거 비싼 건가 보다. 그 양반 대체 뭔 돈이 있어서 이런 걸 빌렸대?”
유산이 뭔지는 모르지만, 자신들이 있는 곳만 해도 보통의 장소는 아니었다.
그런 곳에 이벤트 마냥 금고까지 준비를 해놨으니 금고의 안에 꽤나 귀한 것이 남겨져 있을 터였다.
“그럼 연다!”
드르륵!
힘을 주자 손잡이는 열리기 시작했다.
‘우와! 정말 열리네.’
박건성이 자신의 유산을 넣고 난 뒤에 지민은 한태석의 허락을 얻어 금고의 문을 열어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힘을 줘도 꼼짝도 하지 않는 금고의 손잡이였다.
그런 금고의 손잡이가 박건성의 아들이 열자 너무나도 쉽게 열리려는 것이었다.
철컥!
“오오!”
마침내 손잡이가 완전히 돌아가고 금고의 문이 열렸다.
“자! 우리 아버지가 뭘 남기셨…….”
금고가 열리고 금고의 안에는 시계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응? 시계인가? 뭐야 이건?”
돈이나 통장이 있을 것이라 생각을 했다.
하지만 시계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어? 이거 고장 났는데.”
더욱이 고장까지 나서는 움직이지 않는 시계였다.
“뭐? 고장 난 시계? 이 양반 정말!”
박건성의 아내는 금고 안에 고장 난 시계가 있다는 것에 화를 내며 아들의 손에서 시계를 빼앗아 바닥에 집어 던졌다.
“엄마! 혹시라도 비싼 걸 수도 있잖아!”
“고장 난 시계가 뭐가 비싸! 그리고 이거 니네 아버지 결혼 예물 시계야!”
과거 그녀가 남편에게 결혼 예물로 주었던 것이었다.
당연히 값어치가 없다는 것은 그녀가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장남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무언가 떠오르는 것이 있는 듯이 손을 덜덜 떨기 시작한 것이다.
“그…… 그럴 리가 없어. 그럴 리가.”
“오빠? 무슨 소리야? 그게 왜?”
다들 첫째를 바라보자 첫째는 입을 다물었다.
절대 자신들의 눈앞에 있어야 할 물건이 아니었다.
자신이 아버지가 소중히 여기던 시계를 결코 찾을 수 없는 곳에 팔아버린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눈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시계는 장남의 죄책감이었다.
아버지를 무시하던 첫째는 그 죄책감으로 인해 더욱더 아버지를 무시해왔다.
“그러고 보니 그 양반. 이 시계 잃어버린 지 한참 되었을 텐데. 이상하네.”
고개를 갸웃거리는 어머니의 모습에 다들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자식들이었다.
“하! 진짜! 에이! 그냥 갑시다! 가! 아무것도 없구만! 유산은 무슨!”
첫째가 몸을 일으키며 나가자는 말을 할 때 심판의 금고는 누가 닫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닫혔다.
다들 그 오싹한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 한태석의 입이 다시 열렸다.
“다음은 누가 열 것입니까?”
한태석은 둘째 딸과 막내아들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놀란 표정으로 한태석을 바라보다가 눈을 감고 있는 여인이 조각되어 있는 금고를 바라보았다.
“진실된 마음을 가진 자가 아버지의 유산을 받을 것입니다. 여세요. 그리고 자신의 마음속 진실을 들여다보십시오.”
한태석은 마치 귀신을 본 듯이 창백한 표정인 박건성의 가족들을 노려보았다.
“사장님! 사장님!”
한태석은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있는 중에 잔뜩 흥분한 채로 말을 걸어오는 지민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입니까? 지민 양.”
“사장님! 박건성 씨의 유산 어디 간 거예요?”
놀랍게도 금고에서는 세 명의 자식들이 문을 열 때마다 다른 것이 나왔다.
한 명은 시계, 다른 한 명은 고장 난 만년필. 그리고 마지막 막내는 크레파스로 낙서가 된 낡은 종이였다.
막내의 종이에 혹시나 유산이 숨겨져 있는 곳이 적혀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가족들은 한참이나 낡은 종이를 들여다보았지만 너무 오래되어 빛바랜 종이에서는 아무것도 알아볼 수 없었다.
다만 그 종이를 보고 막내만이 한참을 눈물을 흘렸지만 그 누구도 그 종이의 사연을 알지는 못했다.
그것이 박건성이 남긴 유산인지 아닌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남겨진 가족들은 그것이 결코 유산이 아니라고 고함을 질렀다.
기대했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건 사기야! 사기!”
사실 박건성의 아내도 알고 있었다.
박건성에게 남은 것은 많지 않았다고.
자신들이 자신의 남편이자 아버지의 살과 피를 남김없이 먹어치웠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인정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제 자신들을 지켜줄 든든한 방파제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때 분명 박 씨 아저씨께서 넣었던 것 같은데. 사장님도 보셨잖아요.”
지민은 분명 박건성이 금고에 통장과 보험 증서들을 넣어두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얼마 남지는 않았지만 모든 재산을 처분해 남겨진 가족에게 주려고 했던 박건성이었다.
믿고 맡길 만한 사람이 없었던 박건성은 그 금고를 한태석에게 맡겼다.
한태석이라면 자신의 가족들에게 무사히 전달해 줄 것이라 믿은 것이다.
하지만 심판의 금고는 진실한 마음을 가지지 않은 자식들에게는 그 진실을 보여주지 않았다.
“몰라. 나도. 만들기는 했지만 박건성 씨의 염원이 담겨버린 것이기에 진실 되지 않는다면 그의 소망은 나타나지 않을 거야.”
“그럼 그 물건들은 뭐였어요? 시계하고 만년필하고 종이 말이에요!”
그것이 어디서 나왔는지 지민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속임수도 아니고 분명 금고 안에는 다른 공간이 있지 않았다.
한태석도 그런 것을 만들지 않았다고 이야기를 했으니 그것들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죄의식이야.”
“예? 죄의식이요?”
“그래. 그건 자식들이 아버지에게 가지고 있는 죄의식. 아마 그걸 거야. 우리는 모르지. 하지만 그 아이들은 알고 있을 거야. 그리고 그것이 평생을 따라가게 될 거다.”
지민은 한태석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세 명의 아이들은 각자 금고에서 나온 물건들을 보고서는 하나같이 안색이 창백해진 것이다.
그렇게 다시 닫힌 금고를 박건성의 아내가 열겠다고 힘을 주었지만 금고는 자격이 되지 않은 이에게 열리지 않았다.
“그러면 유산은 그 누구도 찾지 못하는 건가요?”
“글쎄.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
“그럼 이게 끝이에요? 아무런 결론도 없이?”
“결론? 무슨 결론을 말하는 거지?”
한태석은 찝찝함이 가득한 표정의 지민을 보았다.
“그러니까 박건성 아저씨의 자식 중에 착한 자식이 아저씨의 유산을 받는다. 그것도 아니면 나쁜 자식들이 벌을 받는다! 뭐 이런 결론이 있어야 할 것 아니에요. 명색이 심판의 금고인데! 그냥 죄의식? 그걸로 끝이면 너무 허무하잖아요.”
지민은 금고가 열리면 도깨비 박처럼 착한 이에게는 금은보화를 주고 나쁜 이에게는 도깨비가 나타나 혼을 내주는 것을 기대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상상이었지만 왠지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와! 무슨 고구마 백 개 먹은 기분이네!”
“응? 고구마를 백 개나 먹을 수 있어?”
“아니! 답답하다고요! 답답!”
금고는 대장간에 없었다.
금고의 주인은 박건성이었고 박건성의 모든 유산은 그 가족들의 소유였다.
그들이 꺼낸 물건들 중에 가장 비싼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금고가 되었다.
물론 그들은 금고 안 아버지의 유산을 꺼내지는 못했다.
“그런데 그러다가 그 금고 팔아버리면 어떻게 해요? 그 사람들 보니까 전혀 모르는 눈치던데.”
“어차피 금고는 내 손을 벗어난 것이다. 운명이 이끄는 데로 진실 된 마음을 가지게 된다면 얻게 될 거야.”
“그러니까 진실 된 마음이라는 것이 뭔데요? 막! 효도하는 마음? 아버지한테 미안해하는 그런 거요?”
“글쎄 모르겠네. 그것을 박건성씨가 원했는지 아니면 다른 것을 원했는지.”
유산이 들어 있는 금고를 팔든 말든 그것은 한태석이 더 이상 신경 쓸 이유도 필요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