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10
제 110화
40.
“찾았다! 마침내 찾았어!”
산속 버려진 정자 아래에서 한 소년이 무언가를 들어 올리고서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이제 깨울 수 있어! 깨울 수 있다고!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소년은 의미를 알 수 없는 복수를 외치고서는 남들이 볼세라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품 안에 소중히 찾은 물건을 숨기고서는 산 아래로 내려갔다.
그렇게 소년은 서울 강남으로 달려가 조금 특이한 직업을 가진 남자에게 부탁했다.
“이거 좀 고쳐 줘 봐. 대장장이 양반.”
오래되어 보이는 도자기 찻잔을 어디에서인가 구해온 호미에 한태석은 호미를 빤히 바라보았다.
호미가 가지고 온 것이 예사 물건이 아님을 바로 알아본 한태석이었다.
그렇게 머뭇거리는 한태석에 호미는 가녀린 모습으로 두 눈 가득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고쳐달라니까. 내 친구야.”
“친구?”
“응!”
한태석은 호미가 자신의 친구라며 가지고 온 도자기 찻잔을 바라보았다.
금이 가 있는 도자기 찻잔은 수백 년은 되어 보이는 문화제 같았다.
“혹시나 싶어서 친구 살던 곳에 갔다 왔더니 이 녀석도 나처럼 더 이상 도깨비로 변하지 않고 있더라고. 나쁜 친구 아니니 좀 고쳐 줘.”
또 다른 에고 소드라는 말에 한태석은 고풍스러운 도자기 찻잔을 바라보았다.
‘참으로 신기한 세상이군.’
한태석은 한국이라는 나라가 참으로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며 호미에게서 도자기 찻잔을 받아 들어 올렸다.
본래라면 도공이 수리해 주어야 했지만 한태석은 찻잔의 도깨비를 깨우는 정도는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 해보겠다만 깨어날지 안 깨어날지는 알 수 없다.”
“어! 그래! 고마워! 대장장이 양반.”
한태석은 호미의 감사에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그만큼 호미가 좋아하는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화로에 불의 정수를 던져 넣었다.
지금의 화로의 열기로는 도자기 찻잔의 도깨비를 깨우기에는 부족함을 느낀 것이다.
그렇게 불의 정기로 인해 맹렬하게 타오르기 시작하는 화로에 한태석은 조심스럽게 찻잔을 넣었다.
금속이었다면 녹아내렸을 만한 강력한 화력이었지만 찻잔은 녹아내리지 않고 있었다.
충분히 열에 달구어진 찻잔을 꺼내어 황금 망치로 찻잔을 두들기며 찻잔을 깨우기 시작하는 한태석이었다.
그다음에 물에 담가 열을 식히자 한태석과 호미는 그윽한 향기가 대장간을 채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건…….”
“차향이다. 본래 찻잔으로 만들어졌으니까. 수많은 차향을 품고 있던 친구거든.”
대장간 안을 가득 채우다 못해 매장에까지 퍼져 나가는 차향에 매장 안의 지민과 혜진도 깜짝 놀라야만 했다.
무척이나 진한 향기였지만 방향제 같은 거부감은 없었다.
“대단한 물건이군.”
한태석은 무언가 사연이 있는 물건이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 한번 화로 속에 달구었다가 꺼내어 망치질하고 다시 물속에 담갔다.
몇 번이나 계속해도 향은 옅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물을 담아뒀던 곳의 물이 연녹색의 차로 변하기까지 할 정도였다.
그런 광경에 놀라는 한태석에 호미는 마치 자신의 자랑이기라도 한 듯이 우쭐대며 말을 했다.
“수백 년 동안 최고의 차들을 담았던 친구라고. 이 정도는 우습지. 다만…….”
호미는 무언가 말 못 할 사연이 있는지 주먹을 움켜쥐고 이를 악물고서는 몸을 부르르 떨어대었다.
“그 나쁜 놈이.”
한태석은 호미의 분하다는 모습에 어떤 상처가 있음을 깨닫고서는 찻잔을 바라보았다.
한태석으로서는 도깨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어떻게 다시 잠이 드는지는 알지 못했다.
다만 그들도 인간들처럼 감정이 존재하고 살아 숨 쉰다는 것은 호미를 통해 알고 있었다.
그렇게 한태석은 호미의 부탁이 아니라고 해도 찻잔에 생명을 깨우겠다는 생각으로 온 힘을 다해 망치질을 했다.
땡! 땡!
거친 쇳소리가 아니라 맑은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렇게 몇 번이고 종소리를 울리며 찻잔의 수리를 끝낸 한태석은 차향 사이에서 묘하게 이질적인 향을 느껴야만 했다.
‘이 건 뭐지? 익숙한 듯하면서도.’
익숙하지만 진한 차향에 가려져 알기 어려운 향기였다.
한태석은 왠지 그 향기가 원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미지의 옅은 향기는 빠지지 않았다.
그렇게 온종일 찻잔을 깨웠지만 호미처럼 깨어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후우! 아무래도 내 능력으로는 안 되는 것 같다.”
“아!”
한태석의 포기에 호미는 절망 어린 표정을 지었다.
한태석이라면 깨워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호미였다.
크게 실망을 한 호미에 한태석은 안타까웠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전부 해 본 뒤였다.
‘강화는 되지 않는다. 속성 부여도 되지 않아.’
간혹 고유의 물건 중에는 강화나 속성 부여 등 능력 상승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물론 그런 물건들이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능력치가 워낙에 좋다 보니 성능을 올리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었다.
찻잔은 그런 물건이었다.
물론 찻잔이 무기로 사용되는 물건은 아니었지만 본래 가지고 있는 기능을 최상으로 이끌어 주는 전설 급의 물건이었다.
꼭 무기만 등급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모든 물건에 각자의 등급이 존재했다.
호미도 일반 공장에서 만든 괭이와 비교를 한다면 노말 급과 전설 급의 차이만큼이나 달랐다.
한태석이 현재 만들어 낼 수 있는 수준은 유니크 최상급에서 레전드 최하급 정도의 수준이었으니 찻잔과 같은 성능의 물건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나마 수리를 하는 것이었기에 손을 댈 수 있었던 것이다.
하여튼 찻잔의 도깨비를 깨우는 것을 실패한 호미는 그 날부터 매장에 그윽한 녹차를 우려낸 찻잔을 놓아두고서는 한동안 그 찻잔을 애틋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쳇! 대체 뭐 하는 거야? 왜 그런 눈을 하느냐고!”
그런 호미의 행동을 반기지 않는 존재가 있었다.
“사리야. 변신 좀 하고 말을 해 줄래? 언니가 깜짝 놀라겠구나.”
지민은 매장 바닥에 엎드려 있는 사리의 입에서 사람 말이 튀어나오자 깜짝깜짝 놀라고는 했다.
사리가 어떻게 된 것인지 사람으로 변신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사리는 강아지의 모습을 한 채로 지내고 있었다.
변신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데 힘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이 이유였지만 적응이 안 되기는 여전했다.
“쳇! 나 성길 씨 보러 갔다 올게!”
“그…… 그래. 조심히 다녀와.”
강아지 모습의 사리가 소방관 성길을 보러 간다는 말에 지민은 어색하게 사리를 배웅했다.
그러면서 도무지 상식적이지 않은 이곳에서 계속 일을 해야 하나 고민이 되는 지민이었다.
“아! 어서 오세요.”
“이곳이 전설의 대장장이님의 대장간입니까? 무기를 구하고 싶습니다.”
“아! 다른 세계에서 오셨나요? 그럼 이쪽으로…….”
물론 어느덧 지민도 꽤 상식과는 멀어진 존재가 되어 버렸지만 손님이 어떤 존재든 돈만 내면 물건을 파는 상인이 다 된 지민이었다.
그렇게 하루에 한 번 마치 추모를 하는 듯한 호미를 건드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오랜 옛 친구의 몸에 평소 친구가 좋아했다는 찻잎을 띄우는 호미의 모습이 너무나도 가련했던 것이다.
그렇게 찻잔의 도깨비는 영원히 깨어나지 않을 듯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매장의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들어왔다.
그 남자는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한태석을 불렀다.
“태석이 어디 있냐? 하하하!”
“아! 회장님! 오셨어요?”
지민은 한장우가 한 손에 술병을 들고서는 들어온 것에 오늘 또 한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만요. 사장님 불러올게요.”
“그래요. 지민 양. 부탁 좀 할게요.”
회장님 같지 않은 편안함으로 말을 하고서는 손님 접대 의자에 앉은 한장우는 매장을 둘러보았다.
‘올 때마다 참 신기하단 말이지.’
처음에는 한태석이 대장장이가 되겠다고 할 때 꽤나 놀란 한장우였지만 한성 그룹을 차지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 건물과 함께 넘겼던 한장우였다.
하지만 한태석의 도움을 받고 한태석의 진실 어린(?) 마음을 알고부터는 친동생보다 더한 친밀감을 느끼고 있는 한장우였다.
그렇게 한태석의 일에 알게 모르게 도움을 주고 있었고 가끔 이렇게 한태석을 찾아오는 한장우였다.
오늘도 매장을 찾아 매장에 진열되어 있는 물건들을 둘러보던 한장우는 묘한 느낌이 드는 물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건.”
안에 물이 담겨 있는 찻잔이었다.
매장에 진열이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파는 물건인 듯한데 사용한 듯이 찻물이 담겨 있는 것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한장우였다.
“형님! 오셨습니까?”
“어! 태석아!”
한참을 찻잔을 바라보던 한장우는 한태석이 대장간에서 나오자 한태석에게로 다가가서는 들고 온 술병을 내밀었다.
“이건?”
“오늘 아주 좋은 술을 얻어서 말이다. 동생과 함께 한잔하고 싶은 마음에서 찾아왔지. 하하하!”
도자기에 담긴 술은 전통주 같았다.
“일하는 중인데.”
“에이! 한 잔만 하자는 거지.”
난처해 하는 한태석을 의자에 앉힌 한장우는 손에 쥔 도자기 병의 입구를 손으로 땄다.
퐁!
기분 좋은 소리와 함께 그윽한 향기가 도자기에서 흘러나오는 듯했다.
“보자! 잔이. 아! 그렇지. 이거 운치 있고 좋구나.”
한장우는 자신이 보았던 찻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 찻잔에 한태석은 놀란 표정으로 한장우에게 말을 했다.
“형님! 그 잔은.”
“아! 파는 거냐? 이거 마음에 들었다. 이 형님이 사마.”
한장우는 자신이 사겠다며 말을 하고서는 찻잔에 맑은 술을 따랐다.
“학교 갔다 왔습니다!”
그때 그 순간 호미가 매장 안으로 들어섰고 호미는 한장우가 찻잔에 술을 따르는 것을 목격했다.
“헉! 다향 아씨!”
호미의 다급한 외침과 함께 한 방울 술이 찻잔 안으로 떨어졌다.
평생 그윽한 찻잎 우려낸 차만을 담던 찻잔이었다.
그런 찻잔에 떨어지는 술에 호미는 과거의 기억하기 싫던 것들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안 돼에에에에!”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호미의 몸이 찻잔을 향해 달려갔지만 너무 늦어버린 뒤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술이 떨어져 내린 찻잔에서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치솟았다.
“어이쿠야!”
“형님!”
“꺄아악! 이게 무슨 일이야?”
연기가 매장 안을 가득 채우고 사라져 갈 때 테이블 위에는 고운 한복 차림의 소녀가 두 눈에 강렬한 분노를 채우고서는 손에 술병을 든 한장우를 노려보고 있었다.
“처…… 처자는 누구요?”
한장우는 자신을 노려보는 소녀에 의아한 듯이 물었다.
“어디서 더러운 몸으로 더러운 것을 내 몸에 따르는 것이냐!”
소녀의 추상과도 같은 외침에 다들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 호미가 소녀의 앞으로 달려와 눈물을 흘리며 외쳤다.
“아이고! 다향 아씨! 이게 얼마 만입니까! 다향 아씨!”
눈물을 흘리는 호미에 다들 멍하니 다향이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저 여자아이도 도깨비야? 하아! 정상적인 사람은 어디 있는 거야?’
지민은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