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13
제 113화
43.
과직!
한태석은 물에 담근 철제품이 깨져버리는 것을 보고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몇 번이나 시도하던 것들이 실패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 이상은 불가능한 것인가?”
최고의 대장장이인 한태석이었지만 자신의 실력 너머의 물건은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신에게 바칠 물건은 아니었지만 한태석은 언젠가 신에게 바칠 신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 자신의 한계를 넘는 물건들을 제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벽에 가로막혔다.
불의 정수를 이용해 강렬한 불길을 만들고 질 좋은 철로 황금 망치를 이용해 두들겼다.
한태석의 기운과 불 그리고 황금 망치의 기운이 깃든 제작품들은 걸작이라고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마지막 마무리가 문제였다.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제작품들이 물에 담가 지며 담금질을 하면 여지없이 부서져 버리는 것이었다.
“물이 문제인가.”
담금질을 할 물이 의심된 한태석은 펄펄 끓고 있는 물웅덩이를 바라보았다.
순환 펌프로 물을 순환시켜 물의 온도를 낮추어 보았지만 달구어진 쇠가 들어가면 곧장 끓어 올라버렸다.
그 덕분에 순환 펌프도 고장이 나 버리는 것이었다.
물론 수준이 조금 떨어지는 물건을 만들 때는 큰 문제는 없었다.
평상시 주문을 받거나 매장에 진열할 제품을 만들 때는 불의 정수를 이용하지도 않았고 황금 망치를 들지도 않았다.
아무리 한태석이라고 할지라도 불의 정수와 황금 망치를 사용해 작업을 하면 하루에 하나 이상을 제작할 수 없을 만큼 지쳐버리는 것이다.
기력 소모가 많기에 다른 작업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제노! 제노! 습기 때문에 녹 쓸었다. 대장간 안에 수증기 너무 많다. 배출되는 양보다 차는 양이 더 많다. 큰일이다! 큰일이다.”
한태석이 실패를 하고 나면 대장간 내부에 수증기가 엄청나게 발생해서 제노는 대장간에서 도망을 치기 바빴다.
더욱이 열기 또한 강력해서 한증막에 들어온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대장간 내의 증기를 외부로 빼내야 했기에 한태석도 온몸에서 흐르는 땀을 닦으며 매장으로 나왔다.
“후우! 시원하군.”
“또 실패하셨어요? 사장님. 여기 시원한 냉커피.”
한태석이야 상대적으로 시원하다지만 대장간과 연결된 매장의 온도 또한 한태석의 실패로 인해 엄청나게 온도와 습도가 올라갔다.
위이이잉!
커다란 에어컨이 맹렬하게 돌아가며 내부의 열기와 습기를 제거하려고 용쓰고 있을 정도였다.
만일 여름이었다면 에어컨으로도 감당이 되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고마워.”
한태석은 지민에게서 차가운 얼음이 들어가 있는 냉커피를 받아서는 한 모금 마시려고 했다.
하지만 매장 한쪽 구석에서 침울하게 앉아 있던 다향이 그 광경을 보고서는 한태석에게 고함을 질렀다.
“커피 마시지 마세요! 커피 싫어요! 밉단 말이에요!”
“…….”
한태석은 다향의 반응에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서는 지민을 바라보았다.
지민은 자신도 모르겠다며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흐어엉! 왜 커피만 마시는 건데! 향 좋고 몸에도 좋은 차가 얼마나 많은데! 너무 해!”
다향은 자신은 찾지 않고 커피만을 찾는 사람들에 눈물을 쏟아내었다.
특히나 한장우가 자신이 타 준 차를 마시지 않고 커피만 마시는 것에 하늘이 무너질 듯한 충격에 빠져버려야만 했다.
자신의 몸에 술을 따르는 것보다 더한 굴욕이었다.
“저…… 저기 녹차라도 한잔하실래요?”
지민은 그렇게 남의 매장에 와서는 울음을 터트리며 영업 방해를 하는 다향에게 커피잔에 녹차 티백 하나 담아서 내주었다.
“…….”
녹차 티백에서 녹차가 우러나오는 모습을 빤히 바라보며 다향은 지민을 빤히 바라보았다.
“요즘 사람들은 이렇게 차 마시나요?”
“예? 아! 예. 요즘에는 이렇게 마시죠.”
무척이나 간편해 보였지만 다향이 알고 있던 차를 마시는 방법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곡물 냄새가 나네요.”
“아! 네. 현미가 들어가 있어요. 녹차하고요.”
현미 녹차라는 것을 알려준 지민은 살짝 불안해졌다.
현미 녹차나 이런 티백 제품은 전통차 입장에서는 차라기보다는 음료에 가까웠다.
커피도 전문적인 바리스타가 아니라 커피믹스로 간편하게 즐기는 것은 제대로 된 커피가 아니라 커피 음료나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물론 일반인들에게 있어서야 별반 다를 바 없는 일이었지만 차나 커피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한 이들에게는 불편한 심기를 자극하는 일이었다.
느린 속도로 시간을 두고 우려내는 다도의 예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다향으로서는 이 근본을 알 수 없는 차 같지도 않은 차에 이성의 끈이 두둑 하는 소리와 함께 끊어졌다.
“이건 차가 아니야!”
녹차 티백이 든 커피잔이 허공 위로 날며 녹차와 현미의 향이 깃든 음료를 사방으로 흩날리게 했다.
“꺄아악! 뭐하시는 거예요!”
지민의 비명에 매장 안은 아수라장이 되었지만 다향은 원망 어린 눈빛으로 지민과 한태석을 쏘아보고서는 길거리 밖으로 뛰쳐나가 버렸다.
“저 여자! 아니 저 도깨비 대체 뭐야! 하아! 청소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지민은 별 도깨비를 다 보겠다며 다향의 만행에 분노하고서는 바닥과 매대에 쏟아진 차를 닦기 위해 수건을 들어 올렸다.
“이거 충격이 큰 모양이군.”
한태석은 뛰어가다가 길바닥에 넘어지는 다향을 바라보며 조금은 안타까운 듯이 쓴 미소를 지었다.
수백 년을 살아오면서 쌓인 가치관이 한순간에 부정을 당한다면 그 어떤 존재도 쉽사리 받아들이기란 어려운 법이다.
한태석 또한 지구에서 눈을 뜨고 지구의 생소함을 경험하며 수없이 여러 번 충격을 받아야만 했다.
이제는 조금 익숙해졌다지만 지금도 가끔은 머릿속이 하얗게 될 정도로 충격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나 얼마 전에 보았던 김치로 사람 얼굴을 후려치는 광경은 충격 그 자체였지. 그건 그렇고 번개를 뿜어내는 망치는 한 번 만들어 보고 싶군.’
한태석은 얼마 전에 보았던 영화에서 웬 머리 긴 외국 남자가 들고 있던 망치가 눈앞에 어른거렸다.
대장장이 망치는 아니었지만 오직 한 사람만이 들 수 있으며 번개를 부리고 휙휙 던지고 다시 주인의 손으로 돌아오는 망치에 매료가 된 것이다.
물론 현실이 아닌 영화였지만 아직도 한태석은 현실과 영화 그리고 드라마의 구분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TV 속에 나오는 영상들을 전부 현실로만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판타지 영화를 봐도 한태석은 자신의 전생 세계에서 그런 판타지 영화 속의 괴물들을 직접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주선이 나오는 영화도 자신의 직원인 바루 씨가 있었으니 상상 속의 산물이라 여겨지지 않았다.
“우주 전함 말입니까? 아! 예! 저희 별에 가면 많이 있습니다. 나중에 돌아가게 되면 중대형급은 안 되겠지만 소형급으로 한 대 선물 해드리겠습니다. 전함은 아니고 수송선이나 여객선 급이지만 자체 무장은 되어 있으니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겁니다. 아! 대금은 걱정 마십시오. 사장님께서 만드시는 신비한 보석 하나 주시면 충분할 겁니다.”
바루는 자신의 별로 돌아가면 한태석에게 소형 우주선 한 대를 선물로 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물론 소형이라고는 하지만 항성간 이동이 가능한 수십 미터짜리 우주선이었다.
하여튼 인간의 상상보다 현실은 더 기가 막힌 것이다.
그렇게 다향만큼이나 한태석도 문화 충격을 겪고 있었다.
만일 한태석이 대장장이 일을 계속하지 않았다면 다향만큼이나 충격을 받아 방탕한 삶을 살았을지도 몰랐다.
사실 지금도 과거의 한태석에게 연락해오는 친구들이 있었다.
술과 여자 그리고 화려함에 빠져 살던 한태석이었으니 그런 부류의 인간들이 한가득하였다.
그렇게 한태석은 오늘 하루는 제대로 작업을 할 수 없게 된 것에 매장의 테라스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보내다가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법을 찾아야 해. 방법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완벽한 신물을 만들어 바치겠다는 약속을 한 한태석이었다.
완벽하다고 믿었던 황금 망치조차 불완전한 것이었으니 좀 더 실력을 쌓아야만 했다.
아직 한태석은 전생에서의 힘조차도 도달하지 못한 상태였다.
황금 망치와 불의 정수를 얻었다지만 전생에서도 황금 망치 못지않은 장비와 불의 정수를 가지고 있었던 한태석이었다.
“결국 물의 정수도 얻어야 한다는 말인데.”
한태석은 전생에서는 얻지 못했던 물의 정수를 떠올렸다.
대장장이에게는 다섯 가지의 정수가 존재했다.
불의 정수와 물의 정수, 바람의 정수 그리고 마지막으로 금속의 정수였다.
하나의 정수가 더 있었지만 얻고자 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보통 네 가지 정수를 얻어야 한다고 말을 한다.
네 가지 모두 얻는 것이 무척이나 까다로웠지만 특히나 물의 정수를 손에 넣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금속의 정수는 오랜 시간 금속을 다루다 보면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불의 정수도 한 번의 기회 밖에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기회는 찾아오기 마련이었다.
바람의 정수는 따로 얻는 방법이 존재했다.
하지만 물의 정수는 뛰어난 대장장이들도 일평생 한번 구경조차 못 하기 일쑤였다.
그 이유는 불과 금속을 다루는 대장장이들을 물이 무척이나 싫어하기 때문이었다.
툭하면 뜨겁게 달구어진 금속을 자신들에게 집어넣으니 물들이 좋아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대장장이들에게 있어서 물은 불과 금속 그리고 바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었다.
전생에서도 한태석은 물의 정수를 손에 넣지 못했기에 어쩌면 완벽한 신기를 만들지 못했을지도 몰랐다.
“금속의 정수는 앞으로 몇 년 내에 손에 들어올 것이다.”
한태석은 굳은살이 박여가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연하고 부드럽던 손은 바위처럼 단단해져 가고 있었다.
그 손이 금속만큼 단단해졌을 때 금속의 정수를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다.
다급해할 필요는 없었다.
지금 당장 신기를 만들어 신에게 바칠 필요는 없었다.
생이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법이었기에 겁을 낼 필요도 조급해할 필요도 없었다.
모든 것이 다 이루어졌을 때야 비로소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는 법이었다.
“결국 바람의 정수와 물의 정수를 손에 넣어야 한다는 건가.”
한태석은 오만득이 떠올랐지만 이미 청명도사로부터 들었던, 기다리면 자연히 오만득과 만나게 될 것이라는 말을 곱씹고서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태석 자신도 오만득과는 다시 만나게 될 것을 느끼고 있었기에 자신의 힘을 더욱더 기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일단 먼저 바람이다.”
한태석은 그렇게 말없이 대장간을 나섰다.
“응? 사장님 어디 가셨지? 또 편의점 가셨나? 올 때 메로나 하나 사 오시지.”지민은 매장에서 사라진 한태석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마침 매장에 들어오는 손님을 응대했다.
하지만 한태석이 또다시 연락할 핸드폰을 가지고 가지 않는 만행을 저질렀다는 것을 지민은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