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14
제 114화
44.
바람의 정수를 찾아 가출한 한태석은 정처 없이 걸었다.
찾으려는 것은 존재했지만 그 찾으려는 것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목적지가 정해지지 않은 여행인 것이다.
용한 무당인 청명도사에게 가 바람의 정수를 얻을 수 있는 장소를 물어도 되었지만 그건 스스로의 힘으로 얻는 방법이 아니었기에 한태석은 그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바람의 정수. 바람이 머무는 곳.”
첫 여행으로 목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 정도로 쉽게 얻을 수 있는 정수들이 아니었다.
평생 가도 못 얻을 수 있는 것들이었으니 끊임없이 걷고 걷다 보면 희미하게나마 길이 보일 그런 여행이었다.
그렇게 한태석은 발 가는 대로 움직이다가 넓은 강을 만났다.
“한강인가?”
한강을 바라보며 한태석은 지금까지 자신이 무척이나 여유없이 달려왔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도도히 흐르는 강물을 지켜보고 있자면 인생의 근심걱정은 무척이나 사소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매일 대장간에서만 살았으니 당연한 것인가.”
환생하면서 지구인이 되었지만 막상 자신이 살아갈 곳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전혀 없다는 것을 깨달은 한태석은 쓴웃음을 지었다.
한강 둔치로 많은 사람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풍경 좋은 장소에서 여유로움을 만끽하는 광경에 한태석은 확실히 이 세상이 안전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또 체인 빠졌네.”
물론 그런 평화로운 곳에서도 한태석의 행운은 그 평화를 깨는 힘이었다.
‘이 힘은 좀 그만, 없어졌으면 좋겠군.’
한태석은 쓴웃음을 지으며 체인이 빠져 인상을 찡그리고 있는 남자에게 다가가 체인을 고쳐주겠다고 말을 했다.
“안 빠지게요?”
“예.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한태석은 자신의 코트 안쪽에서 작은 망치와 수리 도구를 꺼내어서는 체인이 빠진 자전거를 수리해 주었다.
“이거 비싼 거예요.”
체인을 다시 끼우고 망치로 체인을 두들기는 모습에 자전거의 주인은 기겁을 했지만 한태석은 걱정 말라며 다른 부분들을 확인해 주고서는 자전거를 넘겼다.
“수리 다 되었습니다. 한번 타 보세요.”
자전거 주인은 한태석의 말에 미심쩍은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자전거에 올라타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어? 어! 이거 왜 이래? 엄청 잘 나가잖아!”
수리 전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느낌이 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전에도 비싼 자전거답게 성능에 자부심을 품고 있던 자전거 주인은 그보다 매끄러운 움직임에 깜짝 놀란 것이었다.
“우와! 대박이네. 아저씨. 어떻게 하신 거예요? 아저씨 전문가세요?”
자전거 주인은 한태석의 코트 안에서 나온 수리 도구들에 한태석이 자전거 수리 전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장장이입니다.”
“대장장이? 아! 그러고 보니까 TV 나오신 적 있으시죠?”
자전거 주인은 한태석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TV에서 보았다는 것을 떠올렸다.
한동안 떠들썩하게 뉴스에서도 나왔던 한태석이었으니 시합에서 우승하지는 못했지만 사고가 아니었다면 대한민국 최고의 대장장이로 우승을 했을 것이라는 한태석이었다.
“와! 대박! 한태석 씨 맞네!”
남자의 외침에 주변의 행인들도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누구야아? 연예인이야? 잘 생겼네.”
아주머니들도 한태석을 힐끔 바라보며 연예인이냐고 물을 정도였다.
“대한민국 최고의 대장장이요. 전에 TV 나왔던. 그 사람이요.”
“아! 맞네! 그 장인 맞네! 저 싸인 좀.”
사람들이 순식간에 몰려들며 한태석을 구경하자 한태석은 난감해졌다.
그렇게 몇몇은 사인까지 해달라고 부탁을 하며 한태석의 혼을 빼놓을 정도였다.
“꺄아아! 꺄아! 사진 좀 부탁드릴게요.”
한태석은 행인들과 스마트폰으로 사진도 찍으면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서는 자전거 주인의 열렬한 호객행위로 지나가는 자전거들을 손 봐주어야만 했다.
“흐음! 그러고 보니 지갑을 안 가져 왔네. 핸드폰도 안 가져오고.”
한태석은 또 지민이 화를 낼 것이 떠올랐지만 그렇다고 해서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아쉬운 쪽이 걱정하는 법이니 한태석은 아쉬울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자전거를 수리해 주고서는 배달을 하던 중국집 배달원에게 짬뽕 하나 주문을 한 한태석은 바람 잘 부는 한강에 앉아 점점 져가는 한강을 바라보았다.
사람들과 사진 찍고 자전거 수리해 주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이다.
그렇게 배달해 온 짬뽕 한 그릇을 다 비우자 해는 기웃기웃하니 주변이 어둠에 물들기 시작했다.
“흐음! 노숙하기에는 날씨가 조금 차가운데.”
노숙을 할 장비도 없고 한강변 잔디밭에 모닥불을 피울 수도 없었으니 한태석은 대장간으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바람의 정수를 찾으러 나왔는데 하루도 안 되어 돌아갈 수는 없지.”
한태석은 고개를 내젓고서는 잘 만한 곳이 어디 없을까를 고민하다가 가까이 보이는 호텔을 발견했다.
강변을 바라보는 경치 좋은 곳으로, 하루 숙박비가 상당한 가격일 듯한 호텔이었다.
물론 돈 걱정을 할 한태석은 아니었으니 한태석은 마음 가는 대로 한강 강남 호텔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물론 호텔을 이용해 본 적은 없는 한태석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고급 차들이 멈추어 서는 호텔의 입구 앞으로 호텔 직원들이 인사를 하고 젊은 남녀가 차에서 내려 호텔 안으로 들어간다.
한태석은 문득 들어가도 되려나 하는 생각을 했지만 한태석이 뒷걸음치기도 전에 호텔 입구의 호텔 직원이 먼저 한태석을 알아보고서는 황급히 달려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이구! 오랜만이십니다!”
“응?”
자신을 알아보는 호텔 직원에 한태석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은 눈앞의 호텔 직원이 누구인지 모르는 것이다.
‘몸의 본래 주인과 아는 사이인가 보군.’
한태석은 자신의 본래 몸의 주인을 떠올렸다.
자신이 눈을 떴을 때 지금의 몸에 들어가 있었고 본래의 영혼은 어찌 되었는지 알지 못하는 것이다.
한태석은 본래의 주인에게 미안함이 들었지만 본래의 몸 주인은 한태석이 들어가기 이전에 이미 죽은 상태였음을 알지는 못했다.
그렇게 전 영혼의 한태석을 아는 호텔 직원은 한성 그룹의 후계자 중 한 명이었던 한태석에게 실수를 하는 법이 없었다.
‘그런데 왜 걸어서 오시는 거지? 아! 사고라도 났나?’
오만한 한태석이었다.
태생이 재벌 2세였으니 오만함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몰랐다.
태어나면서 주변에서 받들어 모시던 사람이니 대부분의 사람들을 자신의 아래로 보는 것이다.
아마 자신의 차를 몰고 가다가 사고라도 내서는 그냥 가까운 호텔로 걸어왔을 것이라 여기는 호텔 직원이었다.
“숙박 됩니까?”
“예! 당연하지요.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한태석의, 숙박할 수 있냐고 묻는 말에 호텔 직원은 역시 자기 생각이 맞는다는 판단을 내렸다.
음주운전이라도 해서 교통사고를 내고서는 호텔로 숨으려는 거라고 생각된 것이다.
당연히 술이 깰 때까지 한태석을 숨겨두고 나면 자신들이 할 일은 끝나는 것이다.
나머지는 한성 그룹에서 알아서 처리할 것이었으니 호텔 직원은 한태석을 평소 묵던 곳으로 안내만 하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한태석은 카운터에서 체크인도 할 필요 없이 객실로 안내를 받았다.
“그럼 편히 쉬십시오.”
“아! 예!”
한태석은 호텔 직원의 인사를 받으며 멍하니 자신이 묵을 방을 바라보았다.
“이런 곳에서 자라고?”
과거 왕족과도 친하게 지내면서 꽤 화려한 방에서 묵어 봤던 한태석이었지만 한태석은 기본적으로 밑바닥 인생을 살아왔던 사람이었다.
지금도 자신의 건물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그 건물을 관리해 주는 이는 따로 있었기에 한태석이 신경 쓸 것은 없었다.
그래서인지 한태석은 자신의 건물 위에 옥탑방 하나 만들어서 소박하게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 한태석에게 과거 왕성의 귀빈실보다 더 화려해 보이는 VIP 룸을 안내했으니 한태석이 얼떨떨해하는 것은 당연했다.
“방이 너무 화려한데. 이럴 필요는 없는데.”
한태석이 난처해 하며 방을 다른 곳으로 옮겨 달라고 할까 고민을 할 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예!”
한태석이 대답하자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며 호텔의 지배인이 들어왔다.
“호텔 지배인 강승수라고 합니다. 이사님. 오랜만에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 예! 안녕하십니까. 그런데 방이 이곳밖에 없습니까?”
호텔 주인인 듯한 사람이 오자 한태석은 혹시 다른 수수한 방으로 바꿔 줄 수 없는지를 물으려고 했다.
그런 한태석의 물음에 강승수 지배인은 한태석이 마음에 안 들어 하나 하는 생각에 깜짝 놀랐다.
‘그러고 보니 자주 이용하시는 방이 이미 들어가 있지 아마?’
자주는 아니었지만 가끔 여자와 함께 오던 한태석이었다.
물론 여자는 매번 바뀌었지만 한태석은 자신이 주로 묵던 방에서 자고는 했다.
그런데 오늘은 그 방에 사람이 있는 것이었다.
“마음에 안 드시는 겁니까?”
“아니요! 그런 것은 아닌데.”
말을 얼버무리는 한태석에 강승수는 과거처럼 화를 내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생각을 하며 잠시 기다려 달라고 부탁을 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아! 예! 알겠습니다.”
한태석은 방을 바꿔 주려는 줄로 알고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한태석의 마음을 못 알아봐 주는 지배인은 평소 한태석이 머무르던 방에 누가 입실을 했는지부터 확인을 했다.
한태석보다 떨어지는 인사라면 어떻게든 해 보려는 것이었다.
물론 VIP 객실에 입실할 정도니 어지간한 인사가 아니기는 했지만 일단 확인부터 하고 생각하면 될 일이었다.
“됐다! 됐어! 다행이다!”
입실한 이도 무시 못 할 힘과 돈 그리고 권력을 가진 인물이었다. 하지만 강승수 지배인은 쾌재를 불렀다.
큰 문제 없이 방을 바꿔 줄 수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인물의 성격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은 강승수 지배인도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는 그냥 뭉개 버릴 수 있는 히든카드가 있었다.
“뭐? 방을 옮겨달라고? 이 새끼들이 지금 나를 무시하나? 내가 누구인지 알아!”
대뜸 화를 내는 장년의 남자에 강승수 지배인은 미소를 지으며 그 장년의 남자에게 말을 했다.
“누구야? 어떤 새끼야?”
“한태석 이사님이십니다.”
남자는 강승수 지배인의 말에 인상을 잔뜩 구기다가 다시 물었다.
“누구?”
“한성 그룹 한장우 회장님의 동생분이신 한태석 이사님께서 이 방으로 바꿔 달라고…….”
“이사님께서 오셨어?”
한성 물산의 이석우 부사장은 강승수 지배인의 말에 자신이 언제 화를 냈었냐는 듯이 물었고 강승수 지배인은 난처한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했다.
“예. 지금 옆의 VIP 객실에 계시는데 이 방만 이용을 하셔서.”
“아! 그럼 진작 이야기를 하지.”
한 성격 하는 이석우 부사장이었지만 한태석 앞에서는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태석은 또 다른 방으로 안내를 받고서는 한숨을 내쉬어야만 했다.
‘방이 이런 곳밖에 없는 모양이군.’
평범한 방이 없다고 생각한 한태석은 자신에게 인사를 하는 이석우 부사장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 때문에 이석우 부사장이 다른 방으로 가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한태석은 깜짝 놀라며 이석우 부사장에게 방도 많으니 같이 묵자는 무척이나 불편하지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 그 제안에 이석우 부사장은 급히 자신의 부하 직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김 실장! 난데 직원들 중에 술 잘 마시고 분위기 잘 띄우는 놈으로다가 대기 시켜. 빨리!”
그렇게 이석우 부사장은 생각지도 않은 접대를 준비했다.
평소 술 좋아하기로 유명한 한태석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