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15
제 115화
45.
‘내가 여기서 뭐 하는 거지?’
한잔하자는 이석우 부사장의 제안에 호텔 방에서 간단히 한잔 마시는 줄 알고 승낙을 한 한태석은 왠지 조금 익숙한 술집에 앉아 있었다.
“자! 돌려라! 너를 만나기 전의 내 모습으로오오오!”
가장 상석에 한태석이 앉고 그 옆에 이석우 부사장이 앉았으며 그 앞으로 처음 본 남자 직원들이 신이 나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어찌나 신이 나 보이는지 한태석도 들뜰 정도였다.
“자! 이사님! 한 곡 하시죠!”
“아! 저기 제가 아는 노래가…….”
한태석은 자신에게 공손히 마이크를 내미는 김창길 대리에 사양을 했지만 어느덧 자신의 손에 마이크가 쥐어져 있었다.
“어떤 곡으로?”
“아! 그…… 그거 좋더군요. 드와이쓰의…….”
결혼을 아직 하지는 않았지만 30대를 향해 달려가는 한태석이었으니 그냥 아이돌이 좋았다.
그렇게 매장에서도 들리고 자신도 몇 번 보고서는 자연스럽게 흥얼거리던 노래를 선택하자 이석우 부사장의 지시로 끌려온 한성 물산의 직원들은 한태석의 노래에 온몸을 흔들어대며 흥을 띄웠다.
그렇게 광란의 밤은 시작되고야 말았다.
그렇게 이게 1차인지 아니면 3차인지 모를 분위기 속에 매니저가 들어오며 꾸뻑 인사를 해왔다.
“아이고! 벌써 시작을 하셨네요. 하하! 저희 매장 최고의 아가씨들로 제가 불러왔는데 한 번 보시겠습니까?”
매니저의 말에 이석우 부사장은 힐끔 한태석을 바라보고서는 외쳤다.
“한번 들여보내 봐. 실망시키면 알아서 하고! 알겠나?”
“예! 여부가 있겠습니까! 아주 끝내주는 아가씨들입니다!”
매니저는 걱정을 하지 말라며 룸 안으로 아가씨들을 들여보냈다.
남자들의 숫자는 다섯이었지만 중요한 고객은 단 두 명임을 매니저도 알고 있었다.
그러니 두 명을 위해 네 명의 아가씨를 들여보내는 것이다.
“안녕하세요!”
“오빠! 분위기 장난 아니다아.”
아가씨들은 룸 안으로 들어오며 빠르게 상대를 스캔했다.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인지 순간 파악을 해야만 했다.
괜한 실수로 중요한 고객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면 그날 매니저로부터 꽤나 혼이 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그녀들은 프로였고 그중 가장 상석에 자리 잡은 한태석을 보았다.
‘저 할아버지가 주인공인가?’
대장간 안에서 일을 하다가 대충 외투를 걸치고 나온 한태석의 모습은 후줄근했다.
더욱이 모인 사람들 중에 가장 나이도 어렸기에 당연히 이석우 부사장이 갑이라고 판단을 한 것이다.
그렇게 다들 이석우 부사장과 그 옆에 앉아 있는 중년의 부장급 아저씨를 바라보고 있자 이석우 부사장은 혀를 차며 한태석에게 말을 걸었다.
“이사님. 어떠십니까?”
“저 아가씨는?”
한태석은 이석우 부사장의 말에 한 여인을 가리켰다.
이석우 부사장은 한태석이 그 아가씨를 마음에 들어 한다는 생각에 한태석이 가리킨 아가씨를 바라보았다.
‘오! 예쁘네. 좀 차가워 보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한태석이 가리킨 아가씨는 네 명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다만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듯한 느낌의 차가움도 있었지만 그건 그것대로 매력이었다.
“야! 너! 이사님 옆에 앉아!”
이석우 부사장은 한태석이 가리킨 아가씨를 한태석의 옆으로 앉으라고 말을 했다.
하지만 그런 이석우 부사장의 말에도 지목된 아가씨는 미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한태석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애나야! 뭐해?”
“예? 어? 아! 나?”
한태석이 지목한 아가씨는 다름 아닌 애나였다.
중요한 고객이라며 불려 나온 애나는 한태석이 있던 룸에 들어와서는 한태석을 보며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뭐지? 이 느낌은?’
무력이 강하다거나 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애나가 마음만 먹는다면 이 방 안의 모든 인간을 단숨에 죽일 수 있었다.
그건 한태석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애나는 한태석으로부터 느껴지는 기이한 기운에 거북함을 느껴야만 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원수를 눈앞에 대하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하지만 인간 세상에서 사고 친 적이 없는 애나로서는 원한 관계가 있는 인간이 있을 턱이 없었다.
“뭐 하는 거야? 이사님 옆에 앉으라니까.”
분위기 띄우는 직원이 애나의 팔을 붙잡아서는 한태석의 옆에 앉혔다.
“아! 죄송합니다.”
사과하는 애나에 그제야 분위기가 조금 풀리면서 다른 아가씨들도 각자의 자리에 착석을 해서는 잔을 돌리기 시작했다.
애나 또한 일이 우선이었기에 빈 잔을 들고 있는 한태석의 잔에 양주를 따르려고 했다.
하지만 애나가 한태석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는 것에 반해 한태석은 애나의 정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아니! 왜 마족이 여기 있어?’
한태석은 애나가 인간이 아닌 마족임을 정확하게 파악했다.
그것도 약하디약한 하급 마족도 아닌 고위 마족이라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는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한태석 자신 정도는 어렵지 않게 죽일 수 있는 수준일 것이라는 것을 전생에서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애나예요!”
“아! 하하! 예! 한태석이라고 합니다.”
한태석은 애나의 술을 받고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맹렬하게 머리를 굴렸다.
‘아무래도 정체를 숨기고 있는 것 같은데. 밝히면 안 되겠지. 하필이면 왜 마족이야!’
한태석은 마족을 싫어했다.
자신의 부모와 가족을 마족에게서 잃었고 마족들 때문에 모진 고생을 했었던 과거가 있었다.
그 때문에 마족과의 전쟁에서 최일선에서 싸웠던 한태석이었으니 애나가 비록 귀엽고 예쁘다지만 원수나 다를 바 없는 사이였다.
물론 덤빈다면 무조건 자신이 진다는 사실을 알기에 품 안에 있는 망치로 애나의 뒤통수를 후려칠 수는 없었다.
“하하하하! 하하하하!”
“호호호호! 호호호호!”
남녀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이 긴장감 넘치는 룸 안에서 한태석과 애나는 술잔의 술을 비우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 두 사람의 어색함과는 달리 분위기는 제대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자! 제가 이사님을 모시고 제대로 한 번 달려보도록 하겠습니다아!”
“와아아아아!”
한태석은 과거 이보다 더한 음주·가무를 즐겼었지만, 지금의 한태석은 이런 문화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
고작해야 소맥 정도나 말아 먹어봤지 소백산맥이니 고진감래주니 하는 폭탄주에 대해서 알지도 못했고 대한민국의 화려한 음주문화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다.
“자! 술이 들어간다! 쭉쭉쭉! 쭉쭉!”
“와! 이사님! 짱!”
한태석은 나름 술고래였다.
아니 대부분의 대장장이들이 상당한 주량을 가지고 있었다.
대장장이 종족이라 불리는 드워프들은 술이 곧 식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술을 좋아해 의뢰비로 질 좋은 맥주를 반드시 넣어야만 할 정도였다.
한태석 또한 땀을 많이 흘릴 수밖에 없는 직업이었기에 술을 자주 마셨다.
그러니 아직 작정을 하고 마시지는 못해서 보여주지 않았을 뿐 각종 폭탄주를 한 번에 넘기며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게 하는 데 일조를 했다.
“이사님! 아!”
“응? 어! 아!”
한태석은 애나가 젓가락으로 안주를 주는 것에 얼떨결에 받아먹었다.
설마 자신이 마족이 주는 안주를 먹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한태석이었다.
애나도 처음에는 한태석에 대해서 이상하게 느꼈지만, 한태석도 별반 아무 말도 없고 술이나 마시며 얌전하게(?) 노는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접대를 하기로 한 것이다.
더욱이 이미 애나의 옆구리에 이석우 부사장이 두둑하니 팁을 찔러 넣어 줬으니 애나의 기분은 상당히 좋아져 있었다.
‘한성 그룹의 젊은 이사님이라. 이것은!’
애나는 드라마에서 보던 그 장면을 떠올렸다.
한태석이 무려 재벌 2세라는 것을 알게 된 애나는 잘만 하면 사모님 잘 안되더라도 비련의 여주인공 정도는 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고서는 한태석 앞에 아양을 떨기로 한 것이다.
그런 애나의 모습을 마계에 있는 형부와 언니가 보았다면 인간계를 침공할 만한 일이었지만 애나는 이미 지구의 문명에 푸욱 빠진 뒤였다.
그렇게 애나의 육탄 공세(?)에 한태석은 점점 무너져 가기 시작했다.
“자! 러브샷!”
“노래를 못하면 장가를 못가요. 아아아아!”
“뿌르스 타임!”
어찌나 분위기를 이리도 잘 띄우는지 한태석은 어어 하다가 마족과 러브샷을 하고 애나의 잘록한 허리에 손을 올려놓고 블루스를 추기까지 했다.
“자! 수표 열 장! 이사님한테 미인주 한 잔 드려라!”
이석우 부사장도 흥이 났는지 테이블에 수표를 꺼내어서는 애나에게 미인주 한 잔 대접하라는 말을 하며 한태석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미인주?”
한태석이 미인주가 뭐냐며 이석우 부사장을 바라볼 때 이미 애나는 수표들을 집어 자신의 가슴 사이에 끼워 넣고서는 양주를 입안에 머금은 채로 한태석에게로 다가왔다.
“저…… 애나 씨. 왜? 읍!”
한태석은 애나의 입술이 다가와 자신의 입안으로 향긋한 술을 넣어주는 것에 의식이 점점 멀어져 갔다.
‘마…… 마족과 입맞춤을…….’
아무리 한태석이 술에 강하다고는 하지만 마족에 비할 정도는 아니었다.
맹한 구석이 있었지만 애나도 고위 마족이었다.
정신력이나 신체 능력은 인간이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이었다.
술을 아무리 많이 마셔도 술에 취하지 않는 애나였기에 이렇게 매상을 제대로 올려주며 두둑하니 팁까지 챙기는 것이다.
그렇기에 애나를 취하게 해서 어떻게 해보려던 손님들은 하나같이 애나보다 먼저 쓰러져 버리기 일쑤였다.
이번에도 한태석을 포함해 남자들 전부와 아가씨들까지 인사불성이 되어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애나는 환하게 웃으며 최후의 승리를 만끽했다.
“히히! 오늘 돈 많이 벌었다. 쇼핑해야지!”
애나는 간만의 소득에 미소를 지으며 매니저를 부르려다가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엘리제를 보았다.
“어머! 언니! 언제 오셨어요?”
두 손 가득 지폐와 수표를 들고 있는 애나에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의 엘리제는 애나의 옆에서 술에 취해 쓰러져 있는 한태석을 바라보았다.
‘저놈은 왜 여기 있는 거야?’
애나가 한태석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엘리제였다.
물론 왜 찾고 있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왠지 불안한 생각에 한태석과의 만남을 방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태석이 제 발로 찾아와 애나와 만난 것이다.
물론 운명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같이 키스까지 하는 모습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 아니야. 같이 한잔할까?”
“그럴까요?”
엘리제는 상큼하게 웃는 애나와 간단히 술 한잔하기 위해 한태석이 쓰러져 있는 룸을 빠져나왔다.
그렇게 다음 날 엘리제는 한태석을 만나기 위해 대장간을 찾았다.
하지만 한태석이 핸드폰과 지갑도 놔두고서는 가출을 했다는 말을 지민에게 들을 수 있었다.
“가출?”
“예! 지난번처럼 또 사라지셨어요. 후우!”
“…….”
전날 술집에서 마족하고 술 처마시고 있던 한태석을 떠올린 엘리제는 한태석을 걱정하는 지민을 바라보며 남자는 걱정해 줄 필요가 없는 존재란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