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16
제 116화
46.
“끄응!”
오랜만에 과음한 뒤 잠에서 깬 한태석은 자신이 낯선 곳에서 깨어났음을 확인하고서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 호텔인가?”
화려한 호텔 방 안이었다.
같이 방에 묵었던 이석우 부사장은 보이지 않았다.
한태석은 벌써 출근을 했나 하는 생각을 하고서는 샤워실로 걸음을 옮겼다.
쏴아아아아!
차가운 물을 맞으며 조금 정신이 돌아온 한태석은 어젯밤의 일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설마 마족하고 술을 마시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해 보지 못했는데.”
마족과 함께 대화도 길게 해 본 적이 없었던 한태석이었다.
그런데 술을 같이 마셨을 뿐만 아니라 부둥켜안고 춤을 추고 키스까지 했던 것을 떠올리고서는 한숨이 나올 지경이었다.
“설마 더한 짓은 안 했겠지?”
한태석이라고 해서 순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으니 그런 술집의 마지막이 어떠한 것인지는 알고 있었다.
다행히 더한 실수는 하지 않은 것에 안도하며 한태석은 샤워를 마치고서는 어째서인지 세탁이 되어 있는 자신의 옷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세탁이 된 옷 위에 깨어나면 호텔 프런트로 연락 바란다는 쪽지가 놓여 있었다.
“이거로 연락을 하면 되나?”
한태석은 연락을 달라는 쪽지에 호텔 프런트와 연결되어 있는 전화기를 들었다.
잠시 후 프런트 직원이 전화를 받자 한태석은 뭐라고 이야기를 해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일어났다는 말을 했다.
“식사 말인가요? 흐음! 그러니까. 혹시 콩나물국밥 되나요?”
당연히 될 리가 없었지만, 돈이라면 안 되는 것이 없는 세상이었으니 곧 준비해 드리겠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밥이나 먹고 가야겠군.”
한태석은 밥이나 먹고 가자는 생각을 하며 햇빛을 가리고 있던 커다란 커튼을 걷어내었다.
그러자 호텔 창밖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한강이 눈에 보였다.
믹스 커피를 한 잔 타서는 호텔 밖으로 보이는 한강을 구경하던 한태석은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콩나물국밥과 꿀물을 가지고 온 호텔 직원을 볼 수 있었다.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
“아! 예! 감사합니다.”
티 테이블 위에 차려진 아침 식사에 한태석은 왕 부럽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자신이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생의 세계에서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길을 나설 때면 하나에서 열까지 전부 자신이 직접 해야만 했다.
운이 좋게 마을의 여관에서라도 묵게 된다면 다행이었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거의 노숙을 해야만 했다.
“어우! 이제 좀 속이 풀리네.”
한태석은 시원 뜨거운 콩나물국밥이 속에 들어가자 한결 개운해지는 것에 자신도 이제 한국인이 다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아침 식사를 마친 한태석은 호텔 직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호텔을 나와 정처 없이 길거리를 쏘다니기 시작했다.
혹시나 물의 정수를 발견할 수 있을까 한강변도 걸어보고 바람이 잘 분다는 남산 타워에도 올라가 봤다.
어딜 가나 사람들이 가득해서 정신 사나웠지만 나 홀로 관광은 제대로 즐기는 한태석이었다.
하지만 좁다면 좁은 세상이었다.
“여기서 뭐 해? 대장장이 양반?”
“응? 호미 너는 여기서 뭐 하냐?”
“나 현장 학습.”
남산에서 호미를 만난 한태석은 현장 학습 왔다는 호미의 손에 용돈으로 오만 원을 쥐여주고서는 남산에서 내려왔다.
그렇게 내려와서는 창덕궁에서 이주 외계인 직원 바루 씨를 만났다.
“응? 사장님. 관광 오셨어요?”
“예? 아…… 그 건 아닌데. 바루 씨 관광 중이신가 봐요.”
“예! 하하하! 수려한 건물이 정말 일품이지 않습니까? 사장님. 언제 집으로 돌아갈지는 모르겠지만 돌아가기 전에 지구를 좀 더 보고 싶어서 말입니다.”
바루는 요즘 쉬는 날에는 관광지를 다니고 있다며 한태석에게도 너무 일에만 매달리지 말고 오늘처럼 휴식하기도 하라는 조언을 해 주었다.
“그럼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예! 좋은 시간 보내세요. 바루 씨!”
한태석은 언제 한 번 바루 씨의 우주선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서울역 앞에 도착했다.
“이거 목적지를 정해 놓질 않아서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모르겠네.”
서울 시내만 온종일 돌고 있는 한태석이었다.
벌써 어둑어둑해지고 있었기에 또 어디선가 잠을 자야 했다.
오늘은 노숙을 해 볼까 하다가 자신을 말똥말똥 바라보고 있는 한 여인을 보고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태석 씨 여기서 뭐 해?”
“아! 혜진아.”
한태석은 집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아는 사람들을 참 많이 본다는 생각이 들었다.
“뭘 좀 찾고 있어서.”
“뭘 찾는데? 아침에 대장간 들렸는데 어제 집에 안 들어갔다며. 아! 밥은 먹었어?”
“아직.”
“그럼 밥 먹으러 가자. 타.”
한태석은 혜진이 밥 먹으러 가자는 말에 혜진의 차에 탑승하려고 했다.
하지만 한태석의 인연의 끈은 꽤나 질겼다.
“어머! 오빠! 어쩐 일이냐?”
“응?”
한태석은 갑자기 자신의 팔을 붙잡는 여인에 의아한 듯이 고개를 돌렸고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존재를 보아야만 했다.
“어머! 여자 친구?”
애나였다.
왜 하필이면 이런 곳에서 애나를 만나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한태석은 두 눈에 불길이 치솟는 혜진의 뜨거운 눈빛을 느낄 수 있었다.
“태…… 태석 씨. 그…… 그 애는 누구?”
“안녕하세요! 애나예요! 호호호!”
마족 애나는 혜진의 반응에 눈웃음을 치며 먼저 인사를 해왔다.
보통의 인간 여자라면 별다른 관계가 아니라고 물러서기 마련이었지만 애나는 마족이었다.
‘호호호! 인간들의 괴로움만큼 마족의 즐거움은 없는 법이지.’
한태석이 난처해 하는 모습에 애나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두 남녀를 파탄에 빠트리고자 사악한 술수를 쓰려고 했다.
“오빠 어제. 악! 아파! 언니! 아파! 아파!”
자신의 귀를 잡아당기는 손에 비명을 지르는 애나는 한태석의 팔에서 떨어져 나왔고 한태석과 혜진은 뜻밖의 등장인물에 놀라야만 했다.
“엘리제?”
“엘리제 언니. 여긴 웬일로?”
애나의 귀를 손으로 잡아당기고 있는 엘리제에 한태석과 혜진이 의아한 듯이 묻자 엘리제는 귀찮은 표정이 역력한 얼굴로 퉁명스레 대답했다.
“이 녀석하고 밥 먹으러 왔어. 그리고 너 장난 치면 나한테 혼난다고 했지?”
“앙! 언니! 미안! 귀 아퍼! 나 거기 민감하단 말이야!”
칭얼거리는 애나와 엘리제가 아는 사이인 듯한 모습에 한태석은 이 건 또 무슨 상황인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엘프하고 마족하고 원수 아니었나? 전에 엘리제가 분명 마족을 증오한다고 했었는데.’
한태석도 그렇지만 엘리제도 마족을 증오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치 친구처럼 알고 지내는 사이인 듯했다.
한태석은 혹시나 엘리제가 애나의 정체를 모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엘리제를 향해 소리 없이 입모습으로 애나의 정체를 알려주기 위해 뻐끔거렸다.
‘마족! 마족! 마족이라고!’
한태석이 열심히 마족이라고 입을 뻐끔거리는 것에 엘리제는 인상을 구겼다.
한태석도 애나의 정체를 아는 것에 숨기고 싶었던 것이 들켰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쳇! 아무튼 나는 이 녀석하고 밥 먹으러 갈 테니까 다음에 보자고.”
“언니! 오빠! 나중에 봐요!”
그렇게 엘리제와 애나는 사라져 갔다.
“뭐야. 둘이 아는 사이였어? 그런데 태석 씨는 또 어떻게 아는 사이야.”
“아! 그게 호미 때문에.”
“아! 그래?”
혜진은 엘리제가 호미의 담임이라는 것을 알기에 호미의 보호자인 한태석이 엘리제와 만날 때 애나라는 저 여자와도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석 씨. 내가 여자의 촉으로 이야기하는데 저 애 위험해. 그러니까 조심해. 알았지?”
“그…… 그래.”
한태석은 혜진과는 다른 의미로 위험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튼 우리도 밥 먹으러 가자.”
“후우! 그러지.”
그렇게 한태석이 혜진과 근사한 곳에서 저녁을 먹고 난 뒤 혜진은 바쁜 일이 있다며 사라졌다.
“이거 지민이하고 사리만 보면 다 보는 건가? 아! 제노도 있었지.”
양반은 못 되는지 한태석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수구 뚜껑이 열리며 제노의 얼굴이 빼꼼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앗! 주인님이시다. 이런 들키면 안 되는데. 제노! 제노! 지하 왕국 안 만들고 있다! 믿어 달라! 앗! 거짓말로 인한 13825 에러다. 불량 섹터 하나 생겼다. 제노!”
“…….”
한태석은 하수구 뚜껑이 닫히며 사라지는 제노에 할 말을 잃은 채로 한숨을 내쉬다가 오늘 이러다가 전부 다 만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한태석의 마음을 하늘도 알아주었는지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왜에에엥!
“어디 불이라도 났나?”
소방차들이 달려가는 모습에 어디 불이라도 났는지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한태석은 눈에 익은 강아지 한 마리가 소방차들을 앞질러 달려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사리냐?”
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불이 난 곳으로 추정되는 방향을 향해 정신없이 달려가는 사리의 모습에 한태석은 왠지 방해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불로 사리를 다치게 할 수는 없었으니 걱정을 할 필요는 없었다.
“어디 불구경이라도 하러 가나 보지. 불을 워낙에 좋아하는 녀석이니.”
지민을 제외한 모든 이들과 만난 한태석은 오늘 그냥 대장간으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정수를 발견하는 것은 쉬운 일도 아니었기에 급하게 마음먹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렇게 몸을 돌리려는 순간 한태석은 또다시 눈에 익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오늘 무슨 날인가?’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태석도 아는 존재였다.
그 존재는 몸이 불편한지 비틀거리고 있었다.
“나를 찾아온 거냐?”
“하아! 하아! 도…… 도와줘.”
한태석의 눈앞에 있는 것은 작은 새끼 여우였다.
힘겨운지 몸을 비틀거리며 한태석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새끼 여우는 당장에라도 쓰러질 듯 보였다.
“제…… 제발. 도와줘.”
한태석은 항상 오만득의 어깨 위에 있던 여우 아리임을 알아보고서는 아리의 몸을 안아 들었다.
점점 심장의 맥박이 떨어지는 것이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 같았다.
“어째서? 이곳에 혼자 있는 거지? 오만득은? 오만득은 어디에 있는 거냐?”
“만득이는…… 윽! 만득이를 도와줘. 부탁이야.”
아리는 당장에라도 숨이 끊어질 듯하면서도 오만득을 도와달라고 한태석에게 부탁하고 있었다.
한태석은 그런 아리를 보며 입술을 깨물고서는 급히 대장간으로 달려갔다. 그렇게 한태석은 대장간에 도착해 이제 막 퇴근을 하려던 지민까지 만날 수 있었다.
“어? 사장님! 어디 갔다 오셨…… 어? 이거 여우 아니에요?”
“지민 양! 이 아이 좀 잠시만 돌봐 줘.”
“예? 아! 예! 예!”
지민은 한태석이 이제는 하다 하다 여우를 주워오는 것에 화들짝 놀라야만 했지만, 한태석은 그런 지민의 놀라움을 살필 틈 없이 곧장 대장간 안으로 들어가서는 작업 준비를 하는 듯 보였다.
“도와줘. 제발. 만득 씨를…… 컹! 컹!”
“이건 또 무슨 일이야? 방금 여우가 사람 말했지?”
왠지 아파 보이는 여우가 지금은 여우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지만 분명 지민은 여우가 사람 말을 했음을 듣고서는 이제는 더 놀랄 것도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