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17
제 117화
47.
시간이 없었다.
한태석은 점점 몸에서 기운이 빠져나가 죽어가는 아리를 위해 임시방편이지만 기운이 빠져나가지 않게 하는 아티팩트를 만들어야만 했다.
시간이 충분했다면 좀 더 효과가 좋은 아티팩트를 만들었겠지만 그러다가는 아리가 회복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될지도 몰랐다.
깡! 깡!
그렇게 몸 밖으로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 줄 목걸이를 완성한 한태석은 급히 대장간을 나와서는 축 늘어져 있는 아리에게로 달려갔다.
“사장님! 어쩌면 좋아요. 얘! 죽어가고 있나 봐요. 동물 병원에 데리고 가야 하는 거 아닌가요?”
“소용없어.”
한태석은 발을 동동거리고 있는 지민에게 병원은 소용없다며 아리를 받아들고서는 아리의 목에 목걸이를 걸었다.
목걸이를 걸자 목걸이의 장식 구슬이 잠시 반짝이더니 보라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여우 구슬은 아니었지만, 여우 구슬과 같은 작용을 하는 것이었다.
“일단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은 막았지만 상태가 좋지 않아.”
최악의 상황은 막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회복이 된다는 것은 아니었다.
오만득과 떨어져 있으면서 생명을 유지할 기운마저 상당히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병원에 데리고 간다고 해서 회복될 상황도 아니었기에 한태석은 아리가 버텨내게 도움을 주는 것 말고는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이건 또 뭐예요? 예? 사장님! 방금 이 애 사람 말하던데!”
지민은 할 말이 너무나도 많다는 듯이 한태석을 바라보았지만, 한태석도 아는 바는 거의 없었다.
“여우야.”
“아니 여우인지는 알겠는데.”
누가 봐도 여우였다.
문제는 여우가 사람 말을 한다는 소리는 듣도 보도 못한 지민이었다.
물론 지민의 일터에는 도깨비도 있고 외계인도 있고 불가살도 있었으니 까짓거 말하는 여우 정도는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
“오만득. 그 친구의 여우야.”
“오만득이요? 사장님 뒤통수 후려친 그 사람이요?”
말이 조금 이상하기는 했지만 사실을 말한 지민에 한태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람 애완 여우에요? 그런데 왜?”
“나보고 도와달라고 하더군. 오만득이 위험하다고.”
오만득의 애완 여우가 한태석에게로 와서는 자신의 주인이 위험하니 도와달라고 부탁을 했다는 말에 지민은 더 이상 생각하기를 포기하기로 했다.
“하아! 저는 그만 퇴근할게요.”
“그래. 오늘 고생했어.”
한태석은 지민이 머리가 아프다는 듯이 퇴근을 하겠다는 말에 미안함에 호주머니에서 치킨 사 먹으라며 지폐를 쥐여주었다.
자전거 수리하고 남은 돈이었다.
집에 돌아온 한태석이었으니 그 돈은 별로 필요치 않은 것이다.
“감사합니다. 사장님도 쉬…… 응? 사리야.”
지민이 한태석에게 인사를 하려는 순간 문이 열리며 왠지 기운이 넘쳐나는 듯한 사리가 들어왔다.
“너 어디 갔다 왔니?”
멍!
사리는 지민의 말에 짧고 굵지만 기운 넘치게 대답을 했다.
“너 사람 말할 줄 알잖아! 어디서 멍멍이 소리야!”
“으어어! 기운이 넘친다!”
꽤 대형 화재 현장으로 달려가 마음껏 불과 금속들을 먹어치운 사리였다.
그 덕분에 기운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지민 언니! 호미 어디 갔어? 으어어! 짝짓기하고 싶다아!”
“얘는 또 무슨 소리야! 어린 것이 어디서 그런 소리를 배웠어!”
지민은 사리의 말에 기겁을 하며 여자애가 그러는 거 아니라고 했지만 기운이 넘쳐 주체를 할 수 없는 사리의 귀에 지민의 잔소리가 들릴 리 만무했다.
하지만 호미가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은 것에 인상을 찡그리던 사리는 골골대고 있는 아리를 보았다.
과거 자신을 공격했던 오만득의 어깨에 있던 그 여우임을 알아본 사리였다.
하지만 죽어가고 있는 아리에 사리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아리의 목덜미를 물어서는 자신의 집으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사리야! 뭐 하는 거야?”
“놔둬.”
“예? 사장님.”
한태석은 사리에게서 아리를 빼앗으려는 지민을 막으며 아리를 자신의 집에 던져 넣고서는 아리를 껴안는 사리를 바라보았다.
사리의 몸에서 기운이 넘쳐흐르는 것을 한태석은 느낄 수 있었다.
어디 가서 뭘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리의 넘쳐흐르는 기운이 아리의 몸 안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음을 느낀 것이다.
“너 운이 좋았다. 호미 있었으면 국물도 없었어. 뭐 덕분에 호미한테 심부름 많이 시킬 수 있었으니 저번의 무례는 용서해 주지.”
사리는 의식을 잃은 채로 덜덜 몸을 떠는 아리의 몸을 부둥켜안고서는 자신의 넘쳐흐르는 힘을 아리에게 흘려보냈다.
한태석의 목걸이로 아리의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채워지는 것은 아니었다.
더욱이 아리의 몸으로는 사리의 기운을 전부 받아들이지도 못했다.
여우 구슬이 있었다면 어느 정도는 사리의 기운을 받아들였을지도 몰랐지만 한태석의 목걸이 장식 구슬도 많은 기운을 받아들이지는 못했다.
하지만 사리의 기운에 조금씩 회복이 되어가기 시작했다.
“다행이군.”
“사…… 사장님. 저 여우 암컷이죠?”
“응? 아마도.”
지민은 뭐가 걱정인지 아리의 성별을 물어보고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으아아! 요즘 애들 사춘기가 뭐 이리 빨라!’
지민은 자신 때하고 지금이 너무나도 다르다는 생각을 하며 내일 호미를 보면 단단히 성교육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비록 도깨비와 신수라지만 자신의 눈앞에서 사고 치는 꼴을 볼 수 없는 지민이었다.
그렇게 지민도 퇴근하고 나자 한태석은 잠이 든 사리와 아리를 바라보며 아리의 말을 떠올렸다.
‘오만득을 도와달라는 것이 무슨 의미지?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냐.’
오만득이 타락하여 다크 스미스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한태석이었다.
흑마법사나 데스 나이트에 비해서는 당장에는 큰 위험은 아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더 큰 위험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다크 스미스가 만든 물건들이 세상에 풀리면 어떤 혼란이 올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분명 실력 있고 좋은 대장장이가 될 수 있는 친구였는데.”
한태석은 오만득의 실력을 안타까워했지만 이제는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한태석은 사리의 눈치를 보고 있는 아리를 볼 수 있었다.
사리 덕분에 살 수 있었지만 사리의 심기 불편함을 느낀 아리는 바짝 얼어 있는 것이었다.
“편하게 있어. 편하게. 아! 목이 마르네.”
“예! 언니! 제가 마실 물 가져올게요.”
아리가 사리보다 나이가 월등히 많았지만 강자 지존의 동물의 세계에서 나이는 중요하지 않았다.
“야!”
“예? 왜 그러세요? 언니?”
“나는 삼따수만 마신다. 저쪽 냉장고에 있어.”
아리를 부려먹는 사리의 모습에 한태석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사리를 바라보았다.
“야! 물 가지고 온 다음에 내 뼈다귀 닦아 놔!”
“예! 언니!”
사리는 말 잘 듣는 부하가 생긴 것에 흡족한지 꼬리를 힘차게 흔들었다.
어디 갔는지 결국 집에 들어오지 않은 호미 때문에 기분 나빠진 사리였다.
“어디서 칠칠찮게 수컷이 외박을 하고 그래!”
“훗!”
사리의 가모장적인 말에 한태석은 결국 웃음을 터트리고서는 사리에게서 아리를 빼앗아 자신의 일터인 대장간으로 데리고 갔다.
아리에게 물어볼 말이 한두 개가 아닌 것이다.
한태석은 대장간으로 들어오기 전에 호미가 집에 들어왔는지 사리와 싸우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어디서 수컷이 외박을 하고 그래!”
“무…… 무슨 소리야? 내가 외박을 하든 말든! 그리고 너 그거 성차별적인 발언이다! 어! 어! 물지 마! 물지 말라고!”
한태석은 호미가 사리에게 꽉 붙잡혀 살겠다는 생각을 하며 아리를 대장간의 작업대 위에 올려놓고서는 물었다.
“어제 오만득을 구해 달라는 말이 무슨 말이지?”
한태석의 질문에 어제와는 달리 아리는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장 도와줄 사람을 찾다 보니 한태석이 생각났지만, 한태석에게 오만득을 도와줄 능력이 있을지 장담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더욱이 한태석과 오만득은 서로 적이나 다를 바 없었기에 한태석에게 오만득에 관해 이야기해도 좋을지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아리였다.
그런 아리에 한태석은 잠자코 기다려 주었다.
윽박질러 봐야 상황만 더 악화시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래. 말하고 싶을 때 말하거라. 그리고 목걸이는 임시방편이니 다른 방법을 한번 알아보자꾸나.”
한태석은 그 말을 하고서는 몸을 일으켰다.
오늘 일과를 시작하려는 것이었다.
그렇게 뒤돌아서는 한태석에 아리는 화들짝 놀라서는 한태석을 불렀다.
“저기! 만득이를 도와주실 수 있으세요?”
아리가 그제야 말을 할 마음이 생긴 듯한 모습에 한태석은 뒤돌아서서는 대답을 했다.
“도와줄 수 있을지 없을지는 상황을 알아야 할 것 같구나. 어째서 그 친구가 그런 짓을 하게 되었는지를 말이야.”
한태석의 말에 아리는 고개를 숙인 채로 눈물을 떨구었다.
“흐윽! 저 때문이에요. 저 때문에. 저 때문에 착하던 만득이가.”
한태석은 아리로부터 오만득이 힘을 추구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알 수 있게 되었다.
“여우 구슬?”
“예. 여우 구슬은 우리 구미호 일족들의 힘의 원천이에요. 여우 구슬이 없다면 이지를 잃고 평범한 여우가 되어 버리거나 죽게 돼요.”
한태석은 어린 오만득을 살리기 위해 아리가 여우 구슬의 힘을 사용해 버렸고 그렇게 없어진 여우 구슬을 오만득은 다시 만들어 주려고 했음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인간의 힘으로 여우 구슬을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나마 오만득과 함께 있을 때는 여우 구슬이 없어도 아리의 상태에 별문제는 없었지만 오만득과 떨어지는 순간부터 아리는 이지와 생명을 유지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한태석과 조금만 늦게 만났다면 아리는 길거리에서 죽었을 터였다.
“그럼 오만득이 타락한 이유가 여우 구슬을 만들기 위해서였단 말인가?”
“예. 그 때문에…….”
아리는 한태석이 가진 힘을 탐했던 오만득이 결국은 흰 대장장이와 검은 대장장이의 힘까지 손에 넣고 완전히 힘에 미쳐버렸음을 한태석에게 알려주었다.
‘그랬군. 그래서 검은 대장장이들이 나에게 오지 않았던 것이군.’
한동안 끈질기게 접근하던 검은 대장장이들이 한태석이 힘을 잃고 난 뒤에 자신을 찾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오만득이 가진 대장장이의 힘을 빼앗는 망치를 손에 넣기 위해 오만득을 쫓은 것이다.
흰 대장장이들도 마찬가지로 오만득을 쫓았으니 흰 대장장이와 검은 대장장이들은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전까지 만득이는 괜찮았어요. 그 남자가 오기 전까지.”
“그 남자?”
한태석은 또 다른 존재가 개입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어떤 자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인간은 아니었어요.”
“인간이 아니었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인간은 아닌 존재가 오만득을 찾아왔고 오만득에게 힘을 주겠다고 이야기했다는 말을 아리로부터 들었다.
그 결과 오만득은 완전히 힘에 물들어 아리의 말도 듣지 않았다고 한다.
“만득 씨는 저주받은 물건들을 만들지는 않았어요. 사람들에게 해가 될 물건을 만들 수는 없다고…… 하지만…….”
한태석은 결국 오만득이 저주받은 물건들을 만들어 세상에 풀어놓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었다.
결국, 우려했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