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18
제 118화
48.
“야! 너희들! 그거 들었냐? 저주받은 액자라고!”
“저거 또 저러네. 지겹지도 않나.”
“날도 추워 죽겠는데 무슨 납량 특집이냐.”
호미는 중학교에 올라와 새로 사귄 친구 하나가 풀어놓으려는 이야기에 피식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되지도 않은 귀신 이야기를 꺼내려는 듯한데 도깨비인 호미에게 귀신 이야기를 꺼내 봐야 소용없는 일이었다.
‘이 녀석들아 귀신하고 나하고 같이 성황당에서 떡도 구워 먹은 사이야. 어디서 귀신 이야기는!’
자신만만한 호미였지만 최근 들어 학생들 사이에서 기묘한 이야기들이 퍼져가고 있었다.
옛날에도 학교 전설이나 도시 전설과 같은 이야기는 존재했었다. 하지만 실체가 없는 그랬더라는 이야기였기에 흥밋거리 밖에는 되지 않았다.
물론 최근 퍼져 나가고 있는 저주받은 액자도 흥밋거리에 불과할 뿐인지도 몰랐다.
“아니야. 이번에는 진짜래. 나 아는 친구의 친구가 겪었다는데.”
“야! 그게 주작이라는 거다! 친구의 친구는 뭐다?”
“자기 이야기!”
“…….”
“…….”
각자 하고 싶은 말 하고 싶어 할 나이였으니 제대로 대화가 되지는 않았지만 결국 저주받은 액자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싫어하는 사람의 사진을 걸면 그 사람이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대.”
“흐음! 그거 흉악범 사진 걸면 좋겠군.”
“오! 그거 좋다! 그거 인정! 인정하는 각?”
“인정! 인정!”
또다시 삼천포로 빠지는 대화지만 아무튼 저주받은 액자라는 것이 존재하며 그 액자에 사진을 걸면 사진의 주인은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다는 이야기였다.
“야! 그거 나 공포 만화에서 봤어! 죽은 귀신이 한 짓이라며!”
너무나도 뻔한 이야기에 호미는 피식 웃고서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이어지는 친구의 이야기에 호미는 무척이나 신경 쓰이는 말을 들어야만 했다.
“그런데 액자에 사진이 걸리면 일주일 안에 그 사진을 액자에서 때야 한대. 그러면 살 수 있다고 그러더라. 그리고 그렇게 사진이 걸리면 죽을 때까지 악몽을 꾸는데 내 친구의 친구가 그 꿈을 꾸고 있대.”
“그래! 요즘 무슨 고민이 있어서 그런 꿈을 꾸는고?”
“야! 나 아니라니까! 아! 이건 비밀인데 강남 여중의 홍진아라고 그 애가 꿈을 꾸고 있대.”
호미는 익숙한 이름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제는 아득한 느낌마저 들고 있었지만 호미가 사랑했던 여인(?)의 이름과 같았기 때문이었다.
“뭐? 누구? 진아?”
“응? 어! 홍진아. 너 아는 애냐?”
호미는 그럴 리가 없다며 인상을 찡그리면서도 왠지 모를 불안감에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아! 그냥 나 초등학교 동창.”
“아! 그래. 그 애. 지금 학교 며칠째 못 나오고 있대. 갑자기 아파서 말이야. 액자 때문인지 뭔지는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호미는 그 말에 당장 몸을 일으켰다.
확인을 해 봐야 직성이 풀릴 것 같은 느낌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야! 호미야! 어디가!”
친구들의 부름에도 머뭇거림 하나 없이 뜨거운 가슴을 가진 도깨비 호미는 옛 연인을 위해 무단결석을 감행하는 것이었다.
“호미. 너 어디가!”
하지만 그런 호미의 앞에 최강의 방해자가 나타났다.
“큭! 나를 막지 마!”
“어쭈! 담임한테 까분다.”
엘리제는 수업 시간이 다 되었는데 교실을 나서는 호미의 앞을 가로막았다.
교사 같지 않은 교사였지만 나름 엄격한 기준을 가진 그녀였다.
호미로서는 엘리제를 벗어날 수 없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다른 세계의 최강자급에 달하는 무력을 가진 엘리제였으니 아무리 호미가 도깨비라고 해도 쉽지 않은 상대였다.
‘쳇! 괜히 괭이자루를 잘라내었나.’
호미의 힘은 약해져 있었다.
물론 농기구 호미 때보다는 강해졌지만 괭이로 1차 각성을 했다가 현실적인(?) 문제로 괭이자루를 잘라 힘이 약해진 것이다.
물론 완전체의 상태였어도 엘리제를 넘어서려면 쉽지 않은 일이었고 설령 넘어선다고 해도 주위에 보고 있는 눈이 너무 많았다.
“들어가서.”
“중요한 일이다. 우리 쪽 세계의 일일지도 몰라.”
“…….”
엘리제는 호미의 눈빛을 바라보았다.
진심이 깃든 호미의 눈빛을 보며 엘리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호미가 일반 학생도 아니었으니 어떤 일인지는 알 수 없어도 이해를 해 줄 수는 있었다.
“그래. 조퇴로 해 줄게. 대신 태석 씨에게는 전달하겠다.”
“알아서 해.”
호미는 엘리제의 허락을 받고서는 곧장 학교를 나왔다.
그리고서는 진아가 살고 있는 아파트로 향했다.
과거에는 자주 갔던 곳이었지만 진아가 딴 남자와 바람(?)이 나고 중학교도 갈리면서 점점 멀어진 것이다.
더욱이 호미가 진아 집에 가는 것을 사리가 그토록 싫어해 호미를 못 살게 해서는 가고 싶어도 가지 못했던 것이다.
하여튼 호미는 진아가 저주받은 액자에 사진이 걸려 시름시름 아프다는 말에 확인을 하기 위해 찾아가는 것이다.
“저주받은 액자. 흥! 그딴 것이 어디 있어. 어디 잡귀신이라도 붙었나 보지. 그깟 잡귀신 따위야.”
아닐 것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만에 하나 진아에게 잡귀신이 붙었다면 호미는 잡귀신을 격하게 타이를 생각이었다.
두근! 두근!
물론 핑계일 수도 있었다.
오랜만에 들은 진아의 이름에 식어가던 정열이 다시금 타오르는 것인지도 몰랐다.
호미는 단숨에 진아의 집에 도착해 아파트 현관문 앞에 섰다.
“으! 왜 이리 긴장되지?”
과거였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초인종을 눌렀을 호미였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컸다고 그런지 호미는 초인종을 누르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 그래! 나는 그냥 진아가 걱정이 돼서 그러는 거야. 걱정이! 뭐 딱히 사심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호미는 살짝 떨리는 손으로 초인종을 눌렀다.
띵동!
초인종 소리가 어찌나 큰지 호미는 깜짝 놀랐지만 이미 눌러 버린 초인종이었다.
안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며 누구냐고 부르는 익숙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저예요! 아주머니! 호미요!”
진아네 어머니의 목소리에 호미는 자신임을 알렸고 현관문이 열리며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어머! 호미야! 이게 얼마 만이니. 잘 지냈어?”
“아!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아! 오늘은 선물을…….”
“아니! 괜찮아! 괜찮아.”
항상 한태석의 지갑에서 돈을 꺼내어 비싼 선물을 사가지고 오던 호미였다.
오늘은 진아가 걱정되어 맨손으로 온 것이었다.
“그런데 어쩐 일이니? 지금 학교 갈 시간 아니야?”
호미가 입고 있는 교복을 보며 진아 어머니는 의아한 듯이 호미를 바라보았다.
“아! 그게 진아가 아프다고.”
“아! 그 소식 들었나 보구나.”
호미의 말에 진아 어머니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얼마 전부터 이상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던 진아는 곧 시름시름 아프기 시작했다.
병원에를 가도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말만을 들어야만 했다.
그렇게 안색이 어두워지는 진아 어머니의 표정에 호미는 진아가 아프다는 소문이 사실임을 알 수 있었다.
“정말 진아가 아픈 건가요?”
“아! 그리 심한 것은 아니고. 아무래도 학교 적응을 하다 보니 그런 것 같아. 진아 보고 갈래?”
“아! 있어요?”
“그래. 방에. 잠시만. 진아야. 호미 왔다.”
학교가 아닌 집 안에 있다는 말에 호미의 얼굴이 붉게 타올랐다.
진아를 보러 오기는 했지만 오랜만에 보는 진아에게 두근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방 안에서 들려오는 진아의 목소리에 호미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진아의 방으로 들어갔다.
진아의 방의 침대 위에 진아는 창백한 안색을 한 채로 호미를 보며 놀라고 있었다.
“호…… 호미야. 어떻게?”
아픈 진아의 모습에 호미는 왈칵 눈물이 솟구치려고 했지만 남자는 울면 안 된다며 눈물을 참고서는 미소를 지은 채로 진아에게 다가갔다.
“아프다더니 괜찮아 보이네.”
“뭐야? 그 말 하려고 온 거였어?”
호미는 아차 했다.
괜히 자신이 퉁명스럽게 말을 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어릴 때(1년도 안 되었다.)는 몰랐는데 조금 크니 생각과는 달라지는 것이었다.
“아무튼 고맙네. 병문안도 해 주고.”
“어? 어! 그런데 어디가 아프길래?”
호미는 일단 잡귀신은 없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었다.
잡귀신이 있었다면 호미를 보는 순간 도망을 쳤을 터였다.
귀신이 독하다 한들 도깨비에 비한다면 격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귀신들 중에서도 도깨비만큼 오래된 귀신들의 경우도 있었지만 그런 귀신들도 도깨비와 굳이 싸울 생각은 없었기에 어지간하면 양보를 해 주는 편이었다.
‘일단 귀신 짓은 아니고. 그냥 아픈 건가?’
호미야 병이 걸리지 않는 몸이었지만 인간들의 몸은 꽤나 병에 취약했다.
특히나 과거에는 약도 제대로 쓰질 못해 죽는 사람들이 많았음을 호미는 직접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아! 그냥 몸이 조금 안 좋네.”
진아는 호미에게 이상한 꿈을 꾸고 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믿지도 않겠지만 말도 안 되잖아.’
학교 전설이니 뭐니 하는 것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였지만 내가 그런 일을 겪고 있다는 말은 비웃음거리 밖에는 되지 않을 터였다.
아무리 호미가 자신의 친한 친구라 한들 중학생이나 돼서 할 이야기는 아닌 것이다.
“조금 쉬면 나을 것 같아.”
“흐음! 그래. 나는 저주받은 액자에 사진 걸렸다길래.”
“어? 너 들었어? 윽!”
진아는 호미의 말에 깜짝 놀라며 몸을 일으키려다 몸이 아픈 것에 인상을 찡그렸다.
잠이 들면 꿈속에 자신의 얼굴이 걸린 액자가 보였다.
그리고 그 액자 속의 자신의 사진이 점점 흑백 사진으로 변해가는 것이었다.
벌써 반쯤 흑백 사진으로 변해버려 완전히 흑백 사진으로 변하면 죽는 것은 아닐까 두려움에 떨고 있던 진아였다.
“진아야. 괜찮아? 응?”
고통스럽게 아파하는 진아의 몸에서 호미는 검은 아지랑이 같은 것이 희미하게 피어오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뭐지? 이건?’
호미 자신이 알지 못하는 기이한 기운이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무척이나 기분 나쁘다는 것이었다.
아직 희미하지만 점점 짙어지는 검은 아지랑이는 진아의 몸을 점점 잠식해 들어가고 있는 듯 보였다.
“너 정말 저주받은 액자에 사진이 걸린 거야?”
“뭐? 그 액자가 사실이었어?”
호미는 공포로 물들어 가는 진아의 모습에 자신이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이내 미소를 지으며 진아에게 말을 했다.
“그렇게 무서워할 필요 없어. 내가 해결해 줄 테니까.”
“호…… 호미야.”
진아는 자신감 넘치는 호미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하니 안심이 되는 느낌이었다.
옛날부터 어딘지 모르게 믿음직했던 호미였다.
그렇게 진아는 호미에게 자신이 꾸었던 꿈 이야기를 했다.
처음 꾸었을 때 몇몇 친구들에게 해 주었던 꿈 이야기였지만 다들 믿어주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호미는 무척이나 진지하게 진아의 말을 들어주는 것에 진아의 마음속에서 옛날의…….
“진아야! 혁진이 오빠 왔다.”
“오빠가? 엄마! 안 돼! 나 지금 엉망인데!”
그렇게 진아의 호미에 대한 우정은 더욱 굳건해졌다.
‘하!’
호미는 첫사랑은 첫사랑으로 남겨둘 때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아직은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