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22
제 122화
52.
“그게 대체 무슨 소리입니까?”
대뜸 저주받은 액자가 어디 있냐는 말을 들은 진아 아버지는 한태석에게 버럭 화를 내었지만 한태석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액자. 혹시 어떤 자에게서 액자를 받으신 적 있으십니까?”
“무…… 무슨 액자를 말하는 겁니까? 대체?”
“진아의 사진을 끼워 넣은 액자 말입니다! 받으신 적이 있냐는 말입니다!”
한태석은 한시가 급함에도 불구하고 대답을 하지 않은 진아 어버지에 답답함을 느꼈다.
물론 한태석도 믿기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지구에서 생활을 하면서 저주니 하는 것들이 미신으로 여겨지는 것을 알게 된 터다.
대뜸 저주니 뭐니 하면서 딸의 목숨이 위험하다고 말하는 이를 정상으로 보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기에 진아 아버지도 한태석의 말에 짜증을 내려다가 진아의 친구의 보호자이기도 하고 한태석이 어떤 인물인지도 알기에 잠시 화를 참으며 대답을 했다.
“저주받은 것인지 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액자 하나 사기는 했습니다. 그리고 그 액자에 진아 사진 끼워 넣은 것도 맞고요. 그런데 그게 뭐 어쩐다는 겁니까? 그 액자가 저주라도 받아서 진아가 아픈 것이 그 저주 때문이라도 된다는 말입니까?”
인정할 수 없었다.
자신의 행동 때문에 딸이 아프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독이 바짝 오른 진아 아버지에 한태석은 고개를 내저었다.
“예. 맞습니다. 그 액자가 저주받은 물건이고 그것이 진아를 위험하게 만들 겁니다.”
“뭐? 이 미친 새끼가! 지금 친구 아버지라고 봐 줬더니 뭐가 어쩌고 어째?”
한태석의 말에 진아 아버지는 이성을 잃었는지 한태석을 향해 달려들 듯이 행동을 했다.
“여! 여보!”
그런 진아 아버지를 진아 어머니는 놀라 급히 말렸다.
물론 자신이 생각해도 한태석의 말은 어이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가세요. 아무리 호미 아버님이시라지만 말씀이 지나치셨어요.”
진아 어머니마저 한태석을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노려보며 한태석과 호미에게 나가라고 말을 했다.
“나가기 전에 한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액자. 쉽게 부서지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반드시 부숴야만 진아가 살 수 있습니다.”
“꺼져! 이 새끼야!”
결국 한태석은 저주받은 액자를 처리하지 못하고서는 진아네 집에서 호미와 함께 나와야만 했다.
“대장장이 양반.”
“…….”
진아네 집에서 쫓겨난 호미는 한태석을 불렀다.
원망스러운 목소리는 아니었다.
호미도 대충 이렇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수백 년을 살아온 호미였기에 누구보다 인간을 잘 알고 있는 호미였다.
“믿지 못하겠지. 우리가 사라진 이유도 사실 인간들이 우릴 믿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니까.”
“미안하다.”
“아니. 미안할 것이 뭐 있나. 결국 인간의 운명은 인간이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니까. 저주받은 액자 구매한 사람만이 부술 수 있지?”
“그래. 진아네 아버지에게 귀속된 이상 나는 부술 수 없다. 대가 없이 받았다면 부술 수 있겠지만 대가가 지급되었다면 대가를 지급한 자만이 부술 수 있어. 그것이 대장장이들이 만든 물건의 처리법이다.”
“그럼 만약에 진아 아버지가 대장장이 양반한테 액자를 양도하면?”
“내가 부술 수 있지.”
호미는 한태석을 바라보았다.
한태석은 웃고 있었다.
그렇게 웃고 있는 한태석에 호미는 미소를 지었다.
불안이 던져졌으니 갈대처럼 흔들리는 인간은 분명 불안해질 것이며 의심을 하게 될 것이었다.
정상적인 부모라면 좋든 싫든 약자 따위보다 딸의 목숨을 더 소중하게 생각할 것이었다.
“소유주가 부술 수 있다지만 저주받은 액자를 만든 이는 다크 스미스다. 결코 쉽게 부서지지 않을 거야.”
한태석은 호미와 함께 대장간으로 돌아갔다.
결국 진아 아버지가 한태석에게로 올 수밖에 없을 것을 한태석은 알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한태석과 호미가 떠나고 난 뒤에 잠들어 있는 진아를 바라보는 진아의 부모들은 심각하게 진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병원에서는?”
“아무런 이상이 없대. 아니, 모르겠대.”
“혹시 무슨 전염병 같은 거 아니야? 회사에서 진주네도 아프다고 하고 현식이는 와이프가 아프다던데.”
“진주하고 현식 씨 안사람이?”
진아네 어머니는 자신도 알고 있는 남편의 회사 동료의 딸과 아내가 아프다는 말에 놀라 했다.
“아니 왜?”
“그걸 내가 어떻게 알어! 얼마 전부터 시름시름 아프다고 하는데 그쪽도 병원에서 모르겠다잖아! 에이! 진짜!”
진아 아버지는 짜증스러운지 자신의 정장 재킷을 거칠게 벗었다.
“조용히 해. 진아 아프잖아.”
조금 나아진 듯 안색은 돌아왔지만 여전히 깨어나지 못하는 진아의 모습에 진아 아버지는 결국 입을 다물고서는 거실로 나와 버렸다.
소파에 앉아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TV를 켠 진아 아버지는 자신의 옆으로 다가와 앉은 아내에 인상을 찡그렸다.
“여보. 혹시.”
“뭘?”
“아니. 혹시 진주네 아버지하고 현식 씨도 액자 사지 않았어?”
“거! 쓸데없는 소리 하고 있네! 이 여편네가!”
“아! 왜 화를 내고 그래! 물어볼 수도 있지!”
아무래도 한태석의 말이 마음에 걸리는 진아 어머니였다.
진아 어머니도 어이없는 미신인지는 알고 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병원에서도 그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을 하고 있기에 혹시라도 학교 가기 싫어서 하는 꾀병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온몸에 식은땀을 흘리며 끙끙거리는 딸이 꾀병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만에 하나 그러다가 큰일이라도 난다면 아무것도 해보지 못한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여보. 그 액자 부수면 안 될까?”
“에이! 진짜! 그런 미신을 믿어?”
“미신이든 아니든 그깟 액자가 얼마나 중요하다고 그래.”
진아 어머니는 혹시라도 모르니 액자를 부수자고 말을 했지만 진아 아버지는 머뭇거리고 있었다.
꽤나 대단한 장인이 만든 액자라며 이 액자에 사진을 끼우면 건강하니 잘 살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구입을 한 진아 아버지였다.
물론 그 건강하고 잘 살 수 있다는 말도 미신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액자 자체가 워낙에 잘 만들어져 있는 데다가 미신이어도 좋은 말이었기에 자신의 회사 책상에 잘 놓아두었다.
지나다니는 직장 동료들도 무척이나 보기 좋다고 말을 해 주어서 나름 잘 샀다고 마음 뿌듯해했던 진아 아버지였다.
그런데 그것이 진아를 아프게 하고 있는 것의 정체라고 하니 진아 아버지는 답답할 지경이었다.
“나! 잠시 진아 보러 온 거니까. 다시 회사 들어가 봐야 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진아나 잘 보고 있어.”
“여보오!”
진아 아버지는 결국 집에 있는 것도 불편해 반차를 낸 회사로 다시 돌아갔다.
“뭐야? 분위기가 왜 이래?”
진아 아버지는 회사 분위기가 어수선한 것에 인상을 찡그리며 부하 직원들에게 한마디를 하려다가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직원을 보았다.
“홍 차장님.”
“왜? 무슨 일이야?”
갑자기 불안감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형석 과장님. 딸이 응급실로 실려 갔대요. 그래서 과장님이 급히 병원에 갔는데. 이 대리님도 아내분이 갑자기 쓰러져서 병원으로 갔나 봐요. 말로는 꽤 위급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다른 부서 사람들의 지인들도 지금 상황이 좋지 않다고…….”
“뭐? 박 과장하고 이 대리가? 그리고 뭐? 다른 부서?”
진아 아버지는 깜짝 놀라서는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한두 명도 아니고 대여섯 명이 넘는 회사 직원들이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다는 소식이었다.
당연히 회사 분위기가 엉망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차장님 오늘 진아 아프다고 해서 반차 내지 않으셨어요?”
“어? 어! 아니 괜찮아진 것 같아서 말이야.”
진아 아버지는 부하 직원의 질문에 대답하고서는 살짝 떨리는 몸으로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자신의 부서의 두 사람 모두 자신과 한가지 연관성이 있었다.
‘분명 둘 다 나하고 똑같이 액자 산 사람들인데.’
진아 아버지는 힐끔 자신의 책상 위에 올려있는 액자를 바라보았다.
그리 크지 않은 액자에는 자신의 딸인 진아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공장에서 만든 그런 공산품이 아니라 장인이 직접 만들 것이라 한눈에 보기에도 고급스러웠다.
그렇게 건너편 책상을 바라본 진아 아버지는 부하 직원인 이 대리의 아내가 환하게 웃고 있는 액자를 보았다.
평소 너무 건강해서 탈이라고 하던 이 대리의 아내였기에 갑자기 쓰러졌다는 말에 의아해하던 중이었다.
오싹!
진아 아버지는 몸이 오싹함을 느끼며 진아의 사진이 들어간 액자를 책상 아래로 밀어 떨어트렸다.
무의식중에 제법 힘을 주었기에 액자는 산산조각이 날 것이라 생각했다.
타닥! 탁!
“이런! 내가 무슨.”
자신이 생각해도 웃기지도 않는 행동에 바닥에 떨어진 액자를 주우려던 진아 아버지는 이내 믿기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안 부서졌다?”
제법 큰 충격일 터였지만 액자는 멀쩡했다.
“장인이 만들어서 내구도가 좋은 건가?”
나무 액자도 아닌 철제로 된 액자였으니 안 부서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터였다.
물론 액자의 유리조차 부서지지 않았다는 것이 조금은 꺼림칙했지만 진아 아버지는 한태석의 말이 떠올랐다.
‘부서지지 않을 거라고 했어. 웃기지 마!’
진아 아버지는 의자에서 일어나며 발을 헛디뎠다는 듯이 바닥의 액자를 향해 구두 발굽으로 내려찍어 버렸다.
제법 비싼 가격에 구입을 하기는 했지만 그래 봤자 물건에 불과했다.
미신인 것도 알지만 딸의 생명보다 중요하지는 않았다.
과직!
“어! 차장님!”
“아이구! 이거 어쩌나 내가 발을 헛디뎠네. 이거 아까워서.”
진아 아버지는 부하 직원이 자신의 행동을 보며 놀라는 것에 당황한 행동을 취하며 발에 힘을 좀 더 가했다.
‘이 정도면 부서지겠지.’
건장한 체격의 성인 남자가 작정을 하고 밟아 버렸으니 당연히 부서질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이거 비싼 거 아닌가요? 어? 괜찮네.”
“뭐?”
바닥에 떨어진 액자를 부하 직원이 들어 올려서는 살피며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는 진아 아버지에게 내밀었다.
“야! 다행히 안 부서졌네요.”
“…….”
진아 아버지는 자신이 작정하고 밟았음에도 흠집 하나 나지 않은 것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마치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느낌이었다.
“마…… 말도 안 돼.”
“예? 차장님!”
진아 아버지는 액자를 빼앗아서는 사무실을 나섰다.
그리고서는 화장실로 달려가 문을 닫고서는 있는 힘껏 액자를 부수려고 했다.
던져도 보고 발로 밟아도 보았으며 화장실에 있는 간이 망치로 있는 힘껏 두들겨도 보았다.
하지만 그 어떤 것 하나 소용이 없었다.
“사진! 사진 빼야 해! 사진!”
액자에 끼워져 있는 진아의 사진을 빼야 한다며 분리를 해보았지만 분리 또한 되지 않았다.
온몸에서 땀이 비 오듯이 흘러내렸고 단정하던 옷차림은 점점 엉망이 되어갔다.
“왜 안 부서지는 거야? 왜? 왜 안 부서지는 거냐고!”
미친 사람처럼 악을 쓰며 액자를 부수려고 했지만 액자는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멀쩡했다.
“차장님! 차장님! 괜찮으세요?”
“내 딸 내놔! 내 딸 내놓으라고! 내 딸!”
진아 아버지는 화장실 문을 두드리며 자신을 부르는 동료들의 목소리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로 부서지지 않는 액자를 손에 쥐고 망연자실하게 화장실 바닥에 주저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