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28
제 128화
58.
한태석은 혜진과의 전화를 끊고서는 사리와 호미를 바라보았다.
칭찬해 달라고 두 눈을 반짝이고 있는 사리와 호미였다.
“그래. 수고했다. 하지만 또 이러면 혼날 줄 알아라.”
아무리 사리와 호미가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라고는 하지만 위험한 일이었다.
다크 스미스와의 싸움은 일반적인 전투와는 달랐다.
아무리 강한 존재라 할지라도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것이, 다크 스미스의 전투였기에 경험이 부족한 호미나 사리로서는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쳇! 대장장이 양반! 우리를 너무 무시한다니까.”
투덜거리는 호미에 한태석은 한숨을 내쉬며 아리에 관해서 물었다.
“몸이 안 좋다고 해서 돌아갔어요. 내가 기운을 넣어주었기는 한데 이상하게 계속 기운이 빠진다고 하더라고요.”
한태석이 찾고 있는 저주를 만들어 내는 존재를 찾은 것은 호미와 사리뿐만 아니라 아리까지였다.
사리가 아리는 대장간으로 돌아갔다고 하는 것에 한태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만들어 준 것은 임시방편이니까. 아무래도 정상적인 활동은 쉽지 않을 거다.”
사리의 도움으로 아리의 텅 빈 기운을 채워 위험은 넘길 수 있었지만 아리의 목에 채워져 있는 구슬이 받아들일 수 있는 기운의 양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이성을 유지한 채로 간단한 행동만을 할 수 있을 뿐 요기를 사용한다거나 할 수 있는 수준은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사리가 옆에 붙어 있어서 계속 기운을 줄 수도 없었다.
아니 준다고 해도 아리의 요기와 사리의 화기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기운이다 보니 사리의 기운을 무한정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
자칫 아리의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었기에 아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잠으로 보내는 형편이었다.
“그럼 그 여우는 평생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거야?”
“여우 구슬이 있으면 된다고는 하지만…….”
한태석은 호미의 질문에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대장장이 양반이 여우 구슬을 만들면 되잖아.”
“만든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이미 그 아이의 몸은 더 이상의 요기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
여우 구슬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한태석이었다.
설령 여우 구슬을 만든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없었다.
여우 구슬을 채울 요기를 아리는 더 이상 만들어 내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 때문에 오만득은 다른 요기를 만들어 내는 요물들을 사냥해 그들의 요기를 여우 구슬에 채워 넣은 것이다.
한 존재를 살리기 위해 수많은 존재들을 죽일 수는 없었으니 한태석이 여우 구슬을 만들어 낸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는 것이다.
그렇게 병에 걸린 아이처럼 평생을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한태석의 말에 호미와 사리는 안타까워했다.
“정말 다른 방법은 없는 거야?”
“후우! 모르지. 찾아보면 있을지도.”
한태석은 그 말을 끝내고서는 호미와 사리가 찾아낸 저주를 만들어 낸다는 존재의 집을 바라보았다.
인간인 한태석보다 호미와 사리가 더 기운에 예민한 것은 당연했다.
“아주 역겨운 냄새가 나. 분명 그때 맡았던 냄새야.”
사리는 앙증맞은 코를 실룩이며 한태석이 부쉈던 액자에서 나는 냄새와 같은 냄새를 이창석의 건물 안의 한 존재에게서 맡았다는 말을 했다.
“역시 개 코. 커억!”
“나 개 아니거든!”
호미는 사리에게 따봉을 날렸다가 옆구리를 움켜쥐었다.
티격태격하는 둘에 한태석은 이제라도 돌아가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둘이 자신의 말을 들을 리 만무하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한숨을 내쉬었다.
“자! 그럼 대장장이 양반! 가서 빨리 족치자고.”
호미의 말에 한태석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게 고개를 가로젓는 한태석에 호미와 사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해할 수 없는 한태석의 반응이었던 것이다.
“나는 저자가 목적이 아니야. 찾고자 하는 것은 오만득이지.”
한태석은 느긋하게 기다릴 생각이었다.
‘분명 저자는 오만득이 있는 곳으로 갈 것이다. 문제는…….’
한태석은 조금 못 미덥다는 듯이 사리와 호미를 바라보았다.
저주를 만든 존재가 인간인지 아니면 다른 존재인지 알 수는 없었다.
저주는 악의에서 시작된다.
평범한 인간도 약한 저주 정도는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그런 약한 저주에도 풍기는 향기는 지독했다.
그 악의는 마족의 악취보다 더 강렬해서 저주를 만들어 낸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 알아내기가 불가능했다.
‘마족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저주라면 마족을 의심할 수도 있었지만 지구에는 마족이라는 존재가 그리 많지 않았다.
아니 지구는 마족들에게 그리 환영받는 세계가 아니었다.
희박한 마나는 마족들도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만드는 세계였다.
더욱이 문명화되면서 신과 마족들에 대한 믿음이 극도로 위축되어 있어서 마족들이 설칠 만큼 매력적인 세계도 아니었다.
마족 애나는 무척이나 특이한 존재인 것이다.
더욱이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다크 스미스라는 대장장이들을 이용하는 존재들이 마족들이라기보다는 같은 인간들인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무조건 마족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 한태석이었다.
저주란 증오와 악의가 그 기반이 되는 것이었고 그런 증오와 악의는 세상을 증오하는 존재에게서 나오기 마련이었다.
설령 마족이라고 할지라도 그 증오와 악의를 증폭해 줄 힘을 제공할 뿐 직접 저주를 만들거나 하지는 않았다.
‘만에 하나 저 존재가 마족이라면 사리와 호미가 들켰을지도 모른다.’
한태석이 우려하는 것은 사리와 호미가 들켰을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사리와 호미가 악의의 지독한 냄새를 맡았던 것처럼 상대 마족도 사리와 호미의 이질적인 기운을 눈치챌 수 있는 것이다.
은밀히 오만득을 찾는 것이 목적인 한태석이 오히려 함정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호미와 사리의 도움 없이 홀로 해결을 하려고 했던 것이다.
엘리제 또한 마찬가지여서 들킬 위험이 있었고 지민이나 혜진도 자칫 위험에 빠질 수 있었기에 되도록 혼자 해결하려던 것이 호미와 사리의 난입으로 꼬인 것이다.
‘후우! 어쩔 수 없지.’
싱글벙글 아무런 걱정 없어 보이는 호미와 사리를 혼낼 수도 없었기에 한태석은 한숨을 내쉬고서는 호주머니에서 만 원짜리 지폐 몇 개를 꺼내었다.
“가서 먹을 거나 사 와라.”
“응? 나 꿀떡 사 먹어도 돼?”
“나는 캔! 캔!”
“알아서 해.”
마치 잠복 경찰처럼 숨어서 기다려야만 했다.
언제 상대가 움직일지 알 수 없었기에 기다려야만 하는데 호미나 사리 둘 다 잠시도 가만있는 타입이 아니었으니 입에 뭐라도 물려놓으려는 한태석이었다.
그렇게 호미와 사리가 한태석이 준 돈으로 편의점으로 달려가고 난 뒤에 한태석은 불이 켜진 한 빌라를 노려보았다.
휘이잉!
쌀쌀한 저녁 바람이 불어오고 한태석은 머리를 끄적였다.
“이거 운전이라도 배워야 하려나? 지구에서의 기다림은 좀 그렇군.”
전생에서도 그런 적이 있기는 했지만 왠지 지구에서 숨어서 기다리는 잠복은 처량함이 드는 것이다.
“흐음! 면허증이 있기는 있는 것 같은데.”
한태석에게 차가 한두 대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의 한태석은 운전을 할 줄 몰랐다.
그렇게 처음으로 운전을 배워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한태석이었다.
“야! 빨리 마셔! 나 캔 먹어야 한단 말이야.”
“윽! 나 지금 몇 캔 마셨는지 알아? 그냥 저기 분리수거장에 있는 거 먹어!”
“더럽다고!”
“…….”
한가득 음료수 캔만 사 가지고 온 호미와 사리는 골목길 앞에 앉아서는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그런 둘에 지나가는 행인들과 빌라의 사람들이 힐끔거리는 것에 한태석은 한숨을 내쉬며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아! 예. 접니다. 차 한 대 좀 보내 주시겠습니까? 아! 여기가 어디냐 하면…….”
한태석은 한성 그룹의 비서실에 전화를 걸어서는 숨어 있을 만한 차를 한 대 가지고 와달라고 부탁을 했다.
차 안에 들어가 있으면 그래도 다른 사람들의 이목에서 벗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운전을 할 줄은 모르지만 골목길 밖에 그냥 서 있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을 내린 한태석이었다.
그렇게 얼마 뒤에 서울의 한 빌라촌의 골목길에 벤틀리 한 대가 불법으로 주차되었다.
“니들 안에 타라!”
“오! 실내 넓은데!”
“야! 빨리 안 마실래?”
“야! 내 배 터지겠다!”
호미와 사리는 빈 캔들과 아직 다 못 마신 캔들을 벤틀리 안에 던져 넣고서는 아웅다웅했다.
한태석은 운전석에 탑승하며 저주받은 존재가 살고 있는 빌라를 주시하며 사리가 먹을 캔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렇게 그 날 밤은 별다른 일 없이 지나갈 수 있었다.
물론 차에 대해서 별로 관심도 없고 아는 바도 없는 한태석이었으니 벤틀리가 뭔지 관심도 없었다.
그 덕분에 오히려 관심을 더 받게 되었지만 왜 그런지는 이해를 못 하는 한태석이었다.
“나 학교 갔다 올게.”
“나도 소방서 갔다 올게요.”
다음 날 아침 학교에 가겠다는 호미와 소방서 간다는 사리를 보낸 한태석은 하품을 하며 둘을 보내었다.
“어제는 아니군. 뭐 바로 알 수는 없을 테니까.”
한태석은 호미와 사리를 보내고 난 뒤에 정장 차림으로 빌라를 나오는 한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 남자가 저주를 만든 존재라고 사리로부터 들었던 한태석은 혜진에게 저주의 씨앗을 넘겨주어 확인을 할 수 없는 것이 조금 아쉬웠지만 일단 그 남자를 따라가기 위해 벤틀리에서 내렸다.
“우와! 벤틀리다.”
“이거 비싸?”
“우리 빌라보다 비싸.”
“어우!”
제대로 민폐를 안겨준 차를 놓아두고 한태석은 열심히 남자를 쫓았다.
“버스를 타는군.”
남자가 탄 버스에 같이 올라탄 한태석은 버스비로 오만 원을 넣고 힐끔 남자를 주시했다.
“…….”
물론 버스 기사님이 한태석을 어이없이 쳐다보았지만 한태석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지 못했다.
그렇게 한태석의 추적은 성공을 거두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한태석에게 있어서 최대의 난관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거 어떻게 하는 거지? 아!”
남자가 지하철에 타는 것이었다.
돈을 넣을 곳을 찾지 못한 한태석은 결국 남자를 놓쳐야만 했다.
인파 속으로 사라지는 남자를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한태석이었다.
현대 문명은 아직 한태석에게 너무나도 어려운 세계였다.
결국 혜성 물산에 걸어서 도착한 한태석은 자신만큼이나 안색이 좋지 못한 혜진과 만날 수 있었다.
“응? 무슨 일 있어? 안색이 좋지 않은데.”
“…….”
혜진의 표정에 의아함을 느낀 한태석이었지만 혜진은 지금 말 못 할 고민에 머릿속이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그 자식 어떤 놈이야.”
혜진은 이것이 다 저주를 만든 존재 때문이라며 이를 갈았다.
어제 밤새도록 오해를 풀기 위해 발버둥을 친 혜진이었다.
그 분함을 풀지 않고서는 도무지 견딜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아버지가 저주를 만든 존재가 아니라는 것은 다행이었지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그것도 이미 자신의 손에서 떠나버린 문제였다.
“후우! 저기 태석 씨.”
“응? 왜?”
“그…… 그게.”
혜진은 한태석에게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결국은 알게 될 것이기에 입을 열었다.
“우리 아빠. 장가가신대.”
“응? 아! 그래? 아! 축하해.”
한태석은 혜진의 복잡한 마음도 모른 채로 이창석의 결혼을 축하했다.
‘그놈 가만 안 둘 거야! 분명 우리 아빠 회사 직원이라고 했지! 크아아아아!’
그렇게 혜진의 복수심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