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32
제 132화
62.
“하아! 하아! 세상은 평화로운데 우리는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건지.”
지민과 혜진은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런데 언니. 그 말들이 믿어져요?”
“안 믿으면 어쩔 건데? 이미 눈으로 다 확인을 했잖아.”
한태석의 대장간으로 오기 전까지만 해도 이런 세계가 있는지도 몰랐다.
물론 아직도 실감을 하지는 못했다.
마왕이 존재하고 마왕은 세상을 멸망시키려고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마왕의 부활이 꼭 마족들의 침공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면서요. 때로는 역병으로 때로는 인간들 간의 전쟁으로 이루어진다면서요. 그런데 우리가 이럴 필요가 있나요?”
지민은 총과 미사일이 난무하는 세계에 검 하나 들고 설치는 것이 맞냐는 생각이 들었다.
한태석은 성검을 만들려고 하고 있었다.
문제는 성검을 사용할 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한태석도 성검을 만들 뿐 사용을 할 수 없었고 엘리제도 자신은 성검을 사용할 자격이 없다고 말을 했다.
이미 자신들의 세계에서 성검을 만져보았지만 엘리제는 선택받은 용사는 아니었다.
물론 지민과 혜진이 성검의 주인이 될 만한지는 알 수 없었다.
아직 확인을 해 보지 못한 것이다.
무엇보다 엘리제는 지민과 혜진의 세계 사람들이 아니었다.
간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는 없는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침공이 이루어질지 알 수 없으니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대비를 해야 하는 거지. 검 들어!”
혹시라도 마왕이 침공하면 마왕을 물리칠 용사가 필요했으니 지민과 혜진은 용사가 되기 위한 수련에 들어간 것이다.
용사가 되지 못하더라도 용사의 동료가 될 실력을 쌓아야만 했다.
“그냥 엘리제 언니네처럼 강력한 폭탄으로 날려버리면 안 되나?”
“마왕은 일반 폭탄으로 안 죽는대. 그것도 태석 씨가 힘을 쏟아 넣은 폭탄이어서 성공한 거라고 하더라고.”
“오! 그럼 사장님한테 검보다 폭탄으로 만들어 달라고 하는 게 낫지 않겠어요?”
“그러다가 사람 사는 도시까지 다 날려버리자고?”
“흐음! 그러네. 그럼 총으로 만들어 달라고 하는 건?”
지민의 말에 혜진은 그건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검이 꼭 검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었으니 총으로 만들어 원거리에서 마왕의 머리를 날려버리는 것이 훨씬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혜진과 지민은 다른 세계의 성검을 고쳐 주고 있는 한태석에게 달려가 성검을 총으로 만드는 것은 어떻겠냐고 물었다.
“안 돼. 뭐 못 만들 것은 없지만 힘의 전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약한 마왕이라면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강한 마왕에게는 효과가 없어. 폭탄 같은 경우도 마족들을 쓸어 버릴 수 있지만 마왕에게는 큰 타격이 되지 않을 거다.”
한태석은 마왕 베오란트를 떠올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베오란트라면 한태석 자신이 만든 폭탄에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동료의 무기라면 나쁘진 않을 것 같군.”
한태석은 혜진과 지민의 아이디어가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에 언젠가 있을 마왕과의 전쟁에서 사용될 무기들을 만들기로 했다.
전생에서도 검뿐만 아니라 활과 창, 도끼, 단검 등 용사의 동료들의 무기들도 만들어 주었기에 총이라고 해서 못 만들 리는 없었다.
“그런데 언제 마왕의 침공이 이루어지는 거예요. 사장님.”
“몰라.”
마왕의 침공이 아무 때나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세상이 악의에 의해 혼란에 빠질 때 마왕은 눈을 뜨는 법이었다.
어쩌면 한태석이나 지민 그리고 혜진의 대에서 마왕의 부활은 없을지도 몰랐다.
애나와 장길산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한태석도 성검을 만들거나 하지는 않았을 터였다.
성검은 필연적으로 악을 불러오는 힘 또한 가지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너무 조급해할 필요는 없어. 언제나 인간은 역경을 이겨내고는 하니까.”
한태석은 성검의 설계도를 들여다보다가 당장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서는 몸을 일으켰다.
“나 외출 좀 하지.”
“핸드폰하고 지갑 들고 가세요.”
지민은 한태석이 또 외출을 한다는 말에 연락이 되게 핸드폰을 들고 가라고 말을 했다.
또 며칠씩 연락도 되지 않은 채로 행방불명이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한태석은 지민의 말에 쓴 웃음을 짓고서는 자신의 대장간에서 뭘 그리도 열심히 만들고 있는지 모를 제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제노! 제노! 오늘 만드는 것은 이온 엔진의 부품이다. 바루 집에 보내야 한다. 주인님. 나중에 이거 강화 좀 부탁드린다. 지금 제노의 기술로는 역부족이다.”
“응? 아! 바루 씨 우주선 고쳐 주고 있는 거였냐? 흐음! 그래. 알았다. 거기다 놔둬라.”
한태석은 제노가 틈틈이 바루의 우주선을 고쳐 주고 있음을 알게 되어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할 게 무척이나 많군.’
성검을 만들어야 하고 바루의 우주선도 고쳐 줘야만 하며 신에게 바칠 신물도 제작해야만 했다.
하나하나가 평생을 바쳐도 이루지 못할 수도 있는 대작업이었다.
한태석은 이번 생도 그다지 여유롭지는 못하다는 생각을 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한태석은 핸드폰과 지갑을 챙겨서는 매장을 나왔다.
“…….”
한태석은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혜진의 스포츠카와 한성 그룹의 비서실에서 빌려왔던 차를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차도 수리해야겠군. 갔다 와서 해야지.”
한태석은 이제는 제법 능숙하게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해 청명도사의 점집으로 향했다.
장길산을 통해 오만득을 찾아내는 것이 실패로 돌아갔으니 청명도사의 신통한(?) 능력을 빌려보려는 것이었다.
아직 장길산의 몸속 마족의 인격이 잠이 들지 않았지만 한태석에게 오만득이 있는 위치를 이야기해 줄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더욱이 애나 또한 방해를 할 것이 분명했기에 한태석은 다른 방식으로 오만득을 찾아야만 했다.
다행히 저주의 물건에 마족이 저주의 씨앗을 심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듯했지만 안심을 할 수는 없었다.
마족을 믿는 것만큼 위험한 일이 없음을 한태석은 너무나도 잘 아는 것이다.
결국 성검을 만드는 것도 마왕이 목적이 아니라 애나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
애나가 본색을 드러낸다면 성검으로 애나의 목을 베기 위한 것이었다.
“여긴 언제나 문전성시구만.”
한태석은 청명도사의 점집에 도착해서는 길게 줄이 늘어서 있는 광경에 혀를 내둘러야만 했다.
들리는 말로는 정치인이나 높으신 분들도 찾는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였다.
덕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청명 도사를 만날 수도 없어서 한태석도 지금에야 예약이 되어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만일 청명도사와 바로 만날 수 있었다면 장길산을 통해 오만득을 찾아낼 생각을 하지 않았을 터였다.
‘전생에서도 예언자들은 참 만나기 힘들었지. 만나더라도 제대로 말을 해주지도 않고 말이야.’
기다리고 있으면 자연히 만나게 될 것이라는 말을 이미 전에 들었지만 더는 기다려 줄 수 없어서 다시 찾아온 한태석이었다.
그렇게 예약을 했음에도 한참을 기다려 청명도사를 만난 한태석은 청명도사에게 다시 한번 오만득이 있는 곳을 물었다.
“그러니까 기다리라고 말씀하시잖아. 뭐가 그리 급해. 기다리면 알아서 운명의 그녀처럼 딱하니 나타날 텐데.”
청명도사는 심드렁히 한태석에게 나온 점괘를 들여다보며 한태석의 질문에 대답했다.
처음에는 사기꾼 같던 청명도사였지만 이제는 제법 그럴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아니 과거의 청명도사가 아니었다.
수많은 신들이 청명도사의 집에 득실하게 드나들면서 청명도사의 욕망을 꺾어 버렸다.
놀라운 예언으로 명성과 부를 얻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청명도사는 모은 부가 사라지는 것을 경험해야만 했다.
아무리 많이 벌어도 손바닥의 모래처럼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탐욕을 잃어버리니 청명도사의 눈이 맑게 뜨였다.
‘내가 주식을 왜 해가지고! 그놈의 비치코인은 왜 내가 살 때마다 떨어지는 거냐!’
그렇게 청명도사는 자신의 운세에 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서는 자신의 운명을 깨달았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들여다보며 천기를 읽은 청명도사는 진정한 예언가로서의 눈을 뜬 것이다.
“그 이상은 알려고 하지 마라. 천기를 거스르는 일이니까.”
“그럼 혹시 정수의 행방을 알 수 있겠습니까?”
한태석은 이번에도 오만득의 행방을 알 수 없는 것에 성검과 신물을 만들기 위해 얻어야 할 정수에 관해서 물었다.
“정수? 그 건 또 무엇인가? 흐음! 잠시만 기다려보게나.”
청명 도사는 한태석의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점을 보기 시작했다.
청명도사에게 있어서 무엇을 찾고자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만 알려주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청명도사는 한태석이 찾고자 하는 정수의 위치를 알아보기 위해 피젯스피너를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돌려보기 시작했다.
담배 끊는다고 돌리기 시작한 피젯스피너는 어느덧 중독이 되어 틈만 나면 돌려대다가 이걸로 점을 치게 된 것이다.
신들도 그런 청명도사를 처음에는 한심하게 보았지만 어차피 어떤 방식으로 알려주든 상관은 없었기에 돌아가는 피젯스피너의 회전 속에 점괘를 알려주는 것이었다.
“정수라. 하나는 가지고 있구만.”
“아! 예.”
한태석은 정말이지 용한 청명도사에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돌고 돌던 피젯스피너의 회전이 끝이 났다.
“에잉! 이거 중국산은 영 못 쓰겠어. 보일 듯할 때면 회전이 멈춘다니까.”
“…….”
한태석은 회전이 멈춘 피젯스피너를 보며 인상을 구기는 청명도사에 피젯스피너를 바라보았다.
“잠시만 기다려보게나. 다시 한번. 오! 오! 오! 보인…….”
피젯스피너는 다시금 회전을 멈추어버렸다.
“이거 왜 이러지? 자네가 찾는 것이 아무래도 쉽지는 않은 것 같구만. 거의 보일 듯 말 듯 한 데.”
“그거 좀 줘 보시겠습니까?”
“응? 이거?”
한태석은 청명도사에게 피젯스피너를 받아서는 자신의 망치로 두들기기 시작했다.
“이보게. 지금 뭐하는가?”
“이제 한번 돌려보시죠.”
살짝 손을 본(?) 피젯스피너를 받아든 청명도사는 손가락으로 피젯스피너를 돌려보았다.
“오오! 생각보다 부드럽구만. 어떻게 한 건가? 어디 보자. 가리……. 에잉! 이거 왜 이러나?”
잘 돌아가던 피젯스피너가 한태석의 점괘를 보려니 회전이 멈추어지는 것에 청명도사는 다시 인상을 찡그리며 피젯스피너를 회전시켰다.
“오! 보인다! 보여. 가리. 응? 아리? 까리? 에잉! 아무래도 안 되겠는데.”
한태석은 청명도사조차 확인이 되지 않는 것에 고개를 끄덕였다.
쉽지 않다는 것은 한태석이 더 잘 알고 있었으니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후우! 그 돌리는 도구를 하나 만들어 드리지요.”
한태석은 피젯스피너를 청명도사에게 하나 만들어 주겠다는 말을 하며 청명도사의 점집을 나섰다.
한태석이 정성 들여 만든 피젯스피너라면 결코 중간에 회전이 멈추지 않을 터였다.
물론 중독성은 더욱더 커질 터였지만. 한태석은 대장간으로 돌아와 차를 수리하고 제노의 부탁으로 바루의 우주선 부품을 강화해주고 피젯스피너도 제작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