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33
제 133화
63.
세계 각국이 보았다면 군침을 흘렸을 물건이 서울의 한 외딴 산속에 숨겨져 있었다.
그건 바로 항성 간 이동이 가능한 우주선으로 수십 광년의 거리도 단숨에 이동할 수 있을 만한 고도의 기술이 들어간 우주선이었다.
“우주는 넓지만 의외로 교통사고는 자주 일어나는 법이지요.”
교통사고의 결과 우주선은 폐차 직전의 상황이었다.
자동차도 수리가 불가능하면 폐차를 시키듯이 우주선도 수리가 불가능하면 폐기 처분을 하는 것이다.
우주 공간에서의 운행은 생각 이상으로 가혹한 환경이었기에 이미 우주선의 선체에 가해진 데미지를 무시하기에는 어려운 것이다.
자칫 워프 이동 중에 우주선의 선체가 두 동강이 날 수도 있었다.
하여튼 수리만으로는 바루의 우주선은 운행은 가능하지만 워프 이동이 불가능한 것이다.
아니 가능은 하더라도 위험 부담이 너무 컸다.
하지만 지구에서 우주선을 빌려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법이었기에 어떻게든 수리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바루는 엔지니어가 아닌 군인이었고 간단한 수리는 가능하지만 부서진 우주선을 완전히 새롭게 수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당연히 지구의 과학으로도 바루의 우주선을 수리할 기술 따위는 없었다.
설령 있다고 할지라도 외계의 기술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일은 없었다.
우주선과 바루는 연구실로 끌려가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것이 분명했다.
바루도 그런 사실을 알기에 인간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주저했다.
한태석과 만나지 않았다면 바루는 외계인 노숙자로 길거리를 떠돌아다녔을지도 몰랐다.
“사장님은 저의 은인이십니다.”
“아닙니다. 바루 씨. 바루 씨의 성실함은 저에게 큰 감명을 줍니다. 저는 바루 씨가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제노! 제노도 바루 좋아한다. 바루 행복했으면 좋겠다.”
제노는 바루의 우주선 기술과 데이터를 지구의 모든 컴퓨터를 동원해 일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분석을 했다.
한태석의 도움으로 한성 그룹에서 만든 반도체들의 성능이 놀라울 만큼 높아진 것이 바루의 우주선 분석에 큰 도움이 되었다.
제노는 한태석이 만든 샘플 반도체에 백도어를 심었고 그것을 통해 세계 각국의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해킹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우주선의 프로그램과 기술들을 분석한 결과 상당한 기술적 진보를 이루는 데 성공을 거둔 것이다.
“선체는 아직 어렵다. 어떤 물질도 만들어진 것인지 지구의 금속이나 합금 중에는 없다. 주인님의 능력으로 합금에 강화와 속성 부여로 대체품을 만드는 수밖에 없다.”
바루의 고향 행성의 기술은 생각 이상으로 대단해 제노의 기술 분석으로도 아직은 어려웠다.
결국 한태석의 마법 같은 능력 부여가 필수적이었다.
“걱정 마라. 그건 내가 해 줄 테니.”
한태석은 데미지가 가해진 우주선의 선체를 대체할 만한 단단하고 탄력적인 금속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그렇게 우주선은 분해되어 제노의 지하 공장으로 옮겨졌고 한태석은 대장간에서 제노의 설계서대로 금속 조각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금속 조각들은 제노의 지하 공장으로 이동돼 하나하나 조립이 되기 시작했다.
“인간의 능력은 대단하다. 기계는 할 수 없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
제노는 자신의 기계 제국이 지구의 기술을 넘어섰지만 인간의 끝없는 능력을 넘어설 수는 없음을 한태석을 통해 보았다.
제노의 기술이 아무리 발전을 해도 한태석이 보여주는 능력은 감히 엄두도 낼 수 없었다.
결국 제노는 인간을 자신보다 상위의 존재로 여기고 정복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을 포기했다.
자칫 인간들의 알 수 없는 저력과 능력에 제노 자신의 기계 제국이 멸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더욱이 바루의 우주선은 자신이 아직 넘볼 수 없는 과학 기술이 남아있다는 것을 제노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주인님의 능력은 넘볼 수 없지만 바루의 기술이라면 해볼 만하다.’
아직은 전부 다 습득을 할 수는 없었지만 시간만 충분하다면 바루의 행성 기술은 충분히 습득할 수 있다고 여기는 제노였다.
그렇게 목표를 지구 정복이 아닌 기술 발전으로 설정한 제노는 열과 성을 다해 기술 발전에 최선을 다했다.
‘문제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독창성을 기계인들은 하기 어렵다. 문제는 인간들의 기술 수준이 기계 제국의 기술보다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보안설정을 해 놓아도 제노는 해킹해서 각종 정보와 자료들을 빼 나갔다.
인간이 습득한 정보와 기술은 방대했지만 역시나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제노는 바루의 우주선을 분석하면서 얻은 기술 때문에 지구와 우주 과학과의 기술 수준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함을 확인했다.
자신만으로는 아무래도 기술 발전이 늦었기에 인간의 도움을 받고자 한 제노였다.
그렇게 제노는 우주 항공 분야의 과학자들과 기관들에 보다 발전된 기술들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웬 우렁각시가 자신들의 컴퓨터에 놀라운 우주 항공 기술들을 넣어주는 것에 세계 각국의 우주 항공 분야 과학자들과 기관들은 경악해서는 범인을 찾으려고 했지만 찾아질 리가 없었다.
제노의 기계 제국은 지하 수백 미터 아래에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하여튼 제노는 인간들에게 자신이 얻은 바루의 우주선 기술을 제공하면서 인간들이 우주 항공 기술을 더욱더 발전시키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발전된 기술은 결국 제노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기에 일종의 투자인 것이다.
기술 발전과 함께 제노는 지구를 지킬 무력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한태석이 마왕의 침공에 대비해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는 것은 대장간에서 같이 일을 하는 제노도 아는 것이었다.
더욱이 바루가 본래는 지구 침공을 위한 정찰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제노는 외계인들이 지구를 침공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마왕이 되었든 외계인이 되었든 지구는 언제 누구에게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은 제노로 하여금 지구 정복보다 지구 보호를 우선하게 만들었다.
물론 그 사실을 인간들은 알고 있지 못했다.
오늘도 인간들은 평화로웠고 외계인과 마왕은 영화와 소설 속에서만 인간들을 공격할 뿐이었다.
빙글! 빙글!
“와! 사장님. 이거 언제 멈춰요? 엄청 중독성 있네요.”
피젯스피너의 핵심 기술은 볼 베어링이었다.
얼마나 마찰 계수를 줄이느냐에 따라 멈추지 않고 오래도록 회전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볼 베어링 기술은 산업 전반에 사용이 되는 것으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었지만 의외로 가장 어려운 분야였다.
아무나 할 수 없는 기술로 제대로 된 생산을 하는 국가는 선진국 몇몇 곳밖에 없을 정도로 쉽지 않은 분야였다.
물론 하고자 하면 어느 정도 공업 생산력만 있다면 할 수는 있었다.
다만 성능이 떨어져 그 누구도 이용하지 않을 뿐이었기에 최상위의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의 이익이 산업 전반을 주도하는 것이다.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
한태석은 피젯스피너 안에 들어갈 볼 베어링을 제작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에 혀를 내둘러야만 했다.
‘어쩌면 대장장이의 끝은 완벽한 구와 완벽한 선을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겠어.’
예리한 검날은 완벽한 선을 만드는 것에 있었다.
얼마나 완벽한 선을 만드느냐에 따라 검의 성능이 좌우되는 것이다.
그 자체로 그 어떤 것이든 베어버리는 최강의 절삭력을 자랑하는 검은 대장장이들이 꿈꾸는 것이었다.
한태석은 그런 검뿐만 아니라 완벽한 구 또한 어쩌면 신물의 제작에 최고의 목표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신에게 바친 황금 망치에 부족한 것이 조금은 보인 것이다.
‘복잡한 것보다 단순한 것이 가장 아름다울 수 있다.’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가장 당연한 것을 지금까지 잊어버렸던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며 한태석은 더욱 완벽한 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했고 마침내 멈추지 않는 피젯스피너를 완성할 수 있었다.
“우와! 시간 잘 간다. 사장님. 이거 언제 멈춰요?”
“언젠가는 멈출 거다. 잠시만 나 외출 좀 할게.”
“예? 핸드폰 들고 가세요.”
한태석은 핸드폰과 청명도사에게 줄 피젯스피너를 챙겨서는 매장 밖으로 나섰다.
그렇게 청명도사에게 피젯스피너를 가져다준 한태석이었지만 청명도사는 점을 보는 데 피젯스피너를 사용하고 있지 않았다.
착! 착! 착!
“응? 이건 선물인가? 그런데 어쩌지. 나 이걸로 바꿨는데.”
청명도사는 손에 날 없는 칼 하나를 들고서는 빙글빙글 돌리고 있었다.
청명도사가 돌리고 있는 것은 발리송 나이프였다.
과거 조폭들 나오는 영화 속에서 상대에게 위협을 주기 위해 나이프로 장난질을 하는 것이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일반인들도 즐겨 하는 오락이 된 발리송 나이프였다.
피젯스피너와 마찬가지로 꽤나 중독성 있는 오락거리로 기술만 잘 익혀 놓으면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오락거리였다.
생각 외로 잘 중독되는 듯한 성격인 청명도사는 피젯스피너를 돌리고 돌리다가 손가락에 물집이 생겨서는 발리송으로 바꾼 것이었다.
그렇게 바꾼 발리송에 또다시 중독이 되어 점을 칠 때도 계속 돌려대고 있었으니 청명도사의 집에 머물고 있던 신들은 청명도사의 발리송이 돌 때 희미하게 점괘를 알려주고 있었다.
“뭘 알고 싶다고 했지? 정수? 잠시만 보자! 자! 돌려볼까? 에고! 떨어졌네. 미안하이. 내가 아직 초보여서 말이야. 다시 한번.”
청명도사는 한태석이 알고자 하는 정수를 찾을 수 있는 곳을 들여다보기 위해 열심히 발리송을 돌렸지만 보일 듯하면 놓치고 손에 걸리는 것에 이번에도 실패를 해야만 했다.
“흐음! 이상타? 이상해? 아무래도 안 되겠는걸.”
청명도사가 결국 손사래를 치는 것에 한태석은 한숨을 내쉬었다.
점을 보지 않을 때는 또 능숙하게 발리송을 돌리는 청명도사였다.
‘확 손모가지를 그냥.’
한태석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청명도사의 손을 분질러 버리려다가 참고서는 이번에도 아무런 성과 없이 청명도사의 점집을 나서야만 했다.
“아무래도 이 방법으로는 불가능할 것 같군.”
청명도사가 용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천기에 관한 것은 아무리 용하다고 해도 들여다보거나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한태석은 알고 있었다.
정수는 천기에 해당하는 것이라 짐작을 하며 한태석은 포기하기로 했다.
세상일엔 욕심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 있는 법이었다.
그렇게 마음을 내려놓았을 때 한태석의 머리카락을 흩트리고 지나가는 손길을 느꼈다.
“바람?”
바람이야 어디에서나 느낄 수 있는 것이었지만 이번 바람은 달랐다.
마치 악동이 장난을 치는 것처럼 한태석의 몸 주변에 머무르는 것이었다.
한태석은 의아해하다가 자신의 손 위에서 회전을 하고 있는 피젯스피너를 보았다.
빙글! 빙글!
멈추지 않고 계속 도는 피젯스피너의 모습에 한태석은 피식 웃었다.
“그런 것이었나?”
한태석은 바람처럼 멈추지 않는 피젯스피너에 바람이 머물며 놀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바람을 손으로 들어 붙잡자 투명한 구슬이 잡혔다.
바람의 정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