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35
제 135화
65.
“맛있냐?”
“완전 꿀맛!”
호미는 사리가 물고 있는 광채가 나는 쇠뼈다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문득 궁금했던 질문이 떠올랐다.
물론 그 질문 끝의 후환이 조금 걸리기는 했지만 앞날을 생각하면 그건 호미가 아니었다.
“너 똥은 뭐로 싸냐?”
금속을 먹으니 금속 똥을 싸는 건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한 똥을 싸는 것인지 궁금해하던 호미였다.
“죽여 분다.”
물론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
화로를 업그레이드하면서 한태석의 대장간에서 나오는 물건들은 더욱더 뛰어난 퀄리티를 자랑하기 시작했다.
간단한 생필품부터 각종 명품에 들어갈 철 조각품들에 이르기까지 주문이 밀려들어 왔다.
물론 그중에 한태석이 만든 제품은 일부분이었고 대부분은 제노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의 정수가 뿜어내는 기운은 제노의 손을 거쳐도 은은한 기운이 깃들어 있었다.
제노의 몸도 많이 바뀌어 있었다.
한태석이 만들어 준 몇몇 부품들로 제노의 몸은 업그레이드를 했다.
제노의 말로는 백만 년은 족히 버틸 내구성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는데 그때까지 인류가 살아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하여튼 불의 정수와 바람의 정수가 동원되어 만들어진 사리의 쇠뼈다귀는 한 달에 거쳐 사리의 입안에서 살살 녹아 들어갔다.
그래서인지 사리의 힘은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나도 좀 강화해 달라고 할까?’
호미는 자신의 몸도 강화를 할까 생각을 했지만 또다시 키가 커버려서는 학교에 가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고개를 내저었다.
“고등학교 갈 때쯤에는 커져야지.”
어차피 도깨비인 호미에게 있어서 시간이란 남아도는 것이었으니 딱히 조급해할 필요는 없었다.
더욱이 자신의 도깨비방망이를 한태석으로부터 강화를 시켜 호미의 힘도 상당히 강해져 있었다.
언젠가 마왕이 지구를 침략해 왔을 때를 대비하려는 생각에서 호미의 도깨비방망이를 강화해 준 것이다.
“마지막!”
사리는 이제는 작은 사탕 크기로 줄어든 쇠뼈다귀를 입안으로 던져 넣고서는 꿀꺽 삼켜 버렸다.
다른 철보다 잘 녹지 않는 녀석이었지만 사리의 뱃속에 들어가 있으면 언젠가는 녹아 사리의 몸에 흡수가 되어 버릴 터였다.
정 소화가 안 되면 대장간 안에 있는 화로의 불 좀 훔쳐 먹으면 되었다.
사리에게 있어서 불은 소화제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엄청난 양의 철 조각들을 먹어치운 사리는 부른 배를 두드리며 한태석에게 가려다가 복통을 느꼈다.
“어? 아! 뭐지?”
“응? 왜?”
“배…… 배가 아파.”
“배가? 그러게 내가 적당히 먹으라고 했잖아.”
쇠를 먹으니 배가 안 아플 리가 없다고 생각을 하는 호미였지만 사리는 당황해서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이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이었다.
“아! 아아! 배가 아파! 배가! 호…… 호미야.”
“병원 갈까?”
호미는 고통스러워하는 사리에 동물 병원을 떠올렸다.
물론 지금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사리였지만 사리의 본 모습은 불가살이라는 신수였으니 병원을 가면 동물 병원으로 가야 할 터였다.
“아…… 아니. 병원은 싫어. 주사 무서워.”
“…….”
쇠가 주식인 사리가 주삿바늘은 무섭다고 하니 호미는 기가 막혔지만 다음 사리의 말이 더 기가 막혔다.
“주인님한테…….”
“대장장이 양반?”
사리의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은 진짜였기에 호미는 걱정을 하며 한태석을 불러오려고 했다.
“주인님한테 맛있는 사탕 좀 얻어와 줘. 그거 먹으면 나을 거 같아.”
“이 망할 꼬맹이가!”
사리의 어처구니없는 요구에 호미는 버럭 화를 냈지만 희번덕거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리의 입에서 소름 돋는 말을 들어야만 했다.
“확 잡아먹어 버린다.”
무언가 두 가지의 의미가 있는 듯한 말이었지만 호미는 정말 사리에게 잡아먹힐 수도 있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대장장이 양반 데리고 오면 되지? 대장장이 양반!”
호미가 한태석에게 뛰어가고 사리는 배가 콕콕 쑤시는 아픔에 다시 배를 손으로 붙잡고서는 땅바닥에 널브러졌다.
잠시 후 호미의 손에 이끌려 온 한태석은 인간 모습으로 땅바닥을 구르고 있는 사리를 볼 수 있었다.
“너 뭐 하는 거냐? 사람 모습일 때는 의자에 앉아 있으라고 했잖니.”
강아지의 습성을 가진 것인지 의자보다 바닥과 더 친한 사리였다.
호미도 길 가다가 잘 관리 되지 못한 화단이나 밭을 보면 가만있지를 못해서 옷이 더러워지곤 했다.
“나 배 아퍼.”
“뭘 잘못 먹었길래? 상한 쇳조각이라도 먹은 거니?”
쇳조각이 상할 리는 없었지만 사리가 배가 아프다는 것에 고개를 갸웃거린 한태석은 동물 병원에라도 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 갈까?”
“싫거든. 주사 무섭거든!”
주삿바늘이 무섭다는 사리의 말에 한태석도 피식 웃었다.
하지만 점점 사리의 안색은 점점 어두워져 갔다.
정말로 아픈지 고통스럽게 배를 움켜쥐는 사리는 온몸을 덜덜 떨다가 이내 토하기 시작했다.
“우욱! 욱!”
“사리야! 사리야! 괜찮아?”
“이런! 이걸 어쩌지?”
사리가 인간이라면 병원에 가면 되고 동물이라면 동물 병원에 가면 되지만 사리는 인간도 평범한 동물도 아니었기에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다.
더욱이 사리의 정체가 들키기라도 한다면 꽤나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었다.
일단 평범한 칼로는 사리의 몸에 상처 하나 낼 수 없었으니 수술 자체가 되지 않는 것이다.
“병원으로 가자.”
“자! 잠깐! 우욱! 욱! 커억!”
한태석은 고통스러워하는 사리를 그냥 놔둘 수 없어 병원으로 가기로 했다.
이상함을 느낀 의료진은 한태석의 권력으로 어떻게든 해결을 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바로 그때 사리는 한태석을 만류하며 배 속에 있는 것을 토해내려는지 헛구역질을 했다.
그렇게 헛구역질을 하던 사리의 몸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댕그랑!
“어? 뭐가 나왔는데?”
“구슬?”
사리의 입에서 나온 것은 쇠 구슬과 같은 것이었다.
쇠를 먹는 사리가 소화를 못 시킬 리는 없었기에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한태석은 사리가 체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됐다. 이제 배 안 아프다.”
사리는 쇠 구슬을 토해내고서는 한결 나아졌는지 미소를 지었다.
“뭐야? 아까 먹은 거 체한 거냐?”
“헐! 내가 고작 쇳조각에 체한다니.”
사리도 일단 생명체이니 체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호미는 자신을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는 사리에 몸을 움찔 떨었다.
왠지 자신을 무척이나 원하는 듯한 사리의 눈빛이었다.
본능적으로 몸을 팔로 가리고서는 뒷걸음질을 치는 호미였다.
“야! 너 이리 와 봐! 잠깐 해 볼 게 있어!”
“웃기지 마! 너 역시 내 몸이 목적이었지?”
한태석은 꼬맹이들이 위험한 말을 하는 것에 한숨을 내쉬고서는 사리의 몸에서 토해져 나온 쇠 구슬을 바라보았다.
“이건 녹여…… 응? 이건?”
사리의 몸에서 나온 쇠 구슬을 손으로 들어 올린 한태석은 쇠 구슬을 보고서는 깜짝 놀라야만 했다.
평범한 쇠 구슬이 아님을 알아본 것이었다.
“이것이 왜? 사리의 몸에?”
한태석의 손에 들린 쇠 구슬은 다름 아닌 쇠의 정수였다.
일명 땅의 정수로도 불리는 쇠의 정수는 고도로 압축된 금속의 결정체로 최고의 금속 재료로 여겨지는 물건이었다.
신의 금속이라 불리는 아만타리움 보다 더 강력한 물건으로 대장장이들은 평생 이 금속 재료를 손에 넣고 싶어하는 보물 중의 보물이었다.
“그런 건가? 지금까지 사리의 몸에 쌓인 금속의 기운이 뭉쳐져 있었던 건가? 사리조차 소화를 시키지 못하고서.”
지금까지 사리가 먹어치웠던 금속의 양을 따진다면 톤 단위는 벌써 한참을 넘긴 상태였다.
그런 금속이 어디로 갔는지는 지금까지 알 수 없었다.
사리가 쇠똥을 싼다는 것을 확인해 보지는 못한 것이다.
사리도 일단은 숙녀였기에 한태석도 그런 질문을 하지는 못했다.
“하하! 쇠의 정수를 이렇게 손에 넣다니.”
한태석은 예상조차 못 하게 쇠의 정수가 자신의 손에 들어온 것에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다섯 개의 정수 중에 세 개의 정수를 손에 넣었으니 이제 성검을 만들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 이루어진 것이다.
물론 성검이라는 것은 하나의 정수만으로도 만들 수는 있는 것이었지만 한태석이 만들고자 하는 것은 그 어떤 마왕이라도 제거할 수 있는 최강의 성검을 만들려는 것이었으니 최소한 세 개는 확보를 해야만 했다.
“물의 정수는 대장장이들을 무척이나 싫어하고 마음의 정수는 얻고자 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대장장이가 얻을 수 있는 정수는 이 셋이다. 이 세 개가 모두 모였다는 것은?”
한태석은 성검이 필연임을 알 수 있었다.
위기가 닥쳐오면 필연적으로 위기에 대항할 힘이 모여드는 것이다.
성검 또한 필요에 의해 탄생하는 것이었으니 한태석은 오래지 않아 심상치 않은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 여겼다.
그렇게 한태석이 세 번째 정수를 손에 넣었을 때 또 다른 정수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글! 이글!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깊은 동굴 속에 화로가 하나 놓여 있었다.
그 화로에서는 붉은 불꽃이 아닌 검은 불꽃이 탐욕스럽게 일렁이고 있었다.
탐욕스러운 불꽃은 모든 것을 불태워 버리고자 했다.
하지만 그 불꽃은 통제되지 못하는 야생마 같은 불꽃이었다.
자신이 원하는 것만 먹어치우는 못된 녀석이었기에 그것으로는 아무것도 만들 수 없었다.
“더는 날뛰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검은 불꽃이 맹렬하게 날뛰는 화로의 옆에는 한 대장장이가 있었다.
그 대장장이는 자신의 통제를 따르지 않는 검은 불꽃을 움켜쥐었다.
검은 불꽃은 자신의 몸을 붙잡은 대장장이의 팔을 불태워 버리기 위해 탐욕스러운 불길을 일렁였다.
자신의 불길이 닿는 것이라면 뭐든지 시커먼 재가 되어 버릴 것을 검은 불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검은 불꽃을 붙잡은 대장장이는 보통의 존재는 아니었다.
“대장장이가 불을 무서워할 것이라 여겼더냐? 나는 너의 주인이다. 기어오르지 마라.”
오만득은 검은 불꽃을 움켜쥐고서는 화로에서 모루 위로 잡아놓고서는 검은 망치로 검은 불꽃을 후려쳤다.
깡!
“내 명령을 따르지 않는 놈은 필요 없다!”
깡!
“내가 바로 네 놈의 주인이다!”
깡!
“까불지 말란 말이다!”
깡!
따르지 않는다면 부숴버리겠다는 듯이 오만득은 검은 불꽃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그런 오만득에 검은 불꽃도 격렬하게 저항을 했지만 불꽃은 결코 대장장이를 이길 수 없었다.
“벗어날 수 없다! 내가 바로 네 놈의 주인이다!”
깡!
쉴 사이 없이 검은 불꽃을 두들기고 또 두들긴 오만득은 마침내 검은 불꽃을 제련할 수 있었다.
검은 불꽃의 기운이 응축된 불의 정수가 만들어진 것이다.
다만 한태석이 가지고 있는 불의 정수의 붉은 색과는 달리 불길함이 느껴지는 검은색이었다.
“이것이라면 아리를 되살려 낼 수 있을지도.”
오만득은 아리를 위해 만든 여우 구슬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가지고 왔는가?”
“예! 대장장이님.”
오만득은 자신의 뒤에서 음침하게 서 있는 존재를 노려보았다.
마검을 만들어 주는 대가로 오만득이 원하는 물건을 바치는 자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