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36
제 136화
66.
성검과 마검의 대결.
그것은 모든 차원과 시간에 걸쳐 일어나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선이 있으면 악이 있고 악이 있으면 선이 있는 법이었기에 선과 악은 언제나 공존을 했다.
“무기 수리를 부탁드리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아! 이계 분이신가요? 잠시만 이쪽으로.”
지민은 오늘도 찾아온 이계 손님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대기실로 안내를 했다.
그런 지민의 안내에 대한민국 최고의 무예 명문가인 송씨 가문의 부가주인 송원길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고서는 대기실로 걸음을 옮겼다.
자신의 가문의 무기를 수리하던 대장장이가 얼마 전에 운명하면서 송씨 가문에 한 명의 대장장이를 추천했다.
그렇게 추천을 받은 송씨 가문은 자신들의 무기를 봐 줄 수 있는 실력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한태석의 대장간을 찾은 것이다.
‘그나저나 저 처자 예사롭지 않은 몸놀림이었어.’
송원길은 지민의 몸의 움직임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움에 상당한 경지에 올라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감탄했다.
결코 일반인의 움직임이 아니었다.
고도로 훈련을 받은 그런 움직임임을 알아본 것이다.
그렇게 송원길은 지민의 행동에 놀라면서도 대기실에 앉아 기다리기로 했다.
문제는 대기실에는 송원길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다.’
송원길을 제외하고 세 명의 남녀가 대기실의 의자에 앉아 다과를 즐기고 있었다.
“그쪽은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아! 예! 저는 아틀란스 왕국에서 왔습니다. 귀공께서는?”
“하하! 예사롭지 않은 검을 가지고 계시군요. 아! 저는 트루언 제국에서 무기 수리를 위해 찾아왔습니다.”
“그렇군요. 요즘 마족들이 설치고 다녀 여러모로 걱정이 많은데 그쪽도 혹시?”
“예! 저희는 마족보다 오크족들이 크게 발호를 하여 오크들과 싸우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거 참 큰 문제입니다.”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뿜어내는 두 남자의 대화는 송원길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두 남자에게서 풍기는 기운에 송원길은 왠지 모를 호승심이 끓었다.
무인이라면 누구나 강한 이와 한 번 합을 겨루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선뜻 두 남자에게 말을 걸 타이밍을 잡기 어려웠다.
그렇게 엉덩이를 들썩이는 송원길에, 조용히 눈을 감고 있던 한 여성이 눈을 뜨며 송원길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쪽은 어찌하여 그런 하찮은 검을 이곳으로 가지고 온 것이요? 장인을 모욕할 속셈이요?”
“응? 무슨 소리를 하는 겐가?”
송원길은 웬 처자가 자신에게 하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장인을 모욕할 생각이라는 말에 의아한 것이었다.
물론 한태석의 실력을 확인하기 위해 평범한 도검을 가지고 오기는 했다.
하지만 평범하다고는 하지만 송씨 가문에서 사용되는 도검이었기에 공장에서 만든 것이 아닌 장인에 의해 만들어진 도검이었다.
그렇게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의 송원길에 여인은 짜증스러운지 인상을 찡그리고서는 자신의 검을 빼 들었다.
스릉!
검은 반이 잘려져 있었지만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검신에서 뽑혀 나왔다.
“오오오! 부러지기는 했지만 저런 광채라니!”
“대단한 검을 보았소!”
잡담을 나누던 두 명의 남자도 여인이 뽑아낸 검을 보고서는 감탄을 터트렸다.
부러지지만 않았다면 천하 명검 중에 한 자루임이 분명한 검이었다.
“용검 아스탈트다. 이 용검조차도 성검에 미치지 못하지. 이런 검을 수리하는 장인에게 그딴 검을 수리하러 온다는 것은 장인뿐만 아니라 검들에게도 모욕이 되는 일이다!”
여인은 송원길이 가지고 온 검의 기운을 이미 읽었다.
자신들은 목숨을 걸고 부서지거나 생명을 다한 무기를 들고서는 차원을 넘어 한태석의 대장간으로 왔건만 눈앞의 송원길은 동네 대장간에서나 고쳐도 무방한 검을 들고 한태석의 대장간에 찾은 것이었다.
그건 자신들에 대한 모독이었고 검에 대한 모독이라 여기는 여인이었다.
“그렇지. 이곳에 오기 위해 우리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아이구! 말도 마십시오! 저는 까닥 잘못했으면 차원의 틈에 끼어버릴 뻔하지 않았습니까? 이 검 반드시 고쳐서 돌아가야만 합니다. 그래야 우리 왕국을 구할 수 있습니다.”
두 남자도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로 자신들의 부서진 무기들을 바라보았다.
수리를 넘어 더욱더 강력한 힘을 얻어야만 했다.
그렇게 무기라면 변방 중의 변방이라고 할 수 있는 지구로 수많은 용사와 검호들이 찾아오는 것이었다.
“그…… 그런…….”
송원길은 여인이나 두 명의 남자가 뽑아 든 무기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보며 충격을 받았다.
대단한 대장장이라는 소개를 받기는 했지만 곧바로 가보에 해당하는 명검들을 맡길 수는 없는 법이었다.
그렇게 차로 한 시간 거리에 가볍게 산책 겸 왔을 뿐인데 천하 명검들을 눈앞에 보고 있는 것이다.
문득 송원길은 자신이 들고 온 검이 창피해졌다.
비록 상대의 검들은 부러졌을지언정 여전히 날카로운 예기를 자랑하고 있는 명검들이었다.
자신의 가문 가보 이상의 명검들이 수리를 기다리고 있는 곳에 부엌칼을 가지고 온 격인 것이다.
“알아들은 모양이군. 그대가 있을 곳이 아니다. 나가서 이곳의 안내자이자 여검사에게 검 하나를 사가지고 가라. 그것이 너의 검보다 몇 배는 더 좋을 터이다.”
“그렇지. 이런 가게에서 안내 일을 하기에는 과한 실력을 가지신 여검사.”
“나도 그분 보고는 깜짝 놀랐다니까. 이런 곳에 그만한 분께서 계시다니.”
다들 지민을 떠올리고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어린 여인의 몸으로 무시 못 할 실력을 숨기고 대장간의 점원으로 일을 하고 있음을 다들 아는 것이다.
지민이 들고 있는 검조차도 천하 명검에 들 정도로 대단한 검이었으니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였다.
그렇게 송원길은 대기실에서 쫓겨나야만 했다.
대기실에서 쫓겨난 송원길은 얼마 지나지 않아 지민을 볼 수 있었다.
“어머? 왜 나와 계시나요? 조금만 기다리시면…….”
“아닙니다. 제가 잘못 찾아온 모양입니다.”
“예?”
송원길은 부끄러움에 한태석의 대장간을 나왔다.
장인을 시험하려고 형편없는 검을 들고 온 것은 자신의 얼굴도 먹칠을 하는 일이었다.
“부가주님?”
“종가로 가자!”
“종가로 말씀이십니까?”
“그래!”
송원길의 귓가에 세 남녀의 비웃음이 들리는 듯했다.
검이라면 대한민국 최고의 가문이라 자부하던 송씨 가문에서 검으로 치욕을 당했다는 것을 도무지 용납할 수 없었다.
그렇게 송원길은 종가로 가서는 봉인되어 있던 가문의 검을 빼 들었다.
“이것이라면!”
오랜 역사를 가진 송씨 가문이었기에 수많은 명검들이 가득했다.
그중에 가장 좋은 명검들은 따로 보관을 하고 있었고 그 명검들 중에는 수리를 할 이를 찾지 못해 봉인되어 있는 것들도 있었다.
“이것이라면 그자들이 들고 있는 검 못지않은 검이다.”
송원길이 찾은 검은 운석으로 만든 운철검이었다.
지구의 철이 아닌 우주에서 날아온 철로 제작된 운철검은 녹이 슬지 않으며 신비로운 힘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수리를 하고자 해도 운철을 얻기가 쉽지 않아 수리가 힘든 그런 검이었다.
“수리 못 해도 상관없다! 그놈의 자식들! 감히 우리 가문을 무시해!”
송원길은 기세등등하게 다시 한태석의 대장간으로 향했다.
그렇게 다시 한태석의 대장간에 도착한 송원길을 매장에서 맞아 준 것은 지민이 아니고 외계인 바루였다.
“오서오십시오?”
“응? 여직원은 어디 갔소?”
“아! 예! 잠시 일을 보러 나가셨습니다. 그런데 어쩌신 일로?”
“이 검을 수리하고자 하오!”
바루는 당당하게 운철검을 내미는 송원길을 보며 조심스럽게 검을 뽑아보았다.
“호오! 이거 운석으로 만든 검이로군요.”
“큼! 알아보는구만. 나름 안목이 대단하이.”
점원조차 운철로 만든 운철검을 알아보는 것에 송원길은 한태석의 대장간이 그래도 실력 하나만큼은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흐음! 제롭타 오스코 운석이군요. 뭐 우주에서는 꽤나 흔한 녀석이긴 한데. 보자. 남는 재료가 있으려나? 이봐! 제노!”
“제노! 제노! 무슨 일인가?”
마침 매장에 나와 태양 빛으로 에너지 충전 중이던 제노는 바루의 부름에 다가왔다.
“운철검인데 운철 남는 거 있나?”
“운철? 있다. 7톤 정도 있는데 수리할 거냐?”
“그래. 생각보다 많이 있구만. 수리해.”
어디서 구한 것인지 운철만 7톤을 쌓아놨다는 제노의 말에 바루는 곧장 제노에게 운철검을 넘겼다.
제노는 송원길의 운철검을 받아들고서는 곧장 대장간 안으로 사라져버렸다.
“아…… 아니 저기!”
송원길은 수리보다는 자신을 무시한 자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려는 것이 목적이었다.
더욱이 한태석도 아닌 웬 로봇 같은 것에게 검의 수리를 맡길 생각도 없었다.
“잠시만…….”
“아! 걱정 마십시오. 금방 될 겁니다. 그리고 운철검 몇 개 더 있는데. 혹시 사실 생각 있으십니까? 보자! 여기 있네.”
바루는 한태석이 운철 몇 개로 만든 검을 꺼내놓았다.
스릉!
청명한 소리를 내며 뽑아 든 운철검은 하나의 예술작품과도 같이 아름다웠다.
“날을 세워 놓지 않았지만 도검허가증을 받아오시면 날도 세워 드릴 수 있습니다. 가격은 보자. 아! 여기 있군요. 99만 9천 원입니다. 1% 할인 이벤트 중이거든요. 하하핫!”
“…….”
송원길은 자신의 가문의 가보 격인 보물 운철검보다 좋아 보이는 검을 백만 원에 판다는 것에 머릿속에서 무언가 두둑 하는 소리와 함께 끊어짐을 느꼈다.
“아! 마음에 안 드시면 이건 어떠신가요? 신비의 광물 미스릴이 들어가 있는 검으로 부정한 것을 물리친다는 기운이 깃들어 있습니다. 좀비나 언데드에 특효로 혹시 모를 바이오하저드에 대비해 집 안에 하나 정도는 장만해 둬서 나쁠 것은 없습니다. 이건 단돈 149만 9천 원!”
군인 출신이었던 바루는 이제 장사꾼이 다 되어 있었다.
당연히 미스릴 검은 송씨 가문의 가보보다 좋아 보였다.
수십억을 줘도 팔지 않겠다는 명검보다 좋아 보이는 검을 몇백만 원에 판다는 이 말도 안 되는 대장간에 송원길은 몸이 덜덜 떨려옴을 느껴야만 했다.
그리고 그렇게 삼십 분이 지났을 때쯤 제노가 수리를 맡긴 운철검을 들고 나왔다.
“제노! 제노! 수리 끝났어! 십만 원 받아. 아! 이벤트 기간인가? 그럼 구만 구천 원 받아.”
“오! 수고했네. 제노군!”
바루는 수리가 끝난 운철검을 송원길에게 내밀었다.
끼익!
그와 동시에 송원길은 매장의 안쪽에서 지민과 함께 대기실에서 보았던 남녀가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지민 님! 어디 가십니까?”
“어? 바루 씨! 저 이계 분들 서울 구경시켜 주러 갔다 올게요.”
이계 관광객들을 위한 이색 상품을 개발한 지민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송원길을 무시했던 여인은 그런 지민의 뒤에서 있다가 송원길의 손에 들린 운철검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 그렇게 사라고. 그건 조금 쓸 만해 보이는군.”
송원길은 자신을 농락했던 여인의 비웃음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