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37
제 137화
67.
한태석으로부터 성검을 수리하는 존재들.
그리고 오만득으로부터 마검을 수리하는 존재들.
그들이 지구.
그것도 대한민국이라는 좁은 나라에 몰리다 보면 사고가 터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인지도 몰랐다.
성검과 마검은 상극의 존재들이었으니 서로 극한의 반발작용을 일으키기 마련이었다.
“자! 오늘 보실 곳은 경복궁으로 대한민국의 전신인 조선이라는 왕조의 왕궁으로 아름다운 곡선이…….”
지민은 이계에서 온 용사들을 위해 성검 수리 패키지 투어의 가이드 일을 하고 있었다.
‘남들한테 맡기고 싶기는 한데 이 사람들이 다른 나라도 아니고 이계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어떻게 설명을 해.’
아직 우주인도 존재하는지 안 하는지 하며 음모론이 판을 치는 지구였다.
그런 세상에서 우주인도 아니고 이계인이라는 다른 차원의 존재들이 세상에 알려진다면 그 혼란이 어떻게 될지 감도 잡히지 않는 지민이었다.
결국 자신이나 바루가 한 번씩 혜진이 지구와 이계의 평화로운 교류를 위해 관광을 시켜 주는 것이었다.
비록 마법이나 검을 든 이들은 길거리에서 볼 수 없었지만 높다란 빌딩이나 도로의 자동차 등 이계인들은 한국의 모습에 감탄을 자아내었다.
차를 타고서는 빌딩 숲을 한 차례 둘러보고 경복궁 한 번 돌고 난 뒤에 한식집 가서 밥 한 번 먹여주고 나면 다들 한국 홍보대사가 될 정도였다.
더욱이 알짜 관광 손님들인 것이 올 때 금이나 보석 등 수억 원 상당의 돈을 펑펑 쓰고 돌아가는 관광객들이었다.
그렇게 오늘도 외화벌이에 열중인 지민은 보람찬 하루를 보내며 이계인들을 위한 서울 나들이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태석의 손님들뿐만 아니라 오만득에게 무기를 구입하거나 수리하는 이들도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
“…….”
두 상극의 존재들은 곧바로 서로의 존재를 느꼈다.
같은 하늘 아래 도저히 존재할 수 없는 이들이었다.
더욱이 이들은 더욱더 강력해진 무기들을 손에 넣은 이들이었다.
적이 눈앞에 있고 강력한 새 무기를 손에 넣었으니 나머지는 안 봐도 뻔한 드라마가 펼쳐지는 것이었다.
“자! 다음으로는…… 어디 갔대?”
지민은 신나게 설명을 하다가 전부 사라져 버린 것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자신의 뒤에서 유치원 선생님 따라다니는 병아리들처럼 입을 벌린 채로 두 눈을 반짝이고 있던 말 잘 듣는 이계인들이었다.
“설마 길을 잃은 건 아니겠지?”
한눈팔다가 길을 잃은 것은 아니겠지라는 생각에 깜짝 놀라는 지민이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이계인들이 행방불명되었다고 해서 경찰에 찾아달라고 할 수도 없었다.
여권이나 비자도 없는 이계인들이었으니 자칫 이대로 길을 잃어버리면 불법 체류자가 될 수도 있었다.
“아! 이미 불법 체류자지.”
지민은 정상적인 방식으로 한국에 입국한 이들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지끈거리는 머리를 누르고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신신당부를 했건만.”
길을 잃을 수도 있으니 자신의 뒤를 잘 따라오라고 했었지만 결국 말을 안 듣고 이런 사달이 나 버린 것이다.
“우르펠 씨! 게인나 씨! 헤모르벤크란 씨! 어디 계세요?”
지민은 세 명의 이계인들의 이름을 부르며 찾아다녔다.
그렇게 지민이 이계인들을 찾아다니고 있을 무렵 이계인들은 자신들과 동일한 숫자의 또 다른 이계인들과 골목길에서 대치하고 있는 중이었다.
“마족의 끄나풀.”
“흥! 천족의 개.”
각자의 몸에서 풀풀 풍기는 기운들에 서로에 대한 적의와 증오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미 수십 수백 년 이상을 죽고 죽이다 보니 이제는 싸우는 이유조차도 잊어버린 이들도 있었다.
사랑하는 이들을 잃으며 오직 복수만을 위해 살아온 이들에게 선과 악은 이제 남의 일이었다.
“죽여 주마.”
“누가 할 소릴! 쳐라!”
물론 다들 같은 세계에서 온 이들이 아니었다.
서로 일면식도 없었고 접점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서 느껴지는 상극의 기운으로 인해 싸우지 않아도 될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그 싸움은 격렬했고 위험했다.
그렇게 성검과 마검은 격돌했다.
쾅!
한 명 한 명이 전차에 버금갈 정도로 강력한 이들이었다.
더욱이 성검과 마검의 위력은 한태석이나 오만득에 의해 더욱더 강해져 있었다.
그런 괴물들이 서울 한복판에서 격돌했으니 멀쩡할 수가 없었다.
“까아악! 뭐야? 북한군이야?”
“지…… 지진 아니야?”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폭발음과 함께 땅이 울리는 진동에 다들 난리가 났다.
문제는 그게 한 번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여섯 명이나 되는 이들이 사방팔방 날아다니며 검기를 휘둘러대니 건물들이고 길이고 박살이 나는 것이었다.
“죽어라!”
“누가 할 소리!”
평화로운 한때를 산산조각내며 대한민국의 수도에 믿기 어려운 전쟁이 터졌다.
“뭐…… 뭐야? 저거! 저기 봐! 사람이야! 사람!”
“뭐? 사람? 사…… 사람이 어떻게? 우아악!”
높다란 상가 건물들을 훌쩍 뛰어넘으며 무기를 휘둘러 대는 광경이 수많은 사람들의 눈에 들어왔다.
“비…… 빌딩을 달리고 있어!”
“뭐야? 영화 찍는 거야?”
마치 무협 영화의 한 장면처럼 빌딩의 벽을 발로 차고 달리며 검기를 뿌려대는 모습을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것이다.
“야! 찍어! 찍어! 빨리 찍어! 대박! 대박이야! 대박!”
“영화 촬영한다는 소리는 못 들었는데. 보통 CG 안 쓰나? 너무 과격하잖아!”
인간이란 자신들의 상식에 맞는 상상을 하기 마련이었다.
설마 이계의 존재들이 지구에 와서는 서로를 죽이기 위해 칼부림을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영화를 찍는 상황이라고만 여긴 것이다.
문제는 그 상식이 점점 파괴되어 간다는 것이 문제였다.
“위험해! 피해!”
우르릉!
“까아아아악!”
빌딩 벽이 무너지고 유리창들이 깨져나가며 검기에 아스팔트 바닥에 금이 쩍쩍 가는 것은 영화라고 하기에는 아주 많이 이상했다.
그리고 그 광경을 지민도 목격했다.
“…….”
분명 싱글벙글하며 자신의 뒤에서 병아리 쫓아오듯이 얌전하던 이계 관광객들이었다.
그런 이들이 살기와 검기를 줄기줄기 뿜어내며 도시를 파괴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 양반들이!”
서비스업의 고충은 말도 못 할 정도로 극심했다.
그래도 먹고 살아야만 했기에 참고 견디던 지민이었다.
그래도 가끔 진상 손님들이 오면 참다 참다 검을 뽑아 들고는 했다.
“야! 이 미친 것들아! 잘 놀다 집에나 쳐 가야지! 변신!”
지민은 한태석으로부터 받은 변신 장비를 해방했다.
불과 바람 그리고 쇠의 정수를 이용해 업그레이드를 한 장비는 어지간한 하급 성검의 능력을 훌쩍 뛰어넘는 무구였다.
더욱이 엘리제로부터 검술을 사사받고 혜진과 매일 같이 다이어트를 핑계로 격전을 벌이면서 지민은 상당히 강해져 있었다.
더욱이 이계에서 온 자들과는 달리 지민이나 혜진은 혹시 몰라서 장신구까지 풀템으로 장비를 맞춘 현질 유저였다.
그렇게 지민은 강력한 방어구와 무기를 착용한 채로 숨을 한 차례 골랐다.
“남의 땅에서 설치지 말라고!”
무시무시한 기세로 튀어나간 지민의 자리에는 아스팔트가 박살이 나 있었다.
종횡무진 싸우고 있던 이계인들은 갑자기 느껴지는 무시무시한 기운에 화들짝 놀랐지만 지민의 적수가 되기에는 부족했다.
퍼억!
“커억!”
그래도 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검면으로 몸을 후려치고서는 머리끄덩이를 붙잡은 채로 날뛰는 이계인들을 잡으러 달리는 지민이었다.
“니들 죽었어! 잡히기만 해 봐!”
서울 시내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고함을 지르는 지민의 분노에 이계인들은 겁을 집어먹고서는 싸우다 말고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보는 수많은 서울 시민들은 또 다른 존재가 나타났다는 것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또 다른 히어로가 나왔다!”
“이거 진짜 상황 맞아? 영화 아니야?”
“오! 여성 히어로 같은데? 빌런들 아주 박살을 내는구만!”
“그런 거야? 저 여자가 빌런은 아니야?”
서울을 파괴하는 빌런들을 물리치는 히어로의 등장이었다.
“뉴욕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한국에도 히어로가 있다니!”
그 믿기지 않은 광경에 다들 스마트폰으로 지민의 모습을 담아내려고 했지만 지민의 움직임이 너무나도 빨랐다.
하지만 수많은 이들이 지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거기 안 서! 니들 이리와!”
다만 분노에 찬 지민의 목소리만큼은 생생하게 녹음이 될 수 있었다.
그렇게 지민의 기세에 눌린 이계인들은 사방팔방으로 도망을 쳤고 지민은 그들을 붙잡기 위해 서울 시내를 뛰어다녀야만 했다.
“다녀왔습니다.”
힘없는 목소리로 매장에 돌아온 지민은 어쩐 일인지 다들 매장에 다 모여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문득 불안해진 지민이었지만 다들 지민을 보고서는 말없이 턱으로 TV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
TV에서는 한편의 액션 영화가 방영되고 있었다.
검을 든 사람들이 빌딩의 벽을 발로 차면서 뛰어다니고 검을 휘둘러대며 창문들이 깨지고 벽이 무너지고 있었다.
아울러 지민의 마음도 무너지고 있었다.
펑펑 터지는 폭죽 같은 폭발에 지민의 마음도 펑펑 터지고 있었다.
설마 이 장면이 찍혔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지민이었다.
“와! 영화 보고 있었나 보네. 팝콘이랑 좀 시켜서 먹지.”
지민은 애써 부정을 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지민의 마음을 그다음 장면이 산산조각을 내 버렸다.
정체불명의 존재들이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을 때 무시무시한 기세를 뿜어내는 한 명의 여기사가 나타나더니 정체불명의 존재들을 박살을 내버리는 것이었다.
-거기 안 서! 니들 이리 와! 죽여불랑게!-
고개를 돌려 외면하는 지민의 귀로 분노에 찬 자신의 목소리가 TV를 통해 들려오고 있었다.
남들은 몰라도 이 매장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알 수밖에 없는 모습과 목소리였다.
“텔레비전에 우리 지민이 나오면 아주 끝장을 내불겠네! 내불겠네!”
호미의 노래에 지민은 울컥했지만 지은 죄가 있었기에 고개만 숙여야 했다.
“어떻게 된 일이야?”
한태석의 질문에 지민은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니 맺혀서는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했다.
“아…… 니이! 관광 안내해주고 있는데! 지들끼리 칼부림하잖아요. 내가 화가 안 나겠어요? 분명 사고 치지 말라고 했는데. 싸울 거면 조용한 데서 하든가. 왜 사람 많은 곳에서 저러냐고요.”
그렇게 지민의 이계인 관광투어는 막을 내려야만 했다.
하지만 이 사건의 여파는 결코 작을 수는 없었다.
서울 한복판에서 사람들이 날아다니며 엄청난 힘을 사용하는 것이 수많은 시민들에게 목격되었다.
비록 너무나도 빨리 움직여 제대로 카메라에는 담지 못했다지만 수많은 영상들이 인터넷에 올라가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도록 했다.
그로 인해 세계 각국의 도장들에 사람들이 몰리는 북새통을 겪으면서 행복한 비명을 지를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민의 얼굴이 제대로 찍힌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계인들이야 자신들의 세계로 돌아가 버리고 나면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에 이 의문의 사건은 몇몇 이들만 입을 다물고 있으면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