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39
제 139화
69.
“주인님! 아리가 사라졌어.”
아리를 위해 조금 더 커다란 기운 구슬을 만들어 준 다음 날 구미호 일족인 아리는 사라졌다.
신수 사리의 도움으로 기운을 담을 수 있는 구슬을 채운 아리는 조금이지만 움직임이 가능해졌고 대장간을 나가 버린 것이었다.
“준비해라.”
“응!”
한태석은 아리가 오만득을 찾아갔을 것이라고 보고 다시금 장비를 챙겼다.
오만득을 그냥 놔둘 수는 없었기에 한태석은 아리를 이용하기로 했다.
분명 아리가 어느 정도 움직일 힘을 되찾는다면 다시 오만득에게로 향할 것이라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아리에게 추적기를 달아놓았다.
한태석은 사리와 함께 추적을 시작했다.
“주인니임! 앞에 차! 차! 차!”
한태석이 운전하는 차의 조수석에 앉아 기겁을 하는 사리의 비명을 들으며 한태석의 차는 서울을 벗어났다.
언제까지나 혜진에게 부탁할 수는 없었기에 나름대로 운전 연습을 한 한태석이었다.
그렇게 서울을 벗어나 휴게소에 들려 휴게소 음식도 먹어가며 한태석과 사리는 강원도로 향했다.
“오만득의 고향이 강원도였지 아마.”
오만득이 강원도 대표로 대장장이 대회에 참석했던 것을 떠올리며 한태석은 지금도 강원도에 머물고 있겠거니 하며 위치 탐색기를 바라보았다.
아리에게는 미안한 일이었지만 이미 타락해 버린 인간을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오직 숨이 끊어져야만 할 일이었기에 한태석은 오만득을 가차 없이 제거할 생각이었다.
“아리 움직임이 멈췄어.”
아리의 움직임이 마침내 멈추어졌다는 말에 한태석은 아리가 멈춘 가장 가까운 도로까지 이동을 했다.
“산속이군.”
“어떻게? 들어갈 거야? 주인?”
“들어가야지.”
한태석의 눈앞에 높다란 산이 가로막고 있었다.
처음부터 짐작을 하고 있었기에 한태석은 차를 주차하고서는 사리와 함께 산속으로 들어섰다.
등산로가 아닌 수풀이 우거진 강원도의 산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결코 쉽지는 않았다.
사람들의 눈길을 피해야 하는 아리로서도 당연히 등산로가 아닌 숲속으로 이동을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사리야 신수의 모습으로 하면 이런 수풀이 문제 될 것이 없었지만 한태석이 문제였다.
인간의 모습은 숲을 타기에는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았다.
물론 한태석도 보통의 인간은 아니었기에 산을 타는 것에 힘겹거나 하지는 않았다.
잘 벼린 정글도 하나를 빼 들고 앞을 막는 잡목들을 베어가며 산속으로 들어서는 한태석은 오래지 않아 산속 깊이 들어설 수 있었다.
“이 속도라면 한 이십 분 정도면 거의 도착을 하겠는데.”
“조심하는 것이 좋을 거다. 다크 스미스는 보통 존재가 아니니까.”
어떤 함정이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아무리 한태석이라도 방심을 했다가는 당할 수도 있었기에 한태석은 조심스럽게 아리를 추적했다.
그렇게 얼마쯤 이동했을 때 사리의 움직임이 멈추어졌다.
“무슨 일이지?”
“한 둘이 아닌데.”
한태석은 자신보다 기감이 좋은 사리가 경계를 하는 것에 마침내 도착했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숲속의 그림자에서 보이는 눈빛들은 인간의 눈빛이 아님을 알 수 있게 반짝였다.
“여우?”
오만득을 찾아 아리를 추적해 왔건만 한태석과 사리의 앞을 막아서는 것은 여우들이었다.
남한에서는 사라졌다고 여겨지는 여우들이 한두 마리도 아니고 십여 마리는 넘게 나타난 것이다.
“구미호 일족인가?”
한태석은 아리의 종족들이라는 생각을 하며 오만득과 구미호들이 손을 잡은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되었다.
최대한 피해를 적게 하려는 한태석이었다.
굳이 싸우지 않을 수 있다면 싸우지 않으려고 하는 한태석이었지만 여우들의 분위기는 지극히 적대적으로만 보였다.
“어째서 신수가 여기에 나타난 것이지?”
한 아름다운 모습의 여우 한 마리가 여우들 무리의 앞으로 나와 사리에게 말을 걸었다.
아무리 구미호라고 할지라도 불사의 신수를 상대로 아무런 피해 없이 물리치는 것은 어려웠기에 일단은 대화에 나서는 것이었다.
“아! 찾고 있는 존재가 있어서 말이지.”
사리는 여우들을 보며 자신의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대고서는 대답을 했다.
조금 전에 여우 일족의 아이가 여우 구슬을 잃고서는 돌아왔다.
불가살이라는 신수가 찾고 있는 존재가 있다는 말에 여우들의 전사인 호운은 그 아이를 노리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내어 줄 것이라 생각하느냐? 타락한 신수여.”
“호오! 나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요수들 따위가. 누구보고 타락이라고 하는 것이냐!”
사리의 몸이 조금씩 부풀기 시작했다.
한태석의 대장간에서 질 좋은 불과 철로 인해 엄청난 힘을 얻은 사리였다.
눈앞의 여우들 따위는 한 입 간식거리도 되지 않았기에 막는다면 힘으로라도 박살을 내 버릴 생각이었다.
“그만둬라. 사리!”
“힝!”
그렇게 당장에라도 전투 상태인 사리에 한태석은 호운에게 사정을 이야기했다.
여우들과는 싸울 생각이 없는 한태석이었다.
“한 인간을 찾고 있네.”
“무슨 수작이냐! 인간!”
한태석은 여우들의 분위기가 자신의 말과 함께 더욱 사나워지는 것에 대화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위험한 존재야. 그 아리라는 아이의 주인을 찾고 있어!”
한태석의 말에 여우들의 표정이 험악하게 변했다.
아리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고 아리의 주인이라는 말에 격하게 반응을 하는 것이었다.
“구미호 일족에게 주인 따위는 없다! 그것도 인간이라면 더욱더!”
인간에 대한 증오가 상당한지 여우들은 더는 볼 것도 없이 한태석과 사리에게로 뛰어들려고 했다.
“오냐! 그렇게 나온단 말이지! 주인! 이놈들 처음부터 내줄 생각 없었어! 쓰러트리자고!”
사리의 몸이 거대하게 부풀어 오르며 여우들을 노려보자 여우들의 꼬리가 세 개에서 여섯 개로 늘어나며 여우들의 몸 주위로 여우불이 생겨났다.
평범한 여우들이 아닌 요괴 구미호의 일족임을 드러낸 것이다.
“쳐라!”
구미호들은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종족을 지키기 위해 한태석과 사리를 향해 뛰어들었다.
“어쩔 수 없는 건가?”
한태석으로서도 싸움은 막을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하며 무기를 뽑아 들었다.
전투원이 아닌 대장장이이기는 하지만 한태석도 이미 인간의 영역은 넘어선 존재였다.
더욱이 오만득을 상대하기 위해 전투복까지 착용하고 있었기에 쉽게 당해줄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구미호 일족과 한태석이 격돌하려는 그 순간 온 사방을 짓누르는 기운이 한태석과 사리 그리고 구미호들을 위압했다.
“크윽! 뭐냐?”
“주인! 괜찮아? 뭐지? 이 기운은?”
“크으으윽! 이 기운은 설마?”
호운은 엄청난 위압감에 부들거리는 몸으로 위압감이 느껴지는 곳을 바라보았다.
호운이 바라본 곳에는 바위 위에 심드렁한 눈빛으로 하품을 하고 있는 존재가 있었다.
“호군님!”
호운의 외침에 한태석과 사리도 호군이라는 존재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서는 이내 경악을 해야만 했다.
“호랑이?”
“우와! 산군이다!”
커다란 바위 위에서 호랑이 한 마리가 내려다보고 있었다.
따분해하는 눈빛이었지만 누구 하나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위압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어…… 어째서?”
호운은 왜 호군이 나타났는지 의아해하며 호군에게 말을 걸었지만 호군은 호운보다는 신수인 사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기 자신보다 더 보기 힘들다는 불가살의 존재가 산의 제왕 호군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불가살인가?”
“그래. 불가살이다!”
호군의 위압감에도 사리는 고개를 들고서는 호군을 노려보았다.
신성한 동물이며 산의 제왕이라는 호랑이라지만 사리 자신 또한 그리 격이 떨어지는 존재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건 사리가 아직 경험이 부족하고 어리기 때문이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호군은 건방지기 짝이 없는 사리의 모습에 두 눈을 번득이더니 어느덧 사리의 목을 앞발로 누르고 있었다.
바위 옆에서 사리의 옆으로 이동을 하는 것조차 그 누구도 보지 못한 것이다.
“사리야!”
한태석은 신수인 사리를 어린아이 가지고 놀 듯이 하는 호군에 파멸의 망치를 빼 들었다.
평범한 무기로는 호군에게 아무런 타격을 줄 수 없음을 깨달은 것이다.
아니 한태석은 호군의 등장과 함께 자신들에게 승산 따위는 없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사리를 죽게 놔둘 수는 없었기에 파멸의 망치를 있는 힘껏 호군의 머리를 향해 휘둘렀다.
퍽!
“크윽!”
한태석의 일격은 호군의 앞발에 막혔다.
한 발로는 여전히 사리의 목을 짓누르고 있었고 다른 한 발로는 한태석의 망치를 막아낸 것이다.
“대단한 기운이군. 다만 사용하는 자가 쓰레기라 제대로 그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구나.”
호군은 한태석의 파멸의 망치의 기운을 느끼며 전의를 상실해 있는 호운과 여우들을 바라보았다.
“너희들은 돌아가도 좋다.”
호군의 말에 호운은 한태석과 사리를 노려보았다가 이내 고개를 숙이며 대답을 했다.
“감사합니다. 제왕이시여.”
호군의 손에 들어간 한태석과 사리였기에 굳이 구미호의 일족이 나설 필요는 없었다.
물론 아리가 왜 이런 상태가 되었는지를 알아내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들었지만 호군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게 구미호의 일족은 숲속으로 사라졌고 한태석과 사리는 호군의 대충 휘두른 앞발에 의식을 잃어야만 했다.
“끌끌! 상제께서는 무슨 속셈이신지.”
호군은 잠시 우거진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고서는 기절해 버린 한태석과 사리를 입으로 물고 훌쩍 산속으로 사라졌다.
한태석과 사리가 아리를 추적하던 중, 학교를 마치고 대장간으로 돌아온 호미는 매장에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던 다향을 볼 수 있었다.
“다향 아씨.”
“아! 호미야. 왔느냐?”
볼이 발그레하니 제법 마신 듯한 다향을 보며 호미는 이제 다향이라 부르지 말고 주향이라 불러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런데 어쩌신 일로?”
커피를 혐오하며 술로 세월을 보내고 있는 다향이 오랜만에 매장에 찾아오자 호미는 의아한 듯이 물었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잊었느냐?”
“예? 오늘이요?”
호미는 오늘이 무슨 날인지 곰곰이 생각을 더듬었다.
“아! 다향 아씨! 죄송합니다. 제가 요즘 정신이 없어서.”
“괜찮다. 그럴 수도 있는 것이지.”
호미는 다향의 너그러운 용서에 슬쩍 매장에서 고풍스러운 노리개 하나를 훔쳤다.
하지만 이내 매의 눈을 하고 있는 매장 직원인 지민과 눈이 마주쳤다.
움찔!
‘나중에 갚을게!’
지민에게 애처로운 입 벙긋거림을 하고서는 호미는 다향에게 다가갔다.
“이거…….”
“응? 오! 예쁘구나. 나에게 주는 것이냐?”
호미가 다향에게 노리개를 바치는 것에 지민은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서 다 듣고 있었으니 오늘 다향의 생일이고 호미가 그것을 잊어버렸다고 짐작을 하는 것이다.
“헤헤헤! 축하드리옵니다.”
“축하는…… 아무튼 늦었으니 이제 가 보도록 하자꾸나?”
“예? 어딜?”
호미는 어딜 가자는 다향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호미에 다향은 오히려 자신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고서는 입을 열었다.
“어디긴 어디더냐. 산신각에 가야 하지 않느냐.”
“아!”
다향의 말에 호미는 그동안 잊고 있던 것이 떠오르며 오늘이 다향의 생일이 아님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럼 나를 태우고 가자꾸나. 오랜만에 만나는 친우를 위해 차…… 아니 술이나 한잔 따라줘야겠구나.”
다향의 손에는 항아리에 담긴 술병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