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4
제 14화
깡! 깡! 깡!
온종일 호미를 두들겼다.
지민이 퇴근하겠노라고 대장간 안으로 들어올 때도 대답 없이 망치질을 계속했다.
어깨가 빠질 듯이 아파 왔지만, 한태석은 멈추지 않았다.
호미 속의 영혼을 깨우기 위해서는 쉴 사이 없이 두들겨야만 했다.
그렇게 담금질을 하고 다시 망치로 두들기면서 호미 속의 영혼을 깨우고 또 깨우며 호미를 고쳐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음 날에도 그리고 그 다음 날에도 호미를 두들기던 한태석은 마침내 호미 속에서 자신의 망치질에 화답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만 때려! 아프잖아!”
“……?”
한태석은 고쳐진 호미가 자신의 손에서 벗어나 인간의 형체로 변하는 경악스러운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뭐하는 짓이냐!”
“…….”
웬 소년 한 명이 매서운 눈으로 한태석을 노려보고 있었다.
몸은 붉었고 몸 주위에서는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한태석은 자신의 대장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분명 나 혼자 있었는데…….”
누군가 들어올 사람은 지민뿐이었지만 눈앞의 사람은 지민도 아니었다.
“네놈은 대체 누구란 말이야!”
“나는 대장장이이다. 그러는 너는 누구지? 어떻게 나의 대장간에 들어온 것이냐?”
분명 한태석은 오래된 호미를 고치고 있었다.
이 오래된 호미가 보통의 것이 아니라는 것은 최고의 대장장이인 한태석의 눈에 금방 알아차려 졌다.
무려 영혼을 가진 에고 호미였던 것이다.
하지만 영혼을 가진 물건이 사람으로 변한다는 것은 지금껏 듣도 보도 못한 일이었다.
신들과 악마 그리고 괴물들이 아울러 살아가던 세계의 주민이었던 한태석도 지금의 광경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후후후! 내가 누구냐고?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꽤나 수다쟁이 같고 얼굴에는 장난기가 가득해 보였다.
“내가 바로 도깨비님이시다!”
“도깨비?”
한태석은 눈앞의 소년을 몬스터의 일종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고 보면 용사들이 이야기해줬던 것들 중에 미믹이라는 보물 상자 괴물들도 있었지. 그래. 충분히 이해가 되는 일이다.”
몬스터가 없는 세상이라 생각을 했지만 지구에도 신이 존재하고 악마도 존재했다.
그러니 몬스터가 존재해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당장 대장간을 나서서 몇 분 걸어가면 신을 위한 거대한 예배당이 보였으며 주말이면 수천 명도 넘어 보이는 사람들이 그 예배당 안으로 꾸역꾸역 들어갔다.
만일 그곳이 한태석이 믿는 대장장이들의 신의 예배당이었다면 주말마다 찾아갔을 터였다.
하여튼 신도 있고 악마도 있다는 사람들의 말을 듣다 보면 세상 어디엔가는 신비로운 일도 있을 것이라 믿는 한태석이었다.
“그래. 너는 호미에서 나온 것이냐?”
“흐음! 뭐야? 안 놀라는 거야? 인간들은 나를 보면 무척이나 놀라던데. 아무튼, 너 나를 고친 거지?”
도깨비는 자신의 몸을 뜨겁게 달구고 망치로 두드려 부서진 자신의 몸을 고친 것이 눈앞의 한태석임을 알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고친 거야? 보통은 불가능한데.”
도깨비는 버려진 물건에 오래된 혼령이 깃든 물건이었다.
오랜 시간이 흘러 신령을 가지게 된 도깨비들이었기에 일반적인 힘으로는 도깨비들을 죽이거나 다치게 할 수 없었다.
물론 도깨비가 무적이라는 것은 아니었다.
도깨비들을 퇴치하는 존재들도 있었고 그들에 의해 봉인되거나 죽는 도깨비들도 상당해서 현대에 와서는 도깨비를 보기가 쉽지 않았다.
“내 이름을 호미! 호미다!”
호미 또한 그런 도깨비 중의 하나였다.
호미는 자신을 고쳐 다시 인간으로 변하게 만들어 준 한태석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래. 나는 대장장이 한태석이라고 한다. 본래의 이름은…….”
한태석은 전생에서의 자신의 이름을 말하려다가 그만두었다.
이곳은 지구였지 자신의 전생의 세계가 아니었다.
이제 평생 지구에서 살아야만 했기에 한태석은 과거의 이름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뭐야? 왜 말을 하다가 말어. 싱겁긴. 아무튼, 고마워. 우리 도깨비들은 장난기가 많지만 은원은 확실한 존재. 소원을 말해라. 소원을 말하면 이루어 주마.”
호미는 한태석의 소원을 들어주겠노라고 말을 했다.
“소원? 소원이라.”
한태석은 마치 신처럼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호미의 말에 잠시 소원을 되뇌었다.
하지만 더 이상 한태석에서 소원은 없었다.
대장장이의 길을 계속 걷기를 소원했던 한태석이었고 그 소원을 이룬 것이다.
다음 소원이라면 세상에서 가장 찬란하고 뛰어난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나의 손으로 나의 능력으로 도전해야만 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소원으로 빌만한 것이 아니었다.
“나의 소원은 없다.”
“뭐? 소원이 없다고?”
호미는 한태석이 다른 인간들과는 다르게 소원이 없다는 말을 하는 것에 당황했다.
도깨비가 소원을 들어준다고 했을 때 대부분의 인간들 눈에서는 탐욕이 생겨났다.
하지만 한태석의 두 눈에서는 탐욕은 보이지도 않았다.
“아니! 잠시만! 소원이 없다니! 그게 말이 되냐? 나는 도깨비라고! 소원을 들어주지 못한다면 내가 뭐가 돼! 빨리 소원을 말해! 다 들어 줄 수 있으니까! 금이 필요해? 아니면 보물이 필요하냐?”
“돈 따위는 필요 없다.”
돈이라면 넘쳐날 정도로 많은 한태석이었기에 호미의 다급해 보이는 말은 한태석의 마음을 조금도 흔들어 대지 못했다.
그러니 오히려 호미가 안절부절못했다.
지금까지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고 자신은 도깨비였기에 그 어떤 존재보다 은원이 확실해야만 했다.
“그러지 말고! 소원 말해 봐! 소원! 소원 말해 보라고!”
마치 어린아이가 떼를 쓰는 듯이 칭얼거리는 호미에 한태석은 인상을 찡그려졌다.
오래된 에고 물품을 수리한 것은 좋았지만 그 안에서 어린아이 같은 사람이 튀어나와 버렸으니 난감해진 것이다.
‘대충 소원을 말해야 하는가.’
한태석은 눈앞의 호미에게 적당한 소원을 하나 말해 주고 끝을 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잠시 고민을 했다.
그리고 그 순간 대장간의 문이 열리며 지민이 불쑥 들어왔다.
“사장님! 회장님께서 오셨…… 응? 누구예요?”
지민은 대장간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웬 소년과 함께 있는 한태석을 보았다.
오래된 호미를 고친다고 삼일이나 대장간 안에 틀어박혀 있던 한태석이 웬 소년과 함께 있는 것이었다.
“나는 호미다!”
“응? 호미? 아! 안녕 반가워. 난 지민이라고 해.”
지민은 이름이 좀 특이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것이 자신이 발견한 호미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형님께서 오셨다고?”
“아! 예! 회장님께서 오셨어요.”
한장우가 왔다는 지민의 말에 한태석은 온몸에 흐르던 땀을 수건으로 대충 닦아내고서는 대장간을 나섰다.
“야! 어디가? 소원 말하라고! 소원!”
호미는 자리를 피하는 한태석을 뒤따르며 소원을 말하라고 외쳐대었지만 한태석은 호미와 놀아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형님!”
“응? 오! 그래. 태석아! 이 녀석, 일도 좀 적당히 해라. 온종일 그 뜨거운 곳에서 일을 하다가는 몸 상한다.”
“예! 형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전생까지 따진다면 한태석의 나이가 한장우보다 월등하니 높았지만 한태석은 한장우에게 깍듯했다.
한장우가 이 지구에서는 자신의 몸의 형님이었으며 한장우의 도움으로 대장간을 열 수 있었기에 그를 진심으로 형님으로 받들어 모시는 것이다.
“그래! 일 도와줄 사람은 구했느냐?”
간단한 인사치레가 오가고 한장우는 한태석이 사람을 구하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지 사람을 구했냐고 물었다.
“구하고 있는 중입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한태석은 이토록 자신을 걱정해 주는 한장우에 미소를 지으며 걱정 말라 말을 했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대화를 호미는 지켜보고 있었다.
“조수 구한다며?”
“…….”
한태석은 오늘도 자신의 자리에서 망치를 휘두르고 있었다.
경쾌하고 리드미컬한 소리는 고통스럽고 불쾌하다는 생각보다 웅장한 오케스트라를 연상시키고 있었다.
그 덕분인지 대장간에서 새어 나오는 소음을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정말이지 신비로운 일이었지만 한태석의 건물 앞 벤치에서 한태석의 망치 소리를 듣기 위해 오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았다.
한태석의 망치 소리에 왠지 모르게 축 처진 몸에 기운이 도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그렇게 오늘도 망치를 벗 삼아 다양한 물건들을 만들고 있을 때 그 모습을 지켜보던 도깨비 호미는 계속 말을 걸어왔다.
“그래! 내가 소원을 들어 줄게. 조수가 되어 준다니까.”
한태석이 조수를 구한다는 것을 알게 된 호미였다.
수백 년을 넘게 사는 도깨비에게 있어서 몇 년 정도는 찰나의 시간에 불과했다.
대장장이의 조수가 되어 주는 소원 정도는 충분히 들어줄 수 있는 일이었다.
더욱이 호미는 한태석의 망치질에 감탄을 하고 있었다.
‘엄청난 인간이다! 평범한 대장장이가 아니야!’
호미 자신도 어떤 이름 모를 대장장이에 의해 탄생이 되었다.
물론 그때는 지금처럼 영혼이 깃들어 있지 못했지만 자신의 몸은 대장장이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래! 뭘 도와주면 돼? 나도 망치질을 할까? 내 도깨비방망이라면 멋진 작품이 만들어질 거라고!”
호미는 자신의 도깨비방망이를 꺼내었다.
한태석의 손에 쥐어진 망치와는 모양이 달랐지만 충분히 철을 두드릴 수 있었다.
“필요 없다.”
한태석은 방망이로 망치질을 하려는 호미에 필요 없다는 말을 했다.
조수를 구하기는 하지만 정체 모를 몬스터를 조수로 둘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구진 호미는 한태석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태석이 두들기는 철을 향해 자신의 도깨비방망이를 휘둘렀다.
하지만 그건 한태석을 화나게 하는 행동이었다.
“이놈! 감히 신성한 대장간에서 이게 뭐하는 짓이냐!”
사람 좋아 보이는 모습의 한태석이었지만 대장장이의 프라이드가 결코 낮지는 않았다.
자신도 망치를 받은 것이, 대장간에서 일을 시작한 지 십 년이 넘었다.
무척이나 신성한 일이었고 자기 일에 자부심이 있는 한태석이었다.
그런 한태석의 일에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존재가 허락도 없이 끼어드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민조차도 허드렛일만을 할 뿐 망치질을 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호미가 끼어들었으니 한태석의 노여운 호통이 터져 나왔다.
“헉!”
한태석의 호통에 호미는 온몸에서 힘이 빠지고 몸이 덜덜 떨려왔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지만 한태석에게 도저히 저항을 할 수 없었다.
한태석은 창조주였다.
물론 신이라는 것이 아니라 대장장이들에게 만들어진 물건들에 있어서 한태석은 절대적인 창조주의 권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신이 준 권능의 일부인지 아니면 평생을 대장장이로 살아오면서 얻게 된 힘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눈앞의 호미를 만들고 다시 없앨 수도 있는 힘을 한태석은 가지고 있었다.
“네놈은 망치질을 할 자격이 없다! 당장 꺼지거라!”
한태석의 말에 호미의 몸은 대장간 밖으로 튕겨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