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42
제 142화
72.
깡! 깡! 깡!
정신만 차리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살아나올 수 있다지만 한태석은 호랑이 굴에서 살아나오기 위해 망치질을 하고 있었다.
사리가 만든 숯으로 화로를 달구고서는 방울종을 달구었다가 망가지고 찢어져 있는 방울들을 하나하나 수리해 갔다.
녹이 슨 부분이 떨어져 나가고 본래의 재질이 나왔다.
그 재질을 문질러 광택을 내고 나니 깔끔한 모습이 드러났다.
신기가 조금 깃든 물건이었지만 한태석에게 그다지 수리가 힘든 물건은 아니었다.
물론 자신의 대장간이 아닌 간이 대장간에서 수리를 하느라 재료가 부족했지만 최대한 가지고 있는 재료로 수리를 끝낸 한태석이었다.
“자! 다 되었습니다.”
한태석는 수리가 끝나자 호랑이에게 방울종을 내밀었다.
호랑이는 광택이 나는 방울종을 빤히 바라보다가 한태석에게 말을 했다.
“한번 흔들어서 소리가 나는지 확인을 해보시오.”
“소리요?”
호군의 요구가 의아스러웠지만 한태석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기에 방울종을 흔들었다.
딸랑! 딸랑!
조금은 장난감처럼 보이는 방울종과는 달리 방울이 부딪치며 울리는 소리는 무척이나 맑았다.
마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는 듯 청명함이 드는 방울 소리였다.
그 소리에 한태석도 조금은 놀랄 정도였다.
‘어떻게 이런 소리가 날 수 있지?’
한태석이 놀라서는 방울종을 바라보고 있을 때 호군이 한태석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이었다.
“산신님을 뵙습니다!”
“…….”
한태석은 호군의 말에 호미와 사리 그리고 다향을 바라보았다.
셋도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서는 한태석과 호군을 번갈아 가며 바라보았다.
“뭔가 오해를 하시는 것 같은데.”
“오해가 아닙니다. 그 방울종은 오직 산신님만이 울릴 수 있는 것. 다른 이에게 울리는지 확인을 해 보시지요.”
호군은 감격 어린 눈빛을 한 채로 한태석을 바라보았다.
그런 호군에 한태석은 말없이 방울종을 호미에게 건넸다.
방울종의 구조는 어린아이가 흔들어도 소리가 날 수밖에 없었다.
한태석이 소리를 냈다고 산신이 될 수 없음은 너무나도 확실했으니 호미에게 흔들어 보라는 것이었다.
“나보고 흔들어 보라고? 대장장이 양반?”
호미는 한태석으로부터 방울종을 받아서는 세차게 흔들었다.
“어? 이거 왜 이래? 왜 소리가 안 나?”
호미는 손잡이에 달려 있는 방울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세차게 흔들었지만 방울 소리가 나지 않는 것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게 몇 번이고 방울종을 흔들었지만 소리는 나지 않았다.
그 광경에 호군은 당연하다는 듯이 미소만을 지을 뿐이었다.
“왜 그래! 이리 줘 봐!”
아무리 흔들어도 소리가 나지 않는 것에 사리가 호미의 손에서 방울종을 빼앗아 흔들었다.
하지만 역시나 사리가 흔들어도 방울종은 소리를 내지 않고 흔들리기만 할 뿐이었다.
마지막으로 다향까지 흔들어도 소리를 내지 않자 호군의 입이 열렸다.
“그것은 산신님께서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는 제기입니다. 당연히 오직 산신님만이 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지요.”
호군의 말에 호미와 사리 그리고 다향은 두 눈을 반짝이며 한태석을 바라보았다.
‘그걸 믿냐!’
한태석은 너무나도 쉽게 호군의 말을 믿어버리는 사고뭉치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호미나 다향은 산신의 신하인 호군이 절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더욱이 한태석 정도면 산신이라고 해도 딱히 이상할 것이 없을 만큼 기이한 인간이었다.
“소녀. 산신님을 뵙습니다.”
“나는 대장장이 양반이 보통 인간이 아닐 것이라 생각을 했어. 그런데 산신이었다니!”
그렇게 다향과 호미가 한태석을 산신으로 인정해 버리자 사리도 두 눈을 초롱초롱하니 뜨고서는 한태석을 바라보며 충성 맹세를 하는 것이었다.
“주인님! 전 언제나 주인님 것이에요!”
“사리가 말이 이상하다. 그리고 나는 산신이 아니야. 그냥 평범한 대장장이에 불과할 뿐이라고.”
한태석이 극구 아니라고 했지만 다들 한태석의 말은 귓등으로도 듣고 있지 않았다.
“이렇게 경사스러운 일이! 수백 년간 부재였던 산신님께서 마침내 돌아오셨어.”
호군은 자신마저 죽고 나면 이 땅을 지킬 산신과 호군 그리고 여우신은 완전히 끝이 날 것이라 생각을 하다 산신을 발견하자 감격을 하는 것이다.
신기를 느끼고서는 사리를 찾아 데리고 온 것은 혹시라도 상제에게 산신을 보내달라는 부탁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런데 이미 산신을 보내었다는 것을 확인하자 이제는 두 눈을 감아도 아쉽지 않을 지경이었다.
물론 산신이 돌아왔다고 해서 이미 멸종을 해 버린 자신들의 종족이 되돌아올 가능성은 없었다.
호군은 호랑이들 중에 선택되는 것이기에 호랑이가 사라지면 다음 대의 호군도 사라지는 것이다.
그나마 산신이 나타났으니 남아있는 여우족들 중에 여우신이 선택될 터였기에 호군의 무거운 짐은 가벼워질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신수가 산신을 지킨다면 나의 임무도 가벼워지는 것이겠지. 도깨비들도 다시 돌아왔고 말이야.’
호군은 그렇게 안도를 하며 한태석에게 예를 갖추고서는 입을 열었다.
“산신님. 마지막 남은 호군 인사드립니다.”
호군이 예를 다하자 한태석은 더 이상 아니라고 말을 해 봐야 소용이 없음을 느끼고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산신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그러시는 것입니까?”
결국 한태석은 산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알기 위해 호군에게 물었다.
일단 어떤 존재인지를 알아야 산신이라는 직위를 받아들일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한태석이 산신에 관해서 묻자 호군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했다.
“모릅니다.”
“…….”
너무나도 당당하게 산신이 뭐 하는 양반인지 모른다는 말을 하는 호군이었다.
한태석은 그런 호군에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지만 호군도 할 말은 있었다.
“제 전대 호군이셨던 아버님도 사실 산신님을 뵙지 못했고 그 전대 호군님께서도 산신님이 없으셨습니다. 더욱이 산신님을 보필하는 것은 여우신의 역할이고 저는 산신님을 보호하는 일을 하는 역. 알 리가 없지요. 오히려. 산신님과 차도 마시고 하신…….”
호군은 다향을 바라보았다.
자신과는 달리 다향은 사라진 전대 산신과 만나기도 했던 사이니 더 잘 알 것이라 생각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태석은 호군의 말에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리는 다향을 볼 수 있었다.
‘산신이 뭐 하는 양반인지 모른다는 거로군.’
호군도 모르고 다향도 모르는 듯한 것에 설령 산신이 된다고 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한숨이 나오는 한태석이었다.
그리고 그때 호미가 손을 들어 올리며 외쳤다.
“나 알아! 산신이 뭐 하는 분이신지!”
호미 또한 수백 년을 살아온 도깨비였으니 산신이 무엇을 하는 존재인지 알 수도 있었기에 다들 기쁜 표정으로 호미를 바라보았다.
특히나 호군의 표정이 밝은 것이 마침내 자신의 임무를 완수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 듯했다.
“그 있잖아! 산신 하면 연못에 숨어 있다가 나무꾼이 도끼 빠트리면 양심 있는 나무꾼인지 양심 없는 놈인지 시험해서 금도끼 은도끼 주는 일 하잖아!”
호미의 어처구니없는 말에 한태석은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호군이나 다른 이들의 이야기로는 분명 신의 일종인 듯한데 신이 그런 일을 한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한태석은 자신의 예상 밖의 말을 들어야만 했다.
“아! 나도 그 이야기 들었어! 착한 나무꾼에게는 복을 주고 나쁜 이에게는 벌을 주는 일 하시는 거!”
다향도 고개를 끄덕이는 것에 호군도 놀란 표정을 지으며 그 대화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렇군요. 선한 이에게 복을 주고 악한 이에게는 벌을 준다. 산신님께서 하실 만한 훌륭한 일이겠습니다.”
나무꾼의 이야기는 황당하기는 했지만 권선징악은 신의 당연한 임무이자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
“아니 그러니까 나는 산신이 될 생각이…….”
한태석이 산신이 될 생각이 없다는 말을 했지만 호군과 호미와 사리, 다향은 한태석을 산신으로 만들 생각을 끝낸 듯했다.
“일단 여우신을 뽑아야 할 것 같습니다.”
“여우신도 여우신이지만 산신각을 다시 수리해야 하지 않을까요?”
“마당 풀은 다 뽑아 놓았습니다. 아씨! 화초하고 나무 좀 옮겨 심어둘까요?”
“그럼 나는 뭐하면 되는 거야? 나 신수인데 막 마귀 나오면 싸우면 되나?”
한태석은 자기들끼리 막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인간 아닌 것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이 세계에도 신은 존재하는 모양이군. 그 신의 가장 높은 분이 상제인 듯하고 상제가 지상의 신인 산신을 내려보내는 일을 해주는 듯한데. 일단 내가 산신일 가능성은 없지만 상제와 만나면 되겠군.’
한태석은 상제를 만나 산신을 보내달라는 부탁을 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전생에서도 신들과 호형호제는 아니어도 가끔 만나 술 한 잔 기울이던 한태석이었다.
방울종처럼 신들의 생활 물품을 수리해주기도 했기에 한태석은 산신 좀 뽑아서 보내달라는 부탁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더욱이 호군이라고 했나? 생각보다 무력도 좋고 도움도 되겠어.’
사리조차도 어린아이 대하듯이 강한 호군이라면 당분간은 산신이 되어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드는 한태석이었다.
“태석 씨! 아니 산신님. 산신각 수리해주실 수 있나요?”
“산신각이요?”
한태석은 다향이 산신각을 이야기하는 것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군. 만일 산신님께서 맞으시다면 산신각으로 들어가실 수 있으시겠군. 인간이라면 들어갈 수 없으니.”
호군은 한태석이 신선이라면 산신각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한태석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다 허물어져서 을씨년스러운 산신각이었지만 산신이 다시 돌아왔다면 산신각에서 지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럼 일단 산신각부터 보도록 하지.”
한태석은 산신각을 한번 보자는 말을 하고서는 호군의 등에 타고서는 산신각으로 향했다.
산신이라면 자신이 태워야 한다는 호군의 말에 호군의 등에 탄 것이다.
그렇게 산신각 앞에서 내려 산신각 안으로 들어가자 호군은 역시 한태석이 산신이 맞는다며 다시 한번 감격을 했다.
그 부담스러운 호군의 반응을 뒤로하고 한태석은 산신각을 지나 산신전을 바라보았다.
마당은 호미 덕분에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지만 산신전은 누가 보기에도 폐허였다.
“이걸 수리해야 한다고?”
한태석은 대장장이였지 대목장이나 목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누구에게 맡길 수도 없는 일 같았기에 한태석이 할 수밖에 없었다.
“나무가 많이 필요하겠는데.”
“나무는 내가 뽑아 올게.”
“산신 양반! 아니 산신님. 제가 나무는 옮겨드리겠습니다!”
“그럼 저는 술과 안주를 준비하지요. 호미야. 술하고 안주 좀 사 오려무나.”
다들 당장이라도 산신각과 산신전을 수리할 준비에 들어가자 한태석은 별수 없다는 듯이 산신각 수리를 준비하며 호군을 바라보았다.
“아! 아무래도 산신님께서 직접 수리를 하시는 것은 그렇겠지요? 제가 구미호 일족에게 가서 장로를 데리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호군은 어차피 여우신도 뽑아야 하니 구미호 일족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구미호 일족도 꽤 줄어들어 있었지만 멸망을 하다시피 한 호랑이들보다는 사정이 좋았다.
산신도 다시 돌아왔으니 호랑이들은 모르지만 구미호 일족들은 다시 번성을 할 수 있을 터였다.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그렇게 호군은 구미호 일족의 장로를 데리고 오겠다며 훌쩍 떠나 버렸다.
한태석으로서는 어차피 구미호들을 만나야 할 이유가 있었기에 마다할 일은 아니었다.
그렇게 호군이 구미호의 장로를 데리고 올 때까지 기다리며 산신전을 보수하기 위한 대장간을 마당 한쪽에 만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