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43
제 143화
73.
“여기가 제단인가?”
한태석은 산신각을 둘러보았다.
산신각을 수리하기 위한 재료가 마련이 될 때까지는 구조물들을 건들 수는 없었기에 산신각의 수리에 도움이 될 대장간을 만들고서는 산신각의 주변을 둘러보는 것이다.
산신전을 포함하고 있는 산신각의 구조는 복잡하다면 복잡하고 간단하다면 간단했다.
산신각 중앙의 산신전을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손님을 맞는 건물이 하나 있고 왼쪽으로는 산신을 모시는 성수와 지상신들의 거처와 업무 공간이 있었다.
그런 산신전의 뒤쪽으로는 하늘에 제사를 지낼 제단이 있었다.
물론 모든 구조물이 대부분 무너져 있어서 원형을 유지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런 산신각 내의 구조물들뿐만 아니라 산신각 내의 모든 물품도 다 사라져 있었기에 산신각에 남아있는 것은 하나도 없는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제사를 지낸다고 해도 이 방울종 하나뿐이니.”
한태석이 성직자도 아니기에 제사를 지내는 방법이나 도구를 알 리가 없었다.
호군도 모르는 것 같았고 호미나 다향도 알지 못하는 것 같았기에 호군이 데리고 올 구미호 일종의 장로도 모른다면 제대로 하늘에 대한 제사도 지낼 수 없는 것이다.
“전생 때처럼 지내도 되려나 모르겠군.”
한태석이 성직자는 아니라지만 전생에서 신을 모시던 대장장이였기에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방법을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지구의 상제에게 올리는 제사와는 아주 많이 달랐지만 신도 선물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는 것을 알기에 한태석은 그다지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이 세계의 신은 뭘 좋아하려나? 결국 신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건데.”
신에게 바칠 신기를 만들어 낸다면 신이 나타나든 아니면 신의 대리인이 나타나든 할 것이라 생각하는 한태석이었다.
아직 완벽한 신기를 만들 수는 없었지만 신들의 평상품을 만들었던 한태석이었다.
그렇게 무너진 제단을 바라보고 있을 때쯤 한태석은 자신의 뒤쪽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몸을 돌렸다.
그러자 웬 젊은 남자와 초로의 노인 한 명이 한태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
“산신님을 뵙습니다. 소신 구미호 일족의 장로인 호로월이라 하옵니다.”
“아! 여우족이시군요. 그럼 저기…….”
한태석은 듬직해 보이는 젊은 남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신 호군입니다.”
“아!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실 수 있으신가 봅니다.”
“예! 오래는 어렵습니다만 잠깐이라면 가능합니다.”
“그렇군요.”
한태석은 호랑이도 사람으로 변하고 여우도 사람의 모습으로 둔갑을 하는 것에 이제는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물건도 사람의 모습을 하는데 동물이 사람의 모습을 못할 건 없는 것이다.
더욱이 수인족 친구도 있었던 한태석이었기에 오히려 친숙하기도 했다.
“정말이지 죄송합니다만 정말로 산신님이신지 확인을 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호로월!”
호로월의 무례에 호군은 버럭 화를 내었다.
자신이 확인을 한 산신을 확인하겠다는 호로월의 무례에 화가 난 것이다.
구미호 일족의 장로라고는 하지만 호군은 구미호 일족의 수장인 여우신과 동급의 존재였다.
당연히 여우신도 아닌 호로월이 모든 짐승의 신인 산신을 확인한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죄송합니다. 호군님. 하지만 일족의 운명이 달린 일입니다.”
호로월도 물러날 수 없었다.
수백 년 동안 사라졌다가 나타나지 않던 산신이었다.
이제는 산신을 기억하는 이들조차 희미해질 정도로 잊혀가고 있었다.
당장 호군의 호랑이 일족은 호군만을 남기며 멸망을 하다시피 한 상황이었다.
아직 남아는 있다지만 구미호 일족도 더 이상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진 구미호는 없었다.
과거였다면 장로가 되기 위해서 아홉 개의 꼬리를 가져야만 했지만 호로월은 여섯 개의 꼬리밖에는 없었다.
그만큼 구미호 일족의 힘도 약해질 대로 약해져 있는 것이다.
그런 호로월에 호군도 사정을 알기에 더는 화를 내지는 못했다.
“글쎄요. 저도 제가 산신이라는 사실은 뭔가 오해가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만 이걸 흔들면 소리가 난다고 하시니.”
한태석은 방울종을 흔들어 대었다.
짤랑! 짤랑!
맑고 고운 소리가 청명하게 들리며 마음을 맑게 해주었다.
그 아름다운 방울 소리에 호로월은 멍하니 한태석을 바라보다가 곧장 땅바닥에 머리를 대고서는 큰절을 하는 것이었다.
“소신 호로월 산신님을 뵙습니다!”
한태석은 산신이라는 존재가 대체 무엇이길래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눈앞의 이들에게 있어서는 무척이나 존재인 것만은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상제라는 신에게 빨리 제대로 된 산신을 내려보내 달라고 해야겠군.’
인간 중에서도 신의 선택에 의해 신의 대리인이 되는 경우가 있었다.
그 예가 교황이나 성녀였다.
신을 대신해 인간 세상에서 신들을 다스리거나 신의 말을 전달하는 존재들이었다.
인간들은 그들을 사실상 신이라 불렀다.
‘하지만 난 신이나 신의 대리인이 될 생각이 없단 말이지.’
한태석은 신이 될 생각이 없었기에 하루라도 빨리 지상을 다스리는 신을 보내달라고 하늘 신에게 부탁을 하자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전에 한태석은 해야만 하는 일이 있었다.
“아리라는 아이를 아시겠지요?”
“예! 산신님.”
호로월은 역시나 모든 것을 아는 산신이라 생각을 하며 순순히 대답했다.
얼마 전 십 년도 전에 사라졌던 어린 여우 한 마리가 있었다.
인간 세상에 함부로 나가지 말라고 그렇게 가르치지만 말을 듣지 않고 사라지는 여우들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대부분의 여우들은 돌아오지 못했다.
아마도 죽었을 것이라 여겨졌지만 시체조차 찾기 어려웠기에 행방을 찾기란 불가능했다.
과거에는 그런 여우들을 찾아 인간 세상으로 나가는 여우 전사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마을을 지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기에 그런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기적처럼 마을로 돌아온 여우가 있었지만 숨만 붙어 있을 뿐 이제는 더 이상 구미호의 일족이라고 볼 수도 없었다.
여우와 구미호를 가르는 여우 구슬은 어디로 간 것인지 알 수 없었으며 기운 또한 뒤죽박죽이었다.
“오만득. 그자는 어디에 있습니까.”
“오만득이라 하시면?”
“대장장이. 악에 물든 대장장이 인간 말입니다.”
한태석의 말에 호로월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자에 대해서는 알지 못합니다. 아리라는 아이는 혼자 돌아왔습니다.”
“오만득에 대해서 모른다는 말씀이십니까?”
“예. 제가 산신님께 거짓을 고할 수는 없으니 오만득에 대해서는 알지 못합니다. 혹시 아리라는 아이가 큰 잘못을 저지른 것입니까?”
호로월은 아리가 한태석에게 큰 잘못을 한 것은 아닌가 걱정을 했다.
‘그냥 집으로 돌아가고자 했던 것인가? 오만득에게로 간 것이 아니고.’
한태석은 호로월이 거짓을 말하고 있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우! 이번에도 찾지 못한 것인가.”
한태석은 또다시 오만득을 찾지 못했다는 것에 한숨을 내쉬었다.
“오만득이라는 자를 찾고 계신 것이옵니까?”
호로월은 한태석이 찾고 있는 이를 자신들이 찾아 산신에 대한 충심을 보이겠다는 생각을 했다.
“산신님.”
“시끄럽다. 대장간에서는 그렇게 부르지 마라.”
산신각에서 대장간으로 돌아온 한태석은 깐죽거리는 호미의 머리에 꿀밤을 먹이고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산신각은 다행히 구미호 일족이 수리하겠다고 했다.
과거에 비해 구미호 일족의 숫자가 많이 줄었다지만 산신각을 수리할 인원 정도는 충분히 뺄 여력이 있다는 장로의 말을 들은 것이다.
어차피 산신각의 본래 구조도 알지 못하고 목수 일은 잘 모르는 한태석이었으니 산신각의 옛 설계도와 목수가 있다는 구미호 일족의 말에 그들에게 맡긴 것이다.
그렇게 산신각의 수리를 구미호 일족에게 맡기기는 했지만 해결된 문제보다 쌓인 문제가 더 많아진 것에 한태석의 걱정은 더욱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산신각이 다 수리가 되면 일단 상제에게 제사를 올려야 할 터였으니 제사 도구부터 만들어야 하려나.’
다행히 산신을 모시던 여우신을 내는 구미호 일족에게서 천상제의 도구들의 모양과 제사 방법이 적힌 두루마리가 있었다.
한태석은 그 두루마리를 토대로 주술 도구들을 만들기로 했다.
하나하나가 신기에 해당하는 물건이었기에 만드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딱히 한태석이 만들 이유는 없었지만 아쉬운 사람이 우물 파야 한다고 상제라는 신에게 산신을 보내달라고 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
“지민이가 또 화를 내겠군.”
한태석은 또 값비싼 재료를 사용하는데 돈 한 푼 받지 않는다고 화를 낼 지민을 떠올리며 산신의 제사 도구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대장간 안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 대장간의 한쪽 구석 벽에 호출등이 울리기 시작했다.
한창 일을 할 때면 소음에 부르는 소리를 들을 수 없었기에 설치한 호출등이었다.
호출등을 설치해 놓기는 했지만 급한 일이 아니면 거의 울리지 않았기에 한태석은 의아해하며 매장으로 나왔다.
“무슨 일이지.”
“사…… 사장님! 저…… 저기! 이 사람 좀 말려 봐요!”
한태석은 매장으로 나오자 평소와는 달리 무척이나 당황해하는 지민을 볼 수 있었다.
어지간한 일에는 눈썹 한번 깜빡이지 않던 지민이었다.
그런 지민이 당황해하는 모습에 의아해하던 한태석은 눈에 익은 남자를 볼 수 있었다.
“당신은?”
“아! 산신님!”
“호군님?”
자신의 대장간을 찾아온 이는 인간으로 모습이 변한 호군이었다.
“사장님! 이 사람 아시는 분이세요? 좀 말려 봐요!”
“무슨 일이지? 지민?”
호군과 지민은 두 손을 꼬옥 붙잡고 있었다.
“아우! 진짜 이 손 놓으라니까요!”
“이름이 지민 양이신가 봅니다. 저와 혼인을 해 주십시오!”
“혼인은 무슨 혼인이야? 이 사람 왜 이리 힘이 세!”
지민은 꿈쩍도 하지 않는 호군에 기겁을 했다.
매장에 손님으로 온 줄 알았는데 자신을 보자마자 갑자기 혼인을 하자는 말을 하는 남자였다.
꽤나 남자다운 얼굴과 우람한 덩치를 하고 있어 그리 나쁘지 않은 인상이었지만 처음 보자마자 결혼을 해 달라는 말을 하는 걸 받아 줄 여자는 없을 터였다.
하여튼 어지간한 남자들 정도는 충분히 제압이 가능한 지민이었지만 어째서인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다행히 한태석과 아는 사이인 듯하기에 한태석에게 말려달라고 부탁을 하는 지민이었다.
“호군님. 대체 무슨?”
“산신님. 다음 대의 호군을 이을 여인을 찾아내었습니다!”
호군의 말에 한태석은 지민을 바라보았다.
“무슨 소리야! 사장님! 이 사람 좀!”
“사람 아니야.”
한태석은 지민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을 정정해 주었다.
“예?”
지민은 방금 무척이나 위험한 말을 하고 듣지 말아야 할 말을 들었다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혹시 도깨비?”
호미나 다향처럼 인간 모습을 하고 있는 도깨비는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쑥 든 지민이었다.
“아니.”
“도깨비 아니에요?”
“어.”
다행히 도깨비는 아니라는 것에 고개를 갸웃거릴 때 지민은 한태석이 직접 확인을 해 보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았다.
“예?”
그렇게 한태석에게서 자신의 손을 붙잡고 있던 젊은 남자에게로 고개를 돌린 지민은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생명체를 볼 수 있었다.
“어흥!”
그 생명체는 말을 했다.
아니 짖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