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44
제 144화
74.
“으아아아아아! 호랑이다!”
지민은 호랑이의 얼굴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인간이었으면 얼굴이 함몰될 정도로 강렬한 주먹이었지만 다행히 호랑이라 살 수 있었다.
아니 호랑이 중에 신기를 가지고 있는 성수 호군이기에 무사할 수 있었다.
“아이구! 이거 기운찬 색시구려.”
호군은 여느 인간 여자와는 다른 터프함에 더욱 마음에 들었다는 듯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지민을 바라보았다.
“호랑이가 말을 한다! 사장님! 사장님! 호랑이가! 호랑이가아!”
“그래. 나 귀 안 먹었어. 조용히 이야기해도 돼. 호랑이 맞고. 말도 할 줄 아는 호랑이야.”
한태석은 호들갑을 떠는 지민의 모습에 태연하게 대답을 했다.
그런 한태석에 지민은 대장간에 계속 다녀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을 했지만 얼마 전에 이사한 아파트 전세 대금 대출을 떠올리며 그래도 호랑이보다는 은행이 더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
“아는 호랑이세요?”
“어! 뭐 그렇게 되었어.”
한태석이 매장 안에 있는 호랑이를 안다고 하자 지민은 점점 멀어지는 세상사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구나.”
일단 동물원에서 탈출한 호랑이는 아니라는 것에 안도한 지민은 입 밖으로 나오려는 심장을 진정시키려고 노력을 했다.
그렇게 진정이 되려고 할 때쯤 매장의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안 돼!’
매장에 호랑이가 있는 모습을 손님들이 보기라도 한다면 얼마나 놀랄지 걱정이 된 지민이었다.
그렇게 화들짝 놀라며 매장의 문을 바라본 지민은 놀라는 혜진을 볼 수 있었다.
“어머! 호랑이네. 안녕.”
“안녕하십니까.”
“어머! 호랑이가 사람 말도 하네.”
혜진은 호군을 보고서는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고서는 한태석과 지민을 바라보았다.
“내 손님.”
“아! 태석 씨 손님. 그런데 무슨 일로?”
혜진은 황급히 문을 잠그고 커튼을 치는 지민을 별스럽다는 듯이 바라보며 호군에게 물었다.
“아! 평생을 같이할 여인을 만나 청혼을 하고 있습니다!”
호군의 대답에 혜진은 몸이 굳어있는 지민을 가리켰다.
혜진은 호군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에 손바닥으로 박수를 치며 축하를 해주었다.
“어머! 너무 잘 됐다! 축하해요!”
“어흥! 감사합니다!”
호군은 혜진이 축하를 해주자 혜진의 머리보다 큰 앞발로 뒷머리를 긁으며 순박한 미소를 지었다.
“축하는 무슨 얼어 죽을 축하!”
지민은 마치 내일모레 혼인이라도 올릴 것 같은 대화를 나누는 혜진과 호군에 버럭 화를 내었다.
갑자기 찾아온 호랑이만도 기겁을 할 지경인데 청혼까지 하고 있으니 기도 안 차는 지민이었다.
그렇게 화를 내는 지민을 무시한 채로 혜진은 호군과 옛날부터 잘 알고 지내던 사이라도 되는지 바짝 다가가서는 호군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우리 지민이가. 아직까지 남자친구도 없고 정말이지 참한 아이인데. 이러다가 시집도 못 가는 건 아닌가 얼마나 제가 걱정을 했는지 몰라요. 그런데 이렇게 늠름한 분이 나타나시니 언니인 제가 마음이 다 놓이네요.”
“아! 지민 소저의 언니 되십니까? 이거 실례가 많았습니다. 다시 한번 인사드리겠습니다. 산신님의 수호 성수인 호군이라 하옵니다.”
호군은 예의 바르게 혜진에게 인사를 했다.
“저는 지민이의 친언니나 다를 바 없는 혜진이라고 합니다.”
호군의 자기소개에 혜진도 미소를 지은 채로 대답을 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사람하고 호랑이하고 어떻게 결혼을 하냐고요!”
지민은 버럭 화를 내었지만 호군의 다음 말에 몸이 굳어야만 했다.
“저희 어머님께서도 인간이셨습니다만.”
“…….”
“…….”
다들 호군의 말에 몸이 굳어서는 멍하니 호군을 바라보았다.
혜진도 호군이 장난을 친다고 여기고 있었지만 호군이 진지하게 자신의 어머니가 인간이었다고 말을 하자 흠칫 놀라야만 했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호군님?”
한태석은 호군의 어머니가 인간이라는 말에 의아해하며 물었다.
“아! 예! 그게 이미 저희 아버님 대에서 암컷 호랑이는 이 땅에서 사라진 상태였기에 아버님은 인간이셨던 어머님을 부인으로 맞아 저를 낳았습니다.”
이종교배니 뭐니 하는 과학적 문제는 뒤로하고 한태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생에서 인간과 엘프, 인간과 오크 및 수인족과도 결혼을 하고 자식을 보았으니 한태석의 상식으로는 크게 이상할 것은 없었다.
다만 얼이 나가 있는 지민을 보며 한태석은 조심스럽게 호군에게 말을 했다.
“그렇군요. 하지만 혼인이라는 것은 서로의 마음이 맞아야만 되는 것이니 호군님께서는 너무 지민양을 곤란하게는 하지 말아주십시오.”
“아! 예! 알겠습니다. 산신님.”
한태석의 말에 호군은 반성한다며 한태석에게 사과했다.
그렇게 한태석에게 사과한 뒤에 흠칫 놀라는 지민에게 다가간 호군은 호랑이의 모습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더니 사과를 하는 것이었다.
“너무 놀라게 해서 죄송합니다. 지민 소저.”
“예? 아! 예! 예!”
호랑이의 모습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는 것이 너무나도 이질적이었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꽤나 잘 생긴 호남형 외모였다.
물론 알맹이가 인간이 아닌 호랑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그렇게 지민에게 사과한 호군은 한태석에게 한 달 정도면 산신각의 수리가 끝날 것 같으며 하늘에 제사를 올리는 천상제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전했다.
“그럼 전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예! 조심해서 돌아가십시오.”
호군이 돌아가겠다는 말을 하자 한태석은 호군을 배웅했다.
“지민 소저.”
“예?”
지민은 그냥 갈 것이지 왜 또 그윽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말을 거는지 호군의 말에 흠칫 놀랐다.
그렇게 놀라는 지민에 호군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지만 이대로 포기하면 호랑이가 아니라는 듯이 결심의 눈빛을 하며 말을 했다.
“다음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아…… 아니 안 그러셔도.”
지민은 호군의 재방문을 하겠다는 말에 손을 흔들었다.
“호호호! 다음에 찾아오세요. 언제든 환영합니다.”
“아! 예! 감사합니다.”
“언니!”
혜진의 말에 지민은 버럭 화를 내었지만 호군은 한결 밝아진 표정으로 매장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서는 훌쩍 사라져버리는 호군이었다.
“오기는 또 뭘 오라고 그래!”
“어머! 그럼 사람이 어떻게 오지 말라고 그렇게 매정하게 말을 하니.”
웃고 있는 혜진과 심각한 지민을 빤히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한태석이었지만 불똥은 금방 한태석에게로 튀었다.
“그리고! 사장님! 저 호랑이랑은 또 어떻게 아시는 건데요!”
“응? 아! 내가 산신이 되었거든. 그 뭐라더라. 산신령? 아무튼 그 산신령을 지키는 호군이라는 호랑이인데.”
한태석이 산신령이 되었다는 말을 하는 것에 지민과 혜진은 대체 한태석이 어디서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차라리 그럴 시간에 술이나 도박을 해요! 차라리!’
술을 마시고 사고를 치거나 도박장에서 대장간을 날리는 것이 차라리 이해가 더 될 것 같은 지민과 혜진이었다.
갑자기 산신령이 되었다고 하니 화를 낼 기운도 안 나는 지민이었다.
“태석 씨. 산신령 되면 뭐 하는데요?”
“응? 아! 연못 속에 있다가 금도끼하고 은도끼를 주라고 하던데.”
한태석은 호미에게 들은 말을 천연덕스럽게 말을 했다.
그런 한태석의 세상 물정 모르는 듯한 말에 지민과 혜진은 멍하니 한태석을 바라보았다.
“금도끼 만들어서 공짜로 주기만 해요. 나 여기 때려치울 거야.”
“그러게 태석 씨. 돈이 많아도 금도끼는 조금 그러네.”
한태석이 두 여인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히며 현대판 금도끼 은도끼는 이루어지기 어려워졌다.
한태석이 산신이 되었을 무렵 오만득은 검은 철 구슬을 손에 넣었다.
“이것과 같은 것인가?”
오만득에게는 검은 구슬이 하나 더 있었다.
이글거리는 검은 불길을 붙잡아 제압하면서 얻은 불의 정수였다.
한태석이 가진 것과는 달리 온통 검은색이었지만 지옥의 업화처럼 강렬한 열기를 품고 있음을 오만득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을 찾아오는 저주받은 무구 주인들의 무구 중에 수리하기 까다로운 것에 이 검은 불의 기운을 가지고 있는 구슬을 사용하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검은 철 구슬도 그런 검은 불 구슬과 같은 힘을 가지고 있음을 예상할 수 있었다.
“이런 힘이 더 있다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다크 스미스여.”
오만득은 음침한 느낌의 사내가 자신의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을 무심하게 바라보았다.
그가 인간인지 아닌지는 이제 오만득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세상에 홀로 남은 오만득에게 있어서 세상을 파괴하려는 존재들이라면 누구나 환영을 할 뿐이었다.
“그 두 개의 성수는 대장장이들의 다섯 개의 정수들입니다.”
“이런 것이 다섯 개나 있다는 건가?”
오만득은 다섯 개나 된다는 말에 살짝 놀랐다.
두 개의 구슬만 해도 과거였다면 상상도 하지 못할 것 같은 물건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다섯 개나 있다고 하니 얼마나 대단한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오만득으로서도 상상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그 위대했던 대장장이조차도 세 개의 정수만을 모았을 뿐이었으니까요.”
오만득은 다섯 개를 다 모았던 대장장이는 없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다섯 개의 정수를 모두 모은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신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합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신기라. 훗! 마기겠지.”
오만득은 검은 정수를 바라보며 비웃었다.
자신이 만드는 것이 신기가 아니라 마기임은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었다.
“걱정 마라. 신경 써서 만들어 줄 테니까.”
오만득의 손님은 오만득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성가신 성검에 대항하기 위한 마검을 의뢰하러 오만득을 찾은 존재였다.
오만득이 신경 써서 만들어 준다는 말에 만족스러운 것이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뭐지?”
오만득은 마검을 만들 준비를 하며 마족의 말을 귀찮다는 듯이 들었다.
“대장장이님께서 어깨 위에 함께 하셨던 애완동물 말입니다.”
“애완동물이 아니다.”
오만득에게 있어서 아리는 가족이었다.
애완동물이라는 말에 심기가 불편해지는 오만득이었다.
“아! 죄송합니다. 그 여우를 보았다는 마족이 있어서 말…….”
오만득의 손이 마족의 몸을 움켜쥐고서는 광기에 찬 눈빛으로 당장에 마족의 머리를 으깨버릴 듯이 검은 망치를 들어 올렸다.
“허튼 소리하면 네 놈의 몸을 쇠에 녹여버리겠다.”
“도…… 동쪽에서 여우를 보았다고 합니다. 분명 대장장이님의 어깨 위에 있던 그 여우가…….”
시체조차 찾지 못한 아리였다.
그 때문에 얼마나 상심을 했는지 모를 오만득은 아리가 살아있다는 말에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사실인가?”
“여우들이 그 여우를 데리고 있다고 합니다.”
오만득은 아리의 일족임을 떠올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납치된 것이었나.’
아리가 구미호 일족으로부터 끌려갔다는 생각을 한 오만득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풍겨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