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45
제 145화
75.
“역시 산신님이시군요.”
한태석이 만든 물건들을 공손히 받으며 세 명의 남자들이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 수리하지 못했던 물건들이 새것이나 다를 바 없을 정도로 고쳐졌다.
아니 오히려 전의 것들보다 좋게 수리가 된 것에 감탄을 하고 있는 셋이었다.
“잘 챙기거라.”
“예! 장로님.”
장로라 불린 노인은 자신의 품 안에서 은자를 꺼내었다.
“인간의 돈은 아닙니다만 수리비로 받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은이로군요.”
한태석은 구미호 일족 여우들의 물건들을 수리해주었다.
그리고 구미호 일족에 대해서 장로로부터 많은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여우신은 산신의 신하이지만 구미호 일족은 산신의 신하가 아니라는 말과 함께 구미호 일족 중에 여우신이 태어난다는 것을 장로로부터 알게 된 것이다.
현재 여우신은 공석의 자리였고 산신인 한태석이 여우신을 뽑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여우신은 꼬리 아홉 달린 여우들 중에 선택되는데 지금 구미호 일족에 가장 많은 꼬리를 가진 이는 여섯 개였다.
그러니 산신으로서도 여우신을 뽑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산신의 임무 중의 하나가 이 땅의 성수들과 요괴들의 균형도 있었기에 한태석은 그들을 돌보아 줘야 했다.
“천상제는 다음 주쯤에는 치러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산신은 본래 신선들 중 하나가 상제에 의해 선택된다.
신선이라는 것이 본래 오랜 시간 도를 쌓아온 도사들이 우화등선과 함께 신선이 된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꼭 신선이 인간이었던 자만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동물 중에서도 도를 쌓아 신선이 되는 존재들도 있었기에 신선은 종족과는 무관했다.
구미호 일족도 신선이 된 이들이 몇 있었기에 구미호 일족 중에 산신이 되었던 존재도 있었다.
“하루빨리 진정한 산신님이 산신각에 오르셔야만 한다. 그때까지는…….”
호로월과 구미호 일족은 완전히 한태석을 산신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아니 인정을 할 수 없었다.
한태석은 신선이 아닌 인간이었기 때문이었다.
한태석에게 보고하기 위해 인간들이 바글거리는 곳에 왔다지만 호로월은 가증스럽고 역겨운 인간들 사이에서 한시도 있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한태석이 천상제를 올릴 수 있는 방울종을 소리 낼 수 있었기에 한태석을 따르는 중이었다.
하늘에 있는 상제에게 끊겼던 산신을 보내달라고 청원을 할 수 있는 이가 한태석밖에는 없기 때문이었다.
일단 진정한 산신이 돌아온다면 구미호 일족이든 호랑이 일족이든 이 땅의 무수하게 많은 존재들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 믿는 호로월이었다.
그때까지만 한태석에게 협조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리라는 아이는?”
한태석은 호로월에게 아리에 관해 물었다.
오만득을 찾아간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집으로 찾아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언제 다시 오만득을 찾아갈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정기가 많이 쇠약해져 있습니다. 다행히 산신님께서 주신 정기로 구미호의 모습은 유지하고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여우 구슬이 없는 이상은…….”
“그렇군요.”
여우 구슬이 없는 이상 점점 죽어갈 수밖에 없다는 호로월의 말에 한태석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여우들의 여우 구슬을 보고서는 한태석은 여우 구슬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기운을 담는 구슬은 만들 수 있었지만 여우 구슬은 여우 그 자체였다.
한마디로 여우 구슬을 만들려면 생명을 탄생시키는 것이었고 그 건 신의 영역을 건드는 일이었다.
아무리 한태석이 신들도 인정한 대장장이라고는 하지만 신은 아니었다.
설령 신이라 할지라도 생명을 건드는 일은 용납받을 수 없는 일임을 한태석은 알고 있었다.
‘다크 스미스. 그들의 탄생은…….’
한태석은 최초의 다크 스미스의 탄생이 신의 영역인 생명에서부터 출발했음을 알고 있었다.
역천을 행한 것이다.
그렇기에 안타깝지만 한태석으로서는 인공적인 것이라도 여우 구슬을 만들어 줄 수 없었다.
분명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음을 너무나도 잘 아는 것이다.
“그리고 오만득이라는 인간에 대해서는 조사를 시작했으니 오래지 않아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아! 예! 위험하니 찾아만 내시고 접근은 하지 마십시오.”
한태석은 구미호 일족이 다른 요괴들을 통해 오만득을 찾아주겠다는 말을 들었다.
산신의 부재로 한반도의 요괴와 성수들의 숫자가 무척이나 줄어들어 있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산마다 존재하는 짐승들은 많았다.
인간 세상에도 살아가는 동물들은 많았기에 오만득이 이 땅을 떠나지만 않았다면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하하하! 예! 걱정 마십시오. 옛말에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호로월은 한태석의 걱정에 걱정 말라는 미소를 지었다.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예! 조심히 가시고 필요하신 일이 있으시면 연락 주십시오.”
한태석은 호로월과 구미호 일족 두 명을 배웅하고서는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지민을 보았다.
“저 사람들은…… 아니 저들은 뭐예요?”
“여우.”
“…….”
여우가 사람으로 둔갑해 손님으로 찾아왔다는 것에 지민은 울컥했다.
“여기 은화. 수리비야.”
한태석은 호로월에게 받은 은화를 지민에게 내밀었다.
지민이라면 알아서 환전할 것이기에 한태석이 걱정을 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한태석이 내민 은전 주머니를 받아든 지민은 진심 어린 표정으로 한태석에게 부탁했다.
“사장님. 저 부탁이 있는데요.”
“뭔데?”
“그 호랑이.”
“호군?”
“호군인지 호구인지는 모르겠는데 저것 좀 어째 말려 봐요!”
지민은 지금 잠을 제대로 못 이루고 있었다.
그 이유는 호군이라 불리는 호랑이 때문이었다.
한반도에 이미 호랑이는 멸종했다고 들었는데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호랑이가 한 마리 있다는 믿기 어려운 사실을 알게 된 지민이었다.
거기까지는 별다른 문제는 없었지만 그다음이 문제였다.
호랑이는 뭘 잘못 먹었는지 지민에게 청혼을 한 것이다.
물론 받아 줄 수 없었기에 단칼에 거절했지만 이 호랑이가 까마귀 고기를 먹었는지 아침마다 지민의 집 앞에 무언가를 가져다 놓는 것이었다.
“은혜 갚은 부엉이도 아니고! 어제는 멧돼지를 가져다 놨다니까요! 멧돼지를!”
처음에는 토끼 한 마리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상함을 느끼지는 못했다.
하지만 다음 날에도 그리고 그다음 날에도 지민의 집 앞에는 사냥한 동물들이 놓여 있었다.
결국 멧돼지까지 올라가자 지민은 분명 호군임이 분명하다고 생각을 했다.
“호군이 아닐 수도 있잖아.”
“아니긴 뭐가 아니에요! 그 호랑이 아니면 누가 우리 집 앞에 멧돼지를 갖다 놓느냐고요!”
지민이라고 가만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보통 여인이었다면 겁을 집어먹었겠지만 지민도 이제는 보통 여인의 삶과는 너무나도 멀어진 삶을 살게 되어 버렸다.
지민은 잠을 자지 않고 범인을 자신의 손으로 잡기 위해 모든 장비를 착용하고 기다렸다.
호랑이든 뭐든 자신의 손에 걸리면 아주 박살을 내버리겠다고 다짐을 한 지민이었다.
모든 장비를 다 착용한 지민이라면 평범한(?) 호랑이 따위는 뚝배기를 깨버릴 자신이 있었다.
물론 호군은 평범한 호랑이가 아니었지만 그런 것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는 지민이었다.
“그냥 받아들여. 생각보다 괜찮던데!”
“그럼 언니가 결혼하든가!”
지민은 웃고 있는 혜진을 향해 버럭 화를 내었다.
“곤란하면 이야기는 해 둘게.”
“예! 꼭 좀 이야기해 주세요. 동네 창피해서 얼굴 들고 다닐 수가 없다니까요! 전세 들어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이사도 못 가고! 아니 이사 가도 그 호랑이가 바뀐 집 찾아내면…….”
지민은 상상을 하고서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한태석은 그런 지민의 모습에 웃음을 짓고서는 천상제에 쓰일 제기를 만들기 위해 대장간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한태석으로서도 산신이 될 생각은 없었기에 상제에게 산신을 보내달라고 청원을 하려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산신으로서의 일을 하기에는 한태석에게 여유는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그냥 놔둘 수도 없고 말이야.”
하나 남은 일족이라는 호군이나 이제는 과거의 힘의 반도 남지 않아 멸종을 기다리는 구미호 일족 외에도 도깨비나 수많은 요괴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말에 외면을 하기는 어려웠다.
그렇게 제기를 만들며 천상제를 준비하는 한태석이었다.
시간은 흘러 마침내 천상제를 올릴 날이 다가왔다.
“소저도 같이 가시겠습니까?”
한태석을 데리러 온 호군은 지민에게 말을 걸었지만 사나운 고양이 눈을 하고 있는 지민에 움찔 몸을 떨며 눈치를 보았다.
몇 번 지민에게 쫓기기는 했지만 붙잡히지는 않은 호군이었다.
한태석으로부터 더 이상 죽은 짐승을 집 앞에 놓아두지 말라는 말에 상심한 호군은 혜진으로부터 인간 여자는 죽은 짐승이 아니라 다른 것을 좋아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 말을 들은 호군은 호로월에게 인간 여자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고서는 작고 반짝이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렇게 인간 여자가 좋아한다는 작고 반짝이는 것에 호군은 의기양양하게 반짝이는 돌들을 지민의 집에 쌓아놓았다.
다음 날 아침 분노에 찬 지민의 고함이 들렸지만 호군은 그것이 좋아서 외치는 소리라 생각해 그날은 참 행복했던 호군이었다.
하여튼 호군이 꽤 그럴듯한 복장을 한 채로 한태석을 맞으러 오자 지민도 마냥 분노를 토해낼 수 없었다.
호군뿐만 아니라 구미호 일족의 사람들도 한태석을 맞으러 찾아온 것이다.
무언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의 사람들에 지민은 힐끔 혜진을 바라보았다.
‘가자.’
호군과 구미호들이 한태석에게 깍듯이 산신님이라 부르고는 있었지만 마냥 믿어줄 수만은 없었다.
만에 하나 한태석을 노리는 것이라면 한태석 혼자 보낼 수는 없었다.
물론 사리와 호미 그리고 다향도 간다지만 혜진과 지민은 영 불안했다.
“저희도 갈게요. 바루 씨. 매장 부탁 좀 드릴게요.”
“아! 예! 다녀오십시오.”
외계인 바루는 지민의 부탁에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라고 손을 내저었다.
일반 인간들에게서야 성수니 요수니 하는 것이 놀랄 일이었지 외계인 바루에게 있어서는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었다.
의외로 이 우주에는 수많은 생명체들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로봇 하나와 외계인 한 명만을 남기고 한태석의 대장간 사람들은 천상제를 올리기 위해 산신각으로 향했다.
“흐음! 제노. 오늘은 뭐 하지?”
“제노! 제노! 오늘은 광자 엔진 미세조절을 해야 한다. 그것 끝나고 21475개의 피드백 처리와.”
“아니 그거 말고.”
“손톱깎이 세 개 제작하고 프라모델 절단 니퍼 제작하고 건담 뿔 달린 헬멧 제작이다.”
“…….”
한쪽에서는 지구의 과학을 아득히 넘은 제작이 한창이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왜 이런 걸 비싼 대장간에서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제노는 대한민국의 총생산액에 아주 미약하게 도움이 되는 제작에 기름칠을 쓰고 있었다.
“제노! 제노! 아! 혹시 시간 남으면 WD -40 좀 사와 줄 수 있나?”
“그러지.”
바루는 제노를 위해 공구점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