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46
제 146화
76.
콰앙! 쟁! 쟁!
외부에서는 들을 수 없지만 웅장한 악기 소리가 예스러운 모습의 한옥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흥겨운 무대였다.
술과 음식들도 무대에 진열되어 있어 누구나 먹고 마실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악기들을 다루는 것은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었다.
그리고 이 무대에 초대된 이들도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오! 몇백 년 만의 천상제인지 모르겠습니다.”
“하하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듣기만 들었지 한 번도 참여를 못 해보아서 말입니다.”
방문객들은 입구를 지키고 있는 호군과 손님을 맞이하고 있는 여우신의 대리인 구미호 일족의 장로에게 인사를 하고서는 산신각으로 들어섰다.
그런 이들 중에 인간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물론 인간이 초대받지 않는 행사는 아니었다.
오히려 과거에는 인간들도 초대를 받던 커다란 행사였다.
신선들뿐만 아니라 신선은 되지 못한 도사들. 그리고 왕이 보낸 사절단이 상제에게 올리는 천상제에 참여를 했다.
물론 그 건 과거였다.
이제는 인간들에게는 잊혀버린 행사였다.
“잊힌 것이 아니라 인간들이 따로 지내기 시작했어.”
“따로?”
“응! 인간들의 왕이 자신을 상제의 자식이라 칭하면서 산신을 통하지 않고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시작했거든. 성수와 요괴 그리고 동물들은 그 제사에 끼지 못했지. 뭐 낀다고 해도 참여도 하지 않았겠지만 말이야.”
“흐음! 생각했던 것보다 더 엄청난 거잖아.”
지민과 혜진은 호미가 설명을 해주는 천상제에 상당히 놀라야만 했다.
그런 것이 존재했었는지도 모르는 커다란 행사였기 때문이었다.
천상제에 참여하고 있는 인간은 지민과 혜진 단둘뿐이었다.
한태석이 있었지만 한태석은 천상제를 주관하는 산신의 자격이었으니 초대받은 손님은 아니었다.
“나는 딱히 대장장이 양반이 산신이 되어도 상관이 없는데.”
호미는 단상 위에서 천상제 준비를 하고 있는 한태석을 바라보았다.
한태석은 천상제의 형식을 기록한 두루마기를 가지고 있는 구미호 일족의 도움으로 천상제를 올리는 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었다.
천상제에 참여한 모든 존재는 한태석이 산신으로 인정을 해 달라는 천상제가 아니라 제대로 된 산신을 내려달라고 요청을 하는 천상제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도인도 아니고 신선도 아닌 인간이 산신이 된다는 것을 인정하는 존재는 많지 않았다.
한태석 또한 자신이 산신이 될 생각이 없었으니 다들 불만이 있더라도 꾸욱 눌러 참고 있는 것이다.
지금 상제에게 말을 걸 수 있는 이는 오직 한태석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월출산 두꺼비는 안 온 건가? 고요산 능구렁이도 없구만.”
“자네 못 들었나?”
“뭘 말인가?”
더 이상 산신각을 넘어 들어오는 존재들이 없자 지상신들과 성수 그리고 요괴들은 혹시라도 반가운 친우라도 있나 찾아보고는 했다.
서로 사는 영역은 달랐지만 과거에 비해 성수나 요괴들이 많이 줄어든 상태라 다들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드문드문 보이지 않는 얼굴들에 몇몇 이들은 의아해했다.
천상제가 무척이나 오랜만에 열렸기에 거의 대부분의 존재들이 모일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상당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살해되었어.”
“뭐? 누가? 요즘도 요괴 사냥꾼들이 다니나?”
요괴들에게 있어서 가장 두려운 존재는 자신들과는 상극인 성수나 산신이 아니었다.
요괴라고 불리지만 도를 쌓는 것에 따라 성수가 되기도 하고 신수가 되기도 하는 법이었다.
당장 여우신을 배출하는 구미호 일족도 요괴 중에 최강이라는 대요괴를 탄생시키는 일족이었다.
더욱이 이 땅의 최고의 성수중에 하나라는 호랑이 일족도 끔찍한 요수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종족이 아니라 개체 간의 차이일 뿐이었기에 산신이나 성수라도 요괴를 공격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요괴 사냥꾼이라 불리는 인간들만큼은 예외였다.
그들은 요괴를 가리지 않고 사냥을 했다.
때로는 성수까지도 사냥을 할 정도였으니 요괴들이 가장 분노하면서도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들은 요괴 사냥꾼이었다.
“그게 요괴 사냥꾼이 아니라는 소리가 있더라고.”
“요괴 사냥꾼이 아니라고?”
요괴 사냥꾼은 이제는 거의 볼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그 이유는 왕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인간은 당연히 요괴보다 약했다.
요괴 사냥꾼이라고 해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물론 도인 수준으로 강한 인간도 있었지만 그런 존재는 오랜 수련을 쌓아야 했고 필연적으로 요괴가 무조건적으로 불필요한 존재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인간에게 해가 되는 요괴만을 그것도 봉인을 할 뿐 죽이거나 하지는 않는 것이다.
하지만 왕의 명령을 받는 요괴 사냥꾼은 달랐다.
요괴를 사냥하는 것은 힘든 일이었고 많은 준비가 필요한 일이었다.
당연히 많은 돈이 필요했고 그런 돈을 제공할 수 있는 존재는 왕뿐이었다.
아니 왕은 요괴를 사냥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인간의 왕에게 있어서 백성이 될 수 없는 요괴 따위는 자신의 통치에 있어 방해만 되었고 자신의 백성들을 괴롭히는 요괴를 그냥 놔둘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왕의 요괴 사냥꾼들은 요괴들을 사냥했다.
하지만 이제는 백성을 거느린 왕은 사라졌고 요괴를 사냥해야 할 이유도 사라져버렸다.
아울러 요괴의 숫자도 급감을 했기에 요괴 사냥꾼들은 요괴들보다 먼저 사라졌다.
“나도 보지는 못했는데 요괴들을 사냥하는 인간이 있다고 하더라고. 엄청나게 강하다고 하던데. 자네도 소심해. 많은 자들이 죽었어.”
“허허! 그렇구만. 산신이 사라지고 사방신도 사라지니 인간들의 힘도 약해졌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구만.”
“그래도 이제 천상제를 올리게 되면 새로운 산신이 결정되고 그러면 연못 속의 이무기는 승천을 하고 바다 속 자라는 뱀을 잡아먹으며 백호가 태어나고 주작이 다시 태어나지 않겠는가?”
산신이 돌아온다면 사라진 사방신들도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가 요괴들도 안심하고 도를 닦아 승천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에 부푸는 요괴들이었다.
“그래. 그래야지.”
요괴들은 더 이상 지상에서 인간들과의 싸움에서 자신들이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었다.
인간 개개인들은 약하지만 집단을 이루면 그 어떤 요괴보다 강해졌다.
그렇게 과거에는 요괴들의 땅이었던 곳이 이제는 인간들의 땅으로 바뀌어 있었다.
밀리고 밀려 이제는 물러설 수도 없는 벼랑 끝까지 도달한 상태였다.
밀리지 않으려고 해도 더 이상은 힘에 부친 요괴들은 하늘 문이 열려 천상계로 올라가는 길 말고는 남아있는 것이 없었다.
인간들은 결코 자신들과 공존을 선택하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럼 천상제를 거행하겠습니다!”
마침내 천상제를 거행하겠다는 구미호 일족 장로의 외침에 수많은 존재들이 천상제의 제단을 바라보았다.
사실 산신각에 모인 이들 중에 천상제를 본 적이 있는 존재는 없었다.
요괴가 아무리 오래 산다지만 하늘에 오르지 못한다면 천년을 살 수 없고 자신의 구슬을 완성하지 못한다면 오백 년을 살 수 없으며 요괴의 탈을 벗지 못한다면 삼백 년을 살 수 없었다.
요괴의 탈을 벗는다는 것은 하통을 이루는 것이며 하늘로 올라갈 신체를 만드는 과정인 구슬을 완성하는 것은 중통을 이루는 것이고 하늘에 오르는 것은 상통을 완성하는 것이었다.
세 단계를 이룬 이는 지금 아무도 없었고 중통을 이룬 이조차도 지금 남아있지 않았다.
구미호 일족에조차 중통을 이루는 아홉 개의 꼬리의 구미호가 나타나지 않은 지 수백 년이었다.
그렇게 다들 천상제를 바라보며 상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할 뿐이었다.
“시작하시지요.”
한태석은 산신이 입는 옷이라며 가지고 온 구미호들에 의해 어색한 옷을 입고서는 한 손에는 검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방울을 들었으며 옆구리에는 동경을 끼워 넣은 채로 하늘을 향해 흔들었다.
딸랑! 딸랑!
작은 종소리라 여기기에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크고 맑은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오오!”
“이 소리가 그 천상의 소리인가?”
천상제에 초대받은 이들은 한태석이 울린 방울 소리에 감격하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지금의 소리라면 하늘까지도 충분히 들렸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렇게 한태석은 방울을 흔들어 하늘을 깨우고서는 자신의 손에 든 검을 하늘을 향해 찌르며 외쳤다.
“문을 여시오! 열지 않으면 머리를 치겠소!”
한태석은 하늘을 향해 외치며 얼굴이 붉어졌다.
‘아니 왜 갑자기 협박을 하라고 그래?’
보통 신에게 기원할 때는 공손하기 마련인데 이곳은 조금 달랐다.
“조금 더 과격하게 말씀을 하십시오. 저놈은 들어 처먹지를 않아서.”
“아. 예!”
구미호 족의 장로인 호로월의 말에 따라 한태석은 하늘을 향해 검을 휘두르며 외쳤다.
“문을 열어라! 열지 않으면 네 목을 쳐 저 깊은 바닷속에 처넣어 줄 테다.”
“부족합니다. 산신님. 그런 협박으로는 어린아이도 웃을 겁니다.”
“예! 좀 더 과격해지셔야 합니다.”
호군마저 한태석의 협박이 너무 약하다고 말을 할 정도였다.
그렇게 몇 번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지만 하늘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부탁을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부탁으로 될 놈이었으면 우리가 이리 지상에서 살고 있겠습니까?”
“절대 안 열 겁니다. 이무기도 저 하늘놈을 뚫으려고 무려 천년을 좁디좁은 연못에서 처박혀 있는데 문을 열긴요.”
호군과 여우신 대리는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
성수와 요괴가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는 이유는 하늘이 문을 열어주지 않기 때문이었다.
결국 올라가려면 하늘을 뚫고 올라가야만 했다.
“방울은 잠을 자고 있는 하늘을 깨우는 도구고 검은 하늘을 협박해 문을 열 수 있는 도구입니다. 마지막으로 동경이 하늘 위에서 쏟아지는 빛을 상제의 얼굴에 비추는 도구이지요.”
“상제의 얼굴을 비춘다면?”
한태석은 방울 종은 수리했지만 검과 거울인 동경을 제작해야만 했다.
“당연히 상제의 눈을 부시게 해서 내 말 좀 들어 처먹으라고 하는 것이지요.”
“…….”
인간이 기도한다고 위에 사는 높은 양반이 가만히 앉아서 들을 가능성은 없었다.
그건 인간 세상도 마찬가지이고 성수나 요괴들의 세상도 마찬가지였다.
‘천상제라는 것이 기도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시위를 하는 것이었구만.’
한태석은 천상제의 진정한 정체를 알고서는 한숨을 내쉬며 외쳤다.
“야! 이 새끼야! 문 열어! 귓구멍이 쳐 막혔냐!”
한태석의 외침에 흥분한 지상신들과 요괴들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외쳤다.
“이 망할 놈의 하늘 새끼야! 문 열어! 문 열라고!”
“네놈이 무너져야 정신을 차리지! 문 열어!”
요괴들의 분노는 하늘에 닿았고 산신은 요괴들의 우두머리로 열심히 방울과 검을 휘둘러야만 했다.
“뭐 하는 거야?”
“몰라.”
그 광기의 무대 안에 지민과 혜진은 얼이 빠진 채로 한태석과 하늘을 바라보아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