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48
제 148화
78.
“후우! 뭐 알겠습니다. 일단 호군의 임명장은 제가 만들어 주도록 하고 여우신 임명장도 호로월 님에게 드리지요.”
“아닙니다.”
한태석은 여우신 임명장도 못 받겠다는 호로월에 이게 뭐하자는 짓이냐는 듯이 노려보았다.
“지금 산신의 명을 거역하겠다는 것입니까?”
“아닙니다. 산신님. 그것이 아니라. 저는 이미 늙어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비록 구미호 일족에서 더 이상 여우신이 나오지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우신이 될 아이를 교육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한태석은 구미호 일족이 여전히 여우신이 될 만한 자질을 가진 아이들을 키우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여우신이 되기에는 부족하지만 가장 능력이 있는 아이를 보내겠습니다. 그 아이라면 산신님을 보필할 수 있을 것입니다.”
“후우!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지요.”
한태석은 한숨을 내쉬고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수심이 가득한 한태석에 호로월은 미소를 지은 채로 한태석을 위로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어릴 때 산신님께서 돌아오시면 동서남북의 사방신이 깨어나고 그러면 모든 균형이 맞추어진다고 들었습니다. 다른 신들과 요괴, 성수들이 원하는 것은 이 균형입니다. 균형이 잡히면 요괴들과 성수들은 도를 닦고 하늘로 올라갈 기회가 생기게 됩니다. 산신은 바로 이 균형을 잡는 자이지 잡다한 일을 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렇군요. 그냥 존재만 하고 있어도 상관이 없다는 소리로군요.”
한태석은 어쩌면 그리 많은 일을 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이제 돌아가 볼까.’
그렇게 한태석의 안심이 되었다는 안도의 한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사고가 터졌다.
“장로님! 큰일이 났습니다!”
한 여우 한 마리가 피를 흘리며 달려오는 것이었다.
“호설이냐! 아니! 이게 어찌 된 일이냐!”
호로월은 피투성이의 호설에 깜짝 놀라며 어찌 된 영문인지를 물었다.
“크윽! 마물이! 마물들이!”
“마물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냐!”
호로월은 마물이라는 말에 깜짝 놀라며 호설을 바라보았다.
구미호 일족의 결계를 뚫고 마물들이 들어왔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 호로월이었다.
“크윽! 필사적으로 막았지만 마물들을 막지 못했습니다!”
호설은 눈물을 흘리며 마을을 지키지 못했다고 절규를 했다.
천상제에 참여한다고 전사들이 대거 마을에서 빠져나간 것이 문제였다.
“피…… 피해는 어느 정도인가?”
“그것이 사망자는 많지 않은데 부상자와 함께 이번에 마을로 돌아온 호아리가 납치를 당했습니다.”
한태석은 납치를 당한 여우가 있으며 그 여우가 아리라는 것을 듣고서는 오만득이 한 짓임을 알 수 있었다.
“마을로 갑시다.”
한태석은 구미호 일족의 마을로 가자는 말을 했다.
자신이 직접 확인을 해 봐야 할 것 같은 것이다.
“아…… 알겠습니다. 산신님.”
호로월은 한태석이 자신들의 마을로 같이 가자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구미호 일족이 아닌 다른 종족에게 마을의 입장을 결코 허락하지 않았었지만 한태석은 산신이었으니 허락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이 산신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천상제의 피로가 풀리기도 전에 한태석은 구미호 일족의 전사들과 호군 그리고 대장간의 인원들과 함께 구미호의 마을로 들어갔다.
“맙소사!”
온통 불에 타 있었다.
“이봐! 괜찮아? 제길! 부상자들을 옮겨! 빨리!”
무너지고 불타버린 잔해 속에 신음하는 동료들을 옮겼다.
“어떻게 이런 일이!”
“시간이 없어. 호미는 마을로 가서 소독약하고 쓸 만한 약들을 구입해 봐. 그리고 사리는 잔불을 진압해.”
“알았어! 대장장이 양반! 아니 산신!”
“화상 입은 아이 있으면 저한테 데리고 와 주세요!”
참혹한 참상에 한태석과 일행들도 신음하는 여우들을 구조하기 시작했다.
다행이라면 부상자는 많아도 사망자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하지만 사망자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미 늦었습니다. 이곳. 그 아이를 지키던 전사들입니다.”
아리를 지키고 있던 전사들만 죽은 것에 처음부터 목적이 아리였음은 너무나도 분명해 보였다.
무엇 때문에 오만득이 아리를 납치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한태석은 구미호 일족 전사들의 몸에 남은 마기를 통해 이들이 마족임을 알 수 있었다.
“마물들이 어째서!”
“마물이라니. 마물이라니.”
마물이 사라진 지도 무척이나 오랜 시간이 지났다.
아니 오래된 역사서에나 등장하는 마물이었다.
그런 마물이 갑자기 나타났다고 하니 호로월은 눈앞이 깜깜할 지경이었다.
“장로님! 마을을 지키는 결계석이 파괴되었습니다. 수리하지 않는다면 한 시간 내로 마을은 인간들에게 들키게 됩니다,”
요괴들을 막는 데도 이용이 되었지만 구미호 일족의 마을의 결계는 인간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아직 결계가 유지되고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결계가 사라지며 마을이 완전히 드러나게 된다는 말에 호로월의 표정은 더욱더 어두워졌다.
마을이야 다시 세우면 된다지만 결계는 지금의 자신들의 힘으로는 다시 수리할 수 없는 것이다.
자칫 인간들의 손에 의해 이리저리 쫓겨 다니다가 구미호 일족의 명운이 완전히 끊길 위기였다.
“끝났다. 끝났어. 구미호 일족은 오늘로 끝이로구나.”
호로월이 땅바닥에 주저앉아 절망에 고개를 숙이자 다른 구미호 일족들도 입술을 깨물며 절망감에 휩싸였다.
그런 구미호 일족의 모습에 한태석은 결계석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기 위해 호로월에게 물었다.
“결계석이 대체 어떤 것입니까? 혹시 제가 고칠 수도 있을지도 모르니 결계석을 보여주십시오.”
“사…… 산신님께서 말이십니까?”
정식 산신이라면 구미호 일족의 결계석을 수리하는 것은 분명 어렵지 않을 터였다.
하지만 그 건 오랜 시간 도를 쌓은 도인들이 도를 깨달아 신선이 되고 그런 신선들 중에 우화등선을 한 신선이 산신이 된다.
대단한 실력의 대장장이였지만 한태석이 결계를 수리할 수 있을지는 확신을 할 수 없는 호로월이었다.
하지만 다른 방법도 없었기에 호로월은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한태석을 데리고 마을의 중심에 있는 커다란 결계석으로 안내를 했다.
“이것이 결계석?”
커다란 바위였다.
커다란 바위에 동아줄을 치고 부적과 같은 것을 붙여놓은 형태였다.
그 바위가 반으로 쪼개져 있는 것이었다.
‘이래서는 수리가 불가능하다.’
처음 보는 결계석이었기에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 결계인지도 알 수 없을 정도였다.
한태석이 마법사였다면 어느 정도 구조를 알 수도 있었겠지만 한태석은 대장장이일 뿐이었다.
‘결국 새로 만드는 것이 더 빠르다.’
한태석은 수리는 불가능한 것에 차라리 새로운 결계석을 만들기로 했다.
“혹시 대장간이 이곳에 있습니까?”
“예? 대장간이라면. 아! 예! 대장간은 부서지지 않은 채 남아있습니다.”
다행히 대장간은 무사하다는 말에 한태석은 곧장 대장간으로 향했다.
지구의 결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한태석은 자신들의 세계에서 마족들과의 전쟁에 참전을 했었다.
대장장이였기에 무기와 방어구를 주로 만들었지만 단 한 번 결계를 만든 적이 있었다.
‘인류의 마지막 희망. 아투란.’
마왕군과 전쟁에서 인류의 마지막 보루이자 철옹성이 되었던 거대 요새였다.
몇 배는 많은 마족들의 병력과 강력한 마족들의 마법을 홀로 감당해야 했던 아투란 요새는 최고의 건축가와 대장장이 그리고 마법사들이 총동원되어 제작을 했다.
한태석은 그 요새에서 결계석을 제작하는 일을 했었다.
물론 결계석의 활성화는 대마법사가 했지만 결계석을 만들 때 들어가는 결계 회로를 배울 수 있었다.
‘기억을 떠올려라.’
수없이 많은 결계 회로 속에서 구미호 일족에게 필요한 결계회로를 기억해 내서는 결계석에 새겨넣어야만 했다.
‘결계 내부를 숨기는 기능과 외부인의 접근을 막는 기능.’
한태석은 몇몇 결계회로를 떠올리고서는 곧장 결계석을 만들기 시작했다.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최대한 빨리 만들어 내야만 했다.
물론 불완전한 결계석을 만들 수는 없었다.
깡! 깡! 깡!
불의 정수와 바람의 정수 그리고 금속의 정수를 동원해 한태석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결계석을 만드는 것이었다.
“결계가 사라진다!”
마침내 결계가 사라졌다.
천년을 넘게 유지되어 왔던 결계였다.
결계 밖으로는 사라진 천년이 넘는 원시림이 결계 안에는 유지가 되고 있었다.
그 원시림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구미호 일족뿐만 아니라 이제는 사라져 버린 한반도의 동물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동물들은 인간들에 의해 다시 사라져 멸종이 될지도 몰랐기에 결계가 사라진다는 것은 결계 안에 살아가던 존재들에게 있어서 그다지 좋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만일 하늘에서 보았다면 주변의 나무들보다 이삼십 미터는 더 높고 두꺼운 나무들이 갑자기 나타난 것처럼 보일 것이었다.
“산신께서 결계석을 완성할 때까지 전사들은 부상자들과 마을을 지켜라!”
혹시라도 들어오는 인간들이나 외부의 적에 대해서 대비를 해야만 했다.
구미호 일족들은 여우 구슬을 꺼내고 자신들의 꼬리를 드러내어서는 황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역시 결계가 끝나기 전에는 어려운 것인가?’
호로월은 대장간에서 사력을 다해 망치질을 하는 한태석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걱정을 하는 호로월의 어깨에 호군이 손을 대었다.
“호군님.”
“너무 걱정하지 말게. 산신님께서 해결해 주실 것이네.”
호로월은 호군의 눈과 표정에 가득한 확신을 읽었다.
“사리야! 불 좀 더!”
“예!”
“호미는 철광석 좀 더 가지고 오고! 석탄 있으면 좀 더 넣어! 지민이하고 혜진이도 이리로 와서 이것 좀 잡고 두들겨!”
“익! 갑자기 이게 무슨 난리에요!”
“이렇게? 태석 씨! 이렇게?”
난리도 아닌 상황을 지켜보며 호군은 흐뭇하게 지민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중간에 길 잃은 등산객이 한 명 들어왔지만 구미호들의 요기에 환상을 보며 되돌아갔다.
한태석이 결계석을 완성할 때까지 마을을 지켜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게 결계가 사라지고 다섯 시간이 더 흐르고 난 뒤에야 한태석은 결계석을 완성할 수 있었다.
다들 기진맥진하니 바닥에 널브러진 가운데 한태석은 자신이 완성한 결계석을 들고서는 결계를 할 영역에 결계석을 하나씩 옮겨놓고 마을의 본래 결계석이 있던 곳에 중심 결계석을 올려놓았다.
그리고서는 호로월을 바라보았다.
“저는 결계석을 활성화할 수 없습니다. 본래는 마나에 의해 활성화가 되지만 여러분들께서 사용하는 요기에도 반응을 할 겁니다. 이 결계석은 효과를 중첩할 수 있으니 일단 두 개의 결계 기능을 부여하고 추가할 부분을 말씀해 주시면 더 추가를 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이지 감사합니다.”
한태석의 설명에 호로월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태석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리고서는 호로월은 자신의 제자를 불렀다.
“호우야!”
“예! 장로님!”
호우라 불리는 구미호는 구미호 일족 중에 가장 뛰어난 가능성을 가진 아이였다.
아직은 미숙하지만 자신을 대신해 한태석을 보필하는 여우신으로 천거를 하려던 구미호였다.
“산신님.”
“예. 말씀하십시오.”
“일이 황급하여 긴 이야기를 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이 아이가 제가 말씀드린 여우신이 될 아이입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이 아이를 받아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일단 알았습니다. 결계부터 치고 이야기를 합시다.”
한태석은 여우신보다 구미호 일족의 결계를 먼저 치자고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한태석은 한가지 모르고 있는 것이 있었다.
호로월은 한태석이 만들고 있는 결계석을 지금까지 지켜보았고 그 결계석을 활성화할 만한 힘이 현재 구미호 부족에게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한태석이 만든 결계석은 분명 완벽했다.
하지만 그 때문에 활성화를 시킬 힘이 그만큼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 결계석을 펼치려면 내가 가진 모든 힘을 다 써야만 한다. 그것이라면 그다지 나쁘지만은 않은 일이겠지.’
그렇게 호로월은 자신의 모든 힘뿐만 아니라 자신의 영혼까지 바쳐 결계석을 활성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