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49
제 149화
79.
“하아! 하아!”
축 늘어진 몸에 거친 숨을 내쉬고 있는 작은 여우 한 마리를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남자의 주변에는 온통 검은 기운을 둘러쓰고 있는 존재들이 가득 모여 있었다.
“수고했다.”
“크크큭! 어차피 우리도 얻은 힘을 쓰고 싶었으니까. 약속대로 여우들을 죽이진 않았다. 단, 그 여우를 데려오는 걸 막은 자들은 부득이하게 피를 봐야 했지만 말이야.”
“…….”
검은 기운을 풍기는 이들 사이에 있는 이는 오만득이었다.
오만득은 자신에게 무기를 만들어 달라거나 수리를 해 달라는 마족들이나 악에 물든 이종족들을 용병으로 이용했다.
구미호의 영역에서 아리를 데리고 오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다들 오만득이 만든 강력한 마검을 소유한 이들이었기에 결계를 부수고서는 구미호들의 영역을 침범해 아리를 납치해 온 것이었다.
“그런데 이 여우 오래 버티지는 못할 거다.”
근근이 버티고 있었지만 아리가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이라는 말에 오만득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눈에 보기에도 힘겨워 보이는 아리였다.
“뭐 못 살릴 것은 없는데. 도와줄까? 흐흐흐!”
오만득은 사악하게 미소를 짓는 마족들을 노려보았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꺼져라. 더 이상 네놈들은 필요치 않다.”
오만득의 말에 몇몇 마족들의 심기가 좋지 않은지 눈빛이 번득였지만 오만득을 건들 마족은 없었다.
오만득으로 인해 마족들의 힘이 몰라볼 정도로 강해진 것이다.
“좋아! 우리는 가 보도록 하지. 그럼 행운을 빌겠네.”
마족들이 오만득의 대장간을 떠나자 오만득은 덜덜 몸을 떨고 있는 아리에게 다가갔다.
“어째서 나를 떠난 것이냐? 왜? 나의 곁에 있었다면 이런 고통도 없을 텐데.”
오만득은 아리를 안아 들었다.
“너의 여우 구슬은 완성이 되었다. 최강의 구미호가 될 거야.”
오만득은 미소를 지었다.
아리를 위해 여우 구슬을 만들었고 그 여우 구슬에 요괴들의 요기를 전부 채웠다.
구석구석에 숨어 있던 수많은 요괴들을 죽이고 요기를 흡수한 오만득이었다.
그렇게 검은 빛이 섞여 있는 보라색 구슬을 꺼내는 오만득은 아리의 입에 넣으려다가 아리의 목에 걸려 있는 구슬을 보았다.
“이건.”
아리의 목에 걸려 있는 구슬은 자신이 만든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오만득은 그것이 누가 만든 것인지 알 것 같았다.
“그놈이냐!”
오만득은 한태석이 만든 것임이 분명하다고 생각을 했다.
“그럴 리가. 분명 그놈의 힘은…….”
오만득에게 있는 힘을 빼앗는 검은 망치에 한태석의 힘이 들어가 있었다.
힘을 빼앗긴 한태석이 신기에 가까운 구슬을 만들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오만득은 한태석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크크크! 그래. 힘을 되찾은 모양이군. 하지만 고작 만든 것이 이딴 쓰레기였나?”
조잡해 보이는 구슬이었다.
안에 들어 있는 기운은 제법 정순하기는 했지만 이걸로는 아리를 되살리기에는 충분하지 못했다.
“네놈이 이딴 조잡한 것을 만들 때 나는 완벽한 구슬을 완성했다! 크크크크!”
오만득은 아리의 목에 걸려 있는 한태석이 만든 구슬을 뜯어내 버렸다.
“으윽! 윽!”
아리에게 기운을 조금씩이지만 보충해주고 있던 구슬이 뜯겨나가자 아리는 마치 숨을 못 쉬겠다는 듯이 몸을 부르르 떨며 괴로워했다.
아리의 몸의 세 개의 꼬리도 위태롭게 흔들리며 하나로 합쳐지려는 모습을 보였다.
시간을 끈다면 아리는 이지를 잃고 평범한 여우가 되든지 아니면 목숨을 잃을 위기였다.
그렇게 급격하게 생명력이 사그라지는 아리의 입에 오만득은 자신이 만든 여우 구슬을 물렸다.
아리의 입에 여우 구슬이 물리자 여우 구슬 안에 들어 있던 요기가 빠르게 아리의 몸속으로 파고들어 가기 시작했다.
아리 또한 혼수상태에서도 자신에게 부족한 요기를 흡수하기 위해 정신없이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 성공이다! 성공이야! 아리! 내가 너를 구했다! 내가 너를 구했단 말이다!”
오만득은 하나로 줄어들어 있던 아리의 꼬리가 세 개로 늘어나고 이내 빠르게 여섯 개로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본래 아리의 꼬리는 여섯 개가 아니었다.
처음 오만득과 만났을 때 네 개의 꼬리를 가지고 있었고 오만득을 구해주면서 세 개로 줄어들었다.
그리고서는 지금까지 유지가 되어가다가 한계를 뛰어넘어 여섯 개로 늘어난 것이었다.
하지만 오만득이 여우 구슬에 쌓아놓은 요기의 기운은 반의반도 아리의 몸 안으로 흘러 들어간 것이 아니었다.
넘쳐나는 여우 구슬의 기운은 봇물 터진 듯이 계속 아리에게로 쏟아져 들어갔다.
“그…… 그만…… 그만.”
아리는 아직 의식을 차리지 못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몸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요기를 거부하려고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그런 아리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여우 구슬은 아리의 몸 안의 요기와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계속 쏟아져 들어갔다.
그렇게 아리가 괴로워하며 발버둥을 쳤지만 오만득은 희열에 찬 표정으로 아리의 꼬리를 바라보았다.
“넘었다.”
아리의 꼬리는 여섯 개에서 일곱 개로 늘어났다.
구미호의 꼬리는 하나하나마다 강력한 요기를 가지고 있었다.
죽기 직전의 사람도 꼬리 하나의 요기라면 살릴 수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한 요기의 덩어리였기에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진 구미호는 요괴들 중에 최상의 위치에 존재하는 요괴들의 왕이었다.
하지만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진다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강력한 요기도 요기였지만 그런 요기를 버틸 수 있어야만 진정한 구미호가 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 면에서 아직 아리는 한없이 부족했다.
“됐다! 아홉 개의 꼬리이다! 마침내 구미호가 되었다! 아하하하하하!”
오만득은 마침내 아리의 꼬리가 아홉 개가 되었음을 보며 광기에 찬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아리의 꼬리가 아홉 개가 되고 온몸에 요기가 가득 채워졌을 때 여우 구슬에서 검은 기운이 아리의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요기들뿐만 아니라 여우 구슬에는 오만득의 기운도 스며들어 있었다.
타락해 버린 대장장이의 기운이 아리의 몸속으로 들어가 뇌 속에 마치 비수처럼 박혀 든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아리의 의식을 헝클어버렸다.
“…….”
마침내 아리는 눈을 뜨며 몸을 일으켰다.
더 이상 작디작은 여우의 몸이 아니었다.
어느덧 오만득보다 더 거대한 크기로 변해 있는 아리는 감정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표정으로 오만득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미 광기에 차 있는 오만득에게 그런 아리의 반응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리! 마침내 내가 너를 구미호로 만들었다! 내가 너를 구미호로 만들었단 말이다! 하하하하하! 넘치는 생명력! 넘치는 힘! 너는 이제 진정으로 구미호가 된 거야!”
오만득은 생명력이 넘쳐흐르는 아리를 바라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마침내 자신의 힘으로 아리를 고친 것이라 여기는 것이다.
아리가 구미호가 되고 아리가 있는 곳으로부터 사방으로 아리의 강렬한 요기가 퍼져 나갔다.
인간들은 그런 기운에 살짝 몸이 떨릴 뿐 그 기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는 못했다.
하지만 요기의 기운에 민감하게 반응을 하는 존재들은 곧바로 느낄 수 있었다.
수많은 요괴들과 성수, 하위 신들까지 아리의 요기를 느끼고서는 숨을 죽이고 두려움에 떨어야만 했다.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상상도 못 할 기운이었다.
“대요괴가 태어났다. 이 기운은 대요괴다!”
“어째서? 왜 이런 시기에?”
“천상제 때문인가? 천상제가 마침내 승천할 요괴를 부르는 것인가?”
이무기가 여의주를 물고 승천을 하는 것과 맞먹는 기운이었다.
다들 천상제가 열렸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대요괴가 탄생했다고 여기는 것이다.
천상제는 굳게 닫힌 하늘 문을 여는 일이었기에 하늘에 오를 준비를 하는 요괴들에게 있어서 기회를 제공해 준다.
그렇기에 요괴들은 하나같이 천상제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이 기운은 분명 구미호다. 구미호의 기운이야.”
“여우신이 나온 것인가?”
“하지만 왜 이리지 두렵지? 사악한 기운이야. 어쩌면 마호인가?”
아리에게서 뿜어져 나온 기운은 분명 대단히 강력했지만 그 기운 속에 사악한 느낌이 함께였다.
그렇기에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모든 요괴가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었다.
어둠 속에 숨어 있던 요괴들의 일부는 아리의 기운을 느끼고서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수백 년 동안 나타나지 않았던 대요괴가 탄생할 때 구미호 족의 마을은 호로월의 희생으로 결계가 완성되었다.
“호로월 님!”
한태석은 호로월이 자신의 여우 구슬과 함께 자신의 요기가 집약되어 있는 꼬리에 자신의 생명까지 결계석에 쏟아붓는 것에 깜짝 놀랐다.
그렇게 호로월을 막으려고 호로월에게 다가갔지만 호로월의 제자인 호우가 두 눈에 눈물을 흘리며 한태석의 손을 붙잡는 것이었다.
“무슨 짓이오?”
“호로월 님의 희생을 의미 없게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
한태석은 이미 호우뿐만 아니라 다른 구미호들도 이미 받아들인 준비를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왜? 무엇 때문에?”
한태석은 자신을 막는 호우에 주저앉은 채로 은은한 기운을 사방으로 뻗어내는 결계석을 바라보았다.
결계석에서 뻗어 나간 결계는 다시금 구미호들의 마을을 감싸 안았다.
하늘 높이 치솟아 올라와 있던 커다란 고목들이 다시 몸을 숨기고 한반도에서 멸종이 되었다고 알려져 있던 수많은 생물들이 감추어졌다.
물론 일부는 결계가 열리자 결계 밖으로 뛰쳐나가 버렸다.
“산신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이 땅의 기운이 부족하여 결계를 유지할 힘이 없었습니다. 호로월 님은 그 힘을 채우기 위해 자신을 스스로 희생한 것뿐입니다.”
한태석은 호우의 설명에 전생에서의 기억을 떠올렸다.
전생의 세계에서 만든 것에 비해 규모는 작았지만 지구는 전생의 세계보다 희박한 마나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마나에 더해 결계석을 활성화할 만한 힘을 가진 존재가 지구에는 없었다.
한태석의 결계석을 활성화하려면 대마법사도 자신의 모든 마나를 다 쏟아부어야만 할 정도였다.
그러니 구미호 일족의 기운을 전부 쏟아부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약해질 대로 약해져 있는 구미호들이었기에 호로월은 자신을 희생하기로 한 것이다.
한태석은 자신이 아직도 부족하다는 것을 절감해야만 했다.
그렇게 호로월의 희생에 슬퍼하고 있을 때 아리의 거대한 요기가 구미호 일족의 마을에까지 전해졌다.
“이…… 이건?”
“뭐야? 이 기운은? 사장님!”
“윽! 대장장이 양반!”
“대요괴의 기운이!”
한태석과 지민 혜진까지 모두가 느낄 수 있었다.
온몸이 오싹할 만큼 거대한 기운이었고 그런 거대한 기운에 다들 몸을 떨어야만 했다.
기운이 약한 구미호들 중에 일부는 기절을 할 만큼 강렬했다.
결계석조차도 순간 흔들릴 정도였으니 만일 결계석이 완성되기 전에 이 기운과 충돌을 했다면 결계가 실패할 수도 있을 정도였다.
“기운이 사라졌다.”
잠시 후 기운이 사라지는 것을 느끼며 한태석은 지금 느낀 기운과 비슷한 기운을 떠올렸다.
‘마왕이냐. 설마 마왕이 강림한 것이냐?’
마왕에 육박하는. 아니 어쩌면 마왕 이상의 힘을 느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