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5
제 15화
“어머? 호미야!”
대장간에서 튕겨 나가 매장 바닥을 나뒹구는 호미에 지민이 놀란 표정으로 다가왔다.
호미가 어디에서 온 소년인지는 알지 못했지만 집도 절도 없고 부모도 없다는 말을 듣고서는 연민을 품었던 지민이었다.
그런 호미가 한태석에게 조수로 삼아달라고 부탁을 하는 것에 지민은 무언가 사연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은근히 응원을 했다.
어찌 된 일인지 사람은 구해지지 않았고 일은 넘쳐났으니 고양이 손이라도 있다면 빌리고 싶었던 지민이었다.
더욱이 처우 또한 그리 나쁘지 않았으니 고아인 듯한 호미에게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을 한 지민이었다.
지민이 보아온 한태석은 그리 경우 없는 사람은 아니었고 오히려 가슴 따뜻한 남자였다.
하지만 호미가 한태석에게 내쳐지는 모습에 지민은 화들짝 놀라야만 했다.
“큭! 뭐…… 뭐야? 왜 이러는 거냐고?”
호미는 한태석이 화를 낸 것에 울컥 화가 치밀어 올랐는지 이를 갈며 대장간으로 통하는 문을 노려보았다.
자신은 한태석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서였는데 그런 선의를 무시 받은 것이다.
“대체 무슨 일이야? 호미야? 괜찮아?”
“이거 놔! 감히 도깨비를 화나게 만들었겠다!”
“뭐? 도깨비?”
아직 호미의 정체를 모르고 있던 지민이었기에 호미의 도깨비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릴 때, 호미는 도깨비방망이를 흔들며 대장간 안으로 다시 달려들어 갔다.
“뭐…… 뭐지? 왜 힘이…… 어? 변신이…….”
하지만 대장간 안으로 들어가자 온몸에 힘이 빠지며 농기구인 호미로 변해버리는 호미였다.
“아! 미치겠네. 내가 지금 뭘 보는 거야?”
그리고 그 광경을 본 지민은 두 눈을 끔뻑이며 손가락으로 자신의 볼을 꼬집었다.
“아! 안 아프다. 역시 꿈이었구나. 일이나 해야지.”
아프다는 것도 못 느낄 정도로 충격적인 광경에 지민은 얼른 몸을 일으키고서는 막 매장에 들어온 손님에게로 달려갔다.
그렇게 지민의 외면까지 받은 호미는 대장간의 입구에서 그렇게 한참을 버려져 있어야만 했다.
“이거 팔…….”
대장간에서 나오던 한태석은 대장간의 입구에 떨어져 있던 호미를 주워들어서는 지민에게 팔라고 말을 하려다가 멈추었다.
호미가 에고 소드와 비슷한 것이라는 것을 아는 한태석으로서는 아무에게나 팔 물건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었다.
세상에 나쁜 물건은 없다고 믿는 한태석이었다.
비록 피에 물들어 저주받은 무구들이 된 수많은 물건이 있었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실력이 있든 실력이 없든 대장장이들은 자신이 만든 물건들을 하나같이 자신의 자식처럼 여기며 만들었다.
그런 것을 녹여버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욱이 호미는 한태석 자신이 고치기는 했지만 만든 것이 아니었다.
그런 난감한 상황에 고민하던 한태석은 판매하지 않는 진열대에 호미를 놓아두었다.
진열은 하지만 한태석의 허락이 없다면 절대 판매를 할 수 없는 진열대였다.
물론 지금은 오직 호미 하나뿐이었다.
“사장님. 그거…….”
“내 허락이 없으면 그 누구에게도 팔지 마라.”
“아! 예. 그런데 호미 어디 갔는지 아세요? 그 애 집도 절도 없고 부모도 없는 애라고 했는데. 갑자기 안 보이네요.”
집도 절도 부모도 없다는 지민의 말에 한태석은 쓴웃음을 지었다.
한태석도 에고 무기들의 안타까운 삶에 대해서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원불멸. 함께했던 주인들은 항상 먼저 떠나간다. 정을 붙이면 떠나버리고 남겨진 삶은 기다림으로 점철된다. 그렇게 마음을 주지 말자 다짐하고 또 다짐하지만 주인이 흘린 피에, 흘릴 수 없는 눈물의 괴로움에 결국 미쳐버리는 불쌍한 존재들.’
영혼을 가진 무기의 끝은 안타까운 광기뿐이었다.
자신의 몸을 혹사하며 그 괴로움에 몸부림을 치는 존재들이기에 한태석은 안타까운 시선으로 호미를 바라보았다.
깡! 깡! 깡!
오늘도 한태석의 대장간에서는 맑고 경쾌한 망치 소리가 흘러나왔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새로운 물건들을 만들기도 하지만 간혹 손님들이 맡긴 고장 난 물건들을 수리해 주기도 했다.
그 날도 멀리서 찾아온 손님이 깨끗하게 고쳐진 물건을 받아들며 한태석에게 몇 번이고 감사의 인사를 하고서는 수줍게 떠나갔다.
그런 손님들이 하루에도 여럿이 찾아왔기에 지민은 수리품들을 한쪽 구석에 받아놓고 있었다.
하지만 그 날 지민은 너무나도 어이없는 물건을 수리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서는 난처해 해야만 했다.
“이걸 수리해 달라고?”
“예!”
“아…… 아니 우리는 대장간인데. 이건 좀 그렇지 않을까?”
“부탁이에요.”
손님은 아직 앳된 소년이었다.
소년이 들고 온 물건은 수리점에서도 고개를 내저었던 물건이었다.
차라리 새로 사라는 말을 들었지만 새로 살 돈이 없었다.
그러던 중에 길거리에서 한태석의 대장간에서 기가 막히게 수리를 잘한다는 말을 우연히 듣게 되어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지민은 소년이 내민 물건을 보며 한태석이 수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는 것에 난감해했다.
‘아니 이거 그래픽 카드잖아! 우리 사장님이 어떻게 고쳐!’
소년이 내민 것은 오래되어 보이는 그래픽 카드였다.
전자 기기였으니 전통적인 대장간에서 수리될 리가 없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간혹 시계 같은 것을 수리해 달라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 시계도 전자시계가 아닌 아날로그 형식의 시계였으니 두 눈 감고 이해하려면 이해할 수는 있었다.
“부탁이에요.”
“하아! 호미야. 사장님 좀 불러와 볼래?”
“오! 이제 나의 등장인가? 그래! 나의 도움이 없으면 아무래도 힘들겠지!”
지민이 출근할 때 언제나 호미는 대장간에 나와 있었다.
그리고 퇴근을 할 때도 호미는 대장간에 남아 있었다.
집도 절도 없고 부모도 없다는 말에 한태석이 받아줬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지민이었다.
그렇게 대장간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나름 씩씩하게 생활하고 있는 호미가 지민은 안쓰러우면서도 대견하기만 했다.
당연히 지민은 호미가 도깨비인지 알지 못했다.
그것까지 알았다면 직장이고 뭐고 때려치우고 도망을 쳐 버렸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지민의 부탁에 호미는 의자에 앉아 꿀떡을 꿀에 찍어 먹다가 망치 소리가 들리는 대장간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대장장이 양반! 지민 양이 불러!”
한태석에게 호되게 당한 호미였지만 천성이 낙천적인지 여전히 까부는 모습은 달라지지 않았다.
한태석도 에고 소드들의 성격이 본래 그러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호미를 딱히 나무라지는 않았다.
아니, 호미의 나이가 한태석의 전생 나이와 합쳐도 더 많다는 것을 알기에 반말도 그냥 넘어갔다.
“호미야! 어른한테는 존댓말 써야지!”
“알았네! 지민 양! 대장장이 양반! 귀가 먹었는가? 지민 양이 부른다니까!”
“하아! 저것이!”
지민은 호미가 혹시라도 한태석의 신경을 건드려 쫓겨나지는 않을까 걱정을 해서는 안절부절못했지만, 부모가 없이 커 제대로 가정 교육을 받지 못한 것이라 안쓰럽게 여겼다.
그렇게 호미의 부름에 대장간에서 나온 한태석은 그래픽 카드를 들고 당장에라도 눈물을 뚝뚝 흘릴 것 같은 소년을 보았다.
“이것이 고장이 났느냐?”
“흑! 예! 새로 살 돈이 없어요. 수리도 못 해준대요.”
오래된 그래픽 카드였으니 수리를 할 부품도 없었고 수리를 해 봐야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될 수도 있었다.
사실상 소모품이나 다를 바 없는 전자 부품들이었다.
“게…… 게임을 하고 싶은데 이게 고장이 나서…….”
울먹이는 소년에 한태석은 전생에서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 부서져 울음을 터트리던 동네 아이들이 떠올랐다.
한태석의 어린 시절은 온통 노동으로 가득해 장난감을 가지고 놀 여력은 없었다.
그 때문인지 고장 난 장난감들을 곧잘 고쳐주고는 했던 한태석이었다.
“그렇구나. 무척이나 소중한 것인가 보구나.”
“예! 제 동생도 꼭 고쳐오라고 해서.”
“그렇구나. 동생도 있었구나.”
아이들과 함께 가지고 노는 물건이라면 조금 수고로워도 고쳐주어야겠다고 마음을 먹는 한태석이었다.
“저걸 고칠 수 있는 거야?”
“고쳐지겠니? 그냥 새로 사주는 것이 빠르겠다. 그리고 너 계속 누나한테 반말할래?”
“누나? 헐! 알고 봤더니 완전 할매네.”
“뭐? 이것이!”
호미와 지민은 한태석과 소년을 바라보며 저 판대기를 어떻게 고친다는 것인지 의문이 가득하니 서로를 바라보며 말을 하다 이내 티격태격이었다.
“그래. 알았다. 고쳐 보마.”
“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한태석은 그래픽 카드가 뭔지 알지 못했다.
전생과는 달리 매장 안에 있는 TV도 신기하게 보기는 하지만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이며 어떤 원리인지는 당연하게도 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태석은 만들 수 있고 수리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의 망치를 믿는다. 내가 하지 못할 일은 없다.’
그 끝 모를 자신감과 함께 한태석은 소년에게서 그래픽 카드를 받아들었고 소년에게 내일 수리를 끝내 놓겠다는 다짐을 하며 소년의 환한 미소를 흐뭇하게 바라보고서는 몸을 돌렸다.
“정말 고치려는가 봐.”
“분명 저거 화로에 들어간다. 분명해.”
지민은 자신이 말을 하고도 어이가 없었지만 왠지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미 자신의 목걸이도 화로에 들어가 녹아내렸었고 지금까지 수리했던 것들 대부분이 화로 속에서 열탕 사우나를 즐겼었다.
잠시 후 지민과 호미는 대장간의 입구로 몰래 숨을 죽이고서는 들어가 한태석이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지금 안 하려나 본데.”
“그러게. 하긴 일거리가 요즘 많긴 하지.”
그래픽 카드는 작업대 한쪽에 놓여 있었고 한태석은 만들고 있던 철제 조각 장식을 만들고 있었다.
전생에서였다면 대부분의 시간에 무기류를 제작했을 한태석이었지만 강남에서 무기류를 만드는 것은 불법이라는 말에 거의 생활품들을 제작하고 있었다.
“꼭 망치로 두들기기만 하는 건 아닌가 봐.”
“당연하지. 저기 연장 봐. 저거 다 쓰는 거야.”
한태석의 작업대에는 한태석이 그동안 만들어 놓은 수많은 작업 도구들이 놓여 있었다.
날카로운 조각칼과 집게, 뭐든 잘라낼 수 있을 것 같은 줄칼과 어디에 쓰이는 것인지 짐작도 되지 않는 다양한 작업 도구들이 있었고 한태석은 그 도구들을 이용해 하나하나 작품들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엄청나게 빠르네.”
“그러게. 거의 엿가락처럼 철을 다루시네. 엄청 멋있으시다.”
보기에는 너무나도 힘들어 보이는 과정들이었지만 한태석은 능숙하게 작품들을 하나하나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렇게 하나의 예술 작품 같은 조각상이 만들어지고 난 뒤. 한태석의 손이 마침내 작업대 위의 그래픽 카드에 닿았다.
7.
“오오! 마침내! 마침내!”
꿀꺽!
마침내 그래픽 카드를 고치려는 것에 지민과 호미는 침을 꿀꺽 삼키며 바라보았다.
‘들어간다. 들어간다. 들어간다.’
‘호오! 저 지옥 불 같은 화염에 불타오르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