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50
제 150화
80.
“수고하셨어요.”
“그래. 들어가서 푹 쉬어. 내일은 오전에 쉬고 오후에 와.”
“태석 씨도 쉬어요.”
한태석의 대장간에 도착한 뒤에 한태석은 지민과 혜진을 보내고서는 매장의 의자에 앉았다.
온몸의 진이 다 빠지는 날이었다.
몸이 천근만근이었지만 한태석은 왠지 잠이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아침부터 천상제를 열고 오후 내도록 구미호 일족의 마을의 결계석을 만들었다.
하지만 해결된 것은 하나도 없이 오히려 더욱더 꼬인 듯한 느낌뿐이었다.
특히나 아리가 오만득에게 납치되고 마왕에 육박하는 기운을 느낀 것이 문제였다.
“설마 마왕을 깨우기 위해 아리를 납치한 것인가?”
마왕급의 대요괴가 아리라는 것은 구미호 일족이나 호군에게 들어 알게 된 한태석이었다.
문제는 그 누구도 대요괴가 된 아리를 막을 수 없을 듯하다는 것이었다.
호군조차 고개를 내저을 만큼 아리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강대했다.
호군조차 그럴 정도였으니 다른 이들도 무리였다.
한태석이 아리에 대항할 만한 무기를 만들어 낸다고 해도 쉽지 않을 만한 상황이었다.
더욱이 그런 아리의 옆에는 오만득이 있었고 오만득의 실력도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이 문제였다.
“후우! 다크 스미스를 그냥 놔둔 것이 문제였다.”
최대한 빨리 오만득을 찾으려고 했지만 매번 꼬이는 상황에 결국 이렇게까지 와 버린 것이었다.
일단 산신이 되어 버린 한태석이었기에 만일 오만득이 아리를 이용해 무슨 짓을 하려고 한다면 싸워야만 했다.
문제는 한태석 자신이 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냥 평범한 대장장이로 살길 원했는데 운명이라는 것은 나를 그냥 놔두질 않는구나.”
한태석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그렇게 눈을 감았다가 눈을 뜨자 눈 부신 햇살이 한태석을 밝히고 있었다.
“아무리 큰일이라도 결국 내일 해는 뜬다는 건가?”
한태석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매장의 문을 열고 빗자루로 매장 앞을 쓸었다.
그렇게 매장을 다 쓸고 난 뒤에 컵라면을 하나 꺼내어 물을 붓고 잠시 기다려 조금 덜 익은 라면을 먹으며 길거리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차량이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침 식사를 끝내고 구두 수선 장비가 담겨 있는 나무통을 쥐고서 매장 앞에 자리하고 앉아 있으면 누군가 한태석의 앞에서 넘어졌다.
“아앗! 하이힐이. 응?”
하이힐의 뒷굽이 부러진 여인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구두 수리공을 보고서는 우연도 참 이런 우연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수리되나요?”
“예. 됩니다.”
하이힐을 수리해주고 만 원을 받은 한태석은 그렇게 몇 명의 직장인들의 신발을 수리해주고서는 몸을 일으켰다.
주문이 들어오는 물건들은 어느덧 한태석이 아닌 제노가 만들고 있었다.
한태석이 만드는 것은 정말이지 특별한 사연이 있는 물건들이었기에 처음 대장간을 열었을 때와 비교하면 꽤나 여유로워져 있었다.
안달을 해 봐야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체득한 한태석은 느긋하게 자신의 일을 하나하나 해나가고 있었다.
“호미야! 학교 가야지.”
“끄응! 아! 귀찮아. 오늘 안 가면 안 돼?”
“엘리제한테 전화해 줄까?”
“아니 하지 마.”
한태석이 호미를 깨우자 호미는 몸을 일으켜서는 비틀비틀 화장실로 향했다.
그런 호미의 옆에서 자고 있던 사리를 빤히 바라본 한태석은 사리를 흔들어 깨우며 말을 했다.
“너도 학교 갈래?”
“아니요! 저는 소방서 가야 하거든요! 저 바쁘거든요!”
어제의 피로를 풀기도 전에 일상으로 돌아온 이들은 그렇게 또 흘러가는 대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산신! 구미호는 어떻게 할 거야?”
“뭐. 어떻게든 되지 않겠냐.”
“하긴. 그건 그래. 뭐 어떻게든 되겠지. 아! 참 제노가 그러던데 바루 씨 우주선 수리 거의 다 끝나간다던데.”
“그래? 잘 되었구나. 그럼 직원을 더 뽑아야겠네.”
한태석은 바루 씨를 대신할 직원을 뽑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호미와 사리의 아침을 준비했다.
오전에는 지민에게 쉬라고 했고 바루도 오후 근무조여서 오전에는 한태석 혼자 해야만 했다.
“그럼 다녀올게.”
“저도 다녀올게요!”
“그래.”
호미와 사리를 보내고 난 뒤에 매장을 청소하고 매장의 진열대를 정리하다 보면 사람들이 한 명씩 구경하러 매장에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손님을 응대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빠르게 시간이 갔다.
“생각보다 손님이 많네.”
의외로 오전인데도 불구하고 손님이 많은 것에 한태석은 살짝 놀라야만 했다.
지민과 혜진 그리고 바루에게 매장을 맡기다시피 해서 손님이 얼마나 많이 오는지 알지 못했던 한태석이었다.
그렇게 오전을 보내고 오후가 되어 지민이 오자 한태석은 지민에게 매장을 맡기고서는 대장간 안으로 틀어박혔다.
제노는 바루의 우주선 마지막 점검을 하느라 보이지 않았다.
무거운 적막이 흐르는 대장간에서 한태석은 오늘 수리하고 만들어야 할 목록을 보며 일을 시작했다.
깡! 깡! 깡!
한태석의 망치 소리가 대장간 안을 가득 채우고 한태석의 몸에서 땀방울이 하나둘 맺히기 시작할 때 한태석의 마음속에 깃들어 있던 불안감은 하나둘씩 사라져갔다.
천상 대장장이였다.
흐트러졌던 망치 소리는 이내 경쾌하면서도 힘이 깃들어 붉게 물든 쇳조각을 후려쳤다.
붉은 불꽃이 사방으로 튀며 아름답게 춤을 추며 한태석이 만든 물건은 점점 형태를 갖추어가기 시작했다.
깡! 깡! 깡!
이내 한태석은 무아지경의 경지로 향하기 시작했다.
한태석은 주변의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한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마치 내 몸이 아닌 것처럼 망치를 쥔 손은 연신 쇠붙이를 쉴 사이 없이 두들겼다.
쇠의 결을 따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두들겨지는 망치의 면은 매끈한 곡선을 만들고 이내 완벽한 직선을 만들기 시작했다.
인간이든 기계든 완벽한 직선은 결코 만들 수 없는 것이었지만 한태석은 자신이 만들고 있는 물건에 절대적인 직선에 한없이 다가가고 있었다.
‘이 느낌. 언젠가…….’
한태석은 지금 느껴지는 감각을 언젠가 느껴 본 적이 있었다고 기억해 냈다.
하지만 그것을 생각할 여력 따위는 없었다.
이미 한태석의 몸은 완전히 망치질에 몰두해 있었고 한태석의 마음도 그것에 집중이 됐다.
그리고 그런 한태석의 망치 소리가 평소와는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을 대장간 밖의 매장에 모여 있던 이들도 느낄 수 있었다.
어느덧 왔는지 지민과 혜진, 호미와 사리 외에 바루와 제노까지 한태석이 만들고 있는 예사롭지 않은 광경에 숨을 죽이며 지켜보고 있었다.
한태석은 빛이 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한태석이 두들기고 있는 물체에서도 점점 빛이 강해지고 있었다.
깡!
그렇게 한태석이 망치질을 멈추었을 때는 하룻밤이 훌쩍 넘어 다음 날의 해가 떠올랐을 때였다.
한태석은 완성된 물건을 들어 올려 살펴보고서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하아! 하아! 하아!”
그리고서는 모든 기를 다 사용해 버리기라도 했는지 한태석은 완성된 물건을 작업대 위에 올려놓고서는 주저앉았다.
“사장님!”
“태석 씨!”
“대장장이 양반!”
“주인님!”
대장간 바닥에 주저앉아 버린 한태석에 다들 놀라서는 달려왔다.
기진맥진한 채로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할 것 같은 한태석은 괜찮다는 말조차 하지 못한 채로 숨을 헐떡였다.
그런 한태석에 한바탕 난리가 났다.
“병원! 병원으로!”
“예? 병원이요?”
“그래! 병원!”
누가 보더라도 탈진을 한 것 같은 한태석이었지만 혜진은 바로 병원으로 가자고 외쳤다.
한눈에 보기에도 그냥 탈진이 아닌 것 같은 것에 링거라도 맞춰서 기력을 올려줘야 할 것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태석은 병원으로 실려 가 링거를 맞으며 휴식을 취해야만 했다.
결론적으로 본다면 혜진의 결정은 제대로 된 것이었다.
온몸을 쥐어짜듯이 모든 힘을 다 쏟아부은 한태석이었기에 그냥 놔두었다면 회복을 하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을지도 몰랐다.
그만큼 한태석이 완성한 물건은 지금의 한태석이 만들기에는 벅찬 것이었다.
때로는 평범한 대장장이도 몸과 의식의 흐름 속에 몸을 맡기며 극상의 명품을 만드는 경우가 있었다.
그 건 뛰어난 명인들도 마찬가지여서 평생에 단 한 번 자신의 이름을 걸기에 전혀 아깝지 않은 명품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그런 명품은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는 것이었기에 양날의 검처럼 위태롭게 만들기도 한다.
한태석에게 일어난 것은 바로 그런 일이었다.
그렇게 한태석은 병원에 입원해서 집중 회복을 받으면서도 사흘 동안 깨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그렇게 한태석은 무의식의 세계에서 자기 자신을 만날 수 있었다.
“여긴?”
“우리의 무의식의 세계일세.”
“우리?”
한태석은 무의식의 세계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의외의 남자를 볼 수 있었다.
“나?”
“그래. 나다.”
지금의 한태석의 모습이 아닌 게리인 드라실루스라는 이름을 사용했을 때의 모습이었다.
“우리의 영혼이 갈라졌던가?”
한태석은 자신과 게리인이 두 개의 인격으로 갈라졌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런 것은 아니다. 인격은 네가 주다.”
게리인은 자신은 한태석의 또 다른 인격은 아니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럼 너는 뭐지?”
한태석은 왜 게리인이 이제야 나타났는지 의아하다는 듯이 게리인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전혀 낌새도 느낄 수 없었다.
“정말 모르는 거냐? 이거 실망인데.”
게리인은 자신이 나타난 이유를 모르는 한태석에 혀를 찼다.
그동안 무의식의 세계 속에서 갑갑하게 갇혀 있던 게리인이었다.
“뭐 시간 끌 필요는 없겠지. 네가 되찾은 것이지.”
“되찾아?”
“그래. 본래의 너의 힘.”
한태석은 게리인의 미소에 그제야 알 수 있었다.
한태석의 본래의 힘.
게리인 드라실루스가 가지고 있던 힘을 받아들이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추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너무 빠르군.”
“그래. 맞아. 너무 빠르지. 하지만 너는 자격을 갖추게 되었다.”
한태석은 적어도 수십 년은 걸릴 것이라 생각을 했었다.
게리인이 죽기 직전 완벽에 한없이 다가갔던 신기를 만들었을 때의 실력과 힘에 도달한 것이었다.
“설마.”
“그래. 그 설마다. 운이 아주 좋았지.”
한태석은 자신이 만든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고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운이 좋았다.
한태석은 대장장이의 시간에 들어간 것이었다.
대장장이의 시간에 들어간 대장장이는 큰 폭으로 실력이 늘어나며 한가지의 미스터리를 만들게 된다.
한태석은 대장장이의 시간이 갑작스럽게 자신에게로 찾아온 것이 대장장이의 신의 도움이라 여겼다.
“이제 무엇을 할 것이지?”
“당연한 것 아닌가. 신기. 그 어떤 것보다 완벽한 신기를 만들어야지.”
“그렇군. 우리의 최종 목표. 좋아. 너를 돕도록 하지.”
한태석은 게리인이 자신의 몸 안으로 흡수되듯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느끼며 완전한 하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