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51
제 151화
81.
한태석의 세포 하나하나에 게리인의 감각이 각인되기 시작했다.
한태석의 신체의 재능은 분명 게리인에 미치지 못했지만 한태석이 가진 육체적 성능은 게리인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한태석은 어린 시절부터 영양 섭취와 운동으로 다져져 있었다.
그에 반해 게리인의 어린 시절은 먹고 살기도 힘들 정도로 살아왔기에 몸이 제대로 성장을 하기 어려웠다.
그런 육체를 가지고도 끊임없는 노력과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으로 최고의 대장장이에 올랐던 게리인이었다.
한태석은 그런 게리인의 재능과 감각을 손에 넣은 것이었다.
오만득이 빼앗은 한태석의 재능이란 게리인이 가진 것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게 게리인이 가진 대장장이의 재능과 감각을 온전히 손에 넣은 한태석이 눈을 떴을 때 한태석은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혜진을 볼 수 있었다.
“이제 눈 떴어요? 하! 태석 씨 은근히 몸이 약하다.”
혜진은 툭하면 쓰러지는 한태석에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얼마나 잔 거지?”
“삼일.”
“삼일이나?”
한태석은 자신이 사흘 동안이나 의식을 깨지 않았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설마 그 정도로 오랫동안 시간이 지난 것인지 예상조차 하지 못한 것이었다.
“일단 몸은 별 이상 없대.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탈진이라고 하는데 대체 뭘 만들고 있었던 거야?”혜진도 한태석이 대장간 안에서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다.
“그건……?”
한태석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자신이 접한 순간을 떠올리며 말을 했다.
“대장장이의 시간에 들어갔다.”
“대장장이의 시간? 그게 뭔데?”
한태석은 혜진에게 대장장이의 시간에 대해서 알려 주었다.
대장장이가 자신의 한계를 넘어 걸작 중의 걸작을 완성하는 대장장이의 시간은 그 어떤 대장장이든 경험할 수 있지만 언제 찾아올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시간이라는 것이었다.
“아! 제로의 영역 비슷한 건가?”
“제로의 영역?”
한태석은 혜진이 말한 제로의 영역이라는 것에 의아한 듯이 혜진을 바라보았다.
“아! 운전하다 보면 주변의 시간이 느리게 가는 때가 있는데 뭐라고 해야 하나 미래의 시간을 읽을 수 있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전에 경험을 했거든. 경주 중에.”
혜진은 얼마 전 제로의 영역을 넘었던 것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경주?”
“어? 아! 아니! 아니! 아니야! 그냥 못 들은 거로 해!”
혜진은 얼굴을 붉히며 손을 내저었다.
자신이 레이싱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은 비밀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태석은 그런 혜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대장장이들 말고도 각자의 영역에서 비슷한 일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대장장이 외에도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직업이 존재했고 그런 직업들도 숙련도에 따라 한계를 넘는 영역이 존재하는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은 하나의 길로 통하는 것이었다.
“이제 퇴원을 해야겠어.”
“벌써? 며칠 더 쉬지.”
“아니. 몸 상태는 충분해. 돌아가서 해야 할 일이 많다.”
한태석은 대장간으로 돌아가 산신각의 임명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족오가 호군이나 여우신의 임명장을 자신보고 만들어 수여하라고 했던 것이 떠올랐다.
‘호군도 반쪽짜리라고 했고 여우신은 능력 부족이다. 하지만 임명장이 부여된다면…….’
전생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사람이 직위를 만드는 것인지 직위가 사람을 만드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때로는 직위가 그 사람의 능력을 크게 높여주기도 했다.
한태석은 오만득과 아리가 반드시 움직이리라는 것과 그런 둘을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힘을 쌓아야 한다고 여겼다.
일단 임명장은 그 시작이었다.
‘차라리 잘 되었다. 마왕이 강림한다면 대항을 할 힘이 필요하다.’
한태석은 산신각의 요괴들과 성수 그리고 하급 신들의 힘을 빌릴 필요가 있다고 여겼다.
그렇게 병원을 퇴원한 한태석은 곧장 대장간으로 돌아가 호군과 여우신에게 줄 임명판을 만들기 시작했다.
“기운을 담는다.”
불과 바람 그리고 철의 기운을 담아 완전히 손에 넣은 한태석의 힘을 통해 신기에 걸맞은 물건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그 전에는 유니크 하급 정도의 물품들이 만들어졌다면 지금은 레전드급까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아무리 한태석이라고 할지라도 전설 급의 장비는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특히나 지구에서 전설 급은 신화시대에나 나오는 물건들이었기에 그것만으로도 세상에 풀린다면 엄청난 반향을 몰고 올 만한 것들이었다.
성검이라는 것이 유니크 급부터 시작하기에 전설 급으로 넘어가면 상위 티어의 세계에 속하게 된다.
각 세계는 각자의 티어를 부여받고 마왕의 강림도 해당 티어가 극복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나타나기에 과도한 수준의 무기는 오히려 해가 될 뿐이었다.
그렇게 한태석은 자신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최고 등급의 임명판을 만들어 내었다.
아리로부터 느꼈던 기운은 지금의 호군으로서도 상대하기 어려울 정도의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강자의 등장은 필연적으로 그 강자를 따르는 존재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한태석의 예상대로 아리의 힘에 이끌린 요괴들이 아리에게로 모여들고 있었다.
그들은 대요괴인 아리의 아래로 들어가 세상을 피로 물들이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오만득만 있을 때였다면 한태석도 홀로 처단자의 복장을 하고 오만득을 처단했겠지만 이제는 그것이 불가능했다.
한태석은 결코 무모한 짓을 할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한태석은 호군과 여우신의 임명판을 만들고 난 뒤에 호군과 여우신으로 지명받은 호우에게 임명판을 넘겨주었다.
“이것이 임명장이라는 겁니까? 산신님의?”
“그래. 그것이 정식 임명판이 될 것이네.”
은은한 기운을 뿜어내는 임명판에 호군과 여우신 호우는 놀란 표정으로 한태석으로부터 정식 임명판을 부여받았다.
산신이 없어진 지 오랜 시간이 흘렀고 그동안 호군과 여우신은 정식 임명장을 받은 적이 없었다.
결국 호군들은 스스로 호군이라 칭하며 산신각을 지켜왔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 정식으로 임명판을 받게 되었으니 더 이상 참칭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마지막 남은 호랑이인 호군은 자신의 손에 들어온 임명장을 받자 멍하니 한참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산신각을 지켜야 한다는 말을 어릴 때부터 들어오던 호군이었다.
이름도 호군이라 지어지며 호랑이 일족과 호군이 함께 끝이 날 때만을 기다려 왔었다.
호군의 아버지는 평생을 산신을 기다렸지만 산신은 오지 않았고 호군 자신만을 남긴 채로 숨을 거둔 것이다.
“호군으로서 산신님을 지키겠습니다.”
그렇게 호군은 한태석을 평생 지키겠다고 맹세를 했다.
그런 맹세와 함께 호군은 정식 호군이 될 수 있었다.
“몸…… 몸이?”
호군은 자신의 몸이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온몸에서 솟구치는 기운과 함께 호군의 복장이 생겨났다.
마치 중세 시대의 대장군과 같은 갑옷과 투구 그리고 손에는 기다란 창이 생긴 것이었다.
산신을 지키는 호위 장군인 호군이 비로소 탄생하게 된 것이었다.
“이…… 이것이 호군인가?”
호군은 산중 왕인 호랑이의 신이었다.
호군에 비견되는 사신수 백호가 있었지만 백호의 임무와 호군의 임무는 판이했고 백호는 호랑이의 모습을 하고 있을 뿐 호랑이 족을 다스리는 존재가 아니었다.
오직 호군만이 호랑이들을 다스리는 직위와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대요괴에 비견될 만한 강대한 힘을 손에 넣은 호군의 위엄에 한태석조차도 당황할 정도였다.
‘임명장으로 어느 정도 힘을 상승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한태석은 호군의 힘이 자신의 예상을 완전히 넘어선다는 것을 알고서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뜬 호우를 바라보았다.
본래 여우신은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진 구미호가 임명을 받는 것이었기에 여섯 개의 꼬리를 가지고 있는 호우는 자격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진 구미호는 대요괴가 된 아리가 유일했다.
더욱이 사악한 기운마저 풍기고 있는 아리로서는 여우신이 될 수 없었기에 그나마 가장 가능성이 큰 호우에게 여우신의 임명장을 주려는 것이었다.
“호우. 그대는 비록 자격이 없지만 그대의 힘이 필요하다. 여우신의 임명판을 받게.”
“아! 예! 신명을 바치겠습니다. 산신님!”
호우가 한태석으로부터 임명판을 받자 호우 또한 호군처럼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
호군과는 달리 관모를 쓰고 비단으로 흔들리는 관복 차림으로 변하는 것이었다.
“꼬…… 꼬리가.”
복장의 변화와 함께 호우는 자신의 꼬리가 늘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한계였던 여섯 개의 꼬리에서 꼬리 하나가 더 나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아홉 개의 꼬리는 호우에게 도달하기 힘든 영역이었고 산신의 임명판으로도 무리였다.
여전히 반쪽짜리 여우신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오랫동안 구미호 일족에서 나오지 않던 일곱 개의 꼬리를 가진 구미호가 탄생한 것이다.
대요괴가 된 아리의 아홉 개의 꼬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일곱 개의 꼬리가 가진 힘 또한 결코 무시할 것이 아니었다.
‘아직 내가 부족하구나.’
호우는 자신의 부족함을 절감하며 반드시 구미호가 되어 산신을 보필하겠다고 다짐을 했다.
그런 다짐이 호우의 한계를 한 단계 올려주며 일말의 가능성을 열었다.
“둘 다 호군과 여우신에 걸맞게 변한 것 같군요.”
한태석은 호군과 여우신을 보며 구미호인 아리를 어느 정도는 상대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호군과 여우신 외에도 산신이 임명할 수 있는 직책은 상당히 많았다.
물론 그 정점에는 호군과 여우신이 있었지만 호군 산하의 군대와 여우신 산하의 문신들을 임명할 수 있었고 그들의 능력 또한 큰 폭으로 상승을 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한태석은 임명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응? 우리도 주는 거예요?”
“인간이 이런 거 받아도 돼? 태석 씨?”
지민과 혜진은 자신들에게도 임명판을 주는 것에 놀라야만 했지만 거절은 하지 않았다.
“대장장이 양반! 나는?”
“주인님! 저는 신수! 신수!”
“제노! 제노! 주인님. 그거 좋아 보인다. 나도 줬으면 좋겠다.”
오히려 왜 자신들은 주지 않느냐며 호미와 사리 그리고 제노까지 매달리자 한태석은 임명판을 남발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을 해야 할 정도였다.
그렇게 한태석과 관련된 이들은 거의 한 자리씩 감투를 쓸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감투를 쓴 이들의 능력치도 큰 폭으로 증가를 하면서 지상의 하위 신급의 힘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힘은 결국 책임의 증가를 의미했고 희생 또한 각오를 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점점 전운을 짙게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이제 한숨 돌리겠군.”
그렇게 산신으로서의 일을 끝내고서 한태석은 대장간에서 대장장이의 시간에 완성했던 물건을 확인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