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53
제 153화
83.
바루가 고향으로 떠나고 난 뒤 한동안 인터넷에서 UFO를 목격했다는 이야기들로 시끌벅적했었지만, 또 그렇게 하루하루는 일상처럼 평범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대요괴로 눈을 뜬 아리와 오만득도 딱히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었고 산신각의 신들과 성수들도 무너졌던 산신각을 다시 세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요괴들도 자신들의 구역에서 얌전히 도를 닦으며 얇아진 하늘 문을 뚫고 올라갈 마음으로 부풀어 있었다.
오히려 산신인 한태석이 할 일이 없을 만큼 한가할 정도였다.
물론 한태석도 나중에 몰려올 폭풍에 대비해 하나둘씩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장님. 직원 좀 뽑아 줘요.”
“올렸는데 영 지원자가 없네.”
여전히 가족 같은 분위기와 급여는 협의 후 결정이라는 직원 모집 공고에 걸려드는 지원자는 없었다.
더욱이 회사 이름도 한태석 대장간이라고 하는 전혀 센스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름에다가 위치는 강남 한복판이고 하니 지원자의 의심을 받고 있었다.
그렇게 바루 씨가 고향으로 돌아가기 전부터 올린 지원 공고에 지원자는 없었다.
한태석은 혼자 근무를 하려니 힘겨워하는 지민에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전생에서도 대장간은 그다지 인기 있는 직종은 아니었다.
힘들고 더러우며 위험한 3D 업종 중의 하나였다.
물론 기술을 익히고 나면 밥 굶지는 않을 일이었지만 어차피 다른 직업도 기술을 익히고 나면 밥 굶을 일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특히나 지구와 같은 현대 사회에서 대장장이는 이미 그 생명이 희미해져 가는 직업이었다.
물론 전의 방송에서 최고의 대장장이를 뽑는 프로그램도 있어서 한동안은 대장장이에 대한 우호적인 시선들도 많이 생겼다.
한태석의 대장간에도 몇몇 사람들이 대장장이 기술을 배우겠다고 찾아온 적이 있었다.
하지만 화로가 이글거리는 대장간 안에 들어오고 난 뒤 한태석이 고개를 돌렸다 돌아서니 사라져 있기 일쑤였다.
더욱이 한태석에게 듣는, 앞으로 적어도 삼 년은 망치를 들지 못한다는 말에 다들 포기해 버렸다.
사실 삼 년도 무척이나 빠른 것이었지만 당장 망치를 들고 대장장이들처럼 자신의 물건을 만들고 싶다는 이들에게 삼 년은 기다리기 너무 긴 시간이었다.
결국, 제자를 받기도 힘들고 매장의 직원으로 들어올 사람이 없었으니 직원 부족 문제는 꽤나 심각했다.
“그러면 어떻게 해요.”
난처해 하는 지민에 한태석은 자신이 적극적으로 한 번 알아보겠다고 지민을 다독였다.
그렇게 지민을 보냈지만, 문제가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기에 한태석의 근심은 더욱더 가득해졌다.
“직원 문제를 어떻게 한다.”
“제노! 안드로이드 제작해 드릴까요?”
“…….”
기계 제국의 황제 제노가 한태석의 근심에 안드로이드 이야기를 꺼내자 한태석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안드로…… 뭐?”
“안드로이드라고 일하는 로봇이 있습니다. 제노. 잠을 자지도 먹지도 않고 열심히 일을 하는 로봇인데 대장간 일은 아직 무리여도 매장에서 일을 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제노. 모습도 사람하고 비슷하니까요.”
제노의 말에 한태석은 안드로이드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손 부족을 해결해 줄 수 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주일만 기다리시면 안드로이드를 제공해 드릴 수 있습니다. 제노!”
일주일만 기다리라는 말에 한태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몇 달이나 기다렸으니 일주일 정도야 충분히 기다릴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안드로이드 제작을 약속한 제노는 한태석에게 떠오르는 것이 있다는 듯이 한가지 말을 더 했다.
“제노! 혹시 주인님. 바루처럼 우주선 만들어 드릴까요? 제노.”
“우주선?”
한태석은 바루가 타고 갔던 우주선을 만들어 주겠다고 말을 하는 제노에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그건 필요 없을 것 같구나.”
딱히 우주선이 필요한 한태석은 아니었다.
그렇게 사양을 할 때 한태석은 제노로부터 솔깃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제노! 우주선이 있으면 월석이나 우주의 광물들을 채굴할 수 있습니다. 제노.”
“운석을 말이냐?”
한태석은 귀한 재료인 월석을 얻을 수 있다는 제노의 말에 반색을 했다.
운석은 그 자체로도 질 좋은 철광석으로 좋은 제품을 만드는 재료가 되기도 했다.
몇몇 특수한 운석의 경우는 신비로운 힘을 가지고 있어 뛰어난 등급의 물건을 만들 수 있게도 도와주는 것이다.
“우주에는 지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광물이 지천으로 널려 있습니다. 제노!”
한태석이 물건을 만들어 봐야 얼마나 만들겠냐만은 그래도 대장장이인 만큼 좋은 재료에 대한 욕심은 컸다.
그렇게 제노의 우주 예찬론이 길어지자 한태석은 우주선을 만들자는 제노의 계획에 찬성했다.
사실 아직 제노가 우주선을 홀로 만드는 것은 힘들었다.
바루의 우주선도 바루를 고향으로 되돌려 보내기 위한다는 이유로 한태석이 제노가 만들 수 없는 부품들을 만들어 주었기 때문에 완성이 된 것이었다.
한마디로 한태석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바루에게 주었던 우주선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아직은 제노에게 없었다.
결국 한태석의 허락과 도움을 받기로 한 제노는 두 번째 우주선 제작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우주선 제작에 들어가는 자원의 양이 워낙에 막대하기에 3번째 우주선의 제작부터는 우주의 자원을 이용할 생각인 제노였다.
일단은 우주로 나가는 일이 우선이었으니 한태석의 도움을 받으려는 것이다.
그렇게 한 쪽에서는 신과 마왕이 날뛰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우주 진출이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지구였다.
하지만 지구인들은 그런 일과는 무관한 하루를 평화롭게 보내고 있을 뿐이었다.
한태석이 본의 아니게 우주 진출을 시작하고 있을 때 오만득은 고민에 빠져있었다.
아니 고민이라기보다는 상실감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오만득의 처음이자 마지막 목표는 아리를 본래대로 되돌리고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진 구미호로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지게 되면 하늘로 올라가 신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을 아리에게 들었던 오만득이었다.
인간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아리에게 들었지만 오만득은 그것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마침내 너는 구미호가 되었구나.’
자신의 생명을 구해주고 여우 구슬을 잃어버리는 희생을 한 아리였기에 오만득은 오직 그 일만을 생각해 왔었다.
그러다가 아리가 사라지며 아리가 죽어 버렸다고 여긴 오만득은 차라리 이 빌어먹을 세상 따위는 없어져 버리라고 사악한 자들에게 힘을 빌려주었다.
그들은 자신을 대신해 세상을 파괴할 것이라 도움을 달라고 부탁을 한 것이다.
그런데 막상 아리가 죽지 않고 살아 돌아왔으며 그런 아리를 구미호로 만들고 보니 오만득의 목표가 사라져 버렸다.
세상의 파괴도 더 이상은 관심이 없어지는 오만득이었다.
“…….”
“…….”
오만득과 아리는 온종일 서로를 바라보며 그냥 그렇게 서로가 꺼낼 말을 기다렸다.
오만득이 삶의 목표를 잃었을 때 아리의 머릿속에는 파괴와 살육의 욕망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오만득이 만든 여우 구슬 속에 깃든 오만득의 분노와 증오의 기운이 아리의 머릿속에 비수처럼 박혀 버린 것이다.
그러면서 한가지 문제가 생겨 버렸다.
아리가 오만득에 반쯤 종속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지를 완전히 잃어버린 것은 아니었지만 오만득의 지시에 따르게 된 아리였다.
문제는 오만득이 아리에게 어떤 지시를 내릴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시끄럽군.”
오만득과 아리가 있는 동굴 밖으로 아리의 힘에 이끌린 잡요괴들이 모여들었다.
대요괴가 된 아리와 함께한다면 자신들의 탐욕스러운 욕망을 채울 수 있으리라 여기는 듯했다.
어느덧 세상은 인간들의 손에 완전히 넘어가 버렸고 요괴들은 좁은 공간에 끼어 설 자리가 사라져 버렸다.
한때는 요괴들의 세상일 때도 있었다.
인간들은 요괴들의 식량과 놀이감이었다.
하지만 세월이 바뀌고 이제는 요괴들이 인간들을 두려워하며 숨어야만 했다.
결국 요괴들은 도를 쌓아 하늘로 올라가 새로운 세계로 넘어가야만 했지만 하늘 문은 굳게 닫힌 채로 열리지 않기가 수백 년을 지나고 있었다.
도를 쌓아도 소용이 없으며 그렇다고 인간들에게 덤비기에도 무리인 시간이 지나며 요괴들에게 있어서는 점차 절망적인 상황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한태석이 나타나 하늘의 문을 다시 열었지만 다른 쪽에서는 대요괴가 나타난 것이다.
아무래도 도를 쌓아 하늘로 올라가는 것보다는 대요괴와 함께 인간들을 땅에서 몰아내는 것이 더 손쉽고 즐거운 일이었다.
오만득과 아리가 머무는 커다란 동굴 속으로 너구리 한 마리가 들어왔다.
너구리는 조심스럽게 아리의 눈치를 보며 들어와서는 공손히 몸을 일으켰다.
자칫 실수를 했다가는 구미호의 밥이 되기에 십상이라는 사실을 잘 아는 것이다.
“소신 너구리 요괴가 대요괴이신 구미호 님께 감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오만득은 말을 하는 너구리에 참 별일도 다 있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자신에게 의뢰를 하는 다른 세계의 기묘한 존재들이 있기는 했지만 눈앞의 너구리처럼 동물은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아리도 요괴이고 하니 그리 놀라지는 않은 오만득이었다.
오만득은 아리가 자신의 허락을 구하는 듯이 바라보는 것에 고개를 끄덕였다.
말이야 들어주는 것이 딱히 어렵지는 않은 일이었고 아리에게 공손한 것으로 봐서는 딱히 위협이 되어 보이지는 않은 것이다.
그렇게 오만득의 허락에 아리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너구리 요괴는 황송하다는 듯이 허리를 숙이며 말을 했다.
“일단 요괴 일동들로서 대요괴이신 구미호 님의 탄생을 축하드리옵니다.”
아리의 각성을 축하드린다는 너구리 요괴의 인사에 오만득의 입에서 마침내 미소가 지어졌다.
손에 수많은 피를 묻히고 이제는 인간 세상으로 돌아갈 수도 없게 되어 버린 오만득이었다.
이미 경찰에서는 오만득 자신을 수배하고 있으며 자신이 건드린 사람이 무려 한성 그룹의 총 회장의 막냇동생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아무리 대장간 일을 하며 세상일에 무지하다고는 하지만 권력에 밉보이면 어떻게 되는지는 생각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분명 잡히면 감옥에서 썩어야 할 것이 분명했다.
‘후회는 하지 않는다.’
오만득은 후회 따위는 하지 않겠다고 몇 번이고 다짐을 했다.
“저희는 구미호 님을 따르고자 감히 청원을 드리옵니다.”
오만득은 요괴들이 아리를 따르겠다고 말을 하는 것에 의아해했다.
분명 아리의 여우 구슬 안의 요기를 채우기 위해 요괴들을 수없이 죽였다는 사실을 알 것인데도 아리를 따르겠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
인간이 생각하는 것과 요괴들이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는 사실을 오만득으로서는 알 수는 없었다.
그런 너구리 요괴의 청원에 아리는 자신의 옆에 앉은 오만득을 바라보았다.
오만득이 결정을 하면 그대로 따르겠다는 듯한 아리였다.
그런 아리에 오만득은 당황했지만, 이것이 다 아리를 위해서라는 생각을 하며 오만득은 요괴들을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