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54
제 154화
84.
한장우는 요즘 들어 심기가 불편했다.
아침에 출근을 하고 나면 왠지 누군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했다.
‘혹시 누가 카메라라도 설치해 놓은 건가?’
전문 업체를 동원해 사무실 내에 도청장치들이 없나 확인을 해 보았지만 도청장치는 나오지 않았다.
혹시나 커다란 유리창의 떨림으로 도청을 하는 기술이 있다는 말에 도청방지 필름을 붙여놓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러고도 자신을 주시하는 듯한 시선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후우! 잠시 나갔다 오지.”
“예! 회장님.”
“내 책상 건들지 말고. 알았지?”
“예. 알겠습니다.”
몇 번이나 말을 했는지 귀에 딱지가 붙을 정도였다.
경호실 직원이 아예 한장우의 회장실 앞에 떡하니 멈춰 서서는 지키고 서 있어서 비서들도 한장우의 회장실 안으로 들어가질 못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장우는 미묘하게 정리가 되어 있는 자신의 책상의 이질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태석이나 보러 갈까.”
한장우는 한성 그룹의 본사 건물 앞에 위치해 있는 한태석의 대장간으로 걸음을 옮겼다.
한태석의 도움으로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석권한 한성 그룹이었다.
더욱이 새로운 먹거리로 VR 사업에 진출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것만으로도 한장우의 한성 그룹 장악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욕심이라는 것이 있었고 한장우는 더 큰 포부가 있었다.
“차세대 먹거리라.”
차세대 먹거리를 찾으려는 한장우의 고민은 깊어졌지만 그것이 쉬운 일이 결코 아니었기에 한 번씩 머리를 식히기 위해 한태석의 대장간으로 놀러 가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장우는 한태석의 대장간으로 들어섰다.
“안녕하세요! 회장님!”
“여! 지민 양도 잘 지냈어요?”
한성 그룹 소속이었지만 자신의 동생인 한태석의 대장간 직원인 지민이었다.
그렇기에 결코 하대를 하지 않은 채로 사람 좋은 아저씨같이 대하고 있었다.
“사장님 불러다 드릴까요?”
“많이 안 바쁘면 부르고 바쁘면 놔둬요.”
“예! 커피 드시겠어요?”
한장우는 커피를 마시겠냐고 묻는 지민에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전에는 즐겨 마시던 커피가 어째서인지 모르게 요즘에는 영 내키지 않았다.
입맛이 변한 것인지 커피 맛이 전과는 달라진 듯한 느낌을 받고 있는 한장우였다.
그렇게 한장우는 매장에 놓인 신기한 물건들을 둘러보았다.
가격이 그다지 비싼 편은 아니지만 하나하나가 다 수제품으로 동일한 것은 없다시피 할 정도로 다채로웠다.
딸랑!
그렇게 한장우가 구경을 하고 있을 때 매장의 문이 열리며 그윽한 향기가 매장 안으로 스며들어 왔다.
“어! 다향 언니!”
“안녕. 지민아.”
한장우는 문의 입구를 바라보며 다향과 눈이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응? 아! 예! 안녕하십니까.”
전에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던 것 같은 다향에 고개를 갸웃거린 한장우는 다향이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하는 것에 얼떨결에 인사를 마주했다.
그윽한 향기가 풍기는 여인이었다.
그리고 왠지 살짝 술 냄새가 나는 듯도 했지만 그리 역겨운 냄새는 아니었다.
그런 한장우와 다향이 만나자 두 사람의 관계를 아는 지민만 안절부절못했다.
‘아니 대체 왜 저런대? 사귈라고? 아니, 꼬실라고?’
지민은 싱그럽게 미소를 짓고 있는 다향이 한장우 회장을 어떻게 해보려는 수작에 기가 찼지만 말도 못한 채로 다향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호미는?”
“아! 호미요? 호미는 학교 갔죠.”
“아아!”
호미가 학교 갔다는 말에 한 귀로 흘리며 듣는 다향의 모든 신경은 한장우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장우와 다향이 만났을 때 한태석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수건으로 닦으며 매장으로 나왔다.
“응? 아! 형님. 어쩌신 일이십니까?”
“그냥 한 번 와봤다. 일은 잘되고?”
“예. 뭐 그럭저럭 되고 있습니다.”
어차피 큰돈 벌려고 하는 일도 아니었고 한태석이 좋아서 하는 일이었기에 다른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럼 다행이구나.”
한태석은 한장우의 옆에서 다향이 질투 어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에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고서는 한장우에게 말을 했다.
“커피 한잔 하시겠습니까?”
그 말 한마디에 다향의 참한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에 한태석은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향의 앞에서 커피는 금기라는 것을 떠올린 것이다.
“아니다. 됐다.”
“그럼 차라도.”
한태석은 다향의 표정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차라.”
한장우는 차 한잔 할 거냐는 한태석의 질문에 딱히 그리 당기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약주라도 한잔?”
한태석은 다향의 표정이 환해지는 것을 보며 참 재미있는 아가씨라는 생각을 했다.
“약주라. 으음! 뭐 조금이라면.”
한장우는 동생의 약주 권유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다지 나쁘지 않은 생각이다 싶어진 것이다.
“어머! 약주 드시게요? 제게 진짜 좋은 약주 한 병 있는데. 두견주라고 진달래주가 있는데요.”
다향은 한장우가 약주 한잔하겠다는 말에 어디서 꺼냈는지 고운 빛깔의 두견주를 들어 올렸다.
“응? 허허! 아가씨가 참 좋은 술을 가지고 있군요.”
한장우는 고운 빛깔의 두견주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허허! 그런데 이런 걸 내가 받아도 될까 모르겠네.”
“어머! 괜찮아요. 자! 자! 앉으세요. 지민 양! 안주 좀 내와 주시겠어요?”
“예? 안주요?”
매장 안에서 술판을 벌이려는 다향의 안주 좀 내오라는 말에 지민은 황당했지만 자신의 상사인 한태석과 한장우의 옆에 달라붙어 술을 따르고 있는 다향에 뭐라 할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하아!”
결국 안주를 만들러 주방으로 들어가는 지민이었다.
쪼르르르!
도자기 술잔에 따라지는 진분홍빛 두견주는 매장을 한순간에 봄 향기로 가득 채웠다.
“이야! 이거 향이 아주 죽이네.”
한장우는 생각 이상으로 진한 두견주의 향기에 기분이 좋아졌다.
술이라고는 양주나 포도주를 주로 마셔왔던 한장우였다.
물론 소주와 맥주를 말아 마시는 것을 더 즐기는 한장우였지만 지금은 점잖은 회장님을 연기해야만 했다.
“호호호! 향을 음미하면서 즐기세요.”
다향을 홀짝홀짝 잘도 받아 마시는 한장우에 비로소 소원이 이루어졌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한장우의 우렁각시가 되어가는 다향이었다.
“오늘도 수고했어요.”
“예! 사장님도요.”
일과를 마치고 퇴근 시간이 되자 한태석은 오늘 고생이 많았던 지민에게 술 한잔 마시라고 수표 한 장을 쥐여주었다.
한장우가 다향에게 준 술에 한장우가 취해버려 그것을 뒤처리하는데 꽤나 고생을 한 한태석과 지민이었다.
“괜찮은데.”
말로는 사양을 하지만 몸은 정직한 지민이 한태석으로부터 수표를 받아들며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이 말을 했다.
“요즘 강도들이 많다는 소문이 도니까 조심하세요.”
“강도? 그러지.”
한태석은 어째 입장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무력으로는 자신보다 지민이 더 나았기에 지민의 충고에 대답을 해주었다.
물론 한태석도 일반인들이 어찌할 수 없는 수준의 무력을 가졌기에 강도 정도는 혼자 충분히 제압이 가능했다.
그리고 어차피 집에만 있을 한태석이었으니 강도 걱정을 할 일은 없었다.
그렇게 지민을 보내고서는 좀 더 매장 정리를 하고 있을 때 한태석은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 예. 호미 담임 선생님. 아니 엘리제잖아. 무슨 일이야?”
한태석은 엘리제의 전화를 받았다.
엘리제는 호미에 대해 상담을 하자는 말을 해왔다.
“그래. 어차피 일도 끝났고 내가 그리로 가지.”
오랜만의 외출 약속에 한태석은 대충 정리를 하고서는 매장을 나섰다.
“어! 왔어?”
“어서 오세요! 신님. 아! 제 옆에는 앉지 마세요. 몸이 근질거려서요.”
약속 장소는 매번 그랬던 것처럼 단란한 곳이었다.
이미 한 차례 말았는지 테이블 위에는 안주와 술병이 나뒹굴고 있었다.
엘리제와 애나는 한태석의 앞에 소주와 맥주를 들어 올렸다.
고된 노동 끝에 접하는 알콜은 삶의 기쁨이자 의미 없는 고민들의 망각제였다.
그렇게 엘리제와 말없이 몇 잔인가를 주거나 받거니 하고 난 한태석은 자신이 왜 엘리제를 만나러 왔는지조차 잊어버렸다.
엘리제 또한 마찬가지여서 호미의 호자도 이야기하지 않고서는 얼마 전에 TV에서 고향 동생이 연예인으로 나왔다는 별 영양가 없는 이야기만 하다 끝이 났다.
“딸꾹! 다음에 보자고.”
“그래. 오늘 즐거웠어!”
“그럼 밤길 조심하세요!”
애나가 조금 위험스러운 말을 하기는 했지만 한태석은 기분 좋게 취해서는 손을 들어 대꾸를 해주고서는 술집을 나섰다.
“이거 너무 많이 마셨나?”
한태석은 다음부터는 적당히 마셔야겠다는 결코 지킬 수 없는 다짐을 하며 집으로 돌아가다가 문득 골목길 안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서는 한 여인이 자신의 몸만 한 크기의 늑대 멱을 움켜쥐고 있는 것이 보였다.
“…….”
두 눈을 끔벅이며 자신이 본 것이 꿈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한태석이었다.
술에 워낙에 취해 잘못 보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내 한태석은 자신이 잘못 보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뭐야? 지민이잖아. 지민아.”
한태석이 골목길 안에서 늑대의 멱을 움켜쥐고 있는 지민을 부르자 지민도 살짝 풀린 눈으로 한태석을 돌아보았다.
“어? 사장님. 어쩌신 일이세요?”
“뭐해?”
“아! 늑대가 막 추근대서요. 응? 웬 늑대? 아까 남자였는데. 야! 너…… 아! 남자는 늑대지. 참. 내 정신 좀 봐.”
혀가 꼬부라진 목소리로 지민은 늑대를 바라보았다.
“크윽! 사…… 산신.”
늑대 아니 늑대 요괴는 한태석을 보고서는 몸을 떨며 당황을 했다.
생각지도 못한 존재를 만났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렇게 늑대 요괴가 낭패라고 생각을 할 때 한태석은 대수롭지 않게 지민에게 말을 했다.
“지민아 한 잔 더 할래?”
“예! 갈게요. 야! 너 다음부터 조심해라. 알았냐? 쥐방울만 한 게. 누나한테 까불고 있어.”
지민은 쥐방울보다는 훨씬 큰 커다란 늑대를 골목길 한쪽에 던져놓고서는 한태석에게로 향했다.
“인기 좋네. 헌팅?”
“헤헤! 헌팅은요. 뭘. 그런데 어쩐 일이세요?”
“어! 그게. 아! 참 호미 일 때문에 왔는데 호미 이야기는 하나도 안 했네.”
“그게 뭐래요? 아! 저기 호프집 분위기 좋아요!”
한태석은 그제야 오늘 엘리제와 만나서 해야 할 이야기가 있었다는 생각이 떠올랐지만 이미 막차 떠나 버린 뒤였기에 지민과 조금 아쉬운 한 잔을 더 하기 위해 가까운 호프집으로 향했다.
“끄응! 하필이면 산신과 산신의 부하에게 걸리다니. 조심을 해야겠군.”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을 멍하니 바라보던 늑대 요괴는 한도의 한숨을 내쉬고서는 꼬리를 말아 쥐고 황급히 어둠 속으로 도망을 쳤다.
아직 산신에게 들켜서는 안 되는 짓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전국 각지의 은밀한 곳에서 기묘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