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55
제 155화
85.
“잘 지내셨습니까? 지민 양.”
“아우! 진짜! 말 걸지 말라고 했죠!”
지민은 움찔 뒤로 물러서며 당장에라도 눈물을 뚝뚝 흘릴 것 같은 덩치 좋은 남자를 노려보았다.
덩치에 걸맞지 않게 지민의 눈치를 보고 있는 남자는 다름 아닌 산신의 수호장인 호군이었다.
완전한 호군이 되면서 더욱 강력한 성수가 될 수 있었지만 지민 앞에서는 순한 새끼 고양이 같은 호군이었다.
105cm가 넘는 키에 선이 굵고 호남형의 외모를 가진 호군은 누구나 한 번쯤 돌아볼 정도였지만 실제로는 호랑이였다.
그런 호랑이가 색시가 되어 달라고 하니 지민으로서는 도무지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호랑이 색시라니!’
한때는 한태석을 마음속으로 사모하기도 했지만 자신에게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이는 한태석에 포기를 한 지민이었다.
목석도 아니고 아무리 눈치를 줘도 한태석은 여자에게는 별달리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건 지민뿐만 아니라 혜진도 마찬가지여서 혜진도 꽤나 답답해하고 있었다.
하여튼 지민은 평범한 남자와 결혼을 하고 남들처럼 평범한 사랑을 하고 싶었다.
물론 더 이상 평범한 삶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멀어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평범을 꿈꾸는 평범하고 싶은 숙녀였다.
그런 자신의 평범한 꿈을 산산조각내려는 호랑이가 나타난 것이었다.
“그런데 무슨 일이시죠?”
“예. 저기 산신님을 뵈려고 말입니다.”
“기다리세요.”
호군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호군이 하는 일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사실 지민도 산신각에 소속이 되어 있는 호군의 수하 무장이었다.
물론 산신의 직속 호위 무장이라는 것이 더 정확했지만 호군이 지민 자신의 상관이라는 것은 사실이었다.
호군은 다친 야생 동물들을 치료하고 산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을 구해주며 이런저런 잡다한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
한태석이 산신이 되었기에 인간과 야생 동물과의 교류와 교감에 힘을 쓰기로 한 것이다.
물론 단번에 이루어지기는 어려운 일이었지만 인간과의 공존을 모색하지 못한다면 야생 동물들로서는 희망이 없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점점 서식지가 파괴되어 가는 야생 동물들에게 살 곳과 주의점들을 알리는 일도 하고 있었다.
물론 구미호 일족들과 여우신도 매달리는 일이었다.
그 취지는 좋았기에 지민도 반대를 하지는 않았다.
대장간에서 한태석을 불러온 지민은 어느덧 매장에서 호군을 힐끔거리는 여성 손님들을 볼 수 있었다.
여성 손님들의 얼굴이 발그레한 것으로 봐서는 호군에게 꽤나 호감이 가는 듯 보였다.
“와! 엄청 남자답게 생겼다.”
“근육도 장난 아니겠는데. 운동선수인가?”
과거에는 조선이나 고려 시대의 복장을 연상하게 하는 복장을 하고 다니다가 지민에게 혼이 나고 난 뒤로 청바지에 호피 무늬 면티 한 장을 입고 다니는 호군이었다.
당연히 온몸이 근육으로 터질 듯한 호군의 몸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할 정도였다.
‘당연하지. 호랑이 근육인데.’
인간 정도는 당장에라도 찢어버릴 수 있을 근력을 가진 호군의 근육이었으니 지민은 인간 여인들의 말이 웃길 따름이었다.
“저기.”
“예? 무슨 일이십니까? 인간 아가씨?”
“어머! 인간 아가씨라니요. 호호호!”
여자 손님 중에 제법 용기 있는 여인이 있었던 것인지 호군에게로 먼저 다가가 말을 걸었다.
“혹시 연락처 좀 알 수 있을까요?”
“연락처 말씀이십니까?”
호군은 자신의 연락처를 알고 싶다는 인간 여인에 당황을 했다.
딱히 연락처는 없는 호군이었다.
인간처럼 핸드폰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호군은 당황했다.
“어머! 생각보다 귀엽다.”
인간 여자는 호군이 덩치와는 달리 당황하는 모습에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그런 호군의 모습에 지민은 괜스레 짜증이 났다.
‘뭐가 좋다고! 저리 웃고 난리야!’
손님 앞이라 말은 못하지만 지민의 얼굴이 일그러졌고 호군은 그런 지민의 얼굴을 보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어린 시절 자신의 아버지가 인간 어머니에게 쩔쩔매던 기억이 떠오른 것이었다.
호군의 아버지는 어머니를 보쌈해서는 색시로 삼았고 그 때문에 어머니에게 평생을 쥐 죽은 듯이 살았다.
그것이 참 나쁜 것이라는 것은 어머니에게 들은 호군은 색시를 얻을 때는 꼭 허락을 얻으라고 말을 했다.
그렇게 호군의 부모는 사이가 좋지 않은 듯했지만 의외로 잘 맞았는지 큰 문제 없이 살았다.
어머니가 죽던 날 어머니는 아버지를 용서해 주었고 호군의 아버지는 아내의 죽음에 애처롭게 울부짖으며 아내를 그리워하다가 호군을 남기고서는 아내의 무덤 앞에서 죽었다.
어린 호군에게 있어서는 충격이었지만 지금 와서는 부모님이 그리 불행하지만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고는 했다.
하여튼 색시의 허락 없이는 결코 색시로 삼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고 있는 호군이었다.
비록 다시 산신이 나타나 호군이 이어지게 되었지만 자신의 대에서 호군의 대가 끊어지는 것까지도 각오를 하고 있었다.
“여기 제 연락처에요. 연락 주세요.”
“예? 아! 예. 예.”
호군은 인간 여인이 자신에게 관심을 표하고 연락처를 주는 것에 깜짝 놀라야만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등줄기에서부터 서늘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에 흠칫 놀라야만 했다.
‘처녀 귀신인가!’
스산한 기운은 한을 품은 처녀 귀신의 그것과 맞먹었다.
그렇게 처녀 귀신을 찾아 고개를 좌우로 돌렸지만 서늘하게 빛이 나는 지민의 눈빛만을 볼 수 있었다.
그 눈빛이 얼마나 강렬하던지 호군은 호랑이 앞의 다람쥐가 되어 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어디 아프세요?”
“예? 아닙니다. 저기 죄송합니다. 저는 미래를 약속한 여인이 있어서요.”
“예? 아. 예.”
호군이 미래를 약속한 여인이 있다는 말에 여성 손님은 아쉬운 듯이 물러서기는 했지만 다른 여인들의 눈 반짝임은 사라지지는 않았다.
아울러 지민의 기분도 그다지 좋아지지 않아 보이는 것에 호군은 울상을 지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때 한태석이 대장간에서 나왔다.
“호군이냐?”
“예! 산…… 아니 도련님.”
호군은 한태석이 나타난 것에 그나마 살았다며 한태석의 옆으로 달려와 눈물을 글썽였다.
“무슨 일 있냐? 왜 그래?”
“몰라요!”
한태석은 눈물을 글썽이는 호군에 지민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며 물었지만 잔뜩 가시가 돋친 지민의 외침에 오늘은 그 날인가 보다 하며 지민을 건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군은 나 따라오게나.”
“예! 도련님.”
한태석은 호군을 데리고서는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갔다.
대장간 안은 한창 더워서 두꺼운 모피로 몸을 덮고 있는 호군에게 그리 좋은 장소가 아니었다.
그렇게 옥상으로 올라간 한태석은 호군이 좋아하는 떡 하나를 쥐여주고서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강남 주변을 바라보았다.
시원시원하게 뻗은 도로 사이로 수많은 차량이 다니고 활기찬 사람들이 바쁘게 걷고 있었다.
“그래. 일은 잘되고 있고?”
“예. 산신님. 다른 요괴들이나 하급 신들도 잘 협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럼 다행이구만.”
한태석은 자연의 균형을 맞추는 데 노력을 하고 있는 여우신과 호군들의 노력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한태석은 호군의 표정에서 수심이 드리워져 있는 것에 무언가 문제가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 마냥 일이 잘 풀릴 리는 없겠지. 무슨 문제인가?”
“죄송합니다. 산신님. 걱정 안 끼쳐드리고자 했지만 아무래도 요괴들이 문제입니다.”
“요괴들이라. 역시 아리와 오만득 때문이겠지?”
“예. 요괴들 중의 일부가 대요괴에 붙어서는 인간 세상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중입니다.”
호군은 대요괴에 붙은 요괴들을 막고는 있었지만 자신들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한태석에게 보고하는 것이었다.
“그래. 그 대요괴의 힘은 어느 정도인가?”
“죄송합니다.”
완전한 호군이 된 호군조차도 대요괴가 된 아리를 막기란 힘들다는 말에 한태석은 한숨을 내쉬었다.
‘신들은 마왕을 막지 못했다.’
대요괴인 아리가 마왕인지 아닌지는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마왕에 준할 정도로 강력하다는 것은 분명했다.
“더욱이 산신각은 대요괴의 발호에 간섭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가. 신들은 마왕의 발호에 간섭할 수 없다는 건가.”
마왕의 발호에 신들은 나서지 않는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마왕을 물리치는 것은 피조물들이었다.
용사가 되었든 피조물들의 왕과 왕의 군대가 되었든 무수한 피와 희생으로 마왕을 물리치는 것이다.
신은 그들의 조력자가 될 뿐 직접 나서지는 않았다.
호군 또한 마찬가지인 것이다.
“용사가 나타나길 기다려야 하는 것인가.”
한태석은 그 웃기지도 않는 상황에 한숨이 나올 지경이었다.
“알았네. 조금 더 주시를 해 주게나.”
“예! 알겠습니다.”
호군이 떠나고 난 뒤에 한태석은 바람이 삭막해졌다고 느꼈다.
막상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을 했었지만 실제로 그렇게 되자 한태석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대요괴 아리의 수하가 된 요괴들의 움직임이 점점 노골화되어가면서 인간들도 그런 기묘한 움직임을 포착하는 것은 당연했다.
“대체 누구야? 아직도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한 거야?”
“죄송합니다. 팀장님.”
서울의 강남 경찰서의 강력계는 최근 강력 범죄가 늘어나는 것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정치권에까지 관심을 보일 정도로 수많은 사람이 사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도무지 작은 흔적조차 발견할 수 없어 사건은 오리무중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범인이 누구인가는 뒤로하고 다수에 의한 범죄인지 아니면 단독범인지조차도 알 수가 없었다.
“어쩌면 인간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헛소리하지 말고! 지금 무슨 요괴라도 나타나서 사람들을 납치하고 죽인다는 말이야! 무슨 영화야! 정신 차려!”
범죄 현장이 찍힌 CCTV나 일반인들의 영상이 SNS에 올라오기도 했지만 그것을 믿어 줄 수는 없었다.
얼마 전 웬 사람들이 서울 시내의 빌딩들을 뛰어다니며 난장판을 일으킨 사건이 있었다.
범인을 잡지는 못했지만 결코 인간 같지 않은 움직임과 힘에 경악해야만 했다.
워낙에 많은 사람들이 지켜본 사건이었기에 혹시나 영화 촬영인가 했지만 그 당시 영화 촬영은 그 어디에서도 없었다.
결국 미스터리한 사건으로 종결이 되었지만 점점 이상한 일들이 생겨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럴 시간 있으면 일 분이라도 뛰란 말이다!”
강남 경찰서의 노도원 팀장은 자신들의 팀원들에게 범인을 잡아내라고 닦달을 하며 밖으로 쫓아내었다.
하지만 노도원 팀장도 그렇게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고 있었다.
‘이대로 아무런 성과도 없게 된다면 광수대 쪽에 빼앗길 텐데.’
서울뿐만 아니라 다른 지방의 도시들에서도 의문의 일들이 일어나는 중이었다.
“정말이지 귀신이 곡하는 것도 아니고. 혹시.”
노도원 팀장은 무언가 걸리는 것이 있는지 자신의 옷을 챙기고서는 어딘가로 걸음을 옮겼다.
“네놈은 내가 반드시 찾는다.”
노도원 팀장의 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