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56
제 156화
86.
의문의 연쇄 살인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노도원 팀장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용하다는 점쟁이의 집 앞에 도착했다.
“후우! 내가 뭐하는 짓인지.”
하다 하다 점쟁이 말을 들어야 하는 상황에 기가 막혔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정말이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이었기에 노도원 팀장은 청명도사의 점집을 찾은 것이었다.
청명도사는 한국의 노스트라다무스라고 불릴 정도로 용한 점쟁이로 소문이 나고 있었다.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재벌 총수들까지 청명도사의 점집 문턱을 넘나들고 있었다.
그렇게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청명도사는 허름한 점집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건물 몇 채는 올릴 정도로 돈을 벌 법도 한데 극도로 청빈하게 사는 것으로 알려져 사람들의 존경까지 받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실상은 강제로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이었지만 다른 이들이 알 리는 없었다.
하여튼 그런 청명도사를 만나려면 미리 전부터 예약을 해 두어야만 했기에 노도원 팀장은 한참 전부터 예약 날짜를 받아 놓은 뒤였다.
그렇게 마침내 청명도사와 마주 보게 된 노도원 팀장은 조심스럽게 청명도사에게 의문의 연쇄 살인 사건의 용의자에 관해 물었다.
“연쇄 살인? 그걸 나한테 왜 물어? 니가 찾아야 하는 거잖아.”
노도원 팀장은 청명도사의 말에 깜짝 놀라야만 했다.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도 않았는데 청명도사는 자신이 찾아야 한다고 정확하게 말을 하는 것이었다.
마치 노도원의 신분을 아는 듯이 말이었다.
“아무런 증거도 발견할 수 없고 하다 보니. 제발 부탁입니다.”
노도원의 말에 청명도사는 인상을 찡그렸다.
왠지 몸이 대답하기를 거부하는 듯했다.
마치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하고 사악한 기운에 잘못 했다가는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도 느껴질 정도였다.
그건 청명도사의 주변에 있는 신들이 청명도사에게 전달을 하는 경고와도 같았다.
-니깟 것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멍청아!-
-하지만 인간도 관계된 일이라고!-
-그냥 놔두면 골치 아파질 텐데.-
-그럼 산신에게 보낼까? 이 자 관청 쪽 인물인 것 같은데.-
청명도사의 몸 주변으로는 청명도사를 돕는 신들이 수군거리며 어떻게 할지를 이야기했다.
인간도 알고 있어야 할 일이었기에 신들은 노도원 팀장에게 인간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의 힌트가 될 정보를 알려주기로 했다.
물론 대요괴 아리와 오만득이 있는 위치를 알려 줄 수는 없었다.
그런 정보를 알려주었다가는 자신들도 무사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아는 것이다.
“후우! 이 주소로 가 봐. 단, 아주 공손하게 대해야만 해. 분명 경고하는데 공손히 대해. 알았냐?”
“예? 예! 예.”
노도원 팀장은 청명도사로부터 주소가 적힌 한 장의 종이를 얻을 수 있었다.
범인은 아니고 범인의 흔적을 알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주소였다.
거듭 당부를 하는 청명도사에 노도원 팀장은 주소가 적힌 종이를 들고서는 청명도사의 점집을 나섰다.
“여긴. 강남 한복판이잖아.”
자신의 경찰서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주소에 노도원 팀장은 차를 몰고서는 종이에 적힌 주소로 향했다.
“한태석 대장간?”
노도원 팀장이 도착을 한 곳은 대장간이었다.
강남에 무슨 대장간이 다 있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태석이라는 이름에 노도원 팀장은 한태석이 누구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아! 그 한성 그룹의 망나니 막내아들.”
노도원 팀장은 과거 한태석이 사람을 패고서는 경찰서에 입건이 되었던 것을 떠올렸다.
한성 그룹의 변호사들이 사건을 무마하기는 했지만 한태석의 안하무인에 기가 막혔던 것을 떠올린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돈 많은 집안의 막내아들이었으니 철없고 건방지며 세상 무서운 것이 없으리라는 것은 당연했다.
결국 처벌을 하지 못하고 놓아주어야 했던 기억과 함께 노도원 팀장은 그 당시 한태석의 비웃는 듯한 표정이 떠올랐다.
“제길! 저놈이 범인인가?”
청명도사는 범인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무척이나 공손히 대하라고 했던 말에 노도원 팀장은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한 권력을 가진 존재이기에 그런 말이 나온 것으로 이해를 했다.
“결국 저놈이거나. 저놈이 아니더라도 저놈과 관계된 자 중에 하나라는 건가? 그래. 그렇게 생각하면 이야기가 풀리는군.”
한태석 정도의 권력과 힘 그리고 돈이 있다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람 한둘 처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수도 있었다.
당장 정치권과 언론, 정부 내에 한성 그룹의 영향력은 결코 무시 못 할 일이었다.
현 회장인 한장우와 한태석이 배다른 형제 사이이고 한때는 무척이나 사이가 나빴다고 알려졌지만 현재는 친형제보다 더 사이가 좋다고 하니 한태석을 건드리면 한성 그룹의 회장인 한장우도 가만히 있지 않을 터였다.
현실은 영화보다 더욱더 잔인하고 비정함을 노도원은 알고 있었다.
어설픈 증거로는 자신이 당할 뿐이었다.
“결국 증거를 찾아야만 한다. 그것도 확실한 증거를 말이야.”
노도원은 한태석의 증거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한태석의 대장간을 노려보았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이 옷을 벗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수도 없이 희생된 이들을 위해서라도 노도원 팀장은 결코 물러설 수 없었다.
그렇게 노도원 팀장은 한태석을 용의자로 삼아 은밀하게 감시에 들어갔다.
“대장장이 양반! 저기 저 아저씨가 여기 감시하는데.”
“누군데?”
노도원 팀장이 한태석의 대장간을 주시하는 것을 들킨 것은 감시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였다.
노도원 팀장은 은밀하게 감시를 한다고 했지만 상대가 좋지 않았다.
“주인님! 저 사람 경찰 같은데요. 혹시 뭐 잘못한 것 있어요?”
한태석은 호미와 사리가 하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경찰에 잘못할 만한 일이 없었던 것이다.
온종일 대장간 안에서 망치질을 하는 한태석이었다.
“글쎄 모르겠는데. 지민이 너는?”
“저요? 몰라요. 잘못한 거 없는데. 혜진 언니는?”
“응? 나? 나 법 없이도 살 사람인데! 내가 왜에?”
혜진도 아니라는 말에 다들 의아해하다가 다향을 바라보았다.
“응? 나 왜? 뭐? 나는 회장님 사무실에만 있었거든!”
다향은 자신은 결백하다고 말을 했지만 사실 다향이 가장 문제가 많았다.
“그러게 물건들은 건들지 말라고 했잖아요. 다향 아씨!”
“아니! 진짜. 뭐 내가 회장님 물건 건들기는 했지만 그건 다 정리해 드리는 거지. 내가 어디 가져가서 팔아먹는 것은 아니라고!”
다향은 혹시나 자신의 정체가 들켜 인간 포졸들에게 잡혀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안색이 창백해졌다.
“나 어떻게 하지? 정말 나 잡으러 포졸이 온 거야? 나는 그냥 청소해주고…… 아! 설마 커피 버려서 그런가? 내가 다 쓰레기통에 다 버려버렸거든.”
다향은 커피를 버려서 포졸들이 자신을 잡으러 온 것이라고 생각을 하며 몸을 덜덜 떨었다.
“괜찮아요. 아씨! 걱정 마세요.”
울상인 다향을 호미는 다독여 주며 한태석을 바라보았다.
“후우! 그래. 문제 생기면 형님한테 말을 해 둘 테니까 너무 걱정은 하지 말고.”
한태석은 한장우가 믿기는 할는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장우와 다향은 술로 제법 친해진 상태였다.
인간과 도깨비의 사랑 이야기가 흔하지는 않았지만 한장우와 다행은 의외로 어울렸다.
현재 한장우도 아내와 이혼한 지 꽤 지났기에 다향과의 연애가 딱히 문제가 될 일은 없었다.
물론 다향의 신분이 문제였지만 한태석에게 있어서 그런 신분은 큰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경찰이 다향을 주시하는 것으로 오해하게 된 한태석의 일행들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지 않아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향이 한장우 회장의 회장실로 돌아가고 나서도 노도원 팀장과 팀원들은 다향이 아니라 한태석의 대장간을 주시하고 있었다.
더욱이 다향을 한장우 회장이 어째서인지 모르게 자신의 사무실에서 자신의 집으로 옮겼다.
다향이 한장우 회장과 함께 살게 되었다며 즐거워했지만 한장우 회장을 감시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다향을 주시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미행인가? 대체 왜?”
한태석뿐만 아니라 지민과 혜진 등을 미행하기도 했지만 세 사람 모두 감각이 인간의 수십 배는 넘게 예민했기에 미행은 곧장 들킬 뿐이었다.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멀찍이서 관찰만을 할 뿐 가까이 다가오지는 않는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착실히 한태석과 한태석의 주변 인물들에 대한 조사는 이루어지고 있었다.
“한태석. 나이는 26살. 직업은 대장장이. 한성 그룹의 창업주인 한성주의 막내아들로 현 한성 그룹의 총 회장인 한장우의 배다른 막냇동생입니다. 한성 그룹의 사외 이사이며 대장간을 열고 있는 건물의 건물주입니다. 재산은 밝혀진 것으로 수천억 원대가 넘어갑니다만 실제 재산은 수조 원대로 보고 있습니다. 한성 그룹의 경영권을 포기하기는 했지만 아직도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커다란 캐스팅 보드에 한태석을 중심으로 한태석 지인들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 사진 옆에는 밝혀진 정보들이 빼곡하게 적혀져 있었다.
지민과 혜진의 사진이 붙어 있고 호미의 사진과 사리는 애완동물의 형태로 붙어 있었다.
사실 딱히 많은 사람이 아니었기에 조사에는 어렵지 않았다.
물론 가족이라고 할 수 있는 한장우와 다른 형제들의 사진도 있었지만 그들까지 조사하기는 쉽지 않은 문제였다.
자칫 자신들의 선이 아니라 그 윗대의 간부들까지 다칠 위험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팀장님. 조사를 해 보라고 해서 하긴 했습니다만 왜 해야 하는 겁니까? 아무런 용의점도 없는데 말입니다.”
아무리 조사를 해 보아도 특이한 것이 없었다.
온종일 대장간에 처박혀 깡깡 망치 소리만을 내고 있었다.
지민이라는 여자는 그냥 평범한 매장 직원에 불과했고 혜진은 한태석의 약혼녀로 매장에 놀러 오며 시간이나 때우고 있었다.
호미라는 아이가 조금 특이하기는 했지만 한태석이 고아를 받아 학교에 보내는 결코 나쁘게 보이지 않는 아이였다.
당연히 조금 못생긴 개 한 마리가 문제가 될 일은 없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노도원 팀장은 점쟁이의 말을 듣고 한태석을 용의자로 정했다는 것을 밝힐 수는 없었다.
“그냥 계속 조사를 해 봐. 나도 밝힐 수 없는 정보원으로부터 얻은 정보니까 말이야.”
팀장급 정도라면 밝힐 수 없는 정보원 정도는 있기 마련이었다.
“예! 뭐 지금이야 조금 착실해 보인다지만 한때는 꽤나 망나니였던 자이니까요. 일단은 좀 더 주시를 해 보겠습니다.”
“그래. 뭔가가 있어. 내 본능이 강하게 말하고 있단 말이지.”
노도원 팀장은 주먹을 움켜쥐고서는 한태석의 정체를 밝혀내고야 말겠다고 다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