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58
제 158화
88.
“뱀파이어군.”
“예?”
강남파의 조직원들은 자신들의 큰 누님인 엘리제가 피떡으로 변해 있는 참혹한 곳을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둘러보고서는 뱀파이어라는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것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니들이 손댈 문제가 아니다. 이건 내가…… 흐음! 그래. 내가 처리하지.”
강남파의 조직원들 전부가 덤벼도 엘리제를 당해낼 수 없다는 사실은 조직원들이 더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용을 쓰고 연장을 들어 봐도 엘리제 앞에서는 자신들이 어떻게 당한 것인지도 모르게 땅바닥에 쓰러져 있을 뿐이었다.
그러니 상대가 무엇이 되었든 엘리제가 걱정될 일은 없었다.
“덕팔아!”
“예! 누님!”
“며칠만 애나 빼라.”
“예! 알겠습니다! 누님!”
가게의 에이스인 애나가 빠지면 가게 매상에 꽤나 지장이 오지만 엘리제의 지시였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엘리제는 애나와 함께 뱀파이어를 쫓으려고 마음먹었다가 한태석을 떠올렸다.
“그 녀석 구역이니 말은 해 둬야겠지.”
자기 혼자 처리를 해도 되는 일이었지만 사실 자신의 세계도 아니었기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무방하기는 했다.
그래도 이제는 정이 많이 들어서는 자신의 제2의 고향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엘리제는 검은 독버섯이 퍼지기 전에 손을 쓰려는 것이다.
뱀파이어는 검은 독버섯으로 불린다.
뱀파이어에 당하면 뱀파이어가 된다고 하지만 대다수는 뱀파이어가 아니라 역병과 같이 검은 반점과 함께 죽어간다.
한때는 흑사병이라 불리며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던 질병으로 수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뱀파이어는 발견 즉시 사살을 원칙으로 했다.
지구에는 뱀파이어가 없을 것이라고 여겼지만 뱀파이어의 흔적을 발견한 엘리제는 애나 또한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임으로 확신을 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뱀파이어라고?”
“그래. 어디서 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뱀파이어야.”
한태석도 뱀파이어는 알고 있었다.
꽤 까다로운 마족으로 기본적으로는 불사의 괴물이며 전염병과도 같은 악마였다.
한태석은 힐끔 애나를 바라보았다.
애나와 뱀파이어는 같은 영역의 존재였기에 자신들이 뱀파이어를 사냥하는데 거부감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이다.
“저는 괜찮은데요. 어차피 같은 소속도 아니고. 뭐 굳이 제가 처리하지만 않는다면 알아서 하세요. 대신 언니.”
“알았어.”
엘리제는 애나와의 약속을 들어주는 대가로 뱀파이어 사냥을 허락받았다.
딱히 허락하고 말고도 없었지만 뱀파이어를 찾는 것은 꽤나 골치 아픈 일이었기에 애나의 도움으로 빠르게 처리하려는 것이었다.
“좋아. 그러면 잠시만 기다려. 뱀파이어의 심장에 박을 말뚝을 만들어야 하니까.”
한태석은 뱀파이어를 완전히 죽일 수 있는 말뚝을 만들기 위해 대장간으로 향했다.
그렇게 한태석이 대장간으로 들어가고 난 뒤에 그 옆에서 뱀파이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지민과 혜진도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는 엘리제를 바라보았다.
“어차피 그놈 밤에 움직이니까 일 끝나고 갈 거야.”
“오! 그럼 준비해야겠네.”
“뱀파이어라니! 막 영화에서처럼 무서우면서도 잘 생긴 외모일까?”
살짝 흥분을 한 채로 자신들의 장비를 챙기기 시작했다.
보통이었다면 겁을 냈겠지만 지민이나 혜진 모두 간이 부을 만큼 부었기에 뱀파이어 사냥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예? 뱀파이어요? 그건 뭡니까? 서양 귀신이요?”
때마침 한태석에게 보고하러 온 호군이 부산스러운 지민에 무엇을 하느냐고 물었다가 호군도 뱀파이어를 사냥한다는 말을 들었다.
“허 참! 대요괴도 귀찮은데 서양 요괴라니. 그 일이라면 본래 제가 해야 할 일이니 저도 따라가겠습니다.”
“나도! 나도 갈 거다!”
“걔도 불사신이라고? 오! 좋아! 나도 갈게요! 언니!”
호군뿐만 아니라 호미와 사리까지 전부 가겠다는 말에 지민은 심각하게 고민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도시락 싸야겠네.”
다들 아무런 걱정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뭐 그리 대단한 녀석은 아니니까.”
평범한 인간한테야 위협적이지 한태석의 대장간에 모여 있는 이들에게 있어서는 한입 간식거리도 되지 않을 존재였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주의점 알려 줄게.”
“알고 있어. 마늘하고 십자가만 있으면 되는 거지? 호미야. 마늘.”
“오! 안 그래도 마늘 수확이 풍년인데. 마늘 필요해?”
호미는 산속에 만들어 둔 마늘밭에서 마늘을 꽤 많이 수확했다며 자랑을 했다.
몸이 근질근질하다고 자신만 아는 산속에 밭을 만들어서는 유기농 채소들을 공급하고 있는 호미였다.
태생이 농군이었던 호미였기에 다들 채소 걱정은 하지 않고 있었다.
한태석이 뱀파이어의 심장에 박을 말뚝을 만드는 동안 호미는 사리와 함께 마늘 목걸이를 만들었다.
그렇게 저녁이 되어 매장의 문을 닫은 뱀파이어 사냥대는 전투 준비를 끝내고서는 뱀파이어를 찾아 창고 건물로 다시 향했다.
“저기 그런데 저기 쫓아오는데.”
“아! 경찰들이 있었지.”
뱀파이어를 잡기 위해 출발을 한 것은 좋았지만 한태석들이 움직이기 시작을 하자 잠복근무를 하던 형사들도 미행을 시작한 것이었다.
“이거 곤란한데.”
“그러게. 대체 왜 우릴 감시하는 거야? 혹시 요괴들이고 뭐고 하는 거 다른 사람들한테 들킨 거 아니에요?”
“그럴 수도 있겠지.”
자신들을 감시하는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었지만 뱀파이어 사냥을 하는 것을 일반인들에게 보여줘서 좋을 것은 없었다.
“어떻게 할까요? 따돌리라고 한다면 바로 따돌릴 수 있는데.”
혜진이 운전대를 꽈악 붙잡으며 말을 하자 몇몇 이들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자칫 몸이 남아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적당한 곳에서 따돌려 봐.”
“오케이! 그럼 갑니다! 안전벨트 매시고요!”
그렇게 형사들을 뒤에 매달고서는 뱀파이어를 잡으러 가는 한태석이었다.
한편 자신이 쫓기고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하고 있는 뱀파이어 이그니스는 약에 취해 비틀거리며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다.
“하악! 하악! 뭐냐? 대체 내 몸에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인간이었다면 벌써 즉사를 할 만한 양의 마약이었지만 불사신인 뱀파이어였기에 죽지는 않았다.
하지만 뇌가 녹아버릴 것 같은 강렬한 충격을 연달아 받고 있었다.
그건 점점 뱀파이어의 정신을 바꿔 버릴 만큼 커다란 충격이었다.
“피! 피! 피가!”
뱀파이어는 인간의 피를 마셔야겠다고 생각을 했지만 이내 왜 자신이 인간의 피를 마셔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피? 피를 왜? 내가 피를 왜 마셔야 하는 거지?”
횡설수설하며 어두운 밤거리를 헤매던 이그니스는 마침내 인간과 마주쳤다.
그것도 무척이나 연약해 보이는 인간 여자에 이그니스의 눈빛이 사납게 반짝였다.
비록 약에 취해 있다지만 인간 여자 하나 제압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
그렇게 이그니스는 주변에 인적도 드문 골목길로 황급히 들어가는 여자의 뒤를 은밀하게 쫓아 들어가서는 곧바로 인간 여성을 덮쳤다.
“까아아악!”
갑자기 자신을 덮치는 괴한에 비명을 지른 여인은 자신의 입을 틀어막는 우악스러운 손에 두려움에 떨다가 이내 자신의 얼굴에 떨어지는 차가움을 느껴야만 했다.
“배…… 배가 고파요.”
“예?”
여인은 자신의 위에 올라타서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배가 고프다고 하는 눈부시게 잘생긴 서양 청년을 볼 수 있었다.
잠시 후 여인은 자신도 무슨 생각에서인지 이그니스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서는 밥을 해 먹이고 있었다.
“천천히 먹어요!”
“가…… 감사합니다! 꿀꺽! 엄청 맛있어요! 이거 매워요.”
“풋!”
김치를 한 조각 먹더니 맵다고 하는 이그니스에 김아연은 웃음을 터트렸다.
자신을 뒤에서 덮치기에 강도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순박해 보이는 청년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밥 한 그릇을 뚝딱해 버린 이그니스는 얼굴에 밥풀을 묻힌 채로 김아연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배고파서 죽는 줄 알았어요.”
“아니에요. 호호호! 그래도 다음부터는 그렇게 사람 놀래키지 마시고 정중하게 부탁을 하세요. 아무리 배가 고파도 그렇지.”
“죄송합니다.”
김아연은 얌전한 강아지처럼 연신 사과를 하는 이그니스에 미소를 지었다.
혼자 살고 있는 김아연은 외롭고 적막하던 자신의 집에 사람 한 명이 추가되었을 뿐인데도 이렇게 훈훈하게 따뜻해지는 것이 너무나도 놀랍게 느껴졌다.
“어디서 왔어요?”
이그니스가 식사를 마치고 난 듯 보이자 김아연은 이그니스에 대한 것을 묻기 시작했다.
“멕시코요.”
“아! 멕시코.”
멕시코 사람이라는 말에 김아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름을 물었고 이그니스라는 이름을 들었다.
“잘 곳은 있어요?”
“아니요.”
잘 곳이 없다는 이그니스의 말에 김아연은 이그니스를 측은하게 바라보았다.
왠지 모를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이그니스였다.
“그러면 오늘은 밤이 늦었으니까 여기서 자요.”
“그…… 그래도 괜찮을까요? 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나쁜 사람일 수도 있는데.”
“호호호! 나쁜 사람이 자기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겠어요.”
김아연은 이그니스가 자신이 나쁜 사람일 수도 있다는 말에 웃음을 지으며 이그니스를 안심시켰다.
이것도 인연이라고 김아연은 이그니스와의 인연을 하늘이 준 것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럼 피곤할 테니까 자고 내일 이야기해요.”
김아연은 이그니스에게 이불을 꺼내어 덮어주고서는 불을 끈 채로 자신의 침대에 누웠다.
콩닥! 콩닥!
김아연은 자신의 심장에 세차게 콩닥거리는 것에 혹시나 이그니스에게 자신의 심장 소리가 들키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에 몸을 떨었다.
‘아! 미치겠네. 나 왜 이러지?’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이그니스의 뒤척임 소리가 들릴 때마다 김아연의 몸은 움찔거렸다.
‘아! 나 속옷!’
순간 김아연은 예쁜 속옷으로 입었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제라도 속옷을 갈아입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너무 눈에 보이는 짓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순식간에 김아연은 이그니스의 사랑의 노예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 떨리는 순간순간에 김아연이 어쩔 줄을 몰라 하다가 마침내 이그니스가 몸을 일으키는 것에 김아연의 코에서 코피가 터졌다.
“앗!”
“아연 씨!”
피내음에 놀란 이그니스가 김아연을 걱정스러운 듯이 바라보자 김아연은 손으로 코를 막으면서 울상을 지었다.
“죄…… 죄송해요!”
김아연이 사과를 했지만 이그니스는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로 말을 했다.
“저 누군가가 쫓아오는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저 이만 가 봐야겠습니다.”
“예? 누가?”
김아연은 이그니스가 안절부절못해 하는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그니스가 혹시 불체자는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이그니스가 불체자 신분이라고 한다면 이그니스의 행동이 이해가 가는 것이었다.
“어디로 가시려고요! 그냥 이곳에 숨어있으세요. 문 안 열어주면 돼요. 너무 걱정 마세요.”
비록 이그니스가 불체자라고는 해도 김아연은 이그니스를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그니스는 점점 다가오는 불길한 예감에 김아연과 함께 있을 수가 없었다.
“죄송합니다. 전 이만!”
“잠시만요! 저도 같이 가요! 저도 갈게요!”
김아연은 코피가 흐르는 와중에도 이그니스와 함께 가겠다며 자신의 집을 나섰다.
이그니스도 김아연을 말리고 있을 수가 없는 것에 결국 같이 김아연의 집을 나설 때. 멀리서 다가오는 인기척에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피를 흘리고 있는 김아연과 이그니스를 목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