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59
제 159화
89.
“잡아!”
피를 흘리고 있는 여성과 뱀파이어.
그 이상 알아보아야 할 것은 없었다.
한태석들은 당장에라도 이그니스를 붙잡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은밀히 덮치려고 했지만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큭! 아연 씨.”
“빨리 가요! 빨리!”
그런 한태석들에 이그니스와 아연도 허겁지겁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이그니스는 자신을 노리는 뱀파이어 사냥꾼들이라 여겼고 김아연은 불체자를 잡으려는 경찰이나 출입국 사무소 직원으로 오해를 했다.
“아연 씨! 저와 함께하면 위험합니다!”
“아니요! 저는 괜찮아요! 이그니스 씨와 언제나 함께할 거예요! 빨리요! 빨리!”
무슨 바람이 분 것인지 평온한 삶을 살던 김아연은 불타오르고 있었다.
마치 운명적인 사랑처럼 자신의 몸을 불태우려고 하는 것이다.
비록 비극으로 끝이 날지언정 건어물처럼 말라비틀어진 삶에 한줄기 물방울이 되어준 이그니스를 배신할 수는 없었다.
“그럼! 꼭 잡으세요! 아연 씨!”
“예!”
이그니스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을 것 같은 김아연에 김아연을 매달고서는 훌쩍 뛰었다.
온몸에 감돌고 있던 마약 성분에 아직도 정신이 어지러웠지만 이그니스의 몸 안에서 놀라운 반응이 일어나고 있었다.
본래도 인간을 뛰어넘는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마약 성분이 신체를 자극해 한계를 넘는 힘을 주고 있는 것이었다.
본래 마약에 취한 사람의 힘은 평소보다 몇 배나 강해진다고 한다.
그렇기에 혼자서는 마약에 취해 있는 사람을 제대로 제압하기 어려웠다.
그런 이그니스였으니 김아연을 몸에 매달고서는 훌쩍 하늘을 날아올랐다.
수십 미터가 넘는 하늘을 날아오르는 이그니스에 김아연은 경악했지만 순간 자신과 이그니스를 비추는 달빛이 너무나도 낭만적이라 생각되는 김아연이었다.
“이그니스님?”
“아연 씨. 저는…….”
“말하지 않아도 돼요. 전 이그니스님을 믿으니까요.”
이그니스는 자신의 입을 손가락으로 막는 김아연에 감동을 받았다는 듯이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렇게 둘은 아름답게 달 한가운데를 배경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그런 둘은 닭 쫓던 개마냥 멍하니 바라보는 한태석들이었다.
“뭐야? 저거. 뱀파이어가 날아?”
“박쥐로 변신 못 하면 못 나는데?”
애나조차도 황당하게 이그니스와 김아연을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너무나도 놀라서는 쫓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한태석은 낯선 남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저거 뭡니까? 사람 맞아요?”
강남 경찰서 강력계 팀장 노도원은 하늘을 날아 어딘가로 사라지는 이그니스를 보며 황당해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는 듯이 한태석에게 물었다.
“누구십니까?”
“아! 저…… 저 강남 경찰서 노도원 경감이라고 합니다.”
한태석을 의심하고 있던 노도원 팀장은 혜진이 엄청난 속도로 자신들을 따돌리는 것에 정말이지 목숨을 걸고 추적을 했다.
그렇게 겨우 따라잡아서는 현장을 급습하려고 달려가다가 이그니스와 웬 여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태석이 이그니스를 잡으라고 소리를 칠 때 노도원 팀장도 이그니스와 김아연을 보았고 김아연이 피를 흘리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사건이 터졌다고 확신을 하며 이그니스를 향해 달려왔지만 인간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움직임을 보여주며 사라져 버린 것이다.
보고도 믿기지 않은 일이었다.
“저거 뭡니까? 저거?”
놀란 눈으로 묻는 노도원 팀장에 한태석은 말을 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뱀파이어.”
“예?”
“흡혈귀.”
“예?”
“아! 진짜! 마물!”
“예에?”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한태석과 주변의 사람들을 바라보았지만 다들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뿐이었다.
인류가 달나라로 가서 달에 토끼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한 지도 벌써 반백 년이 다 되어가는 이때 흡혈귀가 존재한다는 소리를 믿기란 어려웠다.
하지만 눈으로 직접 본 노도원 팀장이었다.
더욱이 무엇보다 청명도사의 점을 철석같이 믿고 있던 귀가 조금 얇은 노도원 팀장은 슬슬 금단의 문을 열려고 하고 있었다.
“팀장님! 하아! 하아! 괜찮으세요?”
“어? 어! 그래.”
“체포할까요?”
그제야 도착을 한 부하 형사들이 한태석의 일행들을 체포하려고 하자 노도원 팀장은 급히 손을 흔들었다.
“아니야! 아니야! 이분들 아니야!”
“예? 아니라구요?”
“그래! 아니야!”
일단 아직 확실하게 드러난 것은 아니었지만 노도원 팀장은 한태석이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범인은 인간 같지 않은 괴력을 내는 존재임을 자신의 눈으로 확인한 것이다.
“철수! 철수! 빨리 가!”
“예?”
“빨리 가라고!”
부하 형사들을 쫓아내 버린 노도원 팀장은 한태석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저기 나중에 제가 한 번 찾아 봬도 괜찮겠습니까?”
“그렇게 하십시오. 아무래도 오늘은 저희도 힘들 것 같군요.”
이그니스가 인간 여성을 붙잡아 갔기에 쫓아야 했지만 이미 늦어버렸다는 것을 한태석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피해자는 안타깝지만 다음을 노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게 노도원 팀장이 방문하겠다는 것을 허락한 한태석은 별수 없이 되돌아가야만 했다.
노도원 팀장의 앞에서 한태석들도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도 일단은 철수하자고.”
“후우! 그래요. 저 정도면 쫓아도 도망을 가 버릴 것 같기도 하고.”
괜히 자신들의 정체만 들킨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되었지만 시간은 되돌릴 수 없는 법이었기에 아쉬움을 접고 돌아서야만 했다.
다음 날 아침 한태석은 망가진 구두를 들고 서 있는 노도원 팀장을 볼 수 있었다.
“혹시 구두 수선하는 곳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
“후우! 제가 고쳐 드리지요.”
“감사합니다.”
노도원의 구두를 수선해주고서는 햇볕이 따사롭게 들어오는 테라스에 앉아 고양이 똥 커피를 마시며 한태석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를 정리했다.
형사이기는 하지만 일반인에 불과한 이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지 알 수가 없었다.
설령 말을 해 준다고 해도 어디까지 말을 해 주어야 할지 고민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고민을 하고 있는 한태석에 노도원 팀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연쇄 살인 사건이 이곳저곳에서 터지고 있습니다.”
“…….”
“문제는 너무나도 기괴하고 믿기지 않은 일들이어서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습니다.”
일반인에게 할 말이 아니지만 노도원 팀장은 현재 수사 상황을 한태석에게 말을 해 주었다.
도무지 인간이 아닌 듯한 존재에 의한 범죄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만일 어제 본 것이 아니었다면 노도원 팀장도 이런 말을 하지는 않았을 터였다.
“피해자가 더 생기기 전에 잡아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더 많은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는 것이었다.
“만일 인간이 아니라면 어떻게 막을 생각입니까?”
인간이라면 감옥에 잡아넣을 수라도 있을 터였다.
하지만 상대가 요괴니 마물이니 하면 잡아넣을 수도 없는 것이다.
“정말 요괴가 존재합니까?”
“예. 존재합니다.”
한태석은 노도원의 질문에 존재한다고 대답을 했다.
사실 보고도 믿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한태석의 대답에 노도원은 온몸에서 힘이 쭈욱 빠지는 기분이었다.
잡는 것도 어려웠지만 잡아도 법으로는 처단이 불가능한 것이다.
“아니!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노도원 팀장은 한태석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고 물었지만 한태석이라고 해서 뚜렷한 해결책이 있을 리가 없었다.
‘본래라면 죽여야 하겠지만 죽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고 하니.’
여우신인 호우가 찾아와 요괴들을 죽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말을 한태석에게 했다.
타락하기는 했지만 요괴들도 세상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들이었다.
더욱이 과거에 비해 극도로 줄어든 요괴들에 더 이상 줄어든다면 인간들도 위험해 질 수 있다며 되도록 죽이지 않는 방법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여우신 호우에게 들은 것이다.
결국 봉인을 한다거나 하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한태석은 요괴들을 가두어 둘 감옥을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문제는 잡더라도 피해가 없어야만 했다.
그리고 대요괴인 아리를 잡을 수 있느냐가 문제였다.
한태석은 호우가 구미호가 된 자신의 일족을 죽이는 것에는 거부감을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구미호 일족에게 있어서 수백 년 만에 다시 나타난 구미호였다.
다른 요괴들 사이에서도 수백 년 만에 나타난 대요괴였으니 그런 요괴를 잃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인간들에게 밀리고 밀려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요괴들로서는 대요괴의 탄생은 두렵기보다는 반가운 일일 터였다.
다시금 인간들을 밀어내고 요괴들의 세상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살 수 있는 공간 정도는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한태석이 인간이라고는 하지만 산신이 된 이상 인간들뿐만 아니라 요괴와 하급 신들도 돌보고 보살펴야 할 임무가 있었다.
‘후우! 생각보다 쉽지 않은 임무로군.“
그냥 평범한 대장장이로 살아가기를 꿈꾸었던 한태석이었지만 한태석이 가진 힘은 한태석을 그냥 놔두지 않았다.
“쉽지는 않겠지만 봉인을 하든지 해야겠지요.”
“봉인이라. 하아! 죽이는 것도 어렵다는 것이군요. 알겠습니다. 만일 그 괴물들하고 만나게 된다면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노도원은 한태석으로서도 봉인 외에는 별다른 방도가 없다는 것에 나중에 연락하겠다며 연락처를 교환했다.
“그런데?”
노도원은 한태석으로부터 연락처를 받으며 한태석을 빤히 바라보다가 물었다.
“누구십니까?”
“예?”
“한태석 씨 아니시죠?”
한태석은 노도원의 질문에 깜짝 놀라야만 했다.
지금까지 한태석의 정체를 눈치챈 것은 노도원이 처음이었던 것이다.
“저 한태석 씨와 과거에 한 번 본 적이 있습니다. 그리 좋은 만남은 아니었지만 지금 당신은 그때의 한태석 씨가 아닌 것 같은데. 맞습니까?”
노도원의 눈빛이 매섭게 반짝였다.
한태석은 그런 노도원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자신이 다른 세계의 존재로 한태석의 몸에 옮겨왔다는 말을 하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그렇게 머뭇거리는 한태석에 노도원은 자신이 생각이 맞는다는 확신을 하며 몸을 일으켰다.
한태석이든 아니든 어차피 노도원으로서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당신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별다른 문제는 일으키지 않는 것 같으니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한태석을 조사하면서 처음의 색안경은 점점 벗겨져 갔다.
돈 많은 재벌 집 자손으로 온갖 문제를 일으킬 줄 알았지만 의외로 한태석은 별다른 문제 없이 오히려 남들보다 더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그럼 다음에 찾아뵙겠습니다.”
노도원이 떠나고 한태석은 한동안 말없이 의자에 앉아 있어야만 했다. 지금까지 마음에 걸렸던 문제가 점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누구인가?”
한태석인지 아니면 게리인 드라실루스인지 스스로도 정체성에 혼란이 오고 있었다.
그런 한태석을 자신의 차 속에서 바라보고 있던 혜진도 남몰래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