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63
제 163화
93.
“오늘도 수고했어요.”
“예! 수고하셨습니다. 사장님!”
오늘도 일을 마친 이그니스는 한태석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서는 집으로 향했다.
이제는 제법 일에도 익숙해진 데다가 생각했던 것보다 직장 동료들이 괜찮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아직은 자신에게 무언가를 숨기는 것이 있다는 느낌을 받고는 했지만 이그니스는 자신이 좀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할 뿐이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그래요.”
퇴근을 하는 이그니스에 호미는 이그니스 등을 빤히 바라보다가 한태석에게 물었다.
“좀 이상하지 않아. 대장장이 양반?”
“외국인이니까 그러지.”
“그런가? 하긴 바루 씨도 조금 이상하기는 했지만 좋은 사람이었으니까.”
호미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 사람들끼리도 때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때도 있었기에 이그니스의 이상함은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라 생각하기로 한 호미였다.
“호미야! 오히려 이그니스 씨가 우리를 더 이상하게 생각할걸.”
“그건 인정! 외국인보다 도깨비가 더 이상하지!”
지민과 사리가 자신들도 이상함은 이그니스 못지않다고 하자 호미도 납득을 했다.
가장 이상한 이들은 어쩌면 자신들인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렇게 따지니까 이그니스 좋은 사람이네.”
“그래. 이그니스 씨를 좀 본받아 보렴. 호미야!”
“내가 뭐 어때서? 하여튼 대장장이 양반!”
한태석은 호미가 자신을 부르는 것에 의아한 듯이 바라보았다.
“왜?”
“이그니스도 우리 팀에 끼워 주자.”
“안 돼.”
이그니스가 괜찮은 다고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아직은 완전히 마음을 열 수는 없었다.
한태석은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좀 더 이그니스를 믿을 수 있을 때까지 그리고 이그니스가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는 기다려 줘야만 했다.
지민과 혜진도 이상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것처럼 말이었다.
어차피 숨기려고 해도 결국은 알게 될 터였다.
상식적인 인간이라면 한태석의 대장간 일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그니스가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렇게 별다른 문제 없이 이그니스는 한태석과 대장간 이들에게 나름의 믿음을 심어 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믿음에 종지부를 찍는 일이 벌어졌다.
“안녕하세요!”
“아연아!”
이그니스가 열심히 일을 하고 있을 때 아연이 매장으로 찾아온 것이었다.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손에 케이크를 들고 들어온 아연에 이그니스의 창백하던 얼굴이 붉게 물드는 모습이 보였다.
“죄송합니다. 이렇게 귀찮게 찾아 봬서.”
“아닙니다. 귀찮기는요. 이그니스 씨가 말씀하셨던 그분이시군요.”
“예. 김아연이라고 합니다.”
똑 부러져 보이는 김아연에 다들 이그니스를 홀겨 보는 이들이었다.
“어쩜 이렇게 예쁜 여자 친구를 얻으셨대!”
“언제 결혼하세요?”
“예? 아…… 아직…….”
“빨리해버려요. 같이 살고 있다면서요.”
지민과 혜진은 아연에게 이그니스와 언제 결혼을 할 거냐며 웃음을 지었고 아연은 그런 지민과 혜진에 얼굴을 붉히며 곧 할 것이라며 행복감을 드러내었다.
그렇게 이그니스와 아연은 한태석에게 더욱더 믿음을 주는 것이다.
“아연! 나왔어! 정식 취업 비자야. 이제 당신하고 정식으로 결혼을 할 수 있게 되었어! 나와 결혼해 주겠어?”
마침내 이그니스의 신분이 확실해졌을 때 아연은 이그니스로부터 청혼을 받을 수 있었다.
한태석이 공을 들여 만들어 준 다이아몬드 반지를 아연에게 내밀자 아연은 두 눈에 눈물이 고인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연의 고개가 끄덕여지고 이그니스의 청혼을 받아들이자 이그니스는 자신의 저주가 풀리는 듯한 행복에 휩싸였다.
저주받은 어둠의 일족인 뱀파이어는 영원히 신에게 구원을 받을 수 없다는 잔인한 저주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이그니스는 아연을 만나면서 자신의 저주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아연과 이그니스의 앞길은 온통 희망과 꽃길만 있을 것 같았다.
“우리 신혼 여행은 멕시코로 갈까?”
“멕시코? 그…… 그래. 아연이가 가고 싶다면.”
“뭐야? 고향 가자는데. 이그니스는 부모님 안 계셔?”
“그게…….”
“아! 미안해. 에잇! 나의 사과를 받아라!”
“윽! 사과만 주는 거야?”
“그럼 뭘 더? 혹시! 아우! 응큼해!”
행복이 가장 절정일 때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법이었다.
“아연아! 사장님께서!”
집으로 돌아온 이그니스는 처참하게 죽어있는 아연을 볼 수 있었다.
온몸이 벗겨진 채로 강간을 당해 있었고 죽는 순간까지도 고통스러웠는지 얼굴은 참혹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아연아.”
이그니스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광경에 이것이 꿈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꿈이라면 빨리 깨기를 바라며 아연의 시신 앞에 주저앉아 버렸다.
그런 이그니스의 몸에 닿은 아연의 피에 이그니스는 뱀파이어의 본능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것에 눈물이 왈칵 흘러나왔다.
“으아아아아아아!”
피의 본능은 이그니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강렬했다.
죽은 뒤였지만 붉은 피에 이그니스는 피를 마시고 싶다는 본능이 솟구치는 것이었다.
두둑!
이그니스는 그런 자신의 더러운 저주를 증오하며 자신의 입안의 송곳니를 손으로 뽑아 버렸다.
“하아! 하아! 하아!”
이그니스의 입안에서 더러운 피가 흘러나왔다.
이 저주에서, 아연으로 인해 해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한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이그니스였다.
그렇게 모든 희망을 잃어버린 이그니스는 아연의 앞에 주저앉아 몸서리를 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이 왔고 경찰은 아연의 죽음에 절규하는 이그니스에게 상황을 물었지만 이미 혼이 나가 버린 이그니스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결국 이그니스의 신분을 확인하고서는 한태석에게 연락이 왔다.
“예? 경찰이요? 이그니스 씨라면. 아! 예! 거기가 어디입니까?”
한태석은 이그니스가 경찰서에 있다는 연락에 황급히 경찰서로 향했다.
그리고서는 노도원 팀장에게서 상황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김아연 씨가 살해를 당했다고요?”
“예! 일단 이그니스 씨도 용의자이기는 합니다만.”
“이그니스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제가 보증을 하지요. 얼마 안 있으면 결혼을 할 사이인데. 그런!”
“예!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범인으로 아직 단정 짓고 있지는 않습니다.”
한태석은 이그니스는 절대 아니라며 화를 내고서는 한쪽 구석에 주저앉아 있는 이그니스에게로 다가갔다.
“이그니스 씨.”
“사장님?”
이그니스는 한태석의 목소리에 그제야 반응을 했다.
그리고 한태석은 이그니스를 얼굴을 보자 그제야 이그니스에게서 느꼈던 위화감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그니스. 당신.”
“하하! 신이셨군요. 아름답고 성스러운. 제가 몰라뵈었습니다. 하하하! 설마 하계로 내려오신 신이실 줄이야.”
한태석은 절망에 빠진 이그니스가 자신의 정체를 더 이상 숨기지 않고 있음에 뱀파이어임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이그니스도 한태석의 기운이 자신과는 상극임을 그제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한태석 앞에서는 자신의 힘이 제대로 나오지도 않고 오히려 짓눌리고 있음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저를 죽이세요. 다 제가 결코 바래서는 안 되는 것을 손에 넣으려고 해서 받은 죄악입니다. 사장님이시라면. 당신이라면 저도 감사히 받겠습니다.”
“이그니스 씨. 일단 나갑시다! 노도원 팀장님!”
“예! 데리고 가셔도 됩니다. 범인은 잡히는 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노도원 팀장은 한태석이라면 신분은 확실하기에 이그니스를 데리고 가는 것을 허락했다.
만일 이그니스가 범인이라면 다시 잡으면 되는 것이었다.
물론 이그니스의 정체를 노도원 팀장은 모르기에 하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한태석은 이그니스를 데리고서는 경찰서를 나와 자신의 옥탑방으로 향했다.
일단 이그니스를 숨길 곳이 필요한 것이다.
사실 혼란스러운 것은 한태석이 가장 컸다.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을 했지만 설마 이그니스가 뱀파이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게 한태석은 자신의 옥탑방에 절망에 빠진 이그니스를 내려놓고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했다.
그 날 보았던 뱀파이어가 이그니스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 피를 흘리고 있던 여자가 어쩌면 아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한태석이었다.
자신들은 이그니스가 아연을 습격한 것으로 오해를 한 것이다.
이그니스가 뱀파이어인 것은 알게 되었지만 한태석은 아연을 죽인 것은 이그니스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하아! 마족을 또다시 동정하다니.’
한태석은 기가 막혔지만 지금까지 열정적이고 활기에 차 있던 이그니스를 떠올리며 이그니스를 위로했다.
“이그니스 당신의 잘못이 아니야.”
“그럼 누구의 잘못이랍니까! 신이시여!”
이그니스는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한태석의 말에 송곳니가 부러져 버린 이를 드러내며 외쳤다.
붉게 번들거리는 이그니스의 눈동자에서는 절망과 고통이 점점 분노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몸 안에 퍼졌던 마약 성분은 이미 이그니스의 몸 안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뒤였다.
그런 이그니스를 막고 있던 것은 오직 아연뿐이었으니 그런 아연이 사라지고 나자 다시 뱀파이어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것도 더욱더 인간에 대한 분노가 가득한 뱀파이어로 말이었다.
“이그니스! 진정하게! 진정해! 아연 씨는 그런 자네를 원하지 않을 거야!”
한태석은 분노하는 이그니스를 진정시키려고 사력을 다했다.
이미 한태석의 뒤로는 싸늘한 눈빛을 하고 있는 호미와 사리가 서 있었다.
이그니스가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안 이상 동료였다고는 하지만 호미와 사리는 이그니스를 죽일 생각이었다.
그러니 한태석이 이그니스를 진정시키지 못한다면 이그니스는 호미나 사리뿐만 아니라 결국 한태석에 의해서 죽임을 당해야 할 수도 있었다.
“아연 씨를 죽인 놈을 내 손으로 갈기갈기 찢어 죽일 겁니다! 이거 놓으십시오!”
“이그니스! 그러면 안 되네! 자네는 인간이 되기로 했지 않은가! 인간이 되어 아연과 함께하기로 했지 않나!”
“뱀파이어가 어찌 인간이 된단 말입니까! 저는 저주받은 악마입니다! 인간의 피를 마시는 악마! 이거 놓으십시오!”
한태석은 발악하는 이그니스의 몸을 움켜쥐고서는 고개를 내저었다.
“절대! 자네를 놔둘 수는 없어! 자네는 내 동료다! 나는 동료를 버리지 않…….”
퍼억!
한태석은 자신의 망치로 이그니스의 머리를 후려치는 호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무슨?”
“일단 이놈 가두어 둘 감옥부터 만듭시다. 대장장이 양반. 거 참 밤 중에 시끄럽네.”
호미는 기절해 버린 이그니스의 몸 위에다가 마늘 한 접을 올려놓고서는 사리를 바라보았다.
사리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서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그니스를 보고 있어라.”
한태석은 결국 한숨을 내쉬며 이그니스를 가두어 둘 감옥을 만들기 위해 대장간으로 내려가야만 했다.
일반 감옥으로는 뱀파이어인 이그니스를 붙잡아 둘 수 없었기에 자신이 직접 만들어야만 했다.
그렇게 임시 감옥을 만들고서는 다시 돌아온 한태석은 난처해 하는 호미와 사리를 볼 수 있었다.
“미안! 놓쳤어. 죽일 수는 없더라고.”
“응! 너무 슬픈 눈을 하고 있어서 차마 죽이지는…….”
한태석은 원치 않은 피바람이 불어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