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64
제 164화
94.
이그니스를 찾기 위해 온통 뒤지고 다녔지만 결국 이그니스를 찾지는 못했다.
아연을 죽인 범인은 얼마 지나지 않아 붙잡혔다.
“강도 강간 전과가 다섯 번 있는 놈이더군요. 문제는 정신질환자로 아무래도 재판으로 들어가도 큰 처벌을 받지는…….”
한태석은 노도원 팀장으로부터 답답하기 짝이 없는 말을 들어야만 했다.
법이 문제인 것인지 아니면 사람이 문제인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그니스가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도무지 견디기 힘들 것 같았다.
“후우! 알겠습니다.”
“그분은?”
노도원 팀장은 이그니스에 관해서 물었다.
행방불명이 된 뒤로 지금껏 찾지 못하고 있는 이그니스였기에 한태석은 고개를 내저었다.
“김아연 씨 가족이 없더군요. 유품이나 유해 부분을 처리해야 하는데. 현재 이그니스 씨가 김아연 씨의 사실혼 관계라면 그분에게 드려야 하는데 말입니다. 재산 부분도 그렇고요.”
“그렇군요. 그건 일단 제가 처리를 하겠습니다. 이그니스 씨를 찾으면 그분에게 전달을 해 드리지요.”
“예! 알겠습니다. 그럼 처리 나머지 경과는 확인되는 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태석은 노도원 팀장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렇게 돌아서려던 노도원 팀장은 무언가 생각이 나는지 다시 몸을 돌려 한태석에게 물었다.
“그때 그 뱀파이어는 어떻게 된 것입니까?”
“아! 예! 그게 찾고는 있습니다만.”
“그렇군요. 이거 영화에서처럼 사제분이나 퇴마사가 움직여야 하려나요.”
노도원 팀장은 한태석이 아직 범인인 뱀파이어를 잡지 못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그리 쉽게 잡을 수는 없을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여전히 의문의 사건이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까?”
“예! 뭐 본래는 그런 사건들이 한두 건은 아니니까요.”
뉴스에 나오지 않아서 그렇지 미제 사건은 생각보다 많이 일어나는 편이었다.
수천만의 인구를 가진 국가였으니 사건 사고가 없는 것이 더 이상한 것이다.
다만 너무나도 기묘한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에 어쩌면 인간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원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 노도원 팀장이었다.
그리고 그런 무언가가 인간이 아님을 두 눈으로 확인한 노도원 팀장은 설령 인간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반드시 잡고야 말겠다고 다짐을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태석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노도원 팀장이었다.
“아! 그리고 말입니다.”
“예.”
노도원 팀장은 또 생각이 났는지 입을 열었다.
“그 범인이 말입니다. 물론 정신질환자의 헛소리라고도 볼 수 있지만 괴물이 계속 자신에게 시켜서 한 짓이라고 하더군요. 무슨 쥐 모습의 괴물이라던데.”
“쥐 모습의 괴물 말입니까? 흐음! 그건 잘 모르겠군요.”
한태석은 노도원 팀장의 말에 고개를 내저었다.
쥐 모습의 괴물은 한태석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사실 뱀파이어도 신강동파가 마약 밀수만 하지 않았다면 알아내지 못했을 터였다.
그렇게 노도원 팀장으로부터 상황을 설명 들은 한태석은 이그니스를 대신해 김아연의 장례식과 정리를 해주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태석은 김아연을 살해한 범인이 잔인하게 살해되었다는 것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이그니스의 짓임을 알았지만 그 어떤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기에 경찰들은 혼란스러워해야만 했다.
한태석은 결국 이그니스가 해서는 안 될 일을 했음을 알았지만 심정적으로는 이그니스를 동정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한태석은 이그니스를 다시 찾기 위해 마족 애나에게로 찾아갔다.
애나라면 이그니스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흐음! 이야기는 들었는데 아무래도 도와드리기에는 어려울 것 같네요.”
“어째서?”
한태석은 애나가 더 이상 도와주는 것은 힘들다는 말에 의아해야만 했다.
이미 이그니스의 사정 이야기를 알고 있다면서도 거절을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태석 씨가 이그니스 씨를 도우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까요. 오히려 둘 모두에게 상처만 될 겁니다. 아무리 제가 마족이라지만 이런 식으로 같은 동족을 팔아넘길 수는 없습니다.”
“팔아넘기는 것이 아니오. 나는 진심으로 이그니스를 돕고자.”
한태석은 애나의 말에 이그니스를 돕고자 한다고 했지만 이미 단호한 결심으로 눈빛이 차갑게 식어있는 애나에 더 이상 말을 해 봐야 소용이 없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더욱이 이렇게 이그니스 씨가 무의미한 살생을 하다가는…….”
“예! 알고 있습니다. 다른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하겠지요.”
“알면서 그런 말을 하는 겁니까?”
“그것이 그의 운명이라면 어쩔 수 없는 거겠지요.”
도무지 대화가 통하지 않는 애나에 한태석은 엘리제를 바라보았지만 엘리제도 도울 방법이 없다는 듯이 고개를 내젓는 것에 한태석은 몸을 돌려야만 했다.
결국 한태석은 또다시 청명 도사에게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태석은 한가지 잊어버리고 있는 것이 있었다.
“저기…….”
“응? 내가 왜 이러지? 아이고! 온몸이!”
청명도사는 한태석을 보자마자 바닥에 몸을 납작 엎드리고서는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리고 한태석은 그제야 청명 도사의 주위에 수많은 신이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아니고! 산신님 아니십니까!-
-어쩐 일로 이런 곳에! 야 이놈의 돌팔이! 좀 더 바짝 몸을 엎드리지 못할까!-
-하여간 이렇게 눈치가 없으니!-
온갖 잡신과 토지신들은 청명도사의 몸을 위에서 누르고서는 자신들도 한태석의 주변에 바짝 엎드리는 것이었다.
한태석은 청명도사의 용한 점이 토지신들에게서 나온 것임을 알고서는 혹시나 싶어 물었다.
“한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예? 잠시만요! 모…… 몸이. 이거 왜 이러지? 이봐요. 구급차 좀. 억!”
청명도사에게는 들을 필요가 없이 토지신들에게 들으면 되는 일이었다.
한태석은 눈에 보이는 토지신들을 바라보며 이그니스에 대한 것을 물기로 했다.
“혹시 흡혈귀인 이그니스 씨가 어디에 있는지 아시는지요.”
-서양 잡귀 말이십니까? 죄송합니다만 그 잡귀는 우리의 땅에서 난 자가 아니다 보니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아이고! 이거 죄송해서 어쩌는지. 아무래도 호군님과 여우신님께서 더 잘 아실 텐데.-
한태석은 호군과 여우신이 더 잘 알 것이라는 말에 자신이 잘못 찾아왔음을 알 수 있었다.
신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는 법이었다.
당장 눈앞의 토지신들보다 한태석이 더 높은 신이었지만 한태석이 아는 것이나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시피 하는 것이다.
“그럼 혹시 오만득이나 아리에 대한 것에 대해서 아는 것이 있으신지요?”
“아니. 저…… 저기! 지금 누구하고 이야기를 하시는지는 모르겠는데. 일일구에 아고! 나 죽네!”
청명도사는 자신을 앞에 두고서는 혼잣말을 하는 한태석에 손을 들어 잡으려다가 다시 고통스러운지 신음을 흘려야만 했다.
-그것도 죄송합니다. 이미 그 두 존재는 저희들의 힘을 월등히 벗어난 존재들입니다.-
-저희들은 신이라 칭하기에도 민망한 존재들일 뿐 할 수 있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한태석은 토지신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너무 과한 것을 알고자 한 것임을 알게 된 것이다.
그렇게 한숨을 내쉬는 한태석에 토지신들은 조금 미안한지 안타까운 표정을 짓다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오만득이라는 자와 산신님께서는 운명으로 이어져 있는 존재라 결국 만나게 될 터입니다.-
“그렇군요.”
전에 들었던 것과 같은 대답에 한태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귀찮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니 저기 이봐요. 일일구!”
한태석은 청명 도사의 주변에 있는 토지신들에게 인사를 하고서는 몸을 일으켰다.
“이봐요! 어디가! 일일구! 일일! 어? 몸이 움직이네.”
청명도사는 한태석이 방을 나가고 난 뒤에 그제야 몸이 움직여지는 것에 멍하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허 참! 이거 귀신에 홀린 기분이네!”
멍청한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청명도사를 주변에 모여 있던 토지신들은 한심하게 바라보았다.
청명도사의 점집에서 나온 한태석은 별다른 성과 없이 결국 자신의 대장간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그렇게 돌아가는 도중에 한태석은 소방서의 입구에서 늘어지게 잠을 자고 있는 사리를 볼 수 있었다.
‘이 녀석 여기서 뭐 하는 거지?’
한태석도 대부분의 시간을 대장간 안에서 보내느라 사리가 낮에 뭘 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호미처럼 학교에 갈 거냐고 물었지만 사리는 학교는 갈 생각이 없다고 거부를 해서 보내지는 못했다.
그런 사리가 소방서 앞에서 뒹굴고 있으니 한태석은 의아한 것이다.
“어! 안녕하세요.”
“응? 아! 박성길 씨였죠.”
“예! 어디 다녀오시나 봐요. 사리야! 사장님 오셨다.”
소방관 박성길은 한태석에 인사를 하고서는 잠을 자고 있는 사리의 몸을 들어 올렸다.
그런 박성길의 행동과 말에 잠이 깨서는 놀란 눈으로 한태석을 바라보았다.
“아! 주인…….”
“응?”
사리의 입에서 사람 말소리가 들린 것에 박성길은 의아한 듯이 사리를 바라보았다.
그런 박성길의 의아스러운 눈빛에 사리는 깜짝 놀라서는 한태석을 향해 짖어대었다.
멍! 멍! 멍멍멍! 멍! 멍!
맹렬하게 짖어대는 사리에 당황한 것은 박성길이었다.
“사…… 사리야! 왜 그래! 사장님이셔! 왜 그러냐고?”
박성길은 사리가 아직 잠에서 덜 깨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렇게 잠시 진정이 된 것인지 덜덜 떨고 있는 사리에 박성길은 한태석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데 방금 사리가 사람 말 한 것 같지 않습니까?”
한태석은 고개를 도리질 치는 사리를 보며 피식 웃고서는 대답을 했다.
“아무래도 잘못 들은 듯합니다.”
“하하! 그렇겠죠. 아! 이거 가봐야겠습니다. 출동이네요.”
출동이 걸렸는지 소방차로 달려가는 박성길에 한태석은 자신의 눈치를 보고 있는 사리를 볼 수 있었다.
“가 봐. 뭘 눈치를 보고 그래.”
멍!
사리는 한태석도 못 알아들을 말을 외치고서는 힘차게 달려서는 소방차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렇게 사리를 태운 소방차는 사이렌을 켜고서는 어딘가로 달려갔다.
“소방서 일 도와주고 있었던 거냐? 그 녀석 답네.”
한태석은 낮에 사리가 무슨 일을 하는지 그제야 알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정말 가까운 사람들이 평소에 뭘 하는지는 나부터가 모르고 있었군.”
다 알고 있다고 생각을 했지만 실제로는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 한태석이었다.
이그니스도 좀 더 자신이 주의를 했으면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바루 씨는 고향에 잘 도착을 했을까?”
바루의 우주선이 얼마나 빠른지는 알 수 없었고 바루의 고향이 얼마나 멀리 있는지도 알지 못하는 한태석이었다.
정상적으로라면 한태석이 살아있는 동안은 바루가 고향에 도착하는 일은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