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65
제 165화
95.
“한태석이 신이 되었다고?”
오만득은 요괴들에게서 한태석에 대한 소식을 전해 들었다.
한태석의 힘을 빼앗고 난 뒤로 한태석에 대해서 잊어버리고 있었던 오만득이었다.
한태석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자신에게서 잃었던 힘을 회복하고 한반도의 산신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산신이 어떤 존재인지는 오만득도 아는 바는 없었다.
다만 자신들과 같이 타락한 자들과는 상극인 존재들이라는 사실은 짐작할 수 있었다.
“그가 아리와 요괴들을 심판할 것이라는 말이냐?”
“예! 그렇습니다. 본래 산신이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니까요. 산신의 부하인 호군이나 여우신들의 무력은 결코 만만히 볼 수가 없습니다. 더욱이 산신의 주변에는 도사급의 인간들과 신수 그리고 도깨비들이 있습니다. 더욱이 산신은 하늘을 열어 수많은 요괴와 토지신들의 신망이 두텁습니다.”
오만득은 하늘을 열었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의아해했다.
“하늘을 열었다는 것이 무엇이지?”
“천상제를 말합니다. 하늘의 천신에게 간청을 드리는 것으로 지상의 모든 존재에 대한 지배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 요괴들도 산신의 명을 따라야만 하는 것이지요.”
요괴들이 산신인 한태석의 명을 따라야 한다는 말에 오만득을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언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다.
“그대들은 그 한태석의 뜻에 반대되는 일을 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오만득의 말에 요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태석의 뜻에 따라야 하지만 한태석을 따르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어째서지?”
“그가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인간?”
산신이 인간이라고 요괴들이 따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말에 오만득은 힐끔 잠이 들어 있는 아리를 바라보았다.
거대한 힘을 가지게 되었지만 아직 그 힘을 완전히 소화 시키지 못하고 있는 아리였다.
그렇게 대부분의 시간을 잠에 빠져있었다.
“너희가 따르고 싶은 존재가 아리라는 것이겠지.”
“그렇습니다. 사실 당신을 따르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오만득은 자신의 눈치를 보고 있었지만 솔직하게 말을 하는 요괴들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로 화를 낼 만큼 오만득의 속이 좁지는 않았다.
오히려 사실대로 말을 해주는 것이 더 안심되는 것이다.
“산신이 만일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신선이라면 모르겠습니다만 인간의 인연에 묶여 있는 이라면 결국 인간들을 위한 산신이 되어 버릴 것입니다.”
한태석이 하늘의 문을 열었을 때는 환호하던 요괴들이었다.
하지만 삼족오가 다음 산신으로 한태석을 선택하고서는 사라져 버린 것이 문제였다.
한태석도 산신이 될 생각이 없다며 하늘에 다음 산신을 내려보내 달라고 천상제를 한다고 했었다.
그렇기에 한태석을 따라 천상제에 참여했던 요괴들이었다.
인간과 요괴는 본래부터 균형을 맞춰야만 했다.
꼭 요괴가 아니더라도 이 땅의 모든 생명에 대한 균형이 맞아야만 하는데 인간들이 그 균형을 깨버린 것이다.
그건 먼 옛날 인간들의 왕이 산신이 주관하는 천상제에 참여를 거부하고 자신들이 따로 나와 제사를 지내고 나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그 이후로 요괴들의 수모는 시작되었고 인간과 요괴의 싸움은 점점 요괴들이 밀리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요괴들이나 토지신들 사이에서는 산신을 죽인 이가 인간들일지도 모른다는 말이 오고 가기도 했다.
아니 일부는 그것을 믿고 있었다.
그렇게 일부 요괴들과 토지신들은 인간인 한태석이 산신이 되자 불만을 품었다.
그러던 중에 대요괴가 탄생했으니 한태석에게서 아리에게로 달려온 것이다.
“대요괴 또한 산신과 같이 문을 열 수 있는 존재입니다.”
“문?”
“예! 문. 물론 천상의 문은 아니지만 다른 문을 열 수 있지요.”
아리가 문을 열 수 있다는 말에 오만득은 의아함을 느껴야만 했다.
“문을 연다면?”
“이 땅의 왕이 되실 수 있으십니다.”
아리가 왕이 될 수 있다는 말에 오만득은 조금은 시큰둥했다.
그렇게 시큰둥한 오만득에 요괴들은 조금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천상의 문을 연 오만득은 필연적으로 대요괴를 봉인하거나 죽여야만 합니다. 천상의 규율에 지상의 혼란을 방지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한태석이 아리를 공격해야만 한다고!”
오만득의 두 눈에서 분노의 불꽃이 튀었다.
이미 오만득은 인간이라고 볼 수 없었다.
마인.
요괴들은 오만득을 마인으로 불렀다.
인간이지만 이미 인간을 넘어선 마인으로 대요괴를 보필하기에 합당한 존재였다.
요괴들은 아리를 통해 마계의 문을 열 생각이었다.
마계의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과거의 동료들인 마물들이 튀어나오면 대요괴인 아리를 마계의 왕으로 삼아 인간들을 몰아내고 이 땅을 요괴들의 것으로 삼으려는 것이었다.
‘이것이 다 인간들의 과한 탐욕 때문이다.’
요괴들은 인간들에게 치여 살 곳을 점점 잃어간 것에 대한 증오와 분노를 이 기회에 풀 생각이었다.
“지금 당장은 아직 우리의 힘이 부족합니다. 더욱이 대요괴님의 힘 또한 완전한 것이 아닌 관계로.”
오만득은 아직도 부족하다는 말에 아리를 바라보았다.
아리를 과거의 구미호 때로 되돌려 주고 싶었던 오만득이었다.
그 때문에 여우 구슬을 만들었고 그 여우 구슬의 요기를 채웠다.
이제 다 끝이 났을 것이라고 여겼지만 아직도 부족한 것이다.
“어떻게 하면 아리를 완전한 구미호로 만들 수 있는 거지?”
오만득은 무슨 짓이든 할 생각이었다.
그것이 지금 오만득을 버티게 해주는 유일한 이유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오만득이 움직일 생각을 먹자 요괴들은 미소를 지으며 간사한 혀를 놀렸다.
“구미호를 완전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인간의 심장 백 개를 먹어야만 합니다.”“…….”
백 개의 인간 심장을 먹어야 한다는 말에 오만득은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아리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가지고 와라. 힘이 필요하다면 주마.”
오만득은 요괴들에게 자신이 만든 무기를 내어 주었다.
이미 인간들을 셀 수 없이 죽이고 힘을 빼앗았던 오만득이었다.
고작 백 명의 인간들을 더 죽인다고 한들 달라질 것은 없었다.
“한태석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오만득은 검은 기운이 풍기는 망치를 들고서는 검은 불꽃을 통해 마검을 만들어 내었다.
요괴들은 그 마검의 기운에 과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강해질 수 있었다.
“허락이 떨어졌다! 인간들을 사냥한다!”
“키키키키키킥! 인간들의 피를 마신다! 복수의 시간이다!”
요괴들은 복수의 시간이 돌아왔다며 기뻐했다.
그렇게 오만득은 마계의 문을 열기 위한 문을 제작해야만 했다.
아리가 완전한 대요괴가 되고 나면 오만득이 만든 마계의 문을 통해 마계를 열고 마계의 군단을 불러내 인간들을 몰아내고 이 땅을 요괴들의 세상으로 만드는 것이다.
당연히 방해꾼인 한태석은 제거해야만 했다.
“내가 최고의 대장장이이다! 한태석이 최고가 아니란 말이다!”
요괴들로부터 한태석이 산신전의 신들과 성수 및 인간들에게 산신의 힘이 깃든 무기와 증패를 주어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강하게 해주었다는 말을 들었다.
오만득은 아리의 무기와 요괴들의 무기들을 만들며 자신의 무기가 한태석의 것보다 더 뛰어나다는 것도 증명해 낼 생각이었다.
“마인님! 한 명 소개를 해 드릴 존재가 있습니다.”
오만득이 한창 무기를 제작하고 있을 때 쥐의 모습을 한 요괴 하나가 어떤 한 남자를 데리고 왔다.
오만득은 그 남자를 보고서는 그가 인간이 아님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이미 오만득에게서 마검들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을 하던 수많은 마족을 보았던 것이다.
“마족인가?”
“뱀파이어입니다.”
“뱀파이어?”
오만득은 스스로 자신의 정체를 뱀파이어라고 밝힌 이그니스를 보며 의아해했다.
그렇게 의아해하는 오만득에 쥐 요괴는 간사한 미소를 지으며 이그니스를 소개했다.
“그는 다른 세계가 아닌 이 세상. 그러니까 외국에서 온 서양 요괴입니다.”
오만득은 그제야 다른 세계가 아닌 서양의 요괴라는 것에 호기심을 보였다.
“그럼 늑대 인간이나 미라 뭐 이런 것도 실제 존재하는 건가?”
“그렇습니다. 인간들에게는 신화니 전설이니 하며 알려져 있습니다만 이들도 오랜 시간 존재했던 존재들이지요. 뭐 우리와 별반 처지가 다르지는 않습니다만.”
동양에도 요괴가 있는데 서양이라고 해서 없을 리는 없다는 말에 오만득은 과거였다면 상상도 못 할 일들이라 생각을 하며 피식 웃었다.
평범한 대장장이 총각이었던 오만득이었다.
평범한 삶을 살아갔을 자신이 그 어떤 운명의 장난인지 세상에도 없을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오만득은 쥐 요괴로부터 이그니스의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사랑하는 여인을 범죄자로부터 잃었다는 이그니스에 오만득은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더 이상 인간이 아니게 되었다지만 감정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더 이상 인간과는 함께 할 수 없는 존재라는 이그니스에 오만득은 이그니스를 구미호 아리의 수하로 받아들였다.
지금은 산신인 한태석과 싸울 더 많은 동료가 필요한 것이다.
“…….”
이그니스는 차가운 눈빛으로 거대한 대요괴인 아리를 바라보며 깊은 상념에 잠겼다.
향냄새가 풍기는 납골당 추모관에 환하게 웃고 있는 여인의 사진과 함께 아름다운 철제 상자가 놓여 있었다.
그 철제 상자가 들어 있는 유리판 아래에는 김아연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누군가가 다녀갔는지 아름다운 꽃이 한 무더기 놓여 있었다.
“…….”
한태석은 그 아름다운 꽃들에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다녀간 이가 누구인지 짐작을 한 것이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던가. 아니 사람이 아니라 모든 존재하는 존재들이겠지.”
지금껏 감정이 없는 사악한 존재들이 마족이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들도 감정을 공유하는 존재들이었다.
단지 서로 간의 정의가 다를 뿐이었다.
“언젠가 마왕에게 세상을 왜 파멸시키느냐고 물었지.”
마왕은 한태석에게 대답해 주었다.
-그것이 나의 일이니까. 단지 그뿐이다. 하지만…….-
마왕의 눈에서 슬픔을 아주 조금이나마 볼 수 있었다.
마왕에게도 소중한 이들이 있을 터였다.
그런 소중한 이들이 용사니 인간들의 군대에 의해 죽어 나가는 것을 지켜보아야만 하는 것이다.
물론 그것을 여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다.
마왕이 왜 세상을 파멸시키려고 하는 지는 몇 번을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그것이 마왕의 정의라는 것만은 분명했다.
서로의 정의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그 순간만큼은 악도 선도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절대자가 있다면 왜 선과 악을 나누었는지 한번 묻고 싶은 마음도 들 정도였다.
그렇게 한태석은 김아연의 납골당 아래에 추모를 위한 꽃을 내려놓고서는 몸을 돌렸다.
“다음에 만날 때는 적이다.”
한태석은 그 말을 남기고서는 추모관을 나섰다.
“…….”
그리고 그런 한태석의 말을 들은 이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