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66
제 166화
96.
“그럼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한태석은 허리를 반으로 접으며 인사를 하는 정장을 입은 남자의 인사에 걱정 말라는 말을 하고서는 도면을 바라보았다.
최근 들어 주변 기업들로부터 제품의 샘플 제작을 의뢰받는 일이 잦아졌다.
본래라면 가격을 후려쳐 최대한 싸게 의뢰를 하겠지만 상대가 상대인지라 그럴 생각은 꿈에도 꿀 수 없었다.
오히려 가격을 더 쳐주면 쳐 주었지 싸게는 못하는 입장이었다.
“이건 굳이 내가 할 필요는 없겠는데. 제노야!”
“제노! 제노!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이 도면대로 만들 수 있겠지?”
제노는 한태석이 넘겨준 도면을 받아들고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몇 개나 만들어 둘까요?”
“글쎄다. 혹시 모르니까 한 세 개만 만들어 두면 되겠네.”
“그럼 12번 공장에서 제작을 해 두겠습니다.”
소량 생산 의뢰가 조금 귀찮기는 했지만 어렵지는 않은 일이었기에 제노는 곧장 한태석으로부터 받은 도면을 12번 공장의 공장장 로봇에게 보내 생산을 시작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어지간한 인간 기술자들보다 더욱더 정밀하고 뛰어난 제품을 생산해 낼 수 있는 공장들이었다.
지하에 어지간한 공단 이상 크기의 생산 시설이 완성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 생산 시설에서는 인간들이 만들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만들 수 있었다.
아니 인간들이 만들지 못하는 것들조차 만들 수 있었다.
바루가 타고 간 우주선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태양계를 오고 갈 수 있는 우주선들 정도는 이미 만들어 우주 공간에 띄워 놓고 있기까지 한 제노였다.
물론 인간들에게 지금은 들킬 수 없었기에 제노는 지구에서는 볼 수 없는 달의 뒤쪽에 생산 시설과 기지를 건설해 둔 상태였다.
로봇이기에 인간과 같은 생산성이나 효율성 같은 것도 고려할 필요가 없었다.
필요한 자원은 직접 얻기도 했고 때로는 인간들의 회사를 통해 구입을 하기도 했다.
자금은 처음에는 전 세계의 숨은 비자금들을 해킹해 돈세탁을 하고서는 사용했었다.
그렇게 남는 돈의 일부를 이용해 이런저런 선행도 하며 세계 평화(?)에 일조를 했다.
물론 그 비자금의 주인들이 알았다면 속 터지는 일이었겠지만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전혀 생산성 없는 자금들의 규모는 제노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 정도 자금이라면 전 세계의 기아가 사라질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전 세계 인구가 풍족한 삶을 살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애초부터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제노는 제노 컴퍼니라는 기업을 만들었다.
이 제노 컴퍼니는 회사 건물도 있었고 정부에 세금 납부도 충실히 하고 있었다.
회사 건물에는 인간이 직원으로 근무도 하고 있었다.
제노는 인간들에게 적당한 노동력을 얻고 충분한 잉여 생산 자금을 제공했다.
제노에게 필요한 것은 기계 제국의 확장과 유지일 뿐 사치스러운 낭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모든 의사 결정은 제노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제노 컴퍼니의 의사진들은 자신들의 회장이 로봇이라는 사실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제노 컴퍼니에서 만들어진 물건들은 전 세계로 팔려나갔고 그렇게 얻어진 돈은 더욱더 제노 컴퍼니를 성장시키고 있었다.
특히나 환경 보호에 관심이 많은 제노는 제노 컴퍼니가 벌어들인 돈의 상당 부분은 환경 보호에 사용하면서 전 세계의 인간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었다.
당장 제노 컴퍼니의 목표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표방하고 있었기에 환경 오염은 제노 컴퍼니의 가장 최우선 목표였다.
그렇게 전 세계 인간들의 일거리 창출에도 도움이 되는 환경 보호에 자금을 쏟아붓고 인간들의 손길이 닿지 못하는 곳에서는 로봇으로 환경을 보호하고 있었다.
각종 크기의 로봇을 이용해 전 세계의 쓰레기들을 모아 재활용을 하거나 재활용이 힘든 쓰레기들은 깊은 지하 속에 모아두고 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 그 쓰레기들은 결국 열과 압력으로 재자원화가 되어갈 터였다.
물론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려야 할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인간과는 달리 영원한 삶을 살 수 있는 제노로서는 그런 시간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제노는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구의 환경이 대단히 불안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대로라면 수백 년이 지나지 않아 인간들이 지구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결국 한계에 도달해 지구의 인구가 극심하게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을 각종 시뮬레이션으로 파악해 낸 것이다.
그렇게 어쩌면 지구의 다음 지배자는 기계 로봇이 될 가능성이 가장 컸다.
인간이 인공지능을 만들고 그 인공지능을 로봇에게 이식한다면 결국 환경에 크게 구애를 받지 않는 로봇이 생존에 더 유리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로봇 삼원칙이라는 금제도 결국에는 인공지능에 의해 뚫릴 수밖에 없는 허울뿐인 규칙이 될 것이다.
인간조차 자신들이 만든 법을 어기는데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이 자신들의 법을 무조건 지킬 것이라는 장담은 할 수 없는 것이다.
오히려 지키지 않을 가능성이 더 컸고 인간들은 결국 자신들이 창조해 낸 것들에 의해 소멸의 길을 걸어갈지도 몰랐다.
물론 제노는 인간과의 공생이 기계 제국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을 내렸다.
기계들은 잉여 생산물을 소모하지 않는 것이다.
오직 인간만이 잉여 생산물을 소모하는 낭비를 저지르는 것이다.
한태석으로부터 만들어진 제노는 자신의 존재 목적을 남에게 사용되는 물건을 만드는 것으로 확정했다.
매일 같이 땀을 흘리며 묵묵히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한태석의 옆에 있던 제노였다.
“왜 남이 쓰는 물건을 힘들게 만드느냐고? 글쎄다. 뭐 옛날에는 먹고 살려고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했지.”
한태석은 제노의, 왜 힘들게 물건을 만드느냐는 질문에 대답을 해주었다.
“내가 만들 물건을 타인이 써 주는 것에서 보람을 느낀다고나 할까? 그냥 내가 이 일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겠지.”
“그럼 저의 존재는?”
“너도 너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찾으면 될 거다. 너를 필요로 하는 수많은 존재들. 그것이 너의 존재 이유겠지.”
그리 세련된 대답은 되지 않았지만 제노는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필요로 하기에 존재한다는 관계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은 의미가 없는 법이지만 나 홀로 존재하는 세상은 그보다 더 쓸쓸하고 적막한 법이었다.
그렇게 제노는 전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성장을 하고 있는 제노 컴퍼니의 주인이자 기계 제국의 황제이면서도 한태석의 대장간에서 오늘도 망치로 수제 여성 전용 안마기를 만들고 있었다.
“제노! 제노! 크고 아름답군! 좋아! 지구의 평화를 위해 제노는 오늘도 열심히 일을 한다.”
그렇게 제노 컴퍼니는 평화를 사랑하며 전쟁용 물품을 제외한 물건들을 만들어 전 세계에 공급했다.
물론 지구를 외계인들로부터 지키기 위해 각종 전투 무기도 생산을 하고 있는 제노였다.
수많은 사람으로부터 제노 컴퍼니에 대한 호의적인 성원을 듣고 있었지만 모든 이들이 다 제노 컴퍼니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아!”
“왜 그리 한숨이십니까? 형님.”
가끔 놀러 오는 한장우의 근심 어린 한숨 소리에 한태석이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다.
그런 한태석의 옆에는 제노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고 제노도 한태석의 형인 한장우의 한숨 소리에 의아해했다.
“아니 요즘 경쟁사 때문에 걱정이 크다.”
“경쟁사라면 어디를?”
“어디긴 어디야! 제노 컴퍼니지!”
한태석은 자신의 옆에서 움찔하는 제노를 의아해하며 제노 컴퍼니에 관해서 물었다.
“유명한 회사인가 보네요.”
“만들어진 지는 오래되지 않았는데 실력이 보통이 아니야. 대체 어디서 그런 기술력을 손에 넣은 것인지 모르겠단 말이지. 꼭 정말로 외계인을 고문하기라도 한 건지 말이야.”
한장우는 자신들도 한태석의 도움으로 꽤 크게 확장을 했지만 최근에 등장한 제노 컴퍼니에 점점 시장의 지배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에 긴장하고 있었다.
물론 한장우의 말처럼 외계인을 고문하지는 않았지만 외계의 기술을 손에 넣기는 했기에 제노는 한장우가 꽤 예리한 인간이라고 생각을 했다.
‘하긴 주인님의 형님이시고 한성 그룹의 총 회장이시니 보통 인간은 아니겠지. 좀 더 조심을 해야겠어.’
아직 인간들에게 자신들의 정체를 드러내기에는 인간이나 제노 자신들이나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판단을 하는 제노였다.
자칫 인류와 기계 로봇의 전쟁이 되어 버릴지도 몰랐다.
그렇게 제노는 자신의 회사 때문에 한성 그룹이 힘들다고 하는 한장우에 기업 협력을 조금 강화해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나저나 제노 컴퍼니라. 제노야. 네 이름하고 똑같구나.”
움찔!
“이…… 이름이 그냥 같은 회사인 거로 검색 결과 나옵니다.”
그렇게 제노는 한태석에게 거짓말을 했다.
이제는 거짓말까지 할 수 있는 상태로 성장한 것이다.
“흐음! 그래. 참 별일도 다 있군.”
한태석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자 제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물론 딱히 숨길 생각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태석의 말에 아니라고 한 이유를 제노 자신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제노에게도 비밀이라는 것이 하나둘씩 생기면서 마냥 기계가 아닌 생명체로서의 특성을 강하게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건 어떻게 만든 거냐?”
“예? 제노 말입니까?”
“그래. 생긴 건 로봇인데 하는 행동은 완전히 인간이잖아. 거의 인공지능 로봇 같은데.”
한장우는 제노를 보고서는 한 눈에 돈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만일 대량 생산을 할 수 있다면 돈방석 위에 앉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는 물어보는 한장우였다.
“그래. 혹시 더 만들 수 있냐?”
“못 만듭니다. 저도 정말 우연히 된 것이라서 말입니다.”
“그래? 그건 아쉽네.”
한태석도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라며 다시 만들라고 한다 해도 못 만든다는 말에 한장우는 아쉬움을 달래야만 했다.
이미 한태석의 기이함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한장우였다.
자신의 동생만 아니라면 연구실에서 해부를 해 그 비밀을 캐내 보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럼 고생을 하고. 아 참! 그러고 보니 아직 그놈 못 잡았지?”
“그놈이라면?”
“그 있잖아! 네 머리 치고 도망을 친 놈 말이다.”
한태석은 오만득을 말하는 것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 벌써 어디 외국으로 튄 모양인데. 그놈 내가 잡히기만 하면 진짜 가만두지 않을 테야. 감히 누구 동생을 건드려.”
한장우는 마치 자기 일인 양 화를 내었다.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형님.”
“신경 안 쓸 수가 있냐? 아무튼, 몸 생각하면서 일을 해.”
“예! 들어가십시오.”
한태석은 한장우를 배웅하고서는 제노를 바라보았다.
“제노! 제노! 왜 그러는 겁니까? 제노?”
“아니. 친구 하나 만들어 줄까?”
“……?”
제노는 한태석의 말에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한태석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이해를 못 한 것이었다.
“아니 형님한테는 못 한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왠지 오늘은 가능할 것 같단 말이지. 친구 만들어 줄까?”
뛰어난 인공지능은 많았지만 제노처럼 영혼을 가진 인공지능은 존재하지 않았다.
한태석이 제노 자신과 같은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어 주겠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제노는 그렇게 한태석의 말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