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68
제 168화
98.
박성길은 마치 자신이 만화 속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도무지 믿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너무나도 진지하게 자신을 바라보며 설명을 하는 한태석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사장님. 이 아이 이름 어떻게 해요?”
“안드로이드니까. 안영희라고 해.”
“예! 영희 씨! 이쪽으로.”
지민은 영희에게 매장의 일을 가리켰다.
지민도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지만 영희의 속살(?)을 보고서는 그녀가 인간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제노의 친구이자 자기 일을 도울 직원을 한태석이 제노와 함께 만들었다는 말을 한태석에게 들은 것이었다.
다행히 영희는 지민의 설명에 일을 금방금방 배웠다.
더욱이 남자보다 더 힘도 세서는 무거운 물건도 척척 드는 만능 일꾼이었다.
물론 지민도 힘이라면 인간 이상의 힘을 낼 수 있었으니 영희의 힘이 딱히 필요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힘쓸 직원이 한 명 더 는다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사장님. 영희 씨 월급은 어떻게 하나요?”
“인사과에 문의해 봐요.”
“신분은요?”
“형님한테 전화해 둘게요.”
“예! 알겠습니다.”
영희의 문제에 대해서는 해결을 하고 난 뒤에 한태석은 다시 얼이 빠져있는 박성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일단 박성길 씨는 에고 안드로이드의 주인이 되셨습니다.”
“예? 아! 예!”
박성길도 한태석의 신분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대기업인 한성 그룹의 회장의 막냇동생이자 한성 그룹의 이사이기도 한 한태석이었다.
물론 이사라고는 하지만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 이름만 올려놓은 이사였지만 원한다면 얼마든지 그룹 내 핵심 지위에 도달할 수 있었다.
물론 그럴 시간에 대장간에서 망치 한 번 더 휘두르는 것에 더 열중인 한태석이었다.
그렇게 박성길은 영희가 무려 안드로이드 로봇이라는 최첨단 하이테크 테크놀로지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자신은 망했음을 직감했다.
“제가 큰 실수를 했습니다.”
“흐음! 뭐 실수이긴 합니다만.”
박성길은 처음 작동을 시키는 사람에게 주인으로 인식하는 프로그램이 내장되어 있으리라 추측을 했다.
가격이 얼마가 될지도 모를 엄청나게 비싼 물건을 건드려 버린 것이다.
‘내 월급으로 물어줄 수 있을까?’
분명 한성 그룹의 막강한 법무팀이 움직일 것이 분명했다.
사실 변명을 할 수도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허락도 없이 매장으로 들어왔고 허락도 없이 비싼 물건을 건드려 버렸다.
“초기화할 수 없습니까?”
“흐음! 그건 불가능하네요.”
“공장 초기화도요?”
“녹여버리는 방법이 있습니다만…….”
상상하기도 힘든 고가의 안드로이드 로봇을 녹여버린다면 그 비용은 또 얼마나 나올지 알 수 없는 것이다.
평생 모아도 강남에 집 한 채 살 수 없는 박성길로서는 강남 집값보다 더 비쌀 것으로 보이는 안드로이드 로봇 영희를 보상하기는 불가능했다.
“죄송합니다.”
“아니요.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감사를 드려야지요.”
자칫 깨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던 영희였다.
에고 소드가 깨어나는 방식은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자신의 에고를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있고 다른 하나는 주인을 선택하면서 에고가 활성화가 되는 방식이었다.
아무래도 영희는 후자였던 듯 보였다.
“예? 감사라니요?”
“영희를 깨워 주신 것 말입니다. 뭐 다른 분께서 깨우실 수 있는지 없는지는 아직 파악을 하지 못했지만 일단은 박성길 씨께서 영희를 깨웠고 이제 영희의 주인이 되셨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한태석은 당황스러워하며 말을 했다.
“영희를 만든 이유는…….”
“이유는?”
박성길은 영희를 자신에게 주기 위해 만들었을 리는 절대 없음을 알고 있었다.
“제노 군의 친구이자 이 매장의 직원으로 고용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군요.”
박성길은 그런 엄청난 목적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영희를 바라보았다.
‘너무 쓸데없잖아! 그냥 사람 인건비가 더 싼 것 같은데?’
사람과 전혀 다르지 않을 정도였다.
아니 사람보다 더 예쁘고 아름다웠으며 기품까지 있었다.
왠지 돈 낭비 같았지만 부자들의 생각을 도무지 이해할 수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박성길은 가만히 한태석의 처분을 기다렸다.
“일단 영희 씨가 이곳에서 일을 해야 합니다. 동의하시죠?”
“그럼요. 당연하구요. 당연한 말씀을요.”
한성 그룹의 법무팀이 무서운 박성길이었다.
“그렇다면 되었습니다.”
한태석은 적잖이 안심되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박성길은 영희와 함께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이거 혹시 베타 테스터인가?”
안드로이드 로봇이 시판되었다는 소식은 아직 들어보지 못한 박성길이었다.
나름 얼리어답터라고 자부하고 있는 박성길이었기에 이런 로봇이 등장했다는 것에 깜깜무소식일 리는 없었다.
“흐음! 상태 보고서 써야 하려나?”
박성길은 영희의 행동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말은 없었지만 당연히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근처 문방구에 들려서는 두툼한 공책 하나를 구입했다.
“어머! 성길 씨! 오랜만이야.”
“예! 안녕하세요.”
박성길은 하필이면 동네 아주머니를 만났다.
평소 입 싸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아주머니에 박성길은 움찔 몸을 떨었다.
조용히 넘어가고 싶었지만 당연하게도 건수를 문 동네 아주머니는 박성길을 놔두지 않았다.
“어머! 이 처자는 누구야? 혹시…….”
새끼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동네 아주머니에 박성길은 정신이 아득해졌지만 제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면 더욱 고달플 것을 알기에 정신을 바짝 차리려고 했다.
“아! 이 분은.”
“주인님이세요.”
박성길은 영희의 말에 혼이 몸에서 나가는 경험을 해야만 했다.
동네 아주머니조차 영희의 말에 깜짝 놀랄 지경이었다.
“가시죠. 주인님.”
영희는 얼이 빠진 박성길의 뒷덜미를 잡아끌고서는 박성길의 집으로 향했다.
“어? 어떻게 내 집을 안 거죠?”
박성길은 자신의 원룸을 아는 영희에 깜짝 놀라야만 했다.
자신이 알려주지 않은 것이었다.
“소방청을 해킹했습니다. 주인님의 주소가 나와 있더군요.”
“아! 그거 범죄 아닌가요?”
자신의 집 주소를 알아내기 위해 정부 전산망을 해킹했다고 당당히 말을 하는 영희에 박성길은 기겁했다.
“도어락을 열겠습니다.”
“예?”
영희의 손가락이 도어락에 닿자 순식간에 열렸다.
그리고서는 문을 열고서는 그대로 박성길을 끌고 원룸 안으로 들어가는 영희였다.
“아! 잠시만요! 잠시만!”
박성길은 그제야 자신의 집 상태를 떠올릴 수 있었다.
얼떨결에 한태석의 대장간에서 영희를 데리고 온 박성길이었지만 여자를 지금까지 자신의 원룸으로 데리고 온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영희가 안드로이드 로봇이라는 사실을 머리로는 이해를 했지만 아무리 봐도 영희는 연예인 뺨칠 정도로 예쁜 아가씨로만 보일 뿐이었다.
물론 조금 무겁고 힘이 센 통짜 쇠뼈 아가씨인 것이 문제였다.
“저기 청소 좀 하고.”
“청소는 제가 하겠습니다. 주인님. 앉아계시죠.”
영희는 박성길을 의자에 앉히고서는 곧바로 박성길의 원룸 청소를 시작했다.
순식간에 청소를 마치고 박성길을 위해 식사 준비까지 한 영희에 박성길은 꼭 우렁각시가 생긴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럼 씻으세요.”
“예?”
박성길은 그렇게 식사까지 마치자 긴장이 풀리다가 영희의 말에 다시 몸이 긴장되었다.
원룸에 묘령의 여인과 단둘이 있게 된 박성길이었다.
영희가 안드로이드 로봇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지만 아무리 봐도 아름다운 여성으로만 보이는 것이다.
“아니! 저기.”
“땀 냄새가 납니다. 그대로 주무시면 피로가 풀리지도 않고…….”
“예! 예! 알겠습니다!”
박성길은 몸에서 냄새난다는 영희의 말에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렇게 구석구석 온몸을 씻은 박성길은 오늘 밤의 일을 걱정하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자신에게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얼굴이 달아오른 채로 씻고 나온 박성길은 자신의 방에서 드라마를 빤히 보고 있는 영희를 볼 수 있었다.
“저기 저는 다 씻었는데. 영희 씨는 안 씻나요?”
“씻기를 원하신다면 지금 씻겠습니다.”
박성길의 말에 고분고분하게 잘 따르는 영희였다.
에고를 가진 물건들의 성격은 천차만별이었다.
거친 성격도 있었고 얌전한 성격도 있었지만 영희는 비교적 순종적인 성격으로 태어난 것이다.
박성길이 자신의 주인이라는 것도 인지하고 있었기에 별다른 반항 없이 박성길이 하라는 대로 따르고 있는 영희였다.
만일 박성길이 영희에게 지구 정복을 하기를 원한다고 말을 한다면 영희는 지구 정복을 위해 날뛰었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두근거리는 박성길은 오래지 않아 샤워를 끝내고서는 목욕탕에서 나오는 영희를 볼 수 있었다.
영희의 젖은 몸을 바라보며 박성길의 심장은 터져 버릴 듯이 날뛰었다.
영희의 옷이 없어 자신의 얇은 와이셔츠를 주었는데 그로 인해 보이는 몸매의 굴곡이 박성길을 자극하는 것이었다.
“괜찮으십니까? 주인님?”
“예! 아! 예! 예!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전혀 괜찮지 않았지만 그 떨리는 마음을 들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영희와 한방에 앉아 멀뚱멀뚱 바라만 보며 심박 수가 점점 높아지는 박성길에 영희는 점점 걱정이 되어갔다.
“아무래도 병원을 가 봐야.”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정말이에요!”
“그럼…… 아! 혹시 그것 때문인가요?”
“예? 그것이라니요?”
박성길은 영희의 말에 의아해했다.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혹시나 그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죄송하게도 남녀의 번식 기능은 저에게 없습니다. 한태석 대장장이님께 그 기능을 넣어달라고 할까요? 번식 기능은 어려워도 섹스는 할 수 있게 기능을 넣을 수는 있을 듯싶은데요.”
“아니요! 아니요! 아닙니다! 그런 거!”
박성길은 순진하기 짝이 없는 표정으로 말을 하는 영희에 손사래를 쳐야만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실망을 해야만 했다.
‘하긴 일본 만화도 아니고. 그런 기능을 넣었을 리는 없지.’
박성길은 자신이 야동을 너무 많이 보았나 하는 생각을 하며 침대에 엎어졌다.
“실망이시면 손이나 입으로…….”
“아니요! 괜찮습니다! 어서 자세요! 자요! 저 그런 사람 아닙니다.”
박성길은 영희를 침대에서 재우고서는 자신은 바닥에 이불을 깔고 누웠다.
영희가 침대 아래에서 자겠다는 것을 굳이 올려 재우는 박성길이었다.
그리고 그런 박성길을 바라보며 영희는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인터넷으로 계속된 정보를 습득하고 있는 영희였다.
충격적인 내용도 많았지만 박성길을 보며 마냥 나쁜 것만 있지는 않다는 생각이 드는 영희였다.
그렇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는 박성길이 마침내 피곤했는지 잠이 들자 영희는 박성길의 옆으로 내려와서는 박성길의 품 안으로 파고 들어갔다.
‘따뜻하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따뜻함이 박성길로부터 전해져 오는 것을 영희는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