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70
제 170화
100.
“팀장님. 또 그 사건입니다.”
“또 심장이 없어?”
“예!”
노도원 팀장은 피곤한지 인상을 구기며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만큼 끔찍하면서도 미스터리한 사건이 계속되고 있었다.
언론을 통제하려고 했지만 어느 사이에 흘러가 버린 것인지 언론에 공개되어 버렸다.
사실 대한민국에서 살인 사건은 그리 드문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피해자의 몸에서 심장이라는 장기가 사라진 사건은 결코 드문 일이 아니었다.
수많은 사건을 맡아왔던 노도원 팀장으로서도 심장이 사라진 시체가 다수 발견이 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아주 깔끔하게 도려져 나갔습니다. 실종 신고도 상당하고 이거 같은 사람의 소행인 듯한데 문제는…….”
문제가 하나 더 있었다.
범행 방식은 같았지만 동일한 지역에서 이루어진 사건들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하나는 어디인데?”
“하나는 강원도이고 다른 하나는 인천 쪽입니다. 범행 추정 시간은 거의 동일합니다.”
“한 놈이 아니라는 이야기겠지.”
“예! 아무래도 그럴 것 같은데. 지금 아주 난리가 났습니다.”
난리가 날만도 했다.
심장이 사라진 시체가 벌써 열 구가 넘었으니 이건 희대의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노도원 팀장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이미 이 사건은 광수대에 넘겨졌고 협조 요청이 오면 움직일 뿐이었다.
나름대로 시간을 쪼개서는 조사를 하고 있었지만 자신들의 구역이 아닌 곳에서까지 조사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더욱이 노도원 팀장은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기에 더욱더 답답함을 풀 길이 없었다.
‘빌어먹을 괴물 자식들.’
언론에서 발표가 나고 난 뒤에 대중들 사이에서는 또다시 중국 동포니 뭐니 하며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중이었다.
당연히 위에서는 최대한 빨리 범인을 잡으라고 성화였다.
청와대의 높으신 분들의 입김까지 이루어지고 있었으니 일선의 경찰 조직에서는 제대로 퇴근조차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나 좀 나갔다 올게.”
“예! 알겠습니다. 팀장님.”
노도원 팀장은 자신의 재킷을 챙겨서는 경찰서를 나와 한태석의 대장간으로 향했다.
최근 들어 새로운 여직원이 들어온 한태석의 대장간에는 남자 손님들이 유독 많이 늘어났다.
노도원 팀장이 보기에도 엄청난 미녀인 여자 종업원은 소방서의 한 총각과 사귀는 사이였으니 대부분의 남자 손님들은 헛수고를 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매장의 매출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었다.
그런 남자 손님들을 한심한 듯이 바라보던 노도원 팀장은 정신없이 바쁜 지민과 영희를 보며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그렇게 잠시 후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자 노도원 팀장은 그제야 지민에게로 다가갔다.
“어머! 노 팀장님.”
“여기만 불황이 없는 것 같네요.”
“어휴! 말도 마세요. 영희 씨 때문에 전보다 더 힘들어진 것 같아요.”
지민은 직원 한 명 더 늘어서 좀 편해지겠거니 하는 생각을 했지만 오히려 더 손님이 몰려서는 일이 많아진 것에 한숨을 내쉬었다.
“죄송합니다.”
“아니야. 영희 씨 잘못이 아닌데. 뭐.”
지민은 사과를 하는 영희를 바라보며 자신도 의느님의 도움을 받아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영희야 의느님의 도움이 아니라 한태석의 도움을 받은 것이었지만 지민이 한태석의 도움을 받기는 어려운 것이다.
‘내 얼굴을 망치로 후려쳐서는 화로 속에 집어넣는 건 아니겠지?’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지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어쩐 일로요?”
“아! 사장님 좀 뵈러 왔습니다.”
“사장님이요? 잠시만요.”
가끔 찾아오는 노도원 팀장이기에 지민은 곧 대장간에서 일을 하고 있는 한태석에게 노도원 팀장이 찾아왔음을 알렸다.
그렇게 노도원 팀장에게 알리자 한태석은 작업을 마무리하고서는 대장간에서 매장으로 나왔다.
“으! 또 몰려온다.”
한태석은 또다시 매장이 복작거리는 것을 보며 노도원 팀장을 바라보았다.
한가하게 대화를 나눌 만한 상태가 아님을 안 한태석은 노도원 팀장과 매장을 나와 가까운 근처의 커피숍으로 향했다.
자리를 잡고 커피 한 잔씩을 시킨 두 사람은 처음에는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말씀하시죠.”
“예. 그 요괴들 좀 어떻게 할 수 없습니까?”
노도원 팀장의 말에 한태석도 한숨을 내쉬었다.
한태석도 범인들이 요괴들임은 알고 있었지만 지금으로써는 쉽게 움직일 수가 없었다.
“다섯의 요괴를 잡았습니다.”
“예? 다섯을 잡았다고요?”
“그렇습니다. 인간을 습격하려던 요괴들을 호군과 신군들이 사로잡아 요괴옥에 일단 가두어 두었습니다.”
아무런 죄도 없는 요괴들을 막 잡아 가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인간들을 습격하려는 순간을 포착해 잡아들여야만 했다.
호군과 호군 산하의 요괴 및 하급 신들이 포착해서는 잡아들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열 포졸이 있다고 하나의 도둑을 잡을 수 있다고는 할 수 없는 법이지요.”
“예! 그건 이해를 합니다. 대체 숫자가 얼마나 되는 겁니까?”
노도원 팀장은 벌써 다섯을 잡아들였다는 말에 이 땅에 요괴가 얼마나 많은지를 물었다.
“정확하게는 다 파악을 할 수 없습니다만 족히 백은 넘을 겁니다.”
“그렇게 많다고요?”
노도원 팀장은 한태석의 말에 아연실색해야만 했다.
많아야 열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만 생각을 했다.
하지만 백 단위를 넘는다는 말에 대체 얼마나 많은 희생자가 생길지 도무지 예상조차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렇게 놀라는 노도원 팀장에 한태석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오히려 적은 겁니다. 인간들에 의해 요괴들의 살 땅이 극도로 줄어들면서 숫자가 급감을 했으니까요.”
“그…… 그렇군요.”
노도원 팀장은 한태석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옛날에는 요괴와 인간이 함께 살아갔다는 이야기를 한태석에게 들을 수 있었다.
전설로만 여겼던 이야기가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라는 말에 황당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믿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에 대한 복수일 겁니다.”
“인간에 대한 복수라는 겁니까.”
“예. 인간에 대한 복수.”
한태석으로서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해를 한다고 해서 마냥 받아들일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인간인 이상 물러설 수는 없는 법 아니겠습니까.”
요괴들의 사정이 딱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요괴들에 의해 인간들이 죽임을 당하는 것을 지켜만 볼 수는 없었다.
“요괴들을 잡을 수 있는 무기. 만들어 주십시오.”
한태석은 결국 오고야 말았다는 생각을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반 인간의 무기로는 요괴들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노도원 팀장은 한태석이라면 요괴를 잡을 수 있는 무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알겠습니다.”
노도원 팀장으로부터 호군들이 막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희생자가 생기고 있다는 말을 들은 한태석으로서는 노도원 팀장을 더 이상 막을 수가 없었다.
본래 자신이 했던 일이 마족들을 물리칠 무기를 만드는 일이었다.
노도원 팀장이 자신의 사익이 아닌 요괴와의 싸움을 위해 무기를 만들어 달라고 한다면 한태석으로서는 만들어 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니 이미 만들어 둔 뒤였다.
한태석은 오래지 않아 거대한 전쟁이 벌어질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한태석은 노도원 팀장에게 요괴들과 싸울 수 있는 무기와 방어구들을 넘겨주었다.
“조심하셔야 합니다. 요괴들은 생각보다 강하고 무엇보다 여러분들은 아직 훈련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수많은 범죄자를 붙잡아온 형사들이라고는 하지만 요괴는 인간들과 또 달랐기에 한태석은 노도원 팀장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차피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이니까요. 그런데 혹시 요괴들을 찾는 방법 같은 것은 없는 겁니까?”
요괴들과 싸울 무기는 얻었지만 요괴들이 어디에 있는지 발견을 할 수 없다면 말짱 도루묵이었다.
“요괴들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이걸 요괴가 있었던 현장에 대어 보시면 요괴가 향한 방향을 알 수 있을 겁니다.”
한태석은 노도원 팀장에게 요괴의 행방을 알 수 있는 지침판을 내어 주었다.
“문제는 그다지 오래 유지가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리고 생각만큼 정확한 것도 아니고요.”
“그렇군요. 그래도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노도원 팀장은 한태석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서는 경찰서로 돌아갔다.
그런 노도원 팀장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태석은 자신이 잘한 일일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괜히 자신 때문에 의미 없는 희생만 늘어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지금껏 자신의 무기와 방어구를 가지고 마왕과 싸우러 떠났던 수 많은 용사들의 말로는 대부분 비참했다.
어떨 때는 차라리 죽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기에 한태석의 마음도 쓰라린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그들의 운명이었기에 한태석은 노도원 팀장의 앞길에 축복이 깃들기를 기원하며 자신의 일터로 돌아갔다.
그렇게 요괴들 간의 싸움에 인간들마저도 뛰어들며 막대한 희생이 깃들 싸움이 시작되려고 하고 있었다.
산신의 세력들이 인간의 심장을 가져가려는 요괴들을 사로잡기 시작했다는 것은 오래지 않아 오만득에게도 들어갔다.
“끝까지 방해를 하겠다는 것인가.”
오만득은 한태석이 자신이 하려는 일을 방해하는 것에 이를 갈았다.
아직 피해가 크지는 않았지만 산신에 의해 방해를 받으면서 마계의 문을 열 인간의 심장을 구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심장을 구한다고 해서 아무 심장이나 다 되는 것은 아니었다.
고르고 골라 가장 정기가 뛰어난 인간의 심장을 손에 넣어야만 했기에 백 개의 인간의 심장을 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거기에 한태석이 방해까지 하고 있으니 백 개의 심장을 얻는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을 지경이었다.
“어찌해야 합니까. 인간들도 점점 낌새를 눈치채고 있어서 이대로 가다가는…….”
요괴들이 인간보다 강한 것은 맞았지만 요괴의 몰락은 인간들의 손에 의해서였다.
만일 인간들이 다시 요괴들을 사냥하게 된다면 이번에는 정말이지 요괴들이 씨가 말라 버릴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요괴들은 가지고 있었다.
아직도 자신들이 모시는 대요괴는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산신과 대적을 할 만한 힘이 너무나도 부족한 것이다.
결국 부족한 힘을 보충해야만 했고 오만득은 요괴들에게 자신이 만든 무기를 내어 주었다.
“방해하는 자는 그 누구든 상관하지 말고 죽여라!”
오만득의 외침에 요괴들의 미소가 사악하게 변했다.
더 이상 밀린다면 더는 물러설 곳도 없음을 알기에 싸워야만 했다.
그리고 그런 요괴들을 뱀파이어 이그니스는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물론 이그니스도 오만득으로부터 무기를 받았다.
어둠의 족족이라고 불리는 뱀파이어임에도 불구하고 온몸이 오싹해질 정도로 어둠이 가득한 무기였다.
대체 이런 무기를 만들려면 얼마나 지독한 어둠을 품어야 할지 상상도 되지 않는 이그니스였다.
한태석이 만든 물건과는 너무나도 다른 기운을 가진 오만득의 무기에 이그니스는 깊은 상념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