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nam Blacksmith RAW novel - Chapter 171
제 171화
101.
“애나 그 녀석은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전설의 대장장이를 조사하러 간 지 한참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소식조차 들려오지 않는 것에 마왕 베오란트는 한숨을 내쉬었다.
인간 따위에게 당할 만큼 약한 아이는 아니라지만 지금까지 연락이 없는 것에 걱정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니 걱정이라기보다는 아내의 등쌀에 시달릴 것이 더 두려운 마왕이었다.
결국 적당한 녀석으로 한 명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마왕은 마왕군 참모장으로부터 보고서를 받아야만 했다.
“또 무언가?”
“지구라는 곳에 새로운 마왕이 탄생했다는 보고입니다.”
“새로운 마왕? 뭐 그거야 자주 있는 일 아닌가.”
굳이 보고해야 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기에 마왕은 보고서를 볼 생각도 없이 심드렁하게 자신의 참모장을 바라보았다.
어차피 마왕이란 과장을 해서 밤하늘의 별처럼 많은 것이었다.
대마왕 급의 마왕이 탄생하지 않는 이상은 굳이 보고를 받을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마왕의 참모장은 조금 난처한 듯이 자신의 주인인 마왕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 지구라는 곳이 애나 님께서 파견 나가 계신 곳입니다.”
“…….”
마왕 베오란트는 참모장의 보고에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빌어먹을! 분명 백 년 내에는 마왕이 나타날 가능성이 없는 곳이라고 했지 않나!”
“예! 그랬습니다만 악의 대장장이가 나타났다는 보고입니다.”
“악의 대장장이? 아니 전설의 대장장이도 있다더니 갑자기 악의 대장장이는 또 왜?”
천 년에 한 명 나오기 힘든 작자들이 두 명이나 나타났다는 말에 기가 막힌 마왕이었다.
그것도 동시대에 나타났다는 말에 베오란트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럼 요즘 마왕군에 좋은 병기들이 많이 보급된 이유가 그거였나?”“예! 아주 끝내주는 녀석들로 마계에서 소문이 자자합니다. 저도 하나 장만을 했사온데.”
마왕의 참모장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당장에라도 무기 자랑을 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됐네! 됐어! 그래. 전설의 대장장이는 성검 쪼가리를 만들어 내고 그 악의 대장장이는 마검을 만들어서 마족들에게 주고 있다는 거로구만.”
“그렇습니다.”
이건 완전히 두 대장장이의 대리전이 되어 버린 상황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나름 균형이 맞아졌다는 것일 터였다.
전설의 대장장이가 쏟아내는 성검들에 마족들이 크게 밀리다가 마검의 탄생으로 균형을 잡게 되는 것일 터이니 말이었다.
“하여간 그 때문에 예정에도 없던 마왕이 나타났다라. 수준은 어느 정도이지?”
“그렇게 수준이 높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마왕은 마왕이니까요.”
아무리 수준 낮은 마왕이라고 할지라도 마왕은 마왕이었다.
마왕이 아닌 최상급의 마족이라도 하급의 마왕을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더욱이 자신의 구역이 아닌 곳에서는 더욱더 제대로 된 힘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문제는 마왕이 나타난 이상 베오란트는 해당 지역에 대해 간섭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건 마왕들 간의 불문율과도 같은 것이어서 베오란트의 수하들은 지구로 보낼 수 없게 된 것이다.
물론 미리 가 있는 애나야 상관이 없었지만 앞으로 보낼 마족들은 지구의 마왕의 허락을 받아야만 했다.
“애나가 돌아올 때까지 그냥 기다릴 수밖에 없는 건가?”
“뭐 들키지만 않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
마왕은 자신의 참모장을 바라보며 역시나 마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당한 놈으로 보내서 돌아오라고 해. 괜히 지구의 마왕을 자극할 수도 있으니까.”
“그러면 전설의 대장장이는 어떻게 할까요?”
베오란트는 자신의 파괴된 심장 쪽이 쑤셔오는 것을 느꼈다.
용사의 말로 자신의 몸에 상처를 준 무기를 만든 대장장이가 환생했다고 들었던 마왕이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치부하고 넘어갔지만 여전히 신경 쓰이는 마왕이었다.
만일 지구에 환생을 한 대장장이가 자신이 알고 있는 그 전설의 대장장이라면 반드시 죽여야 한다고 여기는 마왕이었다.
“만일 애나가 전설의 대장장이를 발견했다면 은밀하게 암살을 해 버려.”
“알겠습니다.”
참모장은 마왕의 지시에 미소를 지었다.
괜찮은 마족 하나가 떠오른 것이다.
그렇게 마왕의 허락을 받은 참모장은 마왕의 지시를 완수하기 위해 실력 좋은 마족을 하나 뽑아 지구로 보내었다.
혹시나 지구에서 부활한 마왕에게 들킬 때를 대비해 마왕의 사절단 선물과 서신을 함께 보내는 치밀함을 발휘한 참모장이었다.
자신들의 구역에 다른 마왕의 부하들이 허락도 없이 돌아다니는 꼴은 참모장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칫 애나까지 위험해 질 수도 있었기에 그 정도 대비는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게 애나를 찾기 위해 베오란트의 명을 받고 지구에 도착한 마족 베르가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풍경들에 커다란 충격을 받아야만 했다.
“뭐 이런 곳이 다 있어? 어허! 말도 없이 철 덩어리가 거리를 돌아다니네. 그리고 인간들이 왜 이리 많아?”
베르가는 상상도 못 할 지구의 풍경들에 문화 충격을 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이 워낙에 많았기에 베르가는 마족의 향기가 풍기는 방향으로 날아올랐다.
인간들에게 들키면 안 되기에 몸을 숨기며 다니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다행히 이 지구에는 드래곤이나 천사들은 보이지 않아 안도하는 베르가였다.
“보자! 저쪽에서 느껴지는구나. 마왕인가? 아이구! 신도 가까이 있구나. 조심해야지. 괜히 이 세계의 신에게 걸렸다가는 뼈도 못 추릴 테니.”
침공하는 것이었다면 목숨이 아깝지 않게 설쳐대었겠지만, 그것이 아니었으니 괜한 목숨을 걸 이유는 없었다.
그렇게 베르가는 한참을 날아 마족의 기운이 짙게 풍기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베르가는 애나가 마족의 기운을 철저하게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애석하게도 알지 못했다.
그렇게 처음으로 도착을 한 곳에는 베르가는 하급 뱀파이어를 보았다.
그보다 강한 기운도 있었지만 하나는 분명 이 세계의 마왕일 터였고 다른 존재들은 자신과는 조금 다른 기운을 가진 존재들이었기에 가장 유사한 기운을 찾은 것이었다.
물론 그 하급 뱀파이어에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되도록 이 지구의 마왕과의 분쟁을 피하기 위해 은밀하게 움직일 것을 주문받은 베르가였다.
“흐음! 하급 뱀파이어치고는 좋은 무기를 가지고 있군. 그 악의 대장장이로부터 받은 것인가?”
베르가는 자신보다 한참은 등급이 낮은 뱀파이어가 무척이나 좋은 무기를 가지고 있음을 알고서는 살짝 질투가 났지만 일단 자신이 찾는 애나는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거 신군들의 기운도 느껴지는 것이 애나님께서는 자신의 기운을 숨기고 계시는 것 같군. 이래서는 찾기가 쉽지가 않겠는데.”
베르가는 난처해져야만 했다.
이 넓은 세계에 마족 하나 찾는 것은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바늘 하나 찾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는 것이었다.
“이거 곤란하군. 일단 악의 대장장이부터 찾아볼까?”
베르가는 악의 대장장이를 먼저 찾아보자는 생각을 하며 악의 대장장이가 만든 것이 분명한 무기를 들고 있는 뱀파이어에게 다가갔다.
“저기 뭐 하나만 물읍시다.”
이그니스는 기척도 없이 자신의 뒤에서 나타난 정체 모를 존재에 깜짝 놀라야만 했다.
마족인 자신의 이목을 숨기고서 가까이 다가올 수 있는 존재는 보통의 존재는 절대 아니었다.
“당신은?”
“아! 적은 아닙니다. 그냥 하나 묻고 싶은 것이 있어서 말입니다. 혹시 악의 대장장이님이나 아니면 마족 애나 님을 아십니까?”
이그니스는 베르가의 말에 무슨 상황인지를 알아차렸다.
‘무기를 사러 온 마족인가.’
오만득에게 마족들이 수시로 찾아오고는 했다.
성검을 이길 마검이나 방어구를 만들어 달라고 찾아오는 작자들이었다.
베르가 또한 그런 이들 중의 한 명이라는 생각을 하며 이그니스는 잠시 베르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내저었다.
“모르오. 그가 어디에 있는지는 말이오.”
“흐음!”
베르가는 이그니스가 거짓말을 하는 것을 알았지만 이그니스의 몸에서 이 지구의 마왕의 냄새가 짙게 나는 것에 물러서기로 했다.
“뭐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순순히 물러서는 베르가에 이그니스는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마족들에게 더욱더 강한 힘을 주고 싶지 않은 이그니스였다.
그렇게 이그니스와 베르가의 짧은 만남은 별다른 성과 없이 끝이 났다.
베르가는 다른 요괴들에게 한 번 더 물어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가 요괴와 신의 기운을 가진 존재들이 함께 있는 광경을 보고서는 그것도 포기해야만 했다.
“이놈의 세상은 왜 마족과 천족으로 보이는 놈이 함께 있는 거야? 아주 구분이 되어 있질 않는구만. 흐음! 저 천족은 야수형인가? 상당히 강해 보이는군.”
베르가 자신도 만만히 볼 수 없는 천족의 장수가 돌아다니는 것에 베르가는 더욱더 몸을 사려야만 했다.
“하! 애나 님을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막막함이 베르가에게 밀려들어 오기 시작했다.
그런 베르가를 길거리에서 빤히 바라보고 있는 한 인간이 있었다.
“이야! 잘 생겼네.”
“응?”
베르가는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중년의 인간 남자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다.
“혹시, 애나라는 이름을 가진 분을 찾는데. 혹시 알 수 있겠습니까?”
애나의 초상화를 보여주며 인간 중년 남자에게 보여주는 베르가에 중년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했다.
“아아! 사람 찾는구나! 어! 여동생?”
“예! 뭐 비슷하지요.”
“아! 내가 사람 찾는 것은 기가 막히는데.”
중년 남자는 사람 하나 찾는 데는 기가 막힌 선수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조금 못 미덥기는 하지만 조그마한 희망이 생긴 베르가는 미소를 지으며 방법을 물었다.
“일단 밥 먹었어요?”
“예? 밥이요? 아직 못 먹었는데.”
“그럼 밥이나 한 끼 먹으면서 이야기합시다. 내가 살게요. 따라와요.”
베르가는 꽤나 특이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인간계로 넘어오면서 힘을 꽤 많이 사용한 데다가 이곳까지 날아오느라 출출해진 베르가는 중년 남자를 따라 한 식당에 들어가서는 식사를 했다.
“오! 이렇게 맛이 있는 식사가 있다니!”
정말이지 기가 막힐 정도로 맛이 있는 식사였다.
“아! 천천히 먹어요! 천천히. 외국인인가 보네. 사람 찾는다고 했죠? 이름이?”
“애나라고.”
“에이! 이름하고 사진도 아니고 초상화 같은데 그것만으로 어떻게 사람을 찾나.”
분명 사람 찾는 데는 귀신이라고 말을 하던 중년 남자가 그걸로 어떻게 사람을 찾느냐고 베르가를 타박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찾아서는 백 년 걸려도 못 찾아!”
중년 남자의 말에 베르가도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 같아서는 도시 하나를 불태우고 애나의 이름을 외쳐대며 찾으면 금방이겠지만 하필이면 이곳은 다른 마왕이 지배하는 지역이었다.
괜히 설쳐대었다가는 자신의 목숨뿐만 아니라 자신이 모시는 마왕님에게도 크나큰 누가 될 일이었다.
“그러면 방법이.”
“당연히 있지.”
“아!”
방법이 있다는 말에 베르가는 제법 능력이 있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혹시 그 애나라는 사람이 당신 얼굴 아나?”
“예? 아! 예! 알고 계시지요.”
몇 번 애나와 마주쳤던 베르가였다.
애나도 당연히 베르가를 아는 것이다.
“그럼 잘 되었네! 당신한테 그 처자가 찾아오게 하면 되지.”
“……?”
베르가는 자신이 찾는 것이 아니라 애나가 자신을 찾아오게 하면 된다는 인간 남자의 말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떻게?”
“에이! 그거야 당연히 그쪽이 유명해지면 되는 거 아니오! 내가 이런 사람인데!”
중년 남자는 자신의 품 안에서 명함 하나를 꺼내어서는 베르가에게 주었다.
베르가는 중년 남자의 명함을 받아서는 빤히 바라보았지만 아직 지구의 글자를 익히지는 못해 무슨 글자인지는 알아보지 못했다.
“내가 스타아로 만들어 주지! 그러면 그냥 끝나는 거야!”
누군가와 비슷한 상황이었지만 베르가는 중년 남자의 말에 감탄을 했다.